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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9

       

        

        

        

        

        

        

        

        

        

        

        

       “…그, 분명 아까 너무 더워서 여러모로 폐를 끼치긴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밤까지 일하면서 다시 저를 투입하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차라리 밤에는 다같이 쉬는 게….”

        

       “얌마, 헌병 친구들도 일하고 있잖아. 옆에서 딴소리하지 말고 언능 와서 짐이나 날라!”

        

       “넵, 금방 갑니다.”

        

        

        

        거버너스 섬을, 맨해튼을, 뉴욕을 뜨겁게 달구던 태양이 뉘엿뉘엿 저문다.

        

        인간은 전기라는 새로운 힘을 손에 넣은 이후로 낮과 밤의 경계를 허물었고, 해가 지면 아무런 것도 할 수 없었던 과거와는 완전히 작별했다. 정확하게는 그런 것처럼 보였다.

        

        전기를 포함한 인프라를 상실하기 전까지는 말이었다.

        

        그러나 일단 인간이 살아있고, 기술이 남아있으며, 써먹을 수 있는 인프라가 아직 잔존해있다면, 일할 사람은 여전히 일을 해야만 했다. 특히나 상황이 더욱 끔찍해진다면 더더욱 많이 일해야만 했다.

        

        

        물론, 여기까지만 말하면 뭔가 진지한 소리를 하는 것 같았지만, 크게 중요한 소리는 아니었다.

        

        이 모든 설명들이 바로 나와 변이자들이 여전히 거버너스 섬에서 뭔가를 나르고 있고, 다시금 제정신을 차린 라플란드 씨를 열심히, 신나게 부려먹어야만 하는 이유였으니까.

        

        

        

       ───드드드드득!

        

       ───카가가각!

        

        

        

       “어우, 시끄러워어….”

        

       “그러고 보니 라플란드 씨는 청각도 꽤 민감하겠네요. 일단 이거라도 끼세요. 소음차단용 인컴이에요. 사람 목소리는 더 잘 들리지만 외부 소음은 차단하는 물건인데…혹시 한 쌍 더 필요하신가요?”

        

       “…하나 더 줘.”

        

       “살다살다 이젠 귀가 4개인 사람도 다 보는구만.”

        

        

        

        그러게나 말이다.

        

        아무튼 방금 들었던 것처럼, 주변은 무지하게 시끄러웠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거버너스 섬에 존재하는 오각형 요새이기도 한 포트 제이(Fort Jay)라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제 18세기에나 쓰였던. 그 때문에 여기는 여전히 대포가 뉴욕 만을 겨누고 있었다.

        

        그와는 별도로 요새 중앙에는 여러 채의 건물이 있었고…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건물의 벽과 바닥을 깎아내고 부수는 소리였다. 그 전에 배전함 및 전선 같은 건 다른 곳으로 치워두거나 했고.

        

        말 그대로의 막노동.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대신 기존의 건물을 깎아내는 이유는 그 편이 훨씬 더 간단하면서도 위장하기 편하기 때문이었다.

        

        

        

       “수직발사관 내려온다. 조심해라.”

        

       “이걸 공사 하루만에 건물 안에 수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어떻게든 됐네요. 가로와 세로, 높이 전부가 건물과 비슷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바로바로 진전되는 건 좋군요.”

        

       “문제는 저 안에 들어있는 발사관이 싹 다 일회용이란 점이지. 재장전을 하려면 이래저래 곤란하겠지만…수송용 드론이 있으니 그 정도는 어떻게든 되겠지.”

        

       “근데 여분의 발사관을 보관할 무기고를 별도로 또 만들어놔야 하지 않아요?”

        

       “그것도 우리 몫이고.”

        

       “켁….”

        

        

        

        옆에서 마음이 꺾인 라플란드 씨가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건물을 새로 지을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거버너스 섬에는 텅 빈 건물이 많아도 너무 많았고, 이러한 건물들은 SM-6 미사일이 수납되어있는 캐니스터 – 미사일 본체, 부속 전자장치, 격발장치 전부가 들어있는 격납 상자 – 를 보관하긴 참 좋았다.

