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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

   콰아아아아앙!

     

   마차의 구역 내부 터져 나온 폭음 속.

   병정을 베어 가른 라크라디온이 바닥에 착지했다.

     

   그 순간 날아든 그림자 검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가며 몇 가닥을 갈랐다.

     

   “후읍!”

     

   당겨진 숨과 함께 라크라디온이 즉시 내뻗은 검으로 그림자 무장공주를 갈랐다.

   하지만 그림자 무장공주는 검에 갈라졌음에도 멀쩡했다.

     

   일정 이상 피해를 받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카강!

     

   그러나 몸으로 라크라디온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는 그림자 무장공주와 달리 라크라디온은 그녀의 공격을 마냥 피할 수가 없었다.

     

   “라, 라크라디온 씨.”

   “됐다. 회복에나 집중해라.”

     

   왜냐하면 그녀의 뒤에는 거의 죽기 직전의 부상을 당한 펜달로드의 부대장 솔드리크와 그를 어떻게든 회복시켜 주고 있는 백마도사 올리비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라크라디온이 공격을 크게 피한다면 올리비아와 솔드리크가 당한다.

   그러니 그녀는 가능하면 그림자 무장공주의 공격을 전부 막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라크라디온의 몸에도 차츰 상처가 쌓이고 있었다.

   그림자 무장공주는 본체에 비하면 분명 한참 모자랐지만 그럼에도 라크라디온과 엇비슷할 정도로 강했다.

     

   ‘이 정도면 본체는 대체.’

     

   무장공주와 맞서고 있을 크라슈를 떠올린 라크라디온이 침음을 삼켰다.

   그가 걱정됐지만,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라크라디온 씨! 저, 저기!”

     

   그 순간 덜컹하고 열린 문 쪽에서 또 하나의 그림자 무장공주가 나타났다.

   검에 묻은 피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누군가 녀석에게 당해버린 것 같았다.

     

   그보다 문제는 그림자 무장공주가 둘로 늘어 났다는 거다.

     

   “나를, 나를 버리고 가시오.”

   “부대장!”

     

   올리비아가 놀란 표정으로 외쳤으나 그는 피를 쏟아내며 애써 말하였다.

     

   “전부, 전부 내 탓이니까. 처, 음부터 당신들을 방해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 었을 텐데.”

     

   팀원들이 위험에 처한 것은 자기 때문이라며 솔드리크는 입술을 짓이겨 물었다.

   라크라디온과 크라슈를 방해하지 않고, 그들이 8층에 도달했다면 최소한 팀원이 이렇게 뿔뿔이 흩어져 죽임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 말고 다른 팀, 원을 먼저 구해주시오. 그들은 모르, 오. 이블링과 나만이 알던 사실이니까.”

     

   제일 처음에 무장공주에 의해 죽었던 검사 이블링, 그리고 부대장인 솔드리크가 함께 몰래 라크라디온과 크라슈의 발목을 잡으려 했을 뿐.

   나머지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른다.

     

   대장인 펜달조차 말이다.

   그러니 최소한 올리비아와 라크라디온이 도망쳐 다른 팀원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해주기를 바랐다.

     

   “부대장, 그만 말해요! 출혈이 심해지니까!”

   “……부탁하오. 대장을 볼 낯짝도 없, 는 놈이니까”

     

   그 사실을 알기에 솔드리크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자 라크라디온이 숨을 내쉬었다.

     

   “이야기는 나중에 듣지.”

     

   그 말은 버리고 갈 생각이 없다는 의미와 같았다.

     

   “어, 째서!”

   “펜달이 아무리 그래도 자기 팀에서 일어난 일을 모를 것 같나.”

     

   솔드리크의 얼굴이 굳었다.

     

   “너희 의사였다곤 하나 펜달도 동의한 거다. 펜달로드를 위해서라도.”

     

   펜달은 급작스럽게 움직인 것 같지만 줄곧 낙천을 쓰러트릴 방법을 자기 나름대로 고심하고, 또 연구해 왔다.

   그저, 라크라디온과 같이 낙천에게 다시금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선뜻 품지 못했을 뿐.

     

   그도 마냥 멈춰있지 않았다.

   그것을 라크라디온은 펜달로드를 보고 깨달았다.

     

   펜달로드야말로 낙천을 이겨내기 위한 펜달의 발버둥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나는 펜달의 부탁을 따라줄 뿐이다.”

