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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9

    <739 – 누가 그랬어(10)>

     

    나 빼고 나 구하러 떠난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카데미가 아주 텅텅 비었다.

     

    “응? 강의실 문이 왜 안 열리지?”

    “<인생하직일보직전추적피하기> 강의는 휴강이다냐. 학생들이 돌아오면 재강한다냐.”

    “어라? 데드캣 선배님도 이 강의 들었어요?”

    “…소문이 사실이었다냐? 너 재단에 끌려가서 영혼도 찢기고 기억도 소각당하고 그런 거다냐?”

    “오잉?”

     

    오랜만에 만난 데드캣 선배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어리둥절해하는 내 모습에 데드캣 선배가 냐아아 소리를 내며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선배 울어요?”

    “안 운다냐! 눈에 먼지가 들어갔을 뿐이다냐!”

    “이상하네. 데드캣 선배는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아카데미가 뭔가 낯설어졌어!”

    “불쌍한 녀석… 기억을 너무 많이 잃어서 아카데미가 낯설 정도면 얼마나 영혼이 찢긴 거다냐…”

    “아까부터 영혼이 찢겼다는 말, 저한테 하는 말이죠? 선배, 그거 누구한테 들었어요?”

     

    데드캣 선배가 어울리지 않게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알면 어쩌려고 묻는 거다냐?”

    “멋대로 이상한 소문을 퍼뜨렸으니 가서 항의하고 소문을 바로잡아야죠!”

    “재단에서 그렇게 교육을 받은 거다냐…? 도움을 구할 수도 없게 세뇌까지 끝마치다니, 정말 너무하다냐! 사다코 교수가 폭로하길 잘했다냐!”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걱정을 잔뜩 해주는 선배에게 잘못된 소문의 원인을 알아냈다.

    카타콤을 찾아가니 못과 망치를 들고 삐뚤어진 층계표시판을 다시 세우던 해골들이 보였다.

     

    “교수님 안에 계세요?”

     

    언데드들은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경기를 일으키며 못을 와르르 떨구고 뒤로 자빠졌다.

     

    “981기다! 981기가 나타났다아아!”

    “비상! 비상! 비상!”

    “981기가 출몰했다! 981기가 출몰했다!”

     

    입구에 설치된 종이 뎅뎅뎅 소리를 내며 울리더니 카타콤 외벽을 청소하던 해골들이 들고 있던 망치와 빗자루, 쓰레받기를 모조리 내던지고 카타콤의 안으로 달아났다.

     

    “???”

     

    모지.

    981기가 카타콤에서 뭐라도 했나?

    어둠 빌드 타는 동기는 별로 없는데.

    블라디미르?

    자쿠?

    매스각키?

    하필이면 다 아카데미 밖에 있는 동기들이라 뭘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럼 직접 가서 물어봐야지!

     

    “으앙앙앙! 오크노디, 그런 위험한 곳을 혼자 가면 어떡해애애!”

    “티토? 잠깐 교수님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 걱정 안 해도 돼!”

    “그게 제일 걱정할 일이잖아!”

     

    멀리서 종소리를 듣고 달려온 티토소가가 숨 돌릴 시간을 주고 있으려니, 곳곳에서 아카데미에 남아있던 981기 동기들이 모여들었다.

     

    “오크노디…”

    “모브! 나 없는 동안에도 수련 열심히 하고 있었구나? 갑옷 강화 많이 했네!”

    “오크노디? 카타콤 앞에서 뭐 하는 거야?”

    “교수님 만나러 간대! 로지니이, 빨리 오크노디 좀 어떻게 말려줘어!”

    “…얘가 말린다고 말려질 애니?”

     

    함께 외출도 하고 환상의 불꽃쇼도 열어본 경험 덕분인지 로지니는 나 대신 떼를 쓰는 티토소가를 설득해 주었다.

    그 결과, 생각지도 않았던 4인팟이 결성됐다.

     

    “가, 가까이 오기만 해봐요… 조명대 켜서 전부 다 가루로 만들 거야!”

     

    단단히 쫄아서 총을 들고 협박하는 테러리스트마냥 조명대를 이리저리 휘두르는 티토소가가 정신 사납긴 하지만 덕분에 꽤 쾌적한 나들이가 됐다.

     

    “여기가 이렇게 쉬운 곳이었나…?”

    “뭔가 현타 오네…”

     

    모브와 로지니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언데드들을 보며 축 처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다들 뭐 했어요? 사다코 교수님의 카타콤은 일퀘 던전도 아니고 종결급 컨텐츠 중 하난데!”

