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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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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안돼. 뱉어,퉤.”
   “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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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제스가 물고 있던 작은 새를 뱉어내게 했다. 새가 몸을 파득파득 떨다가 날아가 버렸다. 제스가 입맛을 쩝쩝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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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파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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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방에서 육포를 하나 꺼내 제스의 입에 물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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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란의 투기장을 떠난 지 3일째 되는 날, 우리는 숲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중간중간 마을이 있긴 했지만 들리진 않았다. 어떤 위험이 있을지 알 수 없는 데다가 웬만한 물건은 미리 구매해둔 상태라 들릴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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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지소의 땅에서 멀어질 생각뿐이었던터라 무작정 걷기만 했지만 , 슬슬 목적지를 제대로 정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지도를 펼친 후 우리가 걸어온 길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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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전에 빙 둘러 지나왔던 마을이 지도에 표시되어 있어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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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에 노아랑 헤어져서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했었지?”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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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육포를 오물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제스가 말해 준 기이한 숲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스와 노아가 헤어진 위치를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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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숲에서 헤어졌구나? 으음, 정확히 어느 쪽으로 갔을지는 모르겠지만…가장 가까운 도시가 여기니까 여기로 한번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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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에 표시된 ‘카르디샨’이라는 지명을 콕 짚으며 중얼거리자 제스가 고개를 마구 끄덕거리며 귀를 팔랑거렸다. 아이리스는 그저 내가 하자는 대로 “응”이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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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한 두 아이의 모습을 보자 책임감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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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최대한 안전한 길을 찾아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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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제스와 나, 아이리스의 여정이 다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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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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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겨우 다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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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보이는 카르디샨의 성벽을 보며 긴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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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하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릴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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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쉬지 않고 달려왔다기에 아무리 멀어봤자 일주일 거리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지도에선 꽤 먼 거리로 표시되었지만, 거리감이 이상하게 표기된 마을이 많아서 믿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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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도착해서 다행이다. 우선, 여관에서 푹 쉬고 다음 날부터 노아가 이곳에 있는지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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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라면 자신이 없어도 건강하게 잘 살고있을 것 같지만, 가능하면 뭉쳐서 함께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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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능하면 아이들과 다 같이 행동하자. 아이리스를 구할 기사가 올 때까지만 여기서 버티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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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디샨은 처음 내가 눈을 떴던 오딜의 실험실이 있던 곳이다. 그러니 후에 아이리스를 구할 기사도 카르디샨으로 올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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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까지 생각하자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 흰 오목눈이를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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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이 세계는 더 이상 소설 속 세계가 아니니까 뭐든지 확실할 순 없어. 그 말은 곧…기사가 이곳을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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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과 함께 마왕의 땅을 탈출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떠한 무력 수단도 없었으면 모를까 나에겐 최강의 무기인 마검 가르간도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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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같이 탈출하는 게 힘들긴 해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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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가능하면 기사와 탈출하는 게 좋겠지. 생활이 훨씬 편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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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의 땅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완전히 안전해지는 건 아니다. 다크 판타지 세계답게 마왕의 땅 주민이 아니더라도 정신 나간 놈들은 널려있었고 현실은 가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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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아이리스의 가문에 도착할 때까진 쭉 위험한 상태가 유지 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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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봐, 좋은 물건 들어왔으니까 보고가!”
   “거기 천천히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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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어느새 도시에 바짝 가까워졌다. 나는 익숙하게 가방에서 실버를 꺼내 성벽을 지키는 병사에게 내밀었다. 한 사람당 약 30쿠퍼, 아무런 검문 없이 성벽을 지나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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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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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죽 웃는 경비를 뒤로하고 낮은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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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귀찮게 안 하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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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처럼 선뜻 돈을 내밀면 장사치처럼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해 말을 질질 끌거나 시비를 걸곤 했다. 어떤 새끼들은 마음대로 아이리스나 제스의 로브 후드를 벗겨 노예로 내놓으라는 헛소리를 할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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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때마다 내 오른손이 참지 못하고 마검을 소환해 상대를 뭉개버렸다. 보통 그런 일이 발생하면 감옥에 들어가도 이상할 게 없지만 이곳은 마왕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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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자의 행동이 곧 법인 곳이었기에 도리어 경비들이 굽신거리며 돈을 가져다 바칠 정도였다. 그래봤자 가진 돈에 비하면 얼마 되지도 않고 귀찮게 들러붙기만 해서 짜증 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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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이곳에선 그럴 일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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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여관에 가서 방부터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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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독부터 풀고 싶었기에 멀끔한 형태의 여관을 찾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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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가 세 개인 방으로 장기 숙박할 수 있을까요?”
