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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8

    <738 – 누가 그랬어(9)>

     

    지젤은 치타처럼 웅크려 앉았다.

    오크노디와 친한 친구들, 친한 조직들, 외부인, 몬스터, 교수.

    수많은 존재가 오크노디와 가까워지려고 할 때.

    지젤만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더 넓은 시야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오크노디를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욕망이 충돌하면,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상처 입는 사람은 오크노디가 되기 때문이다.

     

    “지젤. 오크노디가 소풍 가자는데 같이 안 갈래?”

    “즐거운 시간은 이사벨에게 양보하겠습니다. 오랜만에 함께 다녀오시죠.”

     

    이사벨이 오크노디와의 식도락 소풍여행을 즐기는 사이, 지젤은 그녀에게 접근하는 암살자를 제거하는 리프와 그녀가 처분한 시체에 접근했다.

    그들이 아카데미에 잠입할 수 있었던 내부관계자를 색출하고, 습격자가 어디로부터 들어왔으며 어떤 식으로 양성되었는지를 추적했다.

    흔적은 적지만 세상 모든 곳에 눈을 든 암흑상회를 속이기란 불가능하다.

     

    ‘너희도 생명체인 이상 먹고 마시기는 해야겠지.’

     

    재단에도 자체적인 상단과 상행루트가 있지만 암흑상회의 눈은 이미 재단 내부에도 뻗어졌다.

     

    “대세는 뒤집어졌습니다. 암흑상회의 눈은 혁명군을 통해 양지에도 뻗어졌고, 아카데미에서 이룬 공고한 인연은 외부거대조직과의 연계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단이 밀려나고 있음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대단한 녀석이군. 마치 이사장의 초창기를 보는 것처럼 수완이 예사롭지 않아.”

     

    재단의 부지부장의 포섭마저 성공하는 순간, 암흑상회의 재단에 대한 정보력은 대폭 증가했다.

    간부회의에서 우여곡절 끝에 지부장들이 대거 사망한 뒤로는 수직상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보력이 폭등했다.

    유사시에 지부장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부지부장을 손에 넣은 순간, 재단지부가 통째로 암흑상회에 넘어온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재단본부로 향하려면 각 지부에 숨겨진 ‘열쇠술식’을 모아야 한다. 5개 이상의 재단지부, 우리를 제외하면 4개 이상의 지부를 습격해서 술식을 탈환해야 하지. 그런 일이 정말로 가능하겠나?”

    “가능합니다.”

     

    지금의 암흑상회에는, 지젤에게는 그만한 힘과 권력이 있다.

    심지어 이 모든 일을 그 혼자서만 행하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 펫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정확히는 카밀라사단 전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좋아. 오크노디에게는 빚을 지기도 했으니까.”

     

    교관 루소를 이용해 오크노디를 습격했던 981기의 계약사기꾼, 펫들의 여왕님 카밀라.

    사기계약으로 계약자들의 명령권을 손에 넣고 기수 전체를 장악할 야심을 세웠던 야심가는 오크노디에게 패배한 이후, 연애사업으로 노선을 틀었다.

    카밀라사단의 세력은 규모가 줄었으나, 계약서의 힘을 빌려 감정에 솔직해지고 서로 이어진 커플들의 자발적인 조직충성도는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재단과의 전쟁.

    이 무모한 임무에도 기꺼이 따를 정도로 말이다.

     

    “대규모 커플축제를 이용해서 도시경비병력을 빼돌리고 시장관저를 습격하려는 재단지부의 계획을 입수했습니다. 암흑상회가 이를 역이용해서 재단지부를 털어버릴 예정이지만, 축제현장과 시장관저의 재단병력을 붙들고 저지할 인원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축제현장은…”

    “사람이 많고, 축제참가자들이 인질로 잡힐 우려가 있단 말이지? 그래서 위기의 순간에 최대한의 강함을 발휘할 수 있는 전력이 다수 필요하고. 그런 이유라면 제대로 찾아왔어. 계약사기꾼은 추종자가 많을수록 강해지지.”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동의서’ 한 장으로 계약서를 거치는 순간, 카밀라의 판에 끌려간다.

     

    “이제야 ‘징수’를 시작하는군.”

    “헥토르 왕자전하. 트로이 왕국이 오크노디의 선택을 받으며 살아남은 지금, 귀국이 짊어진 빚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정말 어려운 부탁이 될 겁니다.”

    “수집도시를 습격하려는 재단에게 입구를 열되 퇴로는 막는다. 저지 과정에서 피해는 눈덩이 구르듯이 커지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오크노디에게 좋지 못한 감정을 품고 있으나, 동시에 빚을 진 것은 사실인 상황.

    헥토르는 이 기회에 그 빚을 청산하기로 작정했다.

