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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8

        

         

       그것은 참으로 기묘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굳이 팔을 바닷속에서 뻗어서 뭍으로 집어 던진다고?

       그저 힘을 주어서 끌어당기기만 한다면 붙잡힌 이가 물귀신이 될 수 있는데도?

       너무나도 쉽게 물의 힘을 이용해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데도?

         

       대관절 그렇게 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손에 들고 있는 창으로 찔러 죽이는 것이 아니라 굳이 창대로 머리를 깨서 죽이는 것 같은, 비효율적이고 의미를 알 수 없는 행위임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붙잡혀서 날아가는 이들도 순간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으니까.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이게 잘못된 일은 아니었다.

       이는 그들의 반응처럼 ‘상식적인’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허허허. 괜히 물 아래로 가라앉았다가는 일을 그르칠 수 있는 법이지….’

         

       이것은 명백히 누군가의 의도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주술사의 의도가 말이다.

         

       그 의도는 하나의 행동에 여러 가지의 의미가 있었음이니.

         

       박진성은 겉으로는 심각한 척, 이해할 수 없다는 척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날아가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배를. 배를 붙여라-!”

         

       아무런 지원도 준비도 없이 섬으로 날아간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다급하게 움직이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어서 배를 해안가로 대서 덩그러니 악귀의 영역에 뚝 떨어져 버린 이들을 어서 구원해야겠다는 얼굴로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간절하게 해안가에 배를 대기에 갈망하였음일까.

       배 역시 탑승객들 모두의 염원을 받아 빠르게 해안가에 붙을 수 있었다.

       팔 역시도 그저 뻗어서 사람들을 간간이 집어 던질 뿐,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고 말이다.

         

       “으아-아아아악-! 역장, 역장이 왜 안 먹혀-!”

         

       물론 그 과정에서 붙잡힌 사람이 비명을 지른다거나, 그 비명이 점점 멀어진다거나, 종국에는 땅에 발을 딱 디디면서 저 멀리 나뭇가지 윤곽만 보이는 악귀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거나 하는 일이 있기는 했지만….

         

       배가 의외로 빠르게 움직여 해안가에 붙은 이상에야,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악귀에게 공격당하기 전에 합류한다면 사람들을 뿔뿔이 흩어놓으려는 악귀의 수작을 무력화한 것이나 다름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해안가에 배가 붙자 사람들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어느새 한곳에 모여있는 이들에게 다가가고, 작전대로 자리를 잡고.

       그렇게 악귀를 상대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악귀에 대항하는 이 모습을 보라.

       멋지지 아니한가.

         

       저 멀리에 보이는 나뭇가지 흔들거리는 모습.

       윤곽으로밖에 보이지는 않지만 척 보기에도 강력해 보이는 존재였으니.

       저러한 존재에 맞서 칼을 휘두르고, 마법을 사용하고, 신의 힘을 빌리고 주술을 사용하여 물리칠 준비가 되어있으니 이들이 바로 악귀를 구원해줄 천상의 군세요 인간의 영토를 넓히려는 위대한 전사들이라.

       저 악귀를 앞에 두고서도 두려움이 없으니 과연 참으로 믿음직스럽도다.

         

       믿음직스럽도다.

         

         

         

         

        * * *

         

         

         

         

       꾸울꺽.

       꾸움뻑.

       꾸울꺽.

       꾸움뻑.

         

       목구멍에 흙이 꿀꺽꿀꺽 넘어가는 기괴한 느낌.

       진흙을 곱게 갈고 걸러내어서 목구멍에 흘려내는 그 느낌.

       썩은 시체의 진액을 혓바닥에 골고루 칠하는 그 느낌.

         

       토악질하고 싶어도 식도 하나하나가 진흙으로 가득 차 게워낼 수가 없고, 말을 하고 싶어도 입 안 가득 들어차 있는 끔찍한 썩은 액체 때문에 그 어떠한 소리조차 낼 수가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눈알을 끔뻑끔뻑 움직이고 숨을 거칠게 내쉬는 것뿐이지만, 능력자들이라고 한들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상황과 감각 앞에서 대체 뭐 얼마나 담대할 수가 있으랴?

         

       “….”

         

       “….”

         

       “….”

         

       “….”

         

       능력자들은.

         

       팔에 붙잡혀 하늘을 날아간 능력자들은 그저 괴로워할 수밖에 없었다.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그곳.

       보드라운 모래와 자갈, 돌덩이가 가득 들어차 있는 곳.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것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그들의 기척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그곳.

       악령에게 당하지 아니하였던 생명체들-벌레나 지렁이 같은 것들의 시체가 피부에 선명하게 느껴지는 그곳.

         

       지하에서.

         

       “….”

         

       “….”

         

       “….”

         

       기묘하다.

       기괴하다.

         

       그리고, 괴롭다.

         

       물에 흠뻑 젖은 모래는 늪처럼 그들을 감싸고 있었고, 딱 이것이 너희가 몸을 눕힐 공간이라고 말하는 듯 남겨놓은 관 안쪽 수준의 공간은 그들에게 약간의 유예를 제공하였을 뿐 그들에게 자유를 제공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널빤지도 없이, 그저 흙더미로 이루어진 벽이었기에 더더욱 초라하고 괴롭게만 느껴지게 할 뿐이다.

         

       늪을 생각나게 만드는 진흙과 단단한 흙더미의 조합.

       그런데도 무너지지 않고 그들을 가두고 구속하는 그 기묘한 성능.

         

       이해할 수 없지만, 동시에 이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상식 밖의 존재.

       악령과 악귀의 권능이 아니겠는가?

         

       “….”

         

       “….”

         

       “….”

         

       심장 소리 하나.

       귓가를 지나치는 핏줄이 맥동하는 소리.

