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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7

       

        

        

        

        

        

        

        

        

        

        

       “지금 보시는 적색의 점들, 그리고 점을 잇는 붉은 실선이 추후 있을 러-중 연합군의 공세에서 반드시 방어해야만 하는 요충지이자 네트워크망입니다.”

        

       “군 기지, 조병창, 무기고, 부대사령부, 잠수함 기지, 방공기지, 원자력 발전소까지…지켜야만 하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구만. 미국이 정상이었어도 저길 싸그리 지킬 수 있단 확신이 안 드는데.”

        

       “메인 주부터 플로리다 주까지의 해안선을 따라 존재하는 원자력 발전소 수만 16개군. 그리고 그 중 하나만이라도 터지게 되면 아주…끔찍해지겠어.”

        

       “그래도 해당 발전소가 아직 작동하고 있는 덕분에 어떻게든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말은 바로 해야지. 아직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작동시킬 수밖에 없는 거잖나.”

        

        

        

        센트럴 파크 HQ 지하 극비구역 아크, 최고사령부.

        

        미국에 전운이 조금씩 감돌고 있었다. 시니컬한 사람들조차 앞날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사이버사령부가 내놓은 데이터를 토대로 한 미래 예측 보고서가 테이블에 쌓인다.

        

        그리고 그것들을 분석할 때마다 센트럴 파크 사령부의 고위 직원들은 인정을 해야만 했다 – 현 시점에서 미국은 두 초강대국 연합의 미국 상륙을 저지할 수가 없었으며, 그마저도 아주 낙관적인 전망이었다.

        

        

        허나 확실한 것이 있다면,  조금만 ‘덜’ 낙관적인 전망을 변수로 넣고 시뮬레이션으로 돌렸을 때 나오는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 없었다.

        

        반쯤 멸망한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미국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사람은 적지만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시설과 물자, 병기 수는 헤아리기조차 어려웠다.

        

        그 중에서도 미국은 상기 언급했던 군사기지,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만큼은 무조건 지켜내야만 했다. 특히 후자는 하나라도 사수에 실패하고 파괴되는 순간 국가의 존망 자체가 기로에 걸릴 터였다.

        

        

        

       “…안 그래도 어떻게든 남은 사람들을 동원해 꼭 필요한 위치에 있는 원전을 제외하고 다른 곳들은 싸그리 정지시키고 있긴 하지만…전쟁 발발 전까지 해체 시간을 맞추기란 불가능하겠지.”

        

       “현재 미국 전 국토에 있는 원전 핵연료의 교체 혹은 처분, 정지는 1/10도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완전한 해체는 전쟁 마무리 단계나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지.”

        

       “그냥 못 한다고 하게. 중요한 건 어떻게 방어할지에 대해서니.”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적이 초전에 동원할 수 있는 병력도 그리 많지는 않으리란 부분입니다. 적어도 러시아는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실상이 꽤 알려진 편이니까요.”

        

       “그것만은 다행이지.”

        

        

        

        그 말대로.

        

        8년 가량 전이라는 꽤 오래된 과거 시점에서 발발한 전쟁에서 러시아는 자신들이 얼마나 무능한지를 만천하에 대놓고 알려주었고, 새로이 갱신된 데이터는 러시아 연방군의 모든 단점을 오체분시해 걸어놓았다.

        

        형편없다 못해 박살나있는 초급간부 및 장교진, 고질적인 횡령 문제, 끔찍할 정도의 군수지원 능력, 공수부대 수송전력 미흡, 그 외에도, 그 외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대량의 비숙련병 및 비-슬라브 병력들, 범죄자들 등을 고기방패로 내세워 탄약을 소모시키거나 했지만, 미국 본토에까지 그런 짓거리를 한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한 짓.

        

        바로 그 때문에 중국이 옆에서 붙은 거겠지만….