     

    “북부의 원정대를 내륙으로 되돌려 달라?”

    “북부는 오크노디의 도움에 힘입어 내부의 적을 모조리 축출할 수 있었습니다. 북부대공께서 빚을 갚으실 차례입니다.”

    “마왕군의 북부최전선을 인류활동한계지역 너머까지 몰아낼 절호의 기회다. 그 기회를 미루고 병력을 나눌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인가?”

    “믿음의 가치에 매길 무게는 오직 당사자만이 알 수 있지요. 북부대공께서 오크노디에게, 다크프린세스에게 메길 무게는 어느 정도입니까?”

     

    북부대공은 지젤의 원군 요청에 즉답했다.

     

    “산정산만큼이나 거대하지.”

     

    원군의 파견이 약속됐다.

    재단지부 하나를 무력으로 장악할 병력을 확보했다.

     

    “허접♡”

    “…아직 아무 말씀도 안 드렸습니다만.”

    “생각이 뻔해♡ 용건이 없으면 사람을 찾지 않는 지젤이 연락했으면 보나 마나 뻔하지.”

    “여제가 되신 뒤로 한층 더 지혜로워지셨군요. 말씀대로 부탁이 있습니다.”

    “들어줄게♡”

    “…아직 무슨 부탁인지 말씀도 안 드렸습니다만.”

    “어차피 오크노디잖아~? 지젤이 영향력 손해를 감수해 가면서 내게 머리를 조아릴 이유는♡”

     

    매스각키는 통신마도구 너머로도 느껴지는 특유의 얄미운 웃음소리를 내었다.

     

    “킥킥. 할 말이라고 해봤자 어차피 뻔한걸. 제국은 재단의 집중감시를 받고 있으니 특별한 전력의 도움을 받길 원하지~?”

    “맞습니다.”

    “마침 있어. 재단의 눈을 피해 맘대로 굴릴 수 있는 든든한 최정예 전력. 이지를 상실한 언데드라고 싫어지는 건 아니지~?”

     

    전대 황제의 죽음 이후, 금기연구소에서 개발되었으나 오크노디가 회수를 미루며 처우가 불분명해진 언데드 영웅부대.

    오크노디가 사용하지 않고 미루었던 칼이 그녀의 구출을 위한 재단지부 습격에 동원되었다.

     

    “이것으로 준비는 끝났습니다.”

     

    재단의 4개 지부.

    본부로 향하는 열쇠 술식 회수를 위한 외부전력이 갖추어졌다.

     

    “페이즈 1 준비 단계는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재단부수기> 작전 페이즈 2 지부 습격을 개시합니다.”

     

    웅크린 치타 지젤이 달리기 시작했다.

    앞서 오크노디에게 호감도를 쌓은 모든 이들을 단숨에 추월할 속도로.

    지젤은 가장 거대한 적에게 달려들었다.

    암흑상회 vs 와이히엠하이 재단.

    그 전초전이 시작됐다.

     

     

    * * *

     

     

    와이히엠하이 재단 이사장 제일 와이히엠하이.

    그는 최근 개발에 완성한 신무기의 위력에 대단한 만족감을 느꼈다.

     

    “모래계의 12%가 마력증강핵폭탄에 증발, 80%의 영역이 영구적인 변질 및 피해를 입었습니다. 차원계의 수복에는 최소 1만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고를 올리는 비서실장의 얼굴에도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의 감정이 떠올랐다.

    끝났다.

    이제 교장이 애지중지하는 100개의 차원계를 순회하면 향후 1만 년은 수복할 수 없는 데미지를 입힐 수 있게 된다.

    드래곤 교장의 일백차원의 백개속성 무적방어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차원비공정의 파견 지령을 전하세요.”

    “비공정과 핵폭탄의 위험성이 알려지거든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 차원 진입 도중에 반격당할 시, 중간계에서 폭발이 일어날 우려가 있습니다.”

    “완파한 정령계에서 습격을 개시하면 됩니다.”

    “차원도약에 필요한 에너지가 지나치게 많아집니다. 재단이 보유한 마석이 대규모로 이동하면 외부에서 이를 눈치챌 수 있습니다.”

    “하하하! 비서실장, 마음이 많이 급해지셨군요.”

    “…!”

    “이제야 눈치챈들 늦었습니다. 그들이 행동하기 전에 일백 차원은 이미 무너질 겁니다.”

     

    재단의 승리는 이미 확정되었다.

    재단의 저력을 깨달았을 때에는 교장이 지배한 차원이 모두 무너진 이후.

    세계를 쥐락펴락하며 뒤흔드는 힘의 근간을 대부분 상실한 악룡 오모시로이는 이전과 같은 위상을 지닐 수 없다.

     

    “악룡의 영향력은 줄어든 반면, 저는 새로운 강철계의 통로를 보유하고 있죠. 힘의 균형은 제게로 기웁니다.”