       그리고, 들이쉬고 내뱉을 때마다 시시각각 줄어드는 지하의 공기.

         

       아.

       들린다.

       명줄이 끊어질 때가 다가온다.

       저 멀리에서 사신이 한 발짝 한 발짝 그들에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숨 한 번 내쉴 때마다 한 걸음.

       숨 한 번 들이쉴 때마다 멈칫.

         

       지독하리만큼 규칙적이고 직관적인 그 형상에.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공포에.

       그리고 그런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무력감에 젖어, 미쳐버릴 것만 같다.

         

       그렇기에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붙잡힌 자신들을 구할 동료들의 존재를.

       그들이 자신들이 이곳에 있음을 알아차려 주기를.

         

       『 이봐, 산을 벴다는 그 솜씨 여기서 좀 보여달라고! 』

         

       『 배에서 못 보여줬던 그 솜씨, 여기서 보여줄 수 있겠지? 』

         

       『 …물론. 』

         

       알아차려 줘.

         

       『 …쯧, 그놈의 신인지 뭔지 방해하지나 마시오. 』

         

       『 너희가 나약한 건데 왜 우리보고 그러는지 모르겠군. 』

         

       『 저런…. 하. 좋소. 그래, 내가 맞춰주지. 이번만이야. 』

         

       『 하, 누가 할 소리. 가보자고. 』

         

       『 흥. 』

         

       눈치를 채.

         

       『 아까는 역장이 먹히지 않았는데…. 혹시 물질이 아니라 비물질로 몸을 구성한 건가? 그런데 그렇다면 몸을 잡고 휘두를만한 물리력을 발휘할 수는 없었을 텐데….』

         

       『 어쩌면 팔은 환상과도 같은 것이고, 실제로는 염동력을 사용해서 날려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일종의 트릭이죠. 』

         

       『 그거 일리가 있군요. 그렇다면 하늘로 띄워서 끌어당긴 것도 염동력의 특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염동력의 파괴력을 끌어올리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 회전, 그리고 그다음이 탄성이니까 말입니다. 』

         

       『 그렇다면 단순히 물리력뿐만이 아니라…. 능수능란한 염동력자를 상대한다는 가정 하에 대비해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역장은 국소 부위나 전면을 가리는 형태가 아니라 몸 전체를 가리는 형태로, 공간을 장악해서 염동력의 원격 발휘를 원천 차단하는 형태로….』

         

       눈치를 채야 해.

         

       너희는.

         

       『 …이상한데? 뭔가 위화감이 느껴지는데…. 박진성 주술사, 그렇지 않소? 』

         

       『 …뭔가 잘못되어 가는 느낌이 듭니다. 이상하군요. 』

         

       너희는 속고 있어.

         

         

         

         

        * * *

         

         

         

         

       껍질은 형상이요 그릇이라.

       중요한 것은 그 안의 내용물이다.

         

       그 지극한 이치가 닳고 닳아 마침내 미천한 이에게도 적용이 되기에 이르렀나니.

         

       보아라.

       이것이 바로 껍데기를 뒤집어쓴 내용물이다.

       이것이 바로 형상을 그릇으로 삼은 내용물이다.

         

       팔을 흐은들 흔들.

       앙상한 팔이 나뭇가지처럼 흔들린다.

       샛노랗게 황달이 들어 물든 팔이 흐느적흐느적.

       다 썩어서 새까맣게 변해버린 팔뚝이 으드득으드득.

       바람이 불지 아니하여도 앙상하고 깡마른 몸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괴로움이 흔들흔들 어이쿠야 바닥에 쓰러질 듯 몸이 닿았다가도 지팡이 없이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허리를 쭈욱 펴니 이거야 지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고목의 형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흔들흔들 팔뚝에서부터 손가락 하나까지.

       그 모든 것이 나뭇가지다.

         

       하지만 말하였듯이 껍질은 형상에 불과한 것이라서.

       그릇은 그저 그릇에 불과한 것이라서.

         

       그 그릇에 음료수가 담겨있다면 컵이 되는 것이고, 사약이 담겨있다면 사약단지가 되는 것이고, 독이 담겨있다면 흉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겠는가?

         

       해서 어이쿠야 나뭇가지 안에 자리 잡은 비어있는 공간에 스윽스윽 시커먼 액체가 잘도 흐르고 흐른다. 적혈구 대신에 다 썩어버린 벌레의 사체를 품고, 백혈구 대신에 지독한 내음을 품고, 그렇게 비어있는 공간을 혈관 삼아 잘도 흐르고 흐른다 흘러.

         

       쌔액쌔액 흐른 핏물이 마침내 그 끝에 닿았으니.

       어이쿠야 말단이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하는구나.

       체액이 썩었으니 그 피부 역시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보고 어쩔 수가 있으랴?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서.

         

       포-옹.

         

       거 탄산단물 뚜껑 따이는 듯한 시원한 소리.

       압력이 커지며 썩은 체액이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고, 그것이 실을 그렸다가 더 넓게 퍼지며 번져나가기 시작하니 분수가 따로 없다.

       거기에 뿜어진 분수들이 굳어지며 형상을 이루니 흐느적 늘어진 다 썩어 문드러진 색의 기괴하기 짝이 없는 꽃이라.

         

       그래.

       지금 여기서 그것은 꽃을 피웠다.

         

       나뭇가지에 꽃을 피워내었다.

         

       악귀.

         

       『 꽃이 피어나니 그 꽃내음이 백 리를 넘게 진동하였도다. 』

         

       …아니.

         

       『 그 흐드러진 내음에 취하지 아니한 자 없으니, 이것이 바로 천하에 다시없을 풍류가 아니겠느냐? 』

         

       악귀의 탈을 쓴 악령이, 마침내 본색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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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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