        

        물론 건물 내부를 싹 뜯어내다시피 해야만 했으나, 미사일이 들어갈 정도의 무기고를 만들기 위해 땅을 싸그리 파내고, 콘크리트 등을 부은 뒤, 거기에 냉난방 장치 등을 구축하는 건….

        

        아마 콘크리트가 굳기 전에 전쟁이 일어날 걸.

        

        

        냉각수는 뉴욕 만의 바닷물. 당연하게도 그냥 바닷물을 냉각수로 쓰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고, 서버가 발산하는 열을 내식성이 강한 재질의 파이프에 전달시킨 후, 해당 파이프를 바닷물로 식힌다.

        

        아무튼 뭐어, 자세한 건 나보다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알아서 해낼 것이고. 우리는 그냥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되었다. 땅을 파고 잔해를 옮기는 등 할 수 있는 일을 전부 하는 것이다.

        

        이러고도 시간을 완전히 맞출 수 있는지는 미지수긴 했지만, 이카루스 기어 덕분에 엄청나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 역시도 사실이었다.

        

        

        

       “여기랑 여기, 여기. 일단 산화제 들이부은 다음 점착폭탄 설치하고, 그 다음 격발하면…이 층 바닥은 금방금방 처리할 수 있겠구만.”

        

       “덤프트럭 및 드론 대기 중입니다, 요원 분들. 잔해는 굳이 신경쓸 필요 없이 뉴욕 만에 갖다버리면 되니 편하군요.”

        

       “방금 그 말만으로도 미국이 얼마나 뒤가 없는지를 여실히 알겠군요. 아무튼 격발합니다. 다들 물러나시길.”

        

       “발파, 발파!”

        

        

        

        쿠구구궁!

        

        건물 전체가 흔들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대신 콘크리트와 철근의 혼합물이 폭발로 인해 거칠게 잘려나간다. 점착폭탄의 세팅을 조절하면 건물 골조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기본 200kg에 달하는 무거운 파편들이 아래층으로 낙하하면 우리는 그걸 치운다. 옥상을 통째로 들어낸 지 오래였기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대형 드론이 떠있는 것이 보였다.

        

        흙먼지가 가라앉고, 난장판이 된 건물로 들어간 다음 파편을 치운다. 16개의 미사일을 수납 가능한 VLS 발사관 플랫폼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만큼의 큰 구멍이 뚫려있었다.

        

        

        덤프트럭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뚫린 입구로 컨테이너 하나가 들어선다. 변이자들은 평범한 인간이 운반 불가능한 수백 킬로그램의 파편을 둘이서 컨테이너 안으로 옮긴다.

        

        그 옆, 제107헌병중대 분들은 그보다는 좀 더 작은 파편들을 들고 컨테이너의 빈 자리에 채워넣는다.

        

        16개의 미사일을 수납 가능하도록 개조된 – 원래는 8기였다 – Mk.41 VLS 플랫폼이 총 8개 준비된 상태. 포트 제이 중앙에는 4채의 직사각형 건물이 존재했고, 건물 하나당 두 개의 플랫폼을 집어넣을 예정.

        

        하나의 플랫폼을 집어넣기 위해서는 2시간 가량의 시간이 걸렸고, 아주 이상적인 결과를 가정한다면 16시간이 걸리지만, 센트럴 파크 HQ는 느긋하게 32시간 가량을 가정했다.

        

        

        그리고 변이자들은 그 정도의 중노동은 견뎌낼 수 있었다.

       

        

        

       “엑, 언제 오전 3시가…피곤해에….”

        

       “피곤하긴 하겠지. 힘들면 좀 쉬고 있어. 너한테도 이카루스 기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몇 번이고 보고서를 올리고 있는데도 상부가 들은 척도 안 하는구만. 이 귀찮은 자식들 같으니.”

        

       “…근데, 그거 끼면 앞으로 더한 노동에 끌려간다는 소리 아닙니까?”

        

       “별 수 있나. 라이커 섬에서 한참 있었으니 이젠 좀 사회에 도움 되는 일 하라고. 적어도 먹을 건 잘 나오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에….”