        

        

        

       “하필이면 제3함대와 제7함대가 일본에 묶였고, 다른 함대들도 엇비슷한 상황인가. 그나마 제2함대가 본국에 남아있어서 다행이군.”

        

       “제2함대 구성 띄우겠습니다.”

        

        

        

        최고사령부 지휘실의 벽면에 홀로그램이 걸린다.

        

        그 아래로 보이는 수많은 글자들. 하나의 함대를 구성하는 모든 부대가 전부 적혀있는 것이었으나, 그 중에는 빗금이 쳐지거나 퍼센테이지가 써있는 경우가 많았다. 적어도 절반 이상이 그러한 형태였다.

        

        강습상륙함과 상륙선거함, 원정이동기지선, 그리고 그 외에도 상륙 후 교두보를 건설하기 위해 존재하는 모든 통제대대와 건설대대를 포함하고 있는 제2원정전단, 현재 인력 부족으로 운용 불가.

        

        마찬가지의 이유로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USS 아이젠하워를 주축으로 하는 제2항모전단, USS 해리 트루먼을 주축으로 하는 제8항모전단, USS 조지 부시 주축의 제10항모전단도 작전투입 불가능.

        

        그나마 운용 가능한 마지막은-

        

        

        

       “…최신형 항공모함인 USS 제럴드 R. 포드를 주축으로 한 제12항모전단 정도인가. 그마저도 운용 가능한 함재기랑 구축함, 방공순양함은 얼마 되지도 않겠군. 제2함대의 부스러기를 전부 긁어모으면….”

        

       “제2함대가 발휘 가능한 전력의 20% 가량이 최선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확실하진 않습니다. 문제는 정비 및 호환입니다. 제12항모전단에 배치된 항공모함은 초도함이니까요.”

        

       “어떤 문제가 있나?”

        

       “전자기식 캐터펄트 내구도 문제, 탄약보급용 엘리베이터 결함, 듀얼밴드 레이더 문제 등이 2016년에 파악되었습니다. 현재는 고쳐진 지 오래이긴 합니다만, 실제 전투에 돌입했을 때는….”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지.”

        

        

        

        그와 동시에 최고사령부 한쪽에서 홀로그램으로 회의를 관람하던 누군가가 바쁘게 움직였다.

        

        군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푸근한 관상의 여성. 그러나 그녀, 도나 M. 올빈의 앞에 부유하고 있는 미합중국 36대 해군참모총장이라는 직위는 결코 괄시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옆에 새로운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제2함대의 사령관, 글렌 L. 루이스 해군 중장이었다.

        

        

        

       “이렇게 만나는 건 처음이로군, 글렌 중장. 이런 곤란한 시대에서도 여전히 미국의 한 켠을 지탱해주고 있다니 든든하기 그지없네.”

        

       “아직 무사하시군요, 각하. 이 또한 주님께서 보우하셨을지니….”

        

       “고맙네. 자세한 질문은 도나가 할 걸세. 갑작스럽겠지만 브리핑을 부탁하네.”

        

       “제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뭐든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질문.

        

        거국내각 – 사실상 야당과 여당, 행정부 중 살아있는 각료들을 긁어모은 혼종에 가깝긴 했지만 – 의 구성원들은 이를 진중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도나 해군참모총장은 헛기침과 함께 입을 열었다.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차후 있을 제3차세계대전의 서막에 있어, 통수권자께선 현재 미국이 운용 가능한 얼마 남지 않은 해군전력 중 유일하게 미국 본토의 방어가 가능한 제2함대의 역할이 매우 막중함을 인지했지.”

        

       “이해했습니다.”

        

       “현재 제2함대에서 운용 가능한 전력이 제12항모전단 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항모전단만으로 노퍽에서 뉴욕, 여차하면 플로리다까지 방어해야만 할 수도 있어. 이해했나?”

        

       “…방어작전의 목표는 어떻게 됩니까?”

        

       “적 연합전력을 시작부터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대신 첫 번째 공세에서 아군이 반격할 수 있을 정도의 여력을 온존해야만 하지.”