   “암,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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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지바람을 맞느라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꽤 질 좋은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여관 주인은 간신처럼 웃으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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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같아선 각방을 쓰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엔 범죄자가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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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각방을 잡았다면 오늘 밤 아이리스와 제스 방에 처음 보는 이가 침입할 확률이 100%일 것이다. 물론 제스나 아이리스 둘 다 굉장한 실력을 갖춘 강자들이었기에 문제 될 건 없지만…혹시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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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은 가능하면 대비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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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쇠를 받아 배정받은 방으로 향했다. 다른 여관에 비해 크고 비싸더니, 확실히 내부가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지금까지 묵었던 여관이 모텔이라면 여긴 호텔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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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 쉬고 싶었는데 잘됐다. 두 사람 먼저 씻어, 나는 짐 좀 정리하고 있을게.”
   “목욕! 쭈인님! 같이 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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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씻으라고 할 때마다 옷을 훌렁훌렁 벗는 행동을 혼을 냈더니 제스가 환호성을 내지르며 콩콩 뛰기만 했다. 그러면서 내 옷을 잡고 늘어지는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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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에 말했듯이 안돼.”
   “끼이잉..”
   “씁…안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알았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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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귀를 축 늘어뜨린 채 욕실로 향했다. 평소 제스와 함께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같이 씻자고 꼬시던 아이리스는 평소답지 않게 욕실에 먼저 들어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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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금방 자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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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하는 아이리스의 모습이 기쁘면서도 슬펐다. 이게 아버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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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생각을 하며 제스를 욕실 안에 밀어 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밖으로 잘 정돈된 옷과 엉망으로 접힌 옷이 놓였다. 정돈된 옷은 아이리스, 엉망으로 접힌 옷은 제스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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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옷을 마구 던져버리기만 하더니, 아이리스와 내가 옷을 잘 개어놓는 걸 보곤 어설프게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잘했다고 쓰다듬어주자 옷을 개어놓을 때마다 와서 머리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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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제스의 모습을 떠올리며 대충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얼추 정리가 끝나고 아이들이 갈아입을 옷을 문 앞에 두었다. 내가 입을 옷을 가방에서 꺼내는 사이 아이리스와 제스가 꽃향기를 풍기며 욕실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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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송한 옷으로 갈아입은 채 볼을 옅게 붉히고 있는 두 아이의 모습은 굉장히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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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쭈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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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머리에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우다다다 달려왔다. 익숙하게 수건으로 머리를 털어주자 그르릉거리며 얼굴을 배에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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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 잠깐만, 나 아직 안 씻어서 더러워.”
   “쭈인님 냄새 좋아!”
   “지지야,지지. 머리도 말려야 하니까 떨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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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번 달래주자 제스가 마지못해 떨어졌다. 이곳엔 드라이기 같은 게 없기에 물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머리를 털어주었다. 그 이상 말려주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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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나도.”
   “그래,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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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아이리스의 머리도 털어주자 꽃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적당히 물기를 제거해준 후 수건을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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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나 씻고 올 테니까 쉬고 있어.”
   “응, 오빠 옷 내가 정리…해도 돼?”
   “그래 주면 고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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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효도하려는 아이리스의 모습에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곧바로 욕실로 들어가 옷을 벗은 후 문을 살짝 열어 벗은 옷을 밖에 꺼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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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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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실 문을 닫고 들어와 마검을 소환했다. 마검은 기다렸다는 듯 가느다란 침 형태로 변했다. 그걸 대충 허벅지에 박아두고 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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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쏴아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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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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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물이 피로를 씻어내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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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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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욕실에 들어가고 제스와 단둘이 남게 된 아이리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서 순식간에 지워버린 채 욕실 앞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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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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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몸을 낮춘 채 아이리스의 뒤에 바짝 붙어 따라왔다. 아이리스는 그런 제스를 불편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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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워낙 동물처럼 행동하다보니 반쯤은 제스를 리안이 키우는 동물쯤으로 보고 있었다. 그 덕분에 경계가 많이 풀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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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는 욕실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오는 걸 확인한 후 문 앞에 놓인 리안에 옷을 들어 올렸다. 그중 로브는 제스에게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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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자 제스가 코를 마구 찡긋거리며 동공을 가늘게 세웠다가 확장하길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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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킁킁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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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는 리안의 옷을 바닥에 내려놓고 코를 박은 채 마구 얼굴을 문지르다가 장난감을 숨겨놓으려는 강아지처럼 로브를 들고 어딘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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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는 리안의 셔츠를 들어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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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흐우…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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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태처럼 보이는 행동이지만 여기엔 다 사정이 있었다. 리안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그의 옷을 가득 모아 둥지를 만들고 안심했던 습관 때문에 그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이런 식으로 그의 체향을 맡아야만 진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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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는 이 행동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있었기에, 리안이 자리를 비울 때만 몰래 옷을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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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에게 옷을 건네준 건 제스의 입을 막기 위해서도 있지만 아이리스 혼자서 리안의 옷을 품에 안고 있으면 제스가 계속 다가와 코를 킁킁거리며 방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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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튼 그녀는 행복한 얼굴로 리안의 냄새가 진하게 밴 옷을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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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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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그녀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거칠게 노크하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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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102▉호실에 노크하지 마십시오.
실수로 노크를 하셨다면 아래처럼 대응하십시오.
– 만약 문이 열렸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십시오. 열리지 않아도 도망치십시오.
– 도망을 실패하여 누군가에게 붙잡혔다면 “▉▉님!”이라고 외치십시오. 그게 당신이 살 유일한 방법입니다.
– 당신을 습격한 사람이 남자라면 절대 곁에 있는 ▉▉를 모욕하지 마십시오. ▉▉ ▉험▉ 자▉ ▉▉입니다.
– 만약 내용 일부가 지워져 있다면 ▉▉▉ ▉▉ ▉▉▉▉▉.」

