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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8

       

        

        

        

        

        

        

        

        

       “뭔가 찝찝한데 무슨 반응인지를 도통 모르겠네. 그러고선 혼자서만 나가버리다니, 이 꼬맹이가 진짜….”

        

       “할 일이 많을 테니까. 힘들어서 뻗지만 않았다면 너도 거기 있었을거다.”

        

       “너무 그렇게 매정하게 말하지 마십쇼….”

        

        

        

        끔찍하게 더운 거버너스 섬 위, 아무도 오가지 않는 건물 내부.

        

        수건이 감겨있는 얼음팩을 목에 댄 채 먼지 쌓인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있던 라플란드가 힘겹게 입을 열었고, 언뜻 허스키한 것 같으면서도 낭랑한 목소리가 그닥 크진 않은 방 내부를 울렸다.

        

        목소리에 반응한 듯한 인기척이 바로 앞에서 들려왔다. 라플란드의 투명한 회색 눈동자가 그에 반응했으나, 건너편에 앉아있는 남자의 전신을 전부 눈에 담기도 전 다른 곳으로 향하고 말았다.

        

        눈치를 보던 라플란드가 한숨 아닌 한숨을 내쉬며 당사자 – 파쿼슨 대위를 향해 다시 입을 열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위님은 딱히 할 일 없습니까?”

        

       “내가 직접 투입되야만 할 정도로 인력이 모자란 건 아니거든. 중대장이 그리 높은 직위는 아니긴 하지만 사람이 없어서 현장에 나가야할 정도로 상황이 골치아프지는 않아.”

        

       “아니, 그건 그렇긴 한데.”

        

       “게다가 내 중대원이 골골대고 있다는데 그걸 가만히 두고볼 수 있을 리가 있나. 중대원 관리도 지휘관의 몫이지. 특히나 지금처럼 사람 한 명이 중요한 시대에선 더더욱 중요한 일이고.”

        

       “…알겠습니다.”

        

        

        

        시선의 교차.

        

        아까도 그랬던 것처럼, 라플란드는 힘겹게 눈을 흘겼다. 무어라 말하긴 어려웠지만, 그녀는 파쿼슨 대위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여러 의미로 기분이 좀 이상해지는 것만 같았다.

        

        당연하겠지만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것이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는 몰라도 어떤 기전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얼추 눈치챌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이카루스 기어에 의해 몇 가지 감정과 신체의 작동 방식까지 일부 조정되고 있는 대거 팀과는 다르게, 라플란드는 변경된 신경계 및 호르몬 계통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아직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혹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물론,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것이 꼭 사랑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아직은.

        

        

        

       ‘….’

        

        

        

        정확하게 말하자면, 라플란드에게 있어 파쿼슨 대위는 여러 의미로 복잡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이미지는 결코 좋지 못했다. 당연했다. 제107헌병중대는 수호자였고 라이커는 무언가를 빼앗아가는 존재들이었으니까.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간접적인 연관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얼마 전의 일을 계기로 두 명은 우연찮게 다시금 재회했으며, 여러 일을 거쳐 점차 가까워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파쿼슨 대위의 생각이 어떤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로서는 상대방을 어쩔 수 없이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는 그 뿐이었다.

        

        

        파쿼슨 대위는 자신을 향하고 있는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며 라플란드의 컨디션을 확인했다.

        

        즉각적인 조치로 인해 열은 그녀의 신체에서 순식간에 빠져나간 지 오래였다. 그러나 바깥은 여전히 더웠다. 열이 좀 떨어졌다고 해서 다시 투입했다간 그닥 좋은 결과를 맞이하긴 어려울 것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거버너스 섬에서의 공사는 딱히 밤낮을 가리지는 않을 예정이었다. 다시 말해 몇 시간 후 해가 진 이후에도, 그리고 시간이 오전 12시를 넘어가도 일이 있단 뜻이었다.

        

        물론 낮에 투입했던 사람들을 다시 밤에 투입하진 않을 예정이었지만, 변이자들은 예외에 속했다. 나쁜 의미로. 그리하여 라플란드는 몇 시간 후 해가 지면 다시 투입될 예정이었다.

        

        

        

       “일단 해가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는 무조건 쉬고 있으라더군. 대거 팀의 의무중사께서 신신당부했어. 무슨 뜻인지 알 거라고 믿는다.”

        

       “…예에.”