        

        

        

        삑!

        

        그와 동시에 새로이 추가되는 데이터. 그제야 글렌 중장은 안도의 한숨 비스무리한 것을 내뱉었지고, 별도의 스크린을 훑어보는 듯한 동작과 함께 덧붙였다.

        

        

        

       “최대한으로 노력해보겠습니다. 대신 추가적인 인력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제12항모전단을 제외한 다른 전단은 유지보수만으로도 힘에 부치고 있습니다.”

        

       “노력해보지. 얼마만큼의 자원과 인력이 필요한가?”

        

       “제12항모전단을 전장에 투입하려면 본연의 일을 다할 수 있는 9천 명 가량의 숙련된 운용인력이 최소한으로 요구됩니다. 그리고 현재 저흰 6천 명 가량의 인원밖에 없습니다.”

        

       “이해했네.”

        

        

        

        늘 그렇듯, 어디든 상황은 좋지 못했다.

        

        특히나 한 번 전투에 나서게 되면 그 어디보다도 든든하지만, 반대로 그 정도의 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타 군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고도로 숙련된 인력들을 대량으로 필요로 했다.

        

        더군다나 원자력 발전기가 달린 항공모함과 달리 구축함이나 순양함은 가스터빈 엔진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었고, 별도의 연료가 대량으로 필요하단 것 역시도 기정사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

        

        자신 및 휘하 항모전단의 운명을 직감이라도 한 것처럼, 글렌 중장이 입을 열었다.

        

        

        

       “해당 명령은 예하 책임자들에게 잘 전달하겠습니다. 합중국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거버너스 섬을 비롯한 여러 곳에 별도의 방공망이 구축되고 있어. 귀관들이 북동부 앞바다에서 침몰하더라도 죽지만 않는다면 최선을 다해 건져주지.”

        

       “알겠습니다.”

        

        

        

        홀로그램 하나가 픽 꺼지고, 방 내부에는 잠시 정적이 일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곧 정리되고, 다음 내용이 떴다. 메인 주부터 매사추세츠, 뉴욕, 뉴저지와 버지니아, 메릴랜드, 볼티모어, 노스/사우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플로리다까지.

        

        무려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안선을 전부 지킬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최소한의 방어는 가능하도록 지대공 미사일 플랫폼이 곳곳에 들어서는 것이 이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추가적인 태스크포스 창설을 위해, 1차투입요원들 중 그 성과가 유달리 뛰어난 에이전트의 명단이 추려지고, 그 무엇보다도 엄중하게 관리되고 있는 이카루스 기어가 머잖아 빛을 볼 예정이었다.

        

        전직 제75레인저연대 산하 연대직할수색중대(RRC) 소속 1차투입요원 카르멘 요한슨 미첼, 마찬가지로 전직 그린베레 원사이자 1차투입요원이었던 에드윈 서킨스, 그 외에도 십수 명 이상.

        

        과연 이들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 것인지, 혹은 미국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헨리 대통령이 사이버사령부가 전송한 예상 분석 결과를 훑어보던 중 이어지는 말.

        

        

        

       “각하, 이제라도 맨해튼에서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흐음.”

        

       “국방부 내부에 있던 변절자들도 대부분 처리가 끝났고, 아르테미스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주었으니, 이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정적.

        

        헨리는 그 순간 주변을 슬그머니 둘러보았다. 지휘실 내의 면면과 눈이 마주쳤고, 그는 그 순간 그들이 해당 논지에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보자면 그것이 맞았다. 맨해튼을 빠져나갈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면 나머지들은 실무자들에게 맡기면 될 뿐이었으니까. 게다가 그 자신은 죽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그는 생각을 정리했고, 이어 말했다.

        

        

        

       “근시일 내로 그렇게 하지. 이동 계획은 위임하겠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나는…다시 맨해튼에 돌아올걸세.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나?”

        

        

        

        잠깐의 정적.

