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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6

       

        

        

        

        

        

        

        

        

       “…그, 높으신 양반들. 어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갑자기 계엄령이 선포되다니…?”

        

       “센트럴 파크의 반정부 난민들이 지대공 미사일을 동원해 미군 드론을 공격했기에, 오늘 새벽 긴급 출동을 통해 화근을 제거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사항은 이쪽 인쇄물에 나와있습니다.”

        

       “허, 허어….”

        

        

        

        그 누구도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새벽이 지나간 다음 날 아침, 센트럴 파크 HQ 노동청 앞.

        

        평소에는 몰리지 않았던 수많은 민간인들이 어젯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기 위해 일거리 찾기를 명목으로 나왔을 때, 노동청에 있던 센트럴 파크 직원들은 예상했다는 듯 이들에게 종이를 건넸다.

        

        잠깐의 침묵과 정적, 그리고 이어지는 탄식. 당연하겠지만, 반정부 난민들이 구호를 소리쳤을 당시, 이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센트럴 파크의 사전 조치로 인해 일반인들은 아무런 것도 듣지 못했다.

        

        바로 그 때문에, 종이를 받아든 민간인들은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고개를 내젓고는 한숨을 터뜨렸다. 믿지 않기에는 너무나도 사실적인 데이터들이 많았으니.

        

        

        그리고 그 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한 씁쓸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반정부 난민들이 알아서 떨어져나갔을 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트럴 파크를 떠나지 않은 친미계 이슬람, 그리고 중국 난민들이 바로 이들의 정체였다.

        

        

        

       “…결국 이렇게 됐구만. 성급한 걸 넘어 그야말로 정신나간 짓이라 생각은 했지만, 참…아무런 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너무나도 많은 것이 바뀌어버렸어.”

        

       “오히려 다행 아니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이성적으로 즉시 납득할 수 있는 건 아니지.”

        

       “….”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세상은 흘러가지만, 그 짧은 사이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하고 있던 일일까, 그런 생각이 남들보다 더 전말을 상세히 아는 친미계 난민들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늦어버린 것을.

        

        게다가 그보다도 더욱 궁금한 것들이 널려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가령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나 빠르고 정교하게 상황을 마무리한 것일까-와 같은 공포에 가까운 궁금증.

        

        그것이 센트럴 파크 HQ의 결단력, 그리고 저력일까. 대거 팀의 존재를 잘 모르는 민간인들 – 아는 사람도 많았다 – 에게 발생하는 필연적인 의문이었으나, 그래도 적어도 어느 정도는 유추 가능했다.

        

        

        그리고 그것이 HQ가 의도한 바였다.

        

        머잖아 라디오 방송에서 나온 대통령 담화는 이 상황에 쐐기를 박았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들께, 현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서 아직 재직 중인 저, 헨리 미카엘 브레이튼은 근래 맨해튼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익숙한 멘트로 시작되는 담화.

        

        대통령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은 불과 어제 새벽에 발생한 계엄령에 대해 깡그리 잊게 만들기에는 충분했지만, 심지어는 반정부 난민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까지 했다.

        

        일절의 가감 없이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하고, 작전의 목적과 실행 이유 역시도 논한다. 시니컬한 사람들조차 감히 토를 달 수 없을 정도로 상세하면서도 무감정했다.

        

        추후에는 대통령이 아직 살아있었는지, 혹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이 발생할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그 와중, 인파 사이에 중간중간 섞여있는 센트럴 파크 소속 휴민트들은 계속해서 여론 동향을 살폈다. 언제나 그렇듯 지금은 전시상황이었고, 이러한 조치는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잘못된 정보가 퍼지기에는 최적의 타이밍. 게다가 시니컬한 사람이라면 이번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다를 확률이 높았고, 이는 어지간하면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실시간으로 여론을 종합하고, 이를 TOC에 전송하며, 앞으로의 대응책을 시나리오별로 작성한다. 작전의 핵심을 행하는 것은 대거 팀이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건 작전대응팀의 의무였으므로.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람 중 한 명은 어느덧 센트럴 파크에서도 꽤 얼굴이 알려진 존재였다.