방문자에게 선물로 이런 내용이 적힌 쪽지를 주고 싶군요!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제스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안돼. 뱉어,퉤.”

“베에..”

나는 제스가 물고 있던 작은 새를 뱉어내게 했다. 새가 몸을 파득파득 떨다가 날아가 버렸다. 제스가 입맛을 쩝쩝 다셨다.

“배고파서 그래?”

가방에서 육포를 하나 꺼내 제스의 입에 물려주었다.

광란의 투기장을 떠난 지 3일째 되는 날, 우리는 숲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중간중간 마을이 있긴 했지만 들리진 않았다. 어떤 위험이 있을지 알 수 없는 데다가 웬만한 물건은 미리 구매해둔 상태라 들릴 이유가 없었다.

처음에는 지소의 땅에서 멀어질 생각뿐이었던터라 무작정 걷기만 했지만 , 슬슬 목적지를 제대로 정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지도를 펼친 후 우리가 걸어온 길을 확인했다.

조금 전에 빙 둘러 지나왔던 마을이 지도에 표시되어 있어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중간에 노아랑 헤어져서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했었지?”

“웅.”

제스가 육포를 오물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제스가 말해 준 기이한 숲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스와 노아가 헤어진 위치를 추정했다.

“죽음의 숲에서 헤어졌구나? 으음, 정확히 어느 쪽으로 갔을지는 모르겠지만…가장 가까운 도시가 여기니까 여기로 한번 가볼까?”

지도에 표시된 ‘카르디샨’이라는 지명을 콕 짚으며 중얼거리자 제스가 고개를 마구 끄덕거리며 귀를 팔랑거렸다. 아이리스는 그저 내가 하자는 대로 “응”이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순한 두 아이의 모습을 보자 책임감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좋아, 최대한 안전한 길을 찾아서 가보자!’

그렇게 제스와 나, 아이리스의 여정이 다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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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겨우 다 왔네.”

저 멀리 보이는 카르디샨의 성벽을 보며 긴 숨을 내뱉었다.

‘이동하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릴 줄이야.’

제스가 쉬지 않고 달려왔다기에 아무리 멀어봤자 일주일 거리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지도에선 꽤 먼 거리로 표시되었지만, 거리감이 이상하게 표기된 마을이 많아서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도착해서 다행이다. 우선, 여관에서 푹 쉬고 다음 날부터 노아가 이곳에 있는지 찾아보자.’