        

       “그리고 파쿼슨 대위 그 사람이 네 입에 넣어줄 간식거리 한두 개씩은 계속 챙겨다니던 것 같은데, 뭔가 좀 땡기면 그 사람한테 가보는 게…우왁, 얌마! 갑자기 힘을 풀면 어떡해!?”

        

        

        

        음, 저쪽에서 갑자기 고성이 들려오는 걸 보니 라플란드 씨가 또 파쿼슨 대위님의 이야기를 들었나보구만. 그건 그렇고 간식 이야기를 들으니 마침 좀 출출하긴 했다.

        

        미국에서 어느덧 6개월 가까이 살아가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미국은 우리만큼 야식을 자주 챙겨먹긴 하지만, 음식 자체가 막 그렇게…다양하지는 않았다. 좀 든든한 게 없다고 해야만 할까.

        

        한국 사람들에게 야식 메뉴를 물으면 오만가지 것들이 싸그리 튀어나오지만, 미국은 기껏해야 뭐…팝콘이나 쿠키 정도였고, 좀 더 헤비하게는 맥앤치즈나 피자롤 같은 간단한 것들 뿐이었다.

        

        조금 더 간다면 햄버거 정도고.

        

        

        

       ‘…갑자기 라면 먹고 싶다아.’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코리아타운에 뭔가 남은 게 있으려나 모르겠다.

        

        라면도 엄연히 유통기한이 있는 물건이니 말이다. 기억하기로는 라면은 보통 면발을 튀겨서 만든 것이었기에 시간이 오래 지나면 면에서 산패한 기름 냄새인가 뭐시긴가가 난다고 들었다.

        

        아직 6개월, 그 중에서 2개월 가량은 얼어있었을 테니 4개월. 그러면 라면의 상태가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 후딱 남은 거라도 회수해오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안타깝다면 안타깝게도, 그런 생각은 곧 사라지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고생들 많으십니다. 외부에 먹을거리들이 간단히 준비되어있으니, 허기가 지면 언제든지 나와서 식사들 하시길.”

        

       “막내의 보호자께서 오셨군요. 이런 새벽에 일어나긴 힘들었을텐데, 좀 더 자야 하는 것 아니신지.”

        

       “이미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이 한창 불규칙해진 몸입니다. 도울 수 있을 때 도와야겠지요. 이따 나가서 이 시간에 음식 만들고 있는 조리사 분들에게도 따뜻한 말 건네주십쇼.”

        

       “물론이지요.”

        

       “그리고 라플란드, 초콜릿 바 하나 먹겠나?”

        

       “…왜 절 보면 간식 얘기부터 하는 겁니까? 그보다 밖에서 햄버거 냄새나고 있는데 굳이 그것까진 안 줘도…아닙니다. 받으면 되잖아요, 아이씨이….”

        

        

        

        …뭔가 많이 기시감이 느껴진다.

        

        어쩐지 라플란드 씨의 모습에서 내가 겹쳐 보이고 있었다. 다른 분들이 나한테 간식 하나둘씩 챙겨주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뭐어….

        

        아무튼 그렇게 라플란드 씨가 떨떠름한 모습으로 간식을 받아드는 사이, 파쿼슨 대위님은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머리를 쓰담쓰담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생각하긴 했지만, 아주 살이 토실토실하게 올랐구나, 꼬맹이. 몇 번씩 말하는건지 까먹긴 했지만, 넌 역시 잘 먹어야 보기 좋아.”

        

       “에헤헤. 그래서 많이 먹고 다니고 있어요.”

        

       “미첼 하사가 옛날에 그러더군. MRE도 잘 먹고 다닌다고. 그 정도면 뭐, 맛없는 건 거의 없겠지. 항상 잘 먹고 다녀라. 너도 초콜릿 바 하나 먹고.”

        

       “녜에.”

        

        

        

        그와 동시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손에서 났다. 형태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초콜릿 바 하나가 손에 쥐어지자 묵직한 감촉이 전해졌다.