        

        

        

       “꼬질아. 잘 하고 있냐?”

        

       “…꼬질이라니, 어떻게 하다하다 그런 별명을 붙이십니까.”

        

       “털을 좀 자주 빗고 다녀야 깔끔이라고 불러주지, 이 자식아. 아무튼 이번 일도 무난하게 끝났으니…이제는 좀 쉴 수 있으면 좋겠구만. 안 그러냐?”

        

       “전 이거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도 못 쉴 것 같습니다.”

        

       “하하, 그도 그렇겠구만. 고생이 많아.”

        

        

        

        분명 머리를 깔끔하게 올려 묶었는데도 불구하고 꼬질이라니. 그런 생각이 라플란드의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좌우지간, 센트럴 파크 TOC는 오늘도 매우 시원했다. 이카루스 기어에 적용된 기술력이기도 한 반응로는 현 시점에서 전력 문제를 단 1도 신경쓸 필요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었으므로.

        

        그리하여 옆으로 드러내진 그녀의 목덜미 너머로는 에어컨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체온이 높아지면 금방 뻗어버리는 라플란드로서는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불안한 것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러면 나중에 어떡하지?”

        

        

        

        TOC 안은 그렇다고 쳐도, 앞으로 덥디 더운 바깥에서 일하게 된다면.

        

        안타깝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녀는 아직 이카루스 기어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

        

        이유야 간단했다. 사실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센트럴 파크에 머물면서 그동안 많은 일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로 활동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일이었으니까.

        

        여전히 그녀는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중이었다. 정확하게는 이제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가까웠다. 벌써 한 달 가량이 지나갔고, 어제 새벽, 작전은 완벽한 결실을 맺었다.

        

        그 사이 라플란드는 1인분은 못하더라도 적어도 실전에서, 혹은 훈련에서 멍청한 짓은 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는 성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앞으로 할 일들의 기나긴 목록들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그녀가 현 시점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 존재인지를 안다면 더더욱 – 그녀는 변이자였고, 힘쓰는 일에는 반드시 투입될 예정이었다. 게다가 얼마 후에는 본격적으로 미사일이 운송될 예정이었고.

        

        다행인 점이 있다면 오늘도 내일도, 그것도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초대형 무인 수송기가 계속해서 이 근방을 오가게 될 예정이었다.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 발발 직전 상용화된 반응로 덕분이었다.

        

        그 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정비 및 피로파괴 문제 등등만 해결된다면 물건을 무한으로 나를 수 있을 정도 – 물론 비용 자체는 철도 및 차량 운반이 훨씬 싼 것이 당연했다 – .

        

        

        아직 철도가 완벽히 복구되지 않았으며, 도로 역시도 마찬가지.

        

        특히나 미국을 가로로 가로질러 관통하는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 시스템은 원래부터 도로공사가 제때제때 이뤄지지 않는 곳이 다수였으며, 어떠한 보수작업조차 받지 못했던 도로가 어떤 상황일진 뻔했다.

        

        바로 그렇기에 센트럴 파크는 매일매일 믿음직한 인력들을 차출해 센트럴 파크 근방에 공중수송을 통해 떨어진 물자들을 가지고 들어와 내부에서 분배했다.

        

        라플란드는 그 과정에 누구보다 많이 투입됐고, 곧 센트럴 파크 근방에 무엇이 떨어지게 될지에 대한 목록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무슨 생각 하고 있길래 표정이 그 모양 그 꼴이냐?”

        

       “이카루스 기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갑자기?”

        

       “컨테이너 옮기다가 갑자기 미사일이 폭발하기라도 하면 대참사 아닙니까.”

        

       “…뭔 뜬금없는 소리를 하나 했더니, 틀린 말은 아니구만.”

        

        

        

        확실한 사실 하나.