노아라면 자신이 없어도 건강하게 잘 살고있을 것 같지만, 가능하면 뭉쳐서 함께하고 싶었다.

‘가능하면 아이들과 다 같이 행동하자. 아이리스를 구할 기사가 올 때까지만 여기서 버티면 되니까.’

카르디샨은 처음 내가 눈을 떴던 오딜의 실험실이 있던 곳이다. 그러니 후에 아이리스를 구할 기사도 카르디샨으로 올 터였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 흰 오목눈이를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만, 이 세계는 더 이상 소설 속 세계가 아니니까 뭐든지 확실할 순 없어. 그 말은 곧…기사가 이곳을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소리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과 함께 마왕의 땅을 탈출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떠한 무력 수단도 없었으면 모를까 나에겐 최강의 무기인 마검 가르간도아가 있었다.

다 같이 탈출하는 게 힘들긴 해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가능하면 기사와 탈출하는 게 좋겠지. 생활이 훨씬 편할 테니까.’

마왕의 땅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완전히 안전해지는 건 아니다. 다크 판타지 세계답게 마왕의 땅 주민이 아니더라도 정신 나간 놈들은 널려있었고 현실은 가혹했다.

적어도 아이리스의 가문에 도착할 때까진 쭉 위험한 상태가 유지 될 터다.

“이봐, 좋은 물건 들어왔으니까 보고가!”

“거기 천천히 내려!”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어느새 도시에 바짝 가까워졌다. 나는 익숙하게 가방에서 실버를 꺼내 성벽을 지키는 병사에게 내밀었다. 한 사람당 약 30쿠퍼, 아무런 검문 없이 성벽을 지나는 방법이었다.

“통과!”

히죽 웃는 경비를 뒤로하고 낮은 숨을 내뱉었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귀찮게 안 하네. 다행이다.’

지금처럼 선뜻 돈을 내밀면 장사치처럼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해 말을 질질 끌거나 시비를 걸곤 했다. 어떤 새끼들은 마음대로 아이리스나 제스의 로브 후드를 벗겨 노예로 내놓으라는 헛소리를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 오른손이 참지 못하고 마검을 소환해 상대를 뭉개버렸다. 보통 그런 일이 발생하면 감옥에 들어가도 이상할 게 없지만 이곳은 마왕의 땅이다.

강자의 행동이 곧 법인 곳이었기에 도리어 경비들이 굽신거리며 돈을 가져다 바칠 정도였다. 그래봤자 가진 돈에 비하면 얼마 되지도 않고 귀찮게 들러붙기만 해서 짜증 났었다.

다행히 이곳에선 그럴 일이 없어 보였다.

“우선 여관에 가서 방부터 잡자.”

여독부터 풀고 싶었기에 멀끔한 형태의 여관을 찾아 들어갔다.

“침대가 세 개인 방으로 장기 숙박할 수 있을까요?”

“암, 가능하죠.”

먼지바람을 맞느라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꽤 질 좋은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여관 주인은 간신처럼 웃으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마음 같아선 각방을 쓰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엔 범죄자가 너무 많아.’

아마 각방을 잡았다면 오늘 밤 아이리스와 제스 방에 처음 보는 이가 침입할 확률이 100%일 것이다. 물론 제스나 아이리스 둘 다 굉장한 실력을 갖춘 강자들이었기에 문제 될 건 없지만…혹시 모르는 일이다.

위험은 가능하면 대비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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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를 받아 배정받은 방으로 향했다. 다른 여관에 비해 크고 비싸더니, 확실히 내부가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지금까지 묵었던 여관이 모텔이라면 여긴 호텔 느낌이 강했다.

“푹 쉬고 싶었는데 잘됐다. 두 사람 먼저 씻어, 나는 짐 좀 정리하고 있을게.”

“목욕! 쭈인님! 같이 씻자!”

씻으라고 할 때마다 옷을 훌렁훌렁 벗는 행동을 혼을 냈더니 제스가 환호성을 내지르며 콩콩 뛰기만 했다. 그러면서 내 옷을 잡고 늘어지는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저번에 말했듯이 안돼.”

“끼이잉..”

“씁…안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알았어여..”

제스가 귀를 축 늘어뜨린 채 욕실로 향했다. 평소 제스와 함께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같이 씻자고 꼬시던 아이리스는 평소답지 않게 욕실에 먼저 들어간 상태였다.

‘아이들은 금방 자라는구나.’