        

       “어지간하면 바깥에 안 나가있는 게 낫겠지. 일단 온도가 좀 떨어질 때까지는 기다려. 뭔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하고. 중대원들이 가져다줄 거다.”

        

       “그, 그 친구들도 더워할 것 같은데.”

        

       “중대원들은 그늘막에서 수분이랑 전해질 보충해가면서 임무 수행 중인 거니, 네가 처했던 상황과는 좀 다르지. 오늘 할 일이 전부 끝난 것도 아니니까 괜히 찝찝해하지 말고 푹 쉬어둬라.”

        

       “….”

        

       “그리고 간식도 좀 가져왔으니, 열량 보충부터 좀 하고.”

        

        

        

        스윽.

        

        내밀어진 초콜릿 바는 어디 전투식량 같은 데에 들어있을 법한 그런 것이 아니라, 마트에서나 유통되는 물건이었다. 당연하게도 미국의 특징을 감안했을 때 엄청나게 단 물건이었고.

        

        그것을 묘한 표정으로 받아든 라플란드는 포장을 뜯고 그것을 오물오물 씹기 시작했다. 표정이 풀어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 맛은 항상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법이었으니.

        

        몸에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낀 그녀는 기분 좋은 한숨을 흘렸고, 작게 덧붙였다.

        

        

        

       “…그, 고맙네요. 뭐. 뭘 좀 먹으니 힘이 나는 것 같긴 합니다.”

        

       “그래. 컨디션 조절 잘 하고.”

        

       “그럼 이제 하던 일로 돌아가는 겁니까?”

        

       “아마 그래야겠지.”

        

       “….”

        

        

        

        잠깐의 정적.

        

        그 분위기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짐작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고, 파쿼슨 대위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짓는 라플란드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나마 조금 더 용감한 것은 라플란드였다.

        

        

        

       “…이 다음에 해야 할 일 있습니까?”

        

       “없는 건 아니지. 그래도 현장에 나왔으면 현장의 일만 신경쓰면 되는 법이니, 업무가 그리 많지는 않겠지.”

        

       “…그럼 조금만 더 있다 가주시죠. 여기 얼마나 있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혼자 있게 되면 심심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야.”

        

        

        

        라플란드가 혼신을 다해 내뱉은 한 마디의 요청은 과연 라플란드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그걸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 대신 파쿼슨 대위는 장구류를 느긋하게 벗어던지고는 소파 위에 내려놓았다. 그 와중에도 물론 총을 내려놓지는 않았지만.

        

        한층 홀가분한 표정의 그가 덧붙였다.

        

        

        

       “모처럼 둘만 있게 됐군. 훈련은 큰 문제 없이 받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른 문제는 없나? 작전관이라든지, 혹은 대거 팀 관련으로.”

        

       “음, 항상 비슷하지요. 작전관이든 대거 팀이든 기초군사훈련이든 전부…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계속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멍청한 짓 하지 말고 뭐라도 좀 도움이 되는 걸 배워놓을 걸 그랬네요.”

        

       “흠.”

        

        

        

        정적.

        

        아까와는 별개의 이유로 이어지는 정적. 라플란드가 말을 꺼내기 위한 용기를 충전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보다도 더더욱 오랫동안 지속된 적막이었기에, 라플란드조차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얼마나 지났을까, 라플란드는 어째서 그가 잠시나마 입을 다물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지?”

        

       “…예?”

        

       “언젠가 한 번쯤은 물어봐야 할 거라고 생각했었지. 네가 알려주지 않았으니 말이다…무슨 일로 네가 감옥에 들어가게 됐는지는 들어야만 할 것 같았거든.”

        

       “….”

        

        

        

        잠깐의 정적.

        

        라플란드는 그 순간 입을 닫아버렸다. 조금만 더 있다 가달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생각이 바쁘게 회전했다. 그리고 파쿼슨 대위는 그 광경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완전히 모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파쿼슨은 이카루스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라플란드의 범죄 기록을 확인한 적은 있었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떤 맥락에서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한 번쯤은 확인을 해야만 했다.

        

        

        게다가, 그는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라플란드가 자신의 범죄 경력을 밝히는 데에는 그리 거리낄 게 없을 듯하단 근거 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예상했던 것처럼, 실제로도 그러했다.