        

        라플란드와 대거 팀은 앞으로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폭발력을 지닌 물건을 도수로 운반해야만 할 확률이 높았으며,  대거 팀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라플란드는 아마 그것이 터지는 순간….

        

        글쎄다. 아마 산산조각 이상의 엔딩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라플란드는 문득 그런 생각이 자신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물론 C4 같은 것도 옮긴 판에 뭐가 문제냐 싶겠지만, 그건 뇌관을 꽂고 전기신호를 주지 않으면 절대 격발하지 않고 불을 붙여도 살살 타기만 하는 물건이니.

        

        오히려 백린탄이 위험성 측면에서는 더 비슷하지 않을까. 미사일이든 백린이든 옮기다 터지면 운반자들에게 좋은 결과는 없을 텐데.

        

        

        

       “뭐, 비슷한 거라도 주겠지. 대거 팀 그 친구들이 지금이야 어제 할 일이 많았기도 하고, 작전 후유증 때문에 꽤 골치아팠을테니까. 까먹은 건 절대 아닐 거다. 안 그러냐?”

        

       “…아마요?”

        

       “…뭔가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 같은데.”

        

        

        

        그야 알파급 변이자 숙소에서 보통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라플란드는 그리 말하지는 못했다. 슬픈 현실이었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잔혹하리만치 익숙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얼추 알게 된 민간인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노동창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일거리를 주선받았다.

        

        무슨 일이 있든 간에, 세상은 엇비슷하게 흘러간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별도의 인과관계는 그대로 묻혀버릴 예정이었고.

        

        그녀는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글쎄. 앞뒤 다 잘라먹고 그렇게 말하면 뭐라 답변해야할지 모르겠구만.”

        

       “그냥…뭐, 말 그대로죠.”

        

       “지금과는 비교조차 어려운 혼란이 찾아오겠지, 뭐. 별 거 있나.”

        

       “그렇겠죠.”

        

        

        

        어떠한 가감도 없는 단언.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라플란드는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적당히 웃었고, 이어 덧붙였다.

        

        

        

       “죽지 마십쇼, 수석작전관님.”

        

       “그래, 이 자식아. 너 남이랑 결혼해서 애기 낳는 것까지 다 보고도 50년은 더 살 거니까 걱정하지를 마라.”

        

       “…아니, 뭐라고요!? 제가 왜 남이랑 결혼합니까!”

        

       “뭐야, 파쿼슨 대위랑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었…으악, 망할! 일어나지 마, 앉아있어! 때리지 말고! 이거 하극상이야, 이 자식…끄아아악!”

        

        

        

        물론, 덕담 후의 말이 항상 멀쩡하지는 않았다.

        

        라플란드는 그날 기어코 수석작전관 케인 화이트브림의 머리 위에 혹을 만들어내었다.

        

        

        

        

        

        

        

        

       “…우, 우와. 아니, 도대체 이걸 어떻게….”

        

       “이카루스 미국 북동부 지부장이 레이시온 극비연구소에 짱박혀있던 위상배열 레이더 초도생산품을 기어코 찾아냈지. 게다가 여긴 냉각수라 하긴 뭐하지만 물도 어느 정도 풍부한 동네고…지상형 이지스 시스템을 설치하기엔 가장 괜찮은 곳이 될 거야.”

        

       “그, 제가 말한 건 그게 아닌데요.”

        

       “뭐, 크기가 꽤 크긴 하지. 이 핵심 부품의 무게만 해도 5톤 정도니까…그래도 그 정도 무게면 이카루스 기어랑 프로토타입 엑소 섀시 정도만으로 감당할 수 있어.”

        

       “자, 울지 말고 들자고. 하나, 둘, 셋!”

        

       “끄아아아악-!”

        

        

        

        한편, 그로부터 며칠 후. 자유의 여신상으로부터 동쪽으로 고작 2km 가량 떨어진 거버너스 섬.

        

        라플란드를 포함한 다섯 명의 변이자들은 중장비 없이 방공기지를 세운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버렸다.

