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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7

    <737 – 누가 그랬어(8)>

     

    아카데미에 돌아온 오크노디를 보며 지젤은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선언했다.

     

    “우리의 추측과 사다코 교수님의 정보가 옳았습니다. 오크노디는 확실히 변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하게, 재단이 바라는 방향으로.”

     

    아카데미에서 돌아온 오크노디는 또 다시 성격이 변화하였다.

    소심하고 자신 없는 소심노디의 성격이 거짓말처럼 모두 사라졌다.

    눈물 많고 이해심이 깊은 모습도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먹기 싫어하면서도 꾸역꾸역 괴식도시락을 먹어주던 오크노디는… 이제 없는 거야…?”

     

    이사벨의 슬픔에 젖은 물음에 손오천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거 만들고 맛이 어떤지 먹어는 봤냐? 그딴 도시락 들고 쫓아다니면 천사도 엔젤링 새까매지고 타락천사 되겠다.”

    “말이 너무 심하잖아. 내가 얼마나 열심히 만들었는데. 그리고 맛은 당연히 보면 안 되지. 오크노디는 1인분을 완식해야 수집이 된다면서 한 입도 남한테 안 뺏기려고 하는데.”

    “아니 진짜 먹어본 적도 없었어?!”

     

    손오천이 남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놀라거나 말거나 지젤은 관찰 보옥에 담긴 오크노디의 일상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티토소가 앞에서 유사조명대로 빛을 내뿜었다가 티토소가의 진퉁 조명대 화력에 밀려 으아앙 하고 비명을 지르는 오크노디의 모습이 보였다.

    저렇게 천진난만하게 노는 아이가 재단에게 영혼이 찢기고 여린 인간성을 박탈당한 처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다 아팠다.

     

    “쉽게 동정하지 마. 저 아이가 재단에게 당했다면 저것도 순수한 놀이로 여겨서는 안 돼.”

     

    지젤의 부름에 응한 카시아가 융합실험체로서의 경험에 빗대어 눈앞의 현상을 전혀 다르게 재해석했다.

     

    “오크노디가 정말로 티토소가와 조명대 출력놀이를 하고 있을까? 내 눈에는 마치… 티토소가의 힘을 연구하는 것처럼 보여. 티토소가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더라도, 그녀의 힘과 작용기전을 분석해서 자신이 개발한 독자적인 조명대로 ‘대체’하려는 것처럼.”

     

    섬뜩한 가정이지만 실험실에서 날마다 자신과 같은 실험체들이 융합부적격으로 인해 불타 죽고, 녹아내리고, 질식해 죽는 모습을 보며 자라온 카시아에게는 현실성이 높은 가정이었다.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 악마 같은 연구자들의 밑에서 자라난 아이라면 충분히 떠올릴 수 있을 법한 발상이었다.

     

    <사악한아이>

     

    이러한 오해에는 오크노디의 운명을 악으로 기울이려는 기능도 단단히 한몫했지만.

    신성에 눈을 뜨지 못한 이들은 그런 사실까지는 의식할 수 없었다.

     

    “우리가 알던 오크노디는 지금의 오크노디에게 가깝지만, 정말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오크노디는 아카데미에 있는 오크노디가 아니야. 먼저 그렇게 말한 건 지젤 당신이었잖아?”

    “…맞습니다.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면서까지 소견을 들려준 카시아를 생각해서라도 지금은 마음을 굳게 먹어야겠죠.”

     

    지젤은 티토소가의 힘을 분석하고 먹어 치우기 위해 노력하는 오크노디의 모습에서 눈을 뗐다.

     

    “저건… 재단의 ‘이사장’이 만들어낸 진짜를 바라보지 못하도록 만든 더미. 가짜노디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오크노디의 몸을 지녔지만, 우리의 도움을 바라는 오크노디는 저 몸 밖 어딘가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간절히 도움을 바라고 있을 겁니다.”

     

    가벼워졌던 분위기가 다시금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둠 속에서 힝잉잉 울며 티토소가처럼 불쌍하게 도움을 구하는 오크노디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모두의 주먹을 움켜쥐게 만들었다.

    카타콤 원정대 따위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진짜 위험이 닥쳤다.

     

    “우리는 그간 많은 실패를 겪었습니다. 달라지지 못한다면 이번에도 오크노디에게 도달하지 못할 겁니다.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되겠죠. 이번에 우리가 상대할 적은 무려 재단이니 말입니다.”

    “손속에 사정을 두지도 않겠지. 혈비객이나 사다코 교수님처럼 봐주지 않고 전부 죽이려고 들 테고.”

    “쥐방울 녀석… 왜 우리에게 의지하지 않았던 거냐. 결국 우리가 미덥지 않았다는 건가? 내가 녀석을 두려워해서, 그 마음을 의식해서 그랬다면, 녀석이 사라진 건 어쩌면…”

     

    불길한 상상에 괴로워하는 이사벨과 자책감에 빠진 손오천.

    두 사람을 달래려던 지젤은 별안간 지척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기척에 식겁했다.

    온갖 대사건에 휘말려왔던 그조차도 크루즈선의 ‘사도’나 아카데미 ‘교수’급에 비견되는 살기의 등장에는 숨이 저절로 막혔다.

     

    “그 말이 사실이야?”

     

    대괴수의 등장이라고 해도 믿겨질 정도로 두려운 기세의 중심에는 얼굴 가득 그늘이 드리운, 마치 그림자처럼 음울한 눈을 한 용사가 있었다.

     

    “진짜 오크노디는 이곳에 없고, 저기에 남은 건 껍데기뿐이라고. 진짜는 지금도 이사장의 곁에서 고통받고 있을 거라는 말. 그거, 진짜야…?”

     

    한 눈에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이슈타르는 망가졌다.