    “그냥… 뭔가 많이 했어…”

    “에효. 영혼도 찢기고 기억도 날아간 애한테 뭔 말을 할 수도 없고.”

     

    모브와 로지니가 현타를 느끼는 것은 알았지만 그만큼 궁금증은 더 커졌다.

    사다코 교수님이 대체 무슨 소스로 이런 유언비어를 퍼뜨렸는지.

    에잇, 감질맛 나서 더는 못 참겠다.

     

    “궁금하니까 빨리 가자!”

    “지금도 말도 안 되게 빠른 건데?”

     

    제 2차 카타콤원정대라는 것에 참여했다던 모브의 말에 티토소가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가 얼마나 날먹을 하고 있는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아니 그걸 왜 싸우면서 가지?”

    “?”

    “아니 언데드가 밀려오는데 어떻게 안 싸워…?”

     

    티토소가가 억울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항변했지만 그건 티토소가가 바보라서 그런 거지.

     

    “지금처럼 가면 되잖아.”

    “응?”

    “조명대?”

    “티토, 조명대로 뭐 하고 있어?”

    “아니… 나 그냥 평소대로인데?! 뭐가 달라??”

     

    조명대가 아니다.

    티토소가의 힘도 아니고.

    입구에서야 어째서인지 981기를 외치며 달아나기 급급했지만, 그 뒤로는 전부 내가 쫓아내고 있다.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따라오던 친구들의 눈이 그제야 커다래졌다.

     

    “이, 이게 뭐야?!”

    “마력침식?!”

    “나, 나 계속 안법 쓰고 있었는데?!”

    “히히. 별건 아니고 싱의 기술을 훔쳐봤어!”

     

    부끄러워서 남들 앞에 나오지도 못하는 겁쟁이의 기술이지만 공간을 베어내고 그 틈새 너머에 숨는 기술은 즈앙의 상급은신술과 동급의 경지에 도달했다.

    언데드들 입장에서 우리는 지금 눈에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데 공간의 마나가 지들 멋대로 요동치고 문이 벌컥벌컥 열리는 꼴이지.

    덤으로 언데드에게 재앙인 티토소가 조명대빔도 마구마구 나오고 말이다.

     

    “981기의 유령이다!!”

    “언데드 살려!!”

    “제발 용서해줘… 보수공사는 이제 싫어어!”

     

    땅에 머리를 박으며 절하는 스켈레톤.

    웅크려 앉아서 비명을 지르는 좀비.

    조명대의 빛을 피해 달아나는 유령.

     

    온갖 언데드들이 원인불명의 현상에 자지러지듯이 난리법석을 피우는 가운데, 위층의 이상을 눈치챈 해골교관이 두개골을 긁적거리며 올라왔다.

     

    “이놈의 카타콤이 마가 들었나. 뭐 이리 바람 잘 날이 없어?”

     

    시큰둥한 얼굴로 영역을 전개하며 이쪽을 탐지하려고 하는 교관님.

    탐지범위에 내 영역이 들어가기 무섭게 영역을 꽁꽁 감추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친구들이 먼저 카타콤에 놀러왔다가 이 교관에게 애를 먹었다지?

     

    ‘전대 해골교관도 킹받았던 참인데 잘됐네!’

     

    아발론에게 포인트를 왕창받고 스펙업도 잔뜩 한 지금이야말로 사다코 교수님 강의시간마다 쌓인 원한을 갚을 기회다!

     

    <울음소리>

    <흉내내기>

    <연기>

    <속임수>

    <암흑타락>

     

    울음소리 기능은 다양한 동물의 소리를 흉내낼 수 있는데, 사실 이 기능은 마음만 먹으면 ‘인간’도 그 범주 안에 포함시킬 수 있다.

    기능이 쌓이면 점점 다양한, 더 강한 종족에게도 팔을 뻗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 현재 기능치보다 월등히 강한 존재도 흉내 낼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런데 마침 얼마 전에 기가 막힌 괴물을 하나 보고 온 참이 아닌가.

     

    <외신의 울음소리>

    <마나제어술 극의 : 완전재현>

     

    그래서 조금 흉내를 내어봤다.

    세계가 밀려 나가며 세계순력이 뒤흔들리고, 차원이 찢겨져 나가는 굉장한 압력이 담긴, 인간의 귀로는 인지할 수 없으나 온몸으로, 영혼으로 공포를 느끼는 거대한 존재의 울음소리를!

    크라켄의 울음소리가 크라켄피어를 담고 용의 울음소리가 드래곤피어를 담는다면, 외신의 울음소리는 외신피어를 담았다.

     

    와르르!!