        

        일상이었다.

        

        

        

        

        

        

        

        

        

        

        

        

        

        

        

        

       “막내는 여기 와본 적은 없는 모양이구만. 여긴 1996년까지 미군과 해안경비대가 쓰는 섬이었다고 하더군. 2014년에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고 해.”

        

       “아….”

        

       “얼마 전까진 재즈 파티, 미술 축제, 행사가 자주 열렸다나 뭐라나. 맨해튼의 스카이라인과 자유의 여신상을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광지로 인기가 많았던 곳이라고 하지만….”

        

       “…이젠 아닌 것 같네요.”

        

       “그렇지. 이젠 방공기지가 될 예정이니까.”

        

        

        

        뉴욕 맨해튼 남부, 거버너스 섬.

        

        날씨는 덥고, 불어닥치는 바닷바람에서는 습하고 짠 냄새, 그리고 바닷물에 부패해버린 썩은 쓰레기들의 냄새가 풍겨왔다.

        

        6월, 아니. 이제 7월이 되어버린 맨해튼은 실로 더웠고, 간만에 하늘 위에는 구름마저 그닥 많이 걸려있지 않았다. 다시 말해 햇빛이 그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내리쬐고 있다는 소리였다.

        

        노동의 강도가 상당했던만큼 몸에서는 땀이 열심히 흘러나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죽을 것처럼 힘들거나 덥지는 않았다. 이것도 저것도 무안단물…이 아니라 이카루스 기어 덕분이었다.

        

        

        거버너스 섬에는 수많은 공사인력과 자재운반용 드론 등등이 굉장히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공사감독은 간단하고 시원한 복장 위에 형광색 X자 띠를 두른 후 인부들의 상황을 살폈다.

        

        쉬는시간과 노동시간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있었지만, 대거 팀은 예외였다. 우리는 원한다면 언제든지 쉬고 다시 일할 수 있었기에.

        

        그리하여 나와 로건 씨는 큼지막한 물건 하나를 자리에 옮겨둔 다음, 땀을 식히기 위해 산책로를 따라 돌고 있었다.

        

        

        

       “운용 자체는 무인으로 한다고 쳐도, 전력라인 끌어오는 게 꽤 골치아프겠어. 이 섬까지 오려면 배를 타고 와야 하는데, 공사인력 옮기는 것도 상당히 곤란해지겠구만….”

        

       “그 반응로인가 하는 그거는 없나요?”

        

       “글쎄다. 어딘가 뒤져보면 있긴 하겠지. 근데 그 반응로와 지상형 이지스 시스템 간 전압 호환이 맞아야만 하겠지. 당연한 이야기야, 그건.”

        

       “…생각해보니 그도 그렇네요.”

        

       “뭐, 그건 우리 말고 전력 전문가들이 알아서 할 문제니까 신경쓸 건 아니고.”

        

        

        

        그 와중 하늘을 향해 눈길이 갔다.

        

        하늘 위에는 수십 기의 드론이 떠있었고, 그 중에서도 유달리 큰 동체를 자랑하는 여러 기체의 아래에는 거대한 미사일 플랫폼과 슈퍼컴퓨터 시설 등등이 매달려있었다. 아마 곧 지상에 안착하겠지.

        

        언뜻 보기에는 이런 것까지 가지고 있다니 아직 미국의 저력이 죽지 않았구나 싶을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그리 생각할지도 몰랐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다.

        

        아마 이게 박살나거나 하는 순간 미국은 말 그대로 질질 짜면서 그대로 몸져누워버리겠지. 이유야 간단하다. 더 이상 여분이 없으니까. 진짜 모든 여력을 다 짜내서 구축하고 있는 방공기지다.

        

        

        SM-6의 지상배치 버전 VLS 포드가 십수 개씩 모여 블록을 형성한다.

        

        포드 하나에 16개의 미사일이 있으니 미사일 숫자만 해도 백수십 개. 적이 만약 미 북동부를 강습하게 된다면 바로 이곳이 적 항공전력을 꺾어버리는 첨병이 될 것이었다.