        

        

        

       “…음. 어떻게 말해야만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아마 데이터베이스엔 제가 36만 달러 규모의 사기죄로 인해 감옥에 들어갔다고 나와있을 겁니다만, 그건 사실 걸린 소송 중 제일 작은 규모입니다.”

        

       “…뭐?”

        

       “음험한 짓거리를 하려던 중견급 제약회사 하나를 등쳐먹으려다가 역공을 당했거든요. 혹시 퍼듀파마(Purdue Pharma)를 아십니까?”

        

       “잘 모르겠군.”

        

       “FDA에 로비를 넣어 펜타닐을 유통시킨 놈들입니다. 그런 짓거리를 좀 더 비합법적으로 하려고 했던 다른 놈들이 있더라구요. 퀸스 자메이카 일대에서 안전성 검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중독성 있는 항정신성 약물을 여러 방식으로 유통하려 했지요.”

        

       “….”

        

        

        

        짤막하게 이어지는 정적.

        

        라플란드가 말을 이었다.

        

        

        

       “저희 부모님은 퀸스 자메이카에서 약국을 운영하셨죠. 그 제약회사는 합법적, 그리고 비합법적인 유통 루트를 전부 선택했지만, 후자는 위험성이 많았기에, 그 자들은 순박한 저희 부모님에게 여러 다양한 자문 등을 해줬지요.”

        

       “그리고?”

        

       “로즈 제약…하여간 그 놈들은 그런 다양한 법률적, 금전적 자문의 대가로 약간의…’눈감기’를 원했고요. 덕분에 제 이십대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음.”

        

       “감언이설 하나는 끝내줬었지요. 부모님은 속고 있는지도 몰랐을 겁니다. 그 자들이 그렇게 포장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아니었죠.”

        

        

        

        그래서 그는 세상 물정은 잘 모르는 부모님을 대신해 제약회사의 일을 도와주는 척하면서 증거를 수집했고, 법률자문 뿐만이 아닌 금전적인 뒷거래까지 받아가면서 챙길 수 있는 걸 전부 챙겼다.

        

        그러나 즐거운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칼날 위에서 외줄타기나 다를 바 없었으며, 이윽고 라플란드는 진상을 알게 된 갱단과 제약회사 양쪽에서 노려지기 시작했다.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을 알게 된 그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증거들을 한꺼번에 터뜨려 사건의 크기를 키웠고, 모든 것이 공중분해되었다.

        

        명명의 간단함을 위해 펜타닐의 뒤를 잇는 헥사닐이라는 별명으로 이름붙여진 항정신성 약물과 갱단, 로즈 제약…그 모든 것들이 전부 폭발했을 때, 그는 살아남은 대신 라이커 섬에 갇혔다.

        

        

        그리고 수감된 지 7년이 지났을 때,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가 터졌다.

        

        

        

       “…이젠 뭐라고 해야만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제 잘못을 부정할 생각은 당연히 없습니다. 그냥…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저도 무슨 말을 해야만 할지 모르겠네요.”

        

       “…흠.”

        

       “그냥, 뭐…미워하셔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읍!?”

        

       “괜히 물어봤구만. 이거나 먹어라.”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초코바 구겨넣기.

        

        라플란드는 파쿼슨 대위의 손에 들린 초콜릿 바가 자신의 입에 우악스럽게 구겨넣어지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해야 했고, 얼굴이 시뻘개진 채 불평불만을 토해내다 이내 포기했다.

        

        그녀가 빨개진 얼굴로 입을 열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도 손 있습니다.”

        

       “됐어, 임마. 그냥 얌전히 먹어라.”

        

       “이씨….”

        

        

        

        얼굴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순응했다.

        

        바깥 햇살은 뜨거웠고, 라플란드의 볼 위에는 여름이 걸렸다.

        

        

        

         

        

        

       “…대위님, 설마 이렇게 여친을….”

        

        

        

        한편, 그걸 밖에서 여전히 듣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한편, 잠시 시선을 돌려, 동아시아.

        

        미국 전체에 사는 사람들 중 5/7, 최소 일곱 명 중 5 명 가량, 살아있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스틱스 강을 건너 다시는 이승으로 돌아올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을 즈음, 타국의 상황 역시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그건 그저 대전제일 뿐이었다. 초점을 다른 곳으로 맞춰야만 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내린 선택은 결코 현명하지 않았고, 죽은 사람 위에 더 많은 사망자를 겹쳐 쌓은 것이었다.