     

    해골교관님은 얼마나 심하게 놀랐는지 그 자리에서 뼈다귀가 우르르 떨어져 나가며 즉사라도 한 건 아닌지 의심되는 수준의 <죽은척하기>를 펼쳤다.

     

    “아하핳! 티토, 저거 봤어? 교관님 진짜 웃긴다. 정말로 차원 찢고 신급 괴물이 튀어나온 줄 알고 쫄아서 죽은 척을 했어!”

    “…”

    “헉! 티토도 기절했어?!”

     

    근데 장난이 너무 강했던 걸까?

    교관님뿐만 아니라 티토랑 모브, 로지니도 죄다 졸도를 해버렸다.

    일어나라고 찬물도 뿌리고 코앞에서 구운 케이크 냄새도 맡게 해보고 지각이야! 지각이야! 하고 소리까지 쳐보는데도 못 일어나네.

     

    <흉내내기>

    <시험시작벨소리>

     

    “응앗?!”

    “헉!”

    “시험?! 중간고사 끝났는데 어째서?!”

     

    벌떡 일어난 친구들에게 킥킥거리며 벨소리를 들려줬다가 성난 친구들이 휘두르는 조명대와 저주갑옷과 파이어펀치에 마구 얻어맞았다.

    화 풀라고 맞아줬는데 생각보다 묵직해서 너무 많이 아팠다.

    힝.

    왤케 열심히 성장한 거야?

    바보 같이 <죽은척하기>를 하는 교관님을 지나치고 카타콤을 계속 내려가려는데 갑자기 후방에서 심상치 않은 마나반응이 느껴졌다.

    모지?

    고개를 들어올리기 무섭게 직전의 어설픈 세계순력을 밀어내는 <흉내내기>와는 급이 다른, 너무나도 막대한 밀도로 인해 자연마나와 세계순력이 미어터지듯이 밀리는 광경이 보였다.

    그것이 <교장>의 등장 전조현상임을 알아차리기 무섭게 카타콤이 투쾅 하고 박살나며 교장님의 커다란 앞발이 부서진 카타콤 잔해를 휙 하고 저 멀리 공중으로 집어던졌다.

    커다란 용의 얼굴이 우리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너 이 자식, 방금 그거 뭐야.]

     

    “교장님도 참. 애들 장난에 어른이 정색하고 달려오면 어떡해요?”

     

    [세상에 어느 미친 애가 차원을 찢어?]

     

    교장님의 커다란 파충류의 눈에 의심이 어렸다.

     

    [너, 이사장에게 영혼을 찢기고 생긴 공백에 차원폭탄이라도 심어진 거냐?]

     

    “네에?”

     

    [수틀리면 <초거대금역>을 열고 아카데미 초토화할 영혼폭탄 맞지.]

     

    일났네.

    교장님이 개빡치셨다.

     

    “진짜 몰루!!”

     

    [거짓말하지 마라. 재단지부가 암흑상회에 밀리는 것도 아카데미 본부의 경계를 소홀히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수작질이잖냐!]

     

    에엣. 재단지부가 머요??

     

    [고작 981기 학생 따위에게 밀려주는 이유도 학생들이 기세를 타고 너무 깊이 들어가서 봉변을 당할까 당황한 교수들이 구출하러 나가도록 유도한 양동작전이겠지. 감히 사악함으로 지혜를 겨루려 들다니, 수천 년은 일렀다!]

     

    근데 교장님이 빡치신 거랑 내가 억울한 건 별개지.

     

    “진짜 저 아무것도 몰라요! 저랑 상관없는 일임!!”

     

    [진짜로?]

     

    “진짜루요!”

     

    [네가 기숙사에서 몰래 키우는 만드라고라의 목숨을 보증으로 걸 수 있냐?]

     

    “넹!!”

     

    [재단의 장학생이 깃든 모자를 얹고도?]

     

    “넹!!!”

     

    [만일 거짓을 말한다면 불쌍한 1학년 기숙사 사감의 애완돌멩이 엘리자베스를 잡아먹은 사실과 탑승물보관소에서 불쌍한 펫들의 먹이를 갈취한 사실을 사감선생과 플라톤 교수에게 알려줄 건데?]

     

    “진짜 억울해요!!”

     

    [아니 이게 왜 진짜지? 그럼 재단이 그냥 981기한테 처발리고 있는 게 맞다고??]

     

    혼란에 빠진 교장님을 보다가 나도 혼란에 빠졌다.

    아니, 교장님이 내 범죄행각을 왜 다 알고 계시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넘나 수상쩍은 테러조직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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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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