        

        물론 그 전에 쏟아질 미사일 샤워부터 어떻게든 막아내야겠지만 말이다.

        

        

        

       “…이걸로도 한참 부족하겠죠?”

        

       “이건 어디까지나 첫 번째 전면전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지. 그보다도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면 좋은 거지만, 목적을 헷갈려선 안 돼.”

        

       “그것도 그렇긴 하죠.”

        

        

        

        당연한 소리였다.

        

        만약 미국이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에서 완전히 빗겨나갔다고 하더라도 러-중 연합군의 미사일 공격을 전부 막아낼 수는 없겠지. 지금 설치하고 있는 기지는 어디까지나 전력 보존을 위함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얻어맞는 것을 상정하는 건 아니었다. 미국 역시도 미사일은 많았다. 아마 전면전이 시작된다면 미국 북동부의 하늘이…불꽃으로 뒤덮이겠지.

        

        그때가 오는 건 필연이니, 부디 몇 개월 후 미국이 풍파에 휘말렸을 때, 죽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산책을 끝내고 다시금 복귀했을 때, 나는 라플란드 씨가 대략 200kg 가량의 짐을 들고 낑낑거리며 공사현장을 가로지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걸 보던 로건 씨는 큭큭 웃으며 내 등을 두들겨준 후 다른 곳으로 갔고, 나는 라플란드 씨의 뒤로 걸어가 덧붙였다.

        

        

        

       “좀 들어드릴까요?”

        

       “…이카루스 기어나 좀 줘….”

        

       “힘들어보이는데 얼른 주기나 하셔요.”

        

        

        

        그와 동시에 나는 라플란드 씨가 양쪽 손에 들고 있던 무거운 짐을 일부 나눠들었다. 그것만으로도 대략 60kg 가까이 무게가 덜어졌을 터였다.

        

        그제야 좀 살겠다는 표정을 본 순간 이게 정답이란 걸 알았다. 나는 싱긋 웃었고, 라플란드 씨는 슬그머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말없이 대략 수십 미터 가량을 걸었을까, 라플란드 씨가 입을 열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뭔가요?”

        

       “…그, 뭐야. 파쿼슨 대위. 그 사람이랑 요즘도 잘 지내냐?”

        

       “대위님…자주는 못 뵈지만, 그래도 만날 때마다 항상 반갑게 맞이해주세요. 정말 좋은 분이시라서…나중에 만나면 선물이라도 들고 가야겠네요. 근데 갑자기 왜 그러시나요?”

        

       “…말이 길구만, 너.”

        

        

        

        그치만 뭐어, 생명의 은인인걸.

        

        아무튼 그러는 사이 라플란드 씨와 나는 지정된 장소에 물자를 옮겨놓았다. 그러나 도와주는 건 여기까지. 나도 해야 할 일이 있으므로 이젠 슬슬 내 장소로 이동-해야만 했으나, 뭐라 해야 할까.

        

        라플란드 씨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이길래, 나는 잠시 기다렸다.

        

        그렇게 잠시 기다렸을까,

        

        

        

       “…그, 아니다. 나중에 물어볼게.”

       

       “…네에, 뭐. 언제든지 물어보셔요.”

        

        

        

        …뭔지는 몰라도 조금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그리하여, 나는 약간의 의아함만을 품은 채 그대로 내가 일하는 곳으로 향했다. 어쩌면 라플란드 씨가 나중에 이야기를 해주실지도 모르지, 뭐어.

        

        날씨 하나는 참 좋은 어느 날이었다.

        

        

        

        

        

        

        

       “…망할. 그 사람이 신경쓰인다는 말을 어떻게 해….”

        

        

        

        한편, 홀로 남겨진 라플란드는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적거리며 중얼거렸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신경쓰임’인지는 그녀조차도 모를 확률이 높았다.

        

        사람 마음이란 원래 그랬기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키마시타와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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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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