성장하는 아이리스의 모습이 기쁘면서도 슬펐다. 이게 아버지의 마음!

그런 생각을 하며 제스를 욕실 안에 밀어 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밖으로 잘 정돈된 옷과 엉망으로 접힌 옷이 놓였다. 정돈된 옷은 아이리스, 엉망으로 접힌 옷은 제스의 것이었다.

처음에는 옷을 마구 던져버리기만 하더니, 아이리스와 내가 옷을 잘 개어놓는 걸 보곤 어설프게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잘했다고 쓰다듬어주자 옷을 개어놓을 때마다 와서 머리를 내밀었다.

귀여운 제스의 모습을 떠올리며 대충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얼추 정리가 끝나고 아이들이 갈아입을 옷을 문 앞에 두었다. 내가 입을 옷을 가방에서 꺼내는 사이 아이리스와 제스가 꽃향기를 풍기며 욕실에서 나왔다.

보송한 옷으로 갈아입은 채 볼을 옅게 붉히고 있는 두 아이의 모습은 굉장히 사랑스러웠다.

“쭈인님!”

제스가 머리에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우다다다 달려왔다. 익숙하게 수건으로 머리를 털어주자 그르릉거리며 얼굴을 배에 문질렀다.

“제스 잠깐만, 나 아직 안 씻어서 더러워.”

“쭈인님 냄새 좋아!”

“지지야,지지. 머리도 말려야 하니까 떨어지자.”

몇 번 달래주자 제스가 마지못해 떨어졌다. 이곳엔 드라이기 같은 게 없기에 물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머리를 털어주었다. 그 이상 말려주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오빠 나도.”

“그래,그래.”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아이리스의 머리도 털어주자 꽃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적당히 물기를 제거해준 후 수건을 치웠다.

“그럼 나 씻고 올 테니까 쉬고 있어.”

“응, 오빠 옷 내가 정리…해도 돼?”

“그래 주면 고맙지!”

벌써 효도하려는 아이리스의 모습에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곧바로 욕실로 들어가 옷을 벗은 후 문을 살짝 열어 벗은 옷을 밖에 꺼내두었다.

탁.

욕실 문을 닫고 들어와 마검을 소환했다. 마검은 기다렸다는 듯 가느다란 침 형태로 변했다. 그걸 대충 허벅지에 박아두고 씻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

“흐아…”

따뜻한 물이 피로를 씻어내려 주었다.

***

리안이 욕실에 들어가고 제스와 단둘이 남게 된 아이리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서 순식간에 지워버린 채 욕실 앞으로 다가갔다.

“킁킁…”

제스가 몸을 낮춘 채 아이리스의 뒤에 바짝 붙어 따라왔다. 아이리스는 그런 제스를 불편해하지 않았다.

제스가 워낙 동물처럼 행동하다보니 반쯤은 제스를 리안이 키우는 동물쯤으로 보고 있었다. 그 덕분에 경계가 많이 풀린 상태였다.

아이리스는 욕실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오는 걸 확인한 후 문 앞에 놓인 리안에 옷을 들어 올렸다. 그중 로브는 제스에게 던져주었다.

그러자 제스가 코를 마구 찡긋거리며 동공을 가늘게 세웠다가 확장하길 반복했다.

“킁킁킁킁!”

제스는 리안의 옷을 바닥에 내려놓고 코를 박은 채 마구 얼굴을 문지르다가 장난감을 숨겨놓으려는 강아지처럼 로브를 들고 어딘가로 향했다.

아이리스는 리안의 셔츠를 들어 품에 안았다.

“흡,흐우…오빠…”

변태처럼 보이는 행동이지만 여기엔 다 사정이 있었다. 리안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그의 옷을 가득 모아 둥지를 만들고 안심했던 습관 때문에 그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이런 식으로 그의 체향을 맡아야만 진정이 되었다.

아이리스는 이 행동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있었기에, 리안이 자리를 비울 때만 몰래 옷을 껴안았다.

제스에게 옷을 건네준 건 제스의 입을 막기 위해서도 있지만 아이리스 혼자서 리안의 옷을 품에 안고 있으면 제스가 계속 다가와 코를 킁킁거리며 방해했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녀는 행복한 얼굴로 리안의 냄새가 진하게 밴 옷을 끌어안았다.

쿵쿵!

그때 그녀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거칠게 노크하는 소리였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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