        

        적어도 미국 본토에서는 그랬으나, 동아시아 및 태평양에서 벌어진 일은 좀 더 달랐다.

        

        무수한 사망자 위로 기본 수만 톤에 달하는 쇳덩어리들이 백수십 척씩 추가되었다.

        

        

        해군기지에 정박하며 오버홀 등을 받고 있지 않을 때는 훈련 등으로 바다를 떠돌아다니던 덕분에, 그리고 전쟁 발발 직전 일부 선체 결함으로 인해 잠시 괌에 머물고 있던 제3함대.

        

        미국에서부터 발발한 오메가 바이러스가 극동으로 퍼지기까진 조금 늦은 탓에, 그나마 덜 영향을 받았기에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머물며 오버홀 중이던 제7함대.

        

        대신, 이들은 선전포고 없이 개전의 불꽃이 발발했을 때, 바이러스 대신 수백 발에 달하는 대함 미사일들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드는 상황을 경험하게 되었다.

        

        

        본래라면 러시아와 중국이 연합했다고 하더라도 미국 해군의 축인 제3함대, 그리고 제7함대를 태평양으로 몽땅 수몰시킬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라면 반대였지.

        

        과거 어떤 급진적인 전문가는 미합중국 항모전단의 중핵인 항모 한 기를 격침시키려면 중국 해군의 40%이 갈려나가야만 한다는 전망까지 내놓은 적이 있었으나, 이는 사실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반대로,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바로 그 때문에, 핵무기까지 동원해가며 시작된 요코스카의 선제타격. 추후 동아시아 해전이라고 불리울 대전쟁이 동태평양에서 발발했다.

        

        

        세 자리를 넘어 네 자리를 넘어가는 숫자의 대함미사일이 창공을 가로질러, 혹은 성층권을 훌쩍 넘어 우주 공간까지 다녀와 도쿄 인근을 강타했고, 대부분은 요격되었으나, 어떤 것은 적중했다.

        

        그 과정에서 제7함대는 괴멸적인 타격을 받았으나 다행히도 전투 능력을 잃지는 않았고, 반격이 개시되었으며, 괌 인근에서 출항을 앞두고 있던 제3함대는 급한 지원 요청을 입감했다.

        

        과거에는 벌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제는 적란운이라는 비공식적인 별명을 가지고 있던 제1, 제3, 제9, 제11항모전단이 긴급 출격하였으나, 괌에서부터 요코스카까지의 거리는 무려 2,500km 가량.

        

        제3함대는 한 발자국 늦게 되었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늦은 것은 아니었다.

        

        제3함대는 수천 발의 미사일을 중국에 쏘아보낸 후 요코스카 방향 대신 대만 방향으로 나아갔고, 이는 명백히 중국 해안선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기 위함이었으며, 인민해방군들 중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중국 해군은 제3함대를 저지하기 위해 남하하였고, 해전의 무대는 동중국해와 필리핀해의 중간 즈음 되는 오키나와 제도가 되었다.

        

        그 결과는 간단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적란운이 가장 먼저 토해낸 것은 십수 대 가량의 우레 – F35C 라이트닝 II – 이었고, 그 다음으로 F/A-18E/F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며, 동시에 세간에 거의 공개되지조차 않았던 F/A-44 아스널 버드가 처음으로 허공을 날았다.

        

        바깥쪽으로 기울어진 쌍수직미익을 보유한 무미익 더블 델타 윙. 그 유려한 외형이 불벼락을 쏟아붓기 위해 하늘 위로 날아올랐고, 오키나와의 거주민들은 섬 위를 수십 대의 함재기가 축차로 가로지르는 것을 멍하니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하늘이 불꽃으로 뒤덮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인민해방군 해군의 동해함대와 남해함대는 잿더미와 고철더미가 되었으며, 제3함대는 빈사 상태가 되었다.

        

        

        물론 제3함대가 완전히 수몰되는 일은 없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미일안전보장조약에 의해 중국의 북해함대는 한국 및 일본 해군의 방해를 받았고, 제시간에 내려오지 못한 걸 넘어 마찬가지로 걸레짝이 되었다.

        

        5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안선을 지녔지만, 동시에 해군이 하나도 없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새로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 나라의 해군을 송두리째 갈아버린 대가는 컸다.