        

        나는 히히 웃으며 그것을 받아들었고, 대위님은 그런 내 반응을 보자마자 마찬가지로 작게 웃으시며 머리를 또 쓰담쓰담. 아무래도 나는 천직이 막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와중, 나는 옆에서 기묘한 진동을 들었다 – 아니, 진동이라기보단 뭔가 조금 다른 무언가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해당 방향으로 돌렸을까,

        

        

        

       “…우.”

        

       “라플란드 씨…?”

        

       “….”

        

        

        

        뭔가 여러 의미로 복잡미묘하면서도 불퉁한 표정의 라플란드 씨가 나인지 파쿼슨 대위님인지 모를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당 표정은 머잖아 사라지게 됐지만, 나는 그게 뭔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

        

        

        

        복잡미묘한 표정의 라플란드가 이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떨궜다.

        

        그것이 질투라는 것을 라플란드가 알게 되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막내는 한국 출신인데, 이런 것만 먹으면 물리지 않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데.”

        

       “그, 조금 그립긴 한데, 원래 양식 엄청 좋아했어요. 한식도 좋아하긴 했는데 여기선 먹을 기회가 거의 없으니까,. 그렇다고 코리아타운만 하루종일 뒤지기도 좀 그렇고….”

        

       “한식이란 건 나름 궁금하긴 한데. 언제 막내가 요리하는 거 기대해봐야겠어.”

        

       “엣, 저 요리 못해요.”

        

       “로건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 그렇게 말하시면 제가 로건 씨에게 눈총을 받게 될 것 같은데요.

        

        물론 그리 말하려고 했던 내 노력은 딱히 쓸모가 없었다. 로건 씨가 오웬스 팀장님의 목을 그대로 조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다는 듯 힘조절을 하는 건 덤이었고.

        

        무슨 레슬링마냥 탭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는 아무런 것도 보지 못한 척을 하면서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이 세계에서는 내가 나 혼자 알아서 김치를 담가야만 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리 생각하니 조금 미묘하긴 했지만, 사실 그것도 그닥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내가 여기서 머물면서 앞으로 배추를 볼 수가 있을까 싶었으니 말이다.

        

        …여러모로 참 슬프기 짝이 없구만.

        

        

        아무튼, 지금은 오전 3시 45분.

        

        어느덧 새벽조차 후반으로 접어들 즈음, 거버너스 섬 위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퍼져나갔다. 오늘의 야식은 피자였다. 거기다가 등화관제를 위해 건물의 창문을 꼼꼼히 틀어막고 빛이 새나가는 것을 막기까지 한 상황.

        

        다행스럽게도 우리를 제외하면 다른 분들은 딱히 피곤해보이진 않는 기색이었다. 조리사 분들도 지금을 위해서 교대로 돌아가며 근무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사실상 변이자만 한참 굴려먹고 있었다.

        

        

        그래도 뭐,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확실히 인정해주기도 하거니와, 기분 자체가 그리 나쁘진 않았다.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과 행동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기적을 빚어내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인 대거 팀이었기에. 그리고 그 기적을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 가시밭길을 걸어가야만 했기에…내가 이렇게 말하니 살짝 쪽팔리다고 해야만 할지.

        

        그게 사실이니 어쩔 수 없긴 했지만 말이다.

        

        

        

       “기지가 완성되려면 아무래도 3주 정도는 걸리겠구만.”

        

       “그것밖에 안 걸리나?”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지만 적게 걸리는 것도 아니지, 그 정도면. 오만가지 신기술 다 써가면서 공사 중인 것도 있고, 이미 만들어진 부품들 전부 인수받은 다음 통째로 조립하는 거잖아.”

        

       “그거야 그렇긴 한데, 뭐어…아무튼 빨리 완성해야 그만큼 시스템 무결성 검사를 여러 번 돌릴 수 있겠지. 적들 오는 와중에 시스템이 맛가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큰 일이니.”

        

       “야야, 밥이나 먹어. 야식 먹으러 왔지 일 이야기 하러 올라왔냐?”

        

        

        

        언제나 그렇듯 방은 왁자지껄했고, 음식과 술이 들어가니 분위기는 더욱 괜찮아졌다. 술은 차가운 맥주. 한국에 있을 때 딱히 술을 많이 마시진 않았었는데, 이게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배도 부르고 시원하기도 했기에, 나는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며 살살 웃을 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약간 분위기가 미묘해지기 시작했다.