    “……”

    “아쉽게 되었군요. 당신이 오래도록 바라던 기회는 끝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간의 노고를 생각해서 눈감아 드리겠습니다. 명색이 직속삼장이나 되는 거물이 쉽게 갈아치워져서야 조직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늦었다.

    이사장의 타도는 이제 불가능하다.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울분을 토해내고자 비서실장이 힘을 끌어올리려던 순간.

    최악의 타이밍에 가장 원치 않았던 방문자가 이사장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참 즐기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전달물’이 있다.”

    “호오. 집사장이 제게 말입니까?”

    “오크노디의 선물이다.”

     

    이사장은 선물도 선물이지만 집사장의 초췌한 안색과 만신창이가 된 몸이 더 흥미로웠다.

     

    “보고도 끊겨서 예사롭지 않은 사태에 휘말렸다고는 알고 있었습니다만, 꼴이 말이 아니군요.”

    “…마왕군 사천왕이 간부회의 도중에 우리쪽 간부들을 습격했다. 분명 내부에서 정보가 새어 나갔겠지.”

     

    집사장은 비서실장을 향해 노골적으로 살의를 드러내었다.

    이사장과 1 대 1의 대치조차도 자신 없거늘, 그에 준하는 실력자와 1 대 2의 대치 구도가 잡혔다.

     

    ‘끝이군.’

     

    비서실장은 죽음을 직감했으나, 뜻밖에도 집사장은 살의를 거두었다.

    비서실장의 배신이라는 하찮은 일보다 더 급한 용무가 있다는 것처럼.

     

    “모처럼의 선물이 상해서는 곤란하지. 오크노디는 이걸 네 정장에 달아달라고 하더군.”

     

    집사장이 내민 새카만 보석결정체를 이사장은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느껴지는 마력 반응이 정말 예사롭지 않았다.

    등급으로 따지자면 <신물>급 성물에 비견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곤란하군요. 몹쓸 호기심은 가지면 안 되는데…”

    “…”

    “운명을 거스르면서까지 얻은 딸아이의 첫 선물을 받지 않을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집사장은 이 물건을 손에 얻은 뒤로 겪은 수많은 고행을 떠올리며 진저리를 쳤다.

    드디어 이 불길한 물건을 떠넘길 수 있겠구나.

    이사장의 옷에 달기 위해 손을 뻗은 집사장이었으나, 장착 직전에 이사장이 집사장의 손을 밀어냈다.

     

    “잠시만요.”

    “…왜 그러지?”

    “모처럼 받은 선물은 더욱 뜻깊게 사용해야 준 사람도 보람차지 않겠습니까? 이건 더 좋은 방법으로 제가 사용하겠습니다.”

     

    이사장은 선물을 넘겨받았다.

    그 순간, 선물의 효력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

    *불행의 룬* : 강력한 마법은 룬의 형태로 압축됩니다. 강력한 저주 또한 룬마법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불행은 지나치게 강한 저주가 중첩되어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행운이 감소합니다.

    [보유효과 – 모든 판정 성공확률 50% 감소]

    [장착효과 – 모든 판정 성공확률 100% 감소]

    ━━━

     

    오크노디가 당부했던 대로 ‘장착’에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이사장에게 넘겨주는 건 성공했다.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

    그러나 ‘반절’만으로도 불행의 룬은 앞서 집사장이 겪었던 억까의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

     

    갑자기 비공정의 창 너머로 번쩍이는 불빛.

    무서울 정도로 불어나는 마력반응.

    경악의 뒤로 이어지는 것은 거대한 폭발음이었으니.

     

    투콰아아아아앙!

     

    멀리, 비공정격납고에서 일어나는 대형폭발.

    작은 차원계는 한 발에 증발시킬 수 있는 폭발이 재단의 비밀연구시설 하나를 통째로 증발시켰다.

    순간적으로 펼쳐진 차원장벽이 중간계의 파멸을 막아냈지만, 그 여파는 차원장벽 내부에 속한 모든 물질의 완전파멸로 이어졌다.

    심지어 봉쇄한 차원장벽도 차원계가 에너지를 다 흡수하지 못해 새어 나오는 기운이 보일 정도였다.

    벙찐 모두에게 집사 한 명이 급히 달려와 보고했다.

     

    “마력핵무기의 마력증폭구조가 갑자기 급속도로 붕괴하며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이곳에 머무르면 마나오염에 당할 수 있으니 신속히 도주해야 합니다!”

    “…”

     

    억까의 매운맛을 처음 본 이사장.

    그에게는 불행히도 재단지부 습격이라는 또 다른 억까가 이 와중에 무려 네 건이나 몰려오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딸의 선물을 받고 정신이 아찔해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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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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