    마음이 부러진 것처럼 위태롭게 보이는 그녀를 함부로 자극하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지젤은 깨달았다.

    지금 이슈타르가 원하는 답을 해주어서는 안 된다고.

    학생들은 교장에게 항의하고 교수들이 구출 작전에 동원되도록 만드는 선에 그쳐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생각했다.

    이건 기회라고.

    지금의 이슈타르는 이용할 수 있다고.

     

    ‘역겹구나. 순수하지 못한 나 자신이.’

     

    지젤은 자신의 비겁함에 구역질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어른이었다.

    가장 불길한 상상이 실현되는 뒷골목의 암흑가를 살아왔다.

    실종된 아이의 수색을 맡긴 기사들이 범죄조직의 아지트를 습격하기 전, 뇌물을 받은 기사가 습격정보를 흘리고 인질은 모두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뒤늦게 후회하고 직접 사람을 풀어 달아난 조직을 급습하고 수송 마차를 열었을 땐 이미 늦었다.

    커다란 통 안에는 이미 죽어 흑마법사의 제물용으로 납품되던 시체만이 담겨있었다.

     

    “사실입니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기운을 터뜨리며 괴로워하는 이슈타르에게 지젤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죠. 암흑상회는 재단에 대한 충분한 정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2대 혁명가’로서 혁명군의 방대한 정보력마저 존재하죠.”

     

    현재, 세계에 자신만큼 방대한 정보망을 지닌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크노디가… 그렇게나 가까이 있었던 오크노디가, 자신의 의지로 재단의 처분을…!”

     

    이슈타르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리멸절한 표현일지라도 지젤은 파악했다.

     

    ‘처분지령이 내려왔었구나.’

     

    재단은 오크노디의 ‘조절’에 실패했다.

    감정을 몰라야 하는 아이는 너무 많은 감정에 눈을 떴다.

    스스로 친구들을 무가치하다며 버리지는 않았으나, 반대로 친구들이 소중하기에 자신을 버렸다.

    누구의 도움도 구하지 않고.

    홀로 재단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돌아왔다.

    감정이 파괴된 오크노디로.

    상식이 무너진 오크노디로.

    우리가 알고 지내던, 너무나도 익숙한, 그렇기에 더욱 슬픈 ‘망가진 오크노디’로.

    이슈타르는 그 사실을, 그 현장을 목전에서 직접 목격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막지 못한 결과, 손오천 이상의 자괴감에 빠지고야 말았다.

     

    “우리는 재단의 품으로부터 오크노디를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끝을 낼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우리 손으로 오크노디의 본모습을 되찾을 겁니다.”

     

    이슈타르가 지젤에게 부탁했다.

     

    “알려줘. 황제를 타도했던 때처럼,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도 끝내 성공했던 그때처럼, 기적을 반복할 방법을 알려줘. 제발…”

    “방법은 간단합니다. 교수들이 나서기 전에 우리가 먼저 재단을 치는 겁니다.”

     

    지젤은 그녀의 기대에 부응했다.

     

    “오크노디의 영혼처럼 귀중한 것을 이사장이 자신의 곁에 두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재단본부로 향하는 보안술식을 지닌 각 지부를 습격한다면 이사장이 가둔 오크노디의 찢겨진 영혼을 보관한 식물에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위험해.”

     

    이사벨이 곧바로 반대했다.

     

    “오크노디를 구하기 위해 모두가 죽을 작정이야?”

     

    크라켄 대소동.

    휴학생 전용구역.

    혈비객.

    카타콤 원정대.

    크고 작은 사건에서 오크노디의 곁에 남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재단 습격은 그런 사건들보다도 허들이 높다.

    무엇보다도 실전이다.

    이번에 낙오되는 사람은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

     

    “오크노디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희는 없었습니다. 내일을, 희망을 바라볼 힘도 미래도 없었습니다.”

     

    비겁하다고 해도 상관없다.

    아무리 많은 오크노디의 친구들이 죽거나 다치더라도 상관없다.

    지젤은 이미 각오를 끝마쳤다.

     

    “교수들은 그런 희생을 무릅쓰지 않기 위해,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지워버리겠죠. 오크노디의 영혼의 파편까지 전부. 저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 구하고 싶을 뿐입니다.”

     

    자신들이 아는, 기억하는 그 순수하고 가여운 어린아이를.

    간신히 찾아낸 ‘평범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빼앗긴 텅 빈 그릇이 아닌, ‘진짜 오크노디’를.

     

    “으앙앙앙! 너무 슬퍼어어!”

    “크흡,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얼마 전에 오크노디가 예쁜 돌을 주웠다고 선물로 줬어… 먹지 말고 관상용으로 보관하라길래 머리가 어떻게 되었나 싶었지만, 진짜는 그렇게 착하고 얌전한 아이였던 거야…?”

     

    알게 모르게 달라진 오크노디를 어색해하고 고쳐야 할 대상, 기분이 안 좋은 상태라고만 여겼던 모두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오크노디였다면.

    그걸 알아주지 않는 우리 때문에 더욱 슬퍼하고, 진짜 자신을 버리고 재단의 조정을 받고자 제 발로 재단의 품으로 돌아간 오크노디.

    이 비극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면.

    그 책임을 우리는 대체 어떻게 짊어져야 하는가…!

    지젤은 그 답을 모두에게 알려주었다.

     

    “1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목숨을 걸 각오가 된 분만이 저를 찾아오십시오.”

     

    1시간 뒤, 지젤은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완전무장을 한 학생들을 바라보며 지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대작전 <재단부수기>를 실행합니다.”

     

    학생들의 무단결근은 교수들의 상상보다 훨씬 커다란 사태로 이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재단과의 전쟁을 시작한 지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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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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