        

        조리사 분들은 재료가 떨어졌다면서 한 명씩 나갔고, 라플란드 씨는 파쿼슨 대위님이 데리고 나갔다. 그 결과 어느새 대거 팀만이 방 안에 있게 된 상태.

        

        그것이 무언가 다른 걸 의미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기에, 어느샌가 다른 분들은 적당히 자세를 잡고는 앞으로 있을 일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철컥!

        

        

        

       “…반갑습니다, 대거 팀. 수석작전관 케인 화이트브림입니다. 우선 식사 도중 죄송하다는 말부터 드려야만 할 것 같군요.”

        

       “뭐, 얼추 그럴 것 같긴 했지. 신경쓰지 마. 그럼 이야기부터 한 번 들어보자고.”

        

       “그럼 거두절미하고 즉시 말씀드리지요. 바로 데이터를 전송해드리겠습니다.”

        

        

        

        정적.

        

        귓전에 경쾌한 소리가 떠올랐다. 작전 데이터가 전송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조든 애머스트?”

        

       “그렇습니다. 얼마 간의 조사 결과,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의 주요한 범인으로 지목되는 자를 성공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고, 현재 생사는 불명입니다만, 최근 그가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전 머물렀던 아파트를 알아내었습니다.”

        

       “살아있으면 꽤 큰일이 되겠는데.”

        

       “그렇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오늘 이리 미리 말씀을 드린 겁니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이어지는 말.

        

        

        

       “확실한 것은, 만약 조든 애머스트가 살아있고, 그 자의 신병이 타국 혹은 아르테미스로 넘어가기라도 했다간, 미국에 있어 그 이상의 안보적 위협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최대한….”

        

       “뭐, 가능하면 붙잡아오고, 어려우면 천국에서 회개할 기회를 주란 소리로군. 이해했어.”

        

       “그렇습니다. 일단 그 자가 현재 어디서 머물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러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면 그리 멀지 않은 시가 안에 그 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하지만?”

        

       “다음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그 순간 이어지는 데이터 전송. 사이버사령부 측에서부터 직접 온 것이었다.

        

        전문은 간단했다. 핵잠에서 뜯어온 통신기기 및 적국 군사위성의 데이터 등에서 모종의 알림이 뜬 것이었다. 그것은 일종의…통신망 연결 비슷한 것이었다. 일정 거리 안에 들어온 아군과의 통신.

        

        다시 말해, 연합군과 미국 본토와의 거리가 3000km 안으로 좁혀졌다는 뜻.

        

        그리고-

        

        

        

       “…이상의 데이터를 토대로, 상부는 어쩌면 타국 역시도 조든 애머스트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타국이 조든 애머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을 수가 있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아르테미스는 다방면에서 연합군을 도왔습니다. 해당 데이터 역시도 알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만…일단 HQ는 대거 팀 분들에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것을 당부하고자 합니다.”

        

       “이해했어.”

        

        

        

        알려진 것은 조든 애머스트의 아파트 위치. 그리 멀지도 않았다. 센트럴 파크와 고작해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으니까.

        

        그런 곳에서 어떻게 음모를 꾸몄을까 싶긴 하지만, 세상이란 원래 아이러니한 법이었으니.

        

        짤막한 브리핑이 끝나고, 입이 열렸다.

        

        

        

       “좋아. 그럼 그렇지. 그래도 일단 공사는 최대한 도와주고 갈 테니까, 투입 명령이나 내려달라고.”

        

       “근시일 내에 관련 사항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그렇게 잠시간의 정적이 이어지고, 얼마나 지났을까.

        

        

        

       “…그래서. 이제 요리사 분들도 슬슬 다시 들어와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나 아직 배 덜 찼다고.”

        

       “어련하시겠어요.”

        

        

        

        아직 배가 덜 찬 변이자들의 아쉬움만이 방 안을 맴돌 뿐이었다.

        

        우린 역시 돼지가 틀림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엣 어째서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거지’ 클리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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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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