        

        그리고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빅 애플은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각하.”

        

        

        

        그제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씨, 너무 더워…더 이상 못 하겠어!”

        

       “늑대가 제일 먼저 뻗었구만. 막내, 저 친구 좀 어디 시원한 곳에 옮겨두고 와라.”

        

       “네에.”

        

        

        

        한편, 거버너스 섬.

        

        이곳에선 진지공사 비스무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카루스 기어가 없다면, 변이자조차 뉴욕의 7월은 견디기 어렵다…메모해야겠구만.”

        

       “오늘이 유달리 덥긴 했어. 33도를 넘어가다니, 쿨러 없는 친구들은 견디기 어렵지.”

        

       “자, 제 등에 업히세요. 진짜 덥긴 한가보네요.”

        

       “후, 헤엑….”

        

        

        

        오후 2시, 맨해튼 거버너스 섬, 기온이 무려 34도 가량에 육박할 즈음, 늑대가 뻗어버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티브가 된 늑대와는 다르게 라플란드 씨는 몸에 땀샘이 별도로 있는 사람이었기에 훨씬 원활한 쿨링이 가능했지만, 그래도 몸에 땀이 아주 질질 나는 건 좀 불쌍했다.

        

        아무튼 그럼 어쩌겠어, 내가 대거 팀에서 가장 짬이 낮은데. 물론 여기서의 짬은 팀의 창설 시기랑은 관계가 없다. 당연히 군 경력 기준으로의 나열이지. 그러니 데려가는 것도 내가 할 수밖에.

        

        아무튼 라플란드 씨를 그늘로 데려가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었을까, 치안유지를 위해 파견된 헌병 한 분이 다가왔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무슨 일 있니, 꼬맹이?”

        

       “…아, 미첼 하사님!”

        

       “더위에 팬케이크가 되어버린 친구 한 명이 여기 있었구만. 네 후임이다, 유진. 살살 옮겨주라고.”

        

       “히히, 그래야죠.”

        

       “그리고 여긴…막내 업어간 분들이로군요. 반갑습니다. 엄청난 전공을 세우면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반갑습니다.”

        

        

        

        미첼 하사님.

        

        과거 파쿼슨 대위님과 함께, 제107헌병중대에 처음 왔을 때 나를 아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주신 하사님이 우연의 일치로 이 자리에 함께 하고 계셨다. 물론 헌병중대 정도는 와야 할 공사장이긴 한데.

        

        그 와중에도 슬금슬금 헌병중대원 두세 분이 이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오신다. 기웃기웃하더니 이내 손가락으로 라플란드 씨를 가리키며 빵 터졌다.

        

        진즉 친해진 분대원 분들은 라플란드 씨를 안아든 나를 보고 바로 한 마디씩 말을 던져오셨다.

        

        

        

       “오랜만이구만, 꼬맹이! 그동안 잘 지냈냐? 몇 개월쯤 지났다고 꽤 인상이 달라졌어.”

        

       “아유, 오랜만이에요, 다들. 좀 많은 일이 있었어요, 히히.”

        

       “그래도 표정이 많이 폈구만. 잘 됐어. 아무튼 꼬질꼬질한 막내가 가장 먼저 뻗었구만. 변이자치고는 영 비실비실한데?”

        

       “기어가 없어서 그래요. 아무튼 오래 놔두면 더 힘들어할 것 같으니 그늘로 데려갈게요. 잠시만 비켜주세요오….”

        

       “그래그래. 잘 다녀와라.”

        

        

        

        친근한 대화로 약간의 시간을 허비해버렸지만, 그래도 큰 걱정은 없었다.

        

        일단 나와 몸이 접촉한 순간, 나는 원한다면 냉각 기능을 라플란드 씨에게도 둘러줄 수 있었다. 아마 내 등에 업힌 순간부터 훨씬 시원하다고 느끼고 있지 않을까.