        

        

        

       “제9항모전단의 사령관, 크리스토퍼 D. 굿윈 소장이다. 긴급 수리를 위해 사세보 기지에 긴급 입항을 요청하겠다.”

        

       -죄송합니다. 현재 항구가 대거 손상되어 일정 배수량 이상의 함은 접안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자력으로 어디까지 항행할 수 있습니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라는 하에 300km 가량이겠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리페어 쉽(Repair Ship) 및 사세보 항에 대기 중인 군수지원함을 보내겠습니다. 북쪽으로 220km 위에 부산 작전기지가 있습니다. 해당 시설에 연락 후 접안 가능한지 말해드리겠습니다.

        

       “고맙네.”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입은 함선은 살아남은 승조원을 다른 함에 배분하여 태운 후 자침되었고, 그리하여 본의 아니게 제3함대는 무척이나 슬림해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제3함대가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하는 사이, 피해를 어떻게든 복구해낸 제7함대는 요코스카에서 빠져나와 홋카이도와 혼슈 사이의 쓰가루 해협을 통과, 동해를 가로질렀다.

        

        이들이 뼈아픈 피해를 입어가면서도 일본 해군과 연계하여, 블라디보스토크 부동항 및 포키노,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를 잿더미로 만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동아시아를 둘러싼 유래없는 규모의 해전이 1차적으로 종결되었을 즈음, 러-중 연합군 수뇌부는 자신들이 태평양을 통해 미 서부로 병력을 이동시키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들은 한참을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수십만 명 가량의 중국군이 베이징에서 에렌호트로, 그리고 이르쿠츠크를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탑승했고, 순식간에 러시아 서부는 수많은 병력들로 가득 찼으며,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다.

        

        바이러스로 인해 박살나버린 유럽의 방공망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고, 연합군은 대서양을 통째로 가로질러 미국에 공수부대를 바로 드롭할 수 없었기에, 어떻게든 별도의 교두보를 마련해야만 했다.

        

        그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캐나다, 뉴펀들랜드 섬의 세인트 존스 국제공항. 이곳이 연합군의 전초기지가 될 것입니다.”

        

        

        

        대서양의 최동단.

        

        알래스카와 캐나다를 지나 미 서부 및 북동부를 침략할 수는 없었기에 발생한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고, 작전상 큰 문제는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르테미스 덕분이었다. 이들은 프랑크푸르트, 노르웨이 등에 지사를 마련해두고 있었고, 캐나다 역시도 마찬가지였으며, 동부방공구역(EADS)를 성공적으로 무력화시키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주이탈리아미군인 제6함대는 치안유지 및 유럽 내 미국인 구출을 위해 점점이 흩어져있었고, 이들은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3월 말, 한창 미국이 재건을 위해 허덕이고 있을 즈음, 엄청난 물자와 인력을 실은 수백 대 가량의 수송기와 수십 대의 공중급유기가 대서양을 축차로 가로질렀다.

        

        

        세인트 존스 국제공항으로부터 뉴욕까지의 거리는 1850km.

        

        미국이 사정거리에 놓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첫 번째 공세의 규모는 그리 크지 못할 것 같소. 여전히 대서양을 건너는 병사들이 많지만, 장비가 병사의 규모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족하기에.”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우리 역시 재정비가 필요하네.”

        

       “현재 투입 가능한 병력이 얼마나 되겠소?”

        

       “제106근위공수사단 정도라면 보낼 수 있겠지. 울리히 근위소장이 투입 준비 중에 있네.”

        

       “이쪽은 북부전구 예하 제127,128여단 및 특종부대인 뇌신돌격대가 투입 가능하겠군.”

        

       “대략 2개 사단급인가. 좋아. 준비되는 대로 미 북동부로 날아가세나. 길어도 2개월 안엔 가능하겠지.”

        

        

        

        준비가 끝나가기 시작했다.

        

        무더운 7월의 목전이었다.

        

        

        

        

        

        

        

       -데이터 분석 중…완료. 송신까지 1분. 암호화 완료.

        

       -키워드 전송 종료 // 조든 에머스트. 오메가 바이러스의 제작자.

        

       -전자 데이터화된 병원체 유전자 인텔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의 좌표화 완료.

        

       -송신 위치 : 세인트 존스 국제공항 내 데이터베이스. 아르테미스 발신 장치를 통해 전송 완료됨.

        

       -접속 종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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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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