        

        지금은 끙끙대고 계셔서 의사 표현이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햇빛은 쨍쨍했지만 주변에는 여전히 멀쩡한 콘크리트 건물이 즐비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멀끔하게 청소된 휴게실이 있었다. 슬프게도 안에 별도의 냉방기구 같은 건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었다. 거버너스 섬에 지어질 방공진지는 완전한 무인가동일 예정이었으니.

        

        어차피 젖어도 날이 심한 탓에 금세 마를 확률이 높았기에, 나는 망설임없이 라플란드 씨의 몸에 시원한 물을 뿌렸다.

        

        물에 젖은 멍멍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촤아악!

        

        

        

       “어우, 프허헙…!”

        

       “이제 좀 정신이 드시나요?”

        

       “얌마, 누가 사람을 깨울 때 물을 뿌려, 아우…그래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시원해서 봐주는거야.”

        

       “네에.”

        

        

        

        효과는 굉장했다!

        

        라플란드 씨는 스프링마냥 위로 튕겨올랐고, 나는 그걸 보면서 작게 웃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것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긴 했다.

        

        수건으로 물과 땀이 혼합된 액체를 적당히 닦아낸 라플란드 씨가 앞에 놓여있는 음료수를 열심히 들이켰고, 나는 기어 자체의 기능을 통해 신체 온도를 스캔했다. 다행히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한숨을 내쉰 라플란드 씨를 바라보며, 나는 이카루스 기어를 얼른 이 사람에게 지급해줘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변이자를 써먹으려면 변이자의 특성을 좀 이해해줘야지.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려 라플란드 씨를 쳐다보았다.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는 것 같지만, 귀가 조금 아래로 처져있었다. 조금 침울해질 때는 항상 이랬다. 어째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나였더라면 기껏 여기까지 와서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서 그럴지도.

        

        그런 분위기로 끌고 가는 건 여러모로 좋지 않을 것 같았기에, 나는 아까의 이야기를 꺼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응?”

        

       “아까 무슨 말 하려고 하셨나요?”

        

       “푸웁-!”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뒷말을 듣지 못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라플란드 씨가 그 순간 맹렬히 기침을 해댔기 때문이었다.

        

        콜록거리는 소리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한순간 이 분이 질식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기에 걱정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숨이 막혀서 그런지는 몰라도 한순간에 새빨개진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뭔 말을 할지는 몰랐지만, 나는 황급히 옆에 앉아 등을 두들겨주었다. 뭔가 내게 격렬하게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내용은 대충 알 것 같았기에, 미안하다며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기침하던 라플란드 씨도 머잖아 진정을 찾았고, 나는 물을 다시 건네주면서 입을 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입을 열려고 했다.

        

        아는 분이 또다시 들어오기 전까진.

        

        

        

       ───벌컥!

        

        

        

       “라플란드, 여기 있나?”

        

       “무, 뭣, 잠깐만.”

        

       “아, 파쿼슨 대위님! 오랜만이에요! 여긴 어떻게 아셨어요?”

        

       “중대원들이 말해줬지. 아무튼 오래간만이다, 꼬맹이. 그리고 새로 들어온 후임인 라플란드도 말이다.”

        

       “아니, 아니. 이걸 왜 직접 찾아옵니까.”

        

        

        

        그 말대로, 파쿼슨 대위님까지 등장하셨다.

        

        한순간에 연달아 이어지는 대화. 어떻게 보면 그닥 이상할 것도 없었지만…근데 어째서 기시감이 들까. 거의 본능적으로 그리 생각한 나는 무심코 라플란드 씨를 향해 눈동자를 돌리고 있었다.

        

        그 순간 보이는 것. 사레 때문에 여전히 얼굴은 빨간 상태였지만, 어째서인지 나는…여자의 직감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어쩐지 사레 때문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즈음,

        

        

        

       ‘…아.’

        

        

        

        아하.

        

        그런 거였나.

         

        뭔지 알 것 같았기에, 나는 웃었다.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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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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