     

   자기 팀원을 구해 달라고 했던 그의 말을 말이다.

     

   쿵!

     

   하지만 안 좋은 일은 연달아 겹친다고 했던가.

   부서진 문짝과 함께 또 한 명의 그림자 무장공주가 나타났다.

     

   그걸로 총 셋.

   한 명조차도 아슬하게 감당하던 라크라디온에게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라, 라크라디온 씨!”

     

   올리비아는 이제 울먹일 정도였다.

   죽음을 직감한 것이었다.

     

   “괜찮다.”

     

   하지만 라크라디온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채 고요히 검을 들어 올렸다.

     

   “약속했으니까.”

     

   크라슈와 한 약속.

   그것은 펜달로드를 부탁한다는 소리였다.

     

   자신에게 분명 검을 들이민 그들임에도 그는 용서하고 그들을 지키기를 바랐다.

   그런 사람이 무장공주와 직접 맞서며 부탁한 일이다.

     

   고작 그림자 무장공주 셋 상대로 자신이 물러설 순 없었다.

     

   팍!

     

   그 순간 그림자 무장 공주 셋이 동시에 움직임을 게시했다.

   한 명은 검, 다른 한 명은 도끼, 다른 한 명은 창.

     

   무장공주와 같이 다양한 무기를 지닌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휘두르는 무기는 하나 같이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채앵, 챙!

     

   울려 퍼지는 금속음과 함께 라크라디온의 몸에 상처가 생겨났다.

   튀어 오르는 핏물 사이.

     

   라크라디온의 검이 오러 블레이드로 빛나며 우직하게 휘둘러졌다.

     

   그녀가 자신이 마성궁의 빛으로 일컫는 이유를 증명하듯.

   그녀의 검에서 쏟아져 나온 환한 빛은 어느 때보다 거세게 그 힘을 토해내었다.

     

   서걱!

     

   이윽고 휘둘러진 검 하나가 그림자 무장공주의 목을 날려 버렸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뒤이어 날아든 검이 그녀의 옆구리를 찢으며 박혀 들었기 때문이었다.

     

   “큭!”

     

   침음을 삼킨 그녀가 즉시 검을 되돌림과 함께 자기 옆구리에 검을 박아 넣은 그림자 무장공주의 머리를 검으로 내려쳤다.

   그림자 무장공주는 라크라디온의 옆구리에 박힌 검을 놓음과 함께 발 빠르게 몸을 빼었다.

     

   그 대신 새로운 그림자 검을 손에 만들어 쥐었다.

     

   뚝뚝-

     

   흐르는 핏물을 따라 라크라디온이 숨을 가다듬었다.

   양손 도끼를 휘두르던 그림자 무장공주는 피해를 견디지 못했는지 결국 무너져 내렸다.

     

   남은 건 둘.

   그러나 라크라디온이 입은 상처는 이미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쿵!

     

   그 순간 창을 쥔 그림자 공주가 그대로 급습을 해왔다.

   라크라디온은 그 창을 피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창은 뒤에 있는 올리비아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윽!”

     

   결국 억지로 힘겨루기하듯 라크라디온이 창을 받아낸 순간 검을 쥔 그림자 무장공주가 그녀의 목을 향해 휘둘러 왔다.

     

   죽음이 아주 짧게 그녀의 눈에 스친 순간.

     

   챙!

     

   부딪친 소음과 함께 그림자 무장공주의 검이 옥색의 검에 막혔다.

   그 검의 주인이 누구인지 깨달은 라크라디온이 눈을 크게 뜬 순간 거기에는 펜달이 있었다.

     

   “늦었다.”

     

   포션으로 상처를 강제로 회복시킨 탓인지 목에 흉터가 남은 펜달이 옥천을 쥔 채 라크라디온의 옆에 섰다.

     

   “대장!”

     

   올리비아가 펜달을 부르짖자 그는 숨을 가다듬으며 옥천을 겨누었다.

     

   “……펜달, 두 명은.”

     

   그림자 무장공주는 셋 말고 둘이 더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질문하자 펜달은 라이오너를 통해 뇌기를 끌어 올렸다.

     

   “한 놈은 나와 다른 녀석들이 처리했다. 다른 한 놈은 보이지 않아서 쫓고 있고. 조르시아는 죽었지만.”

     

   펜달은 수색꾼 담당이었던 조르시아의 죽음에 분노하듯 중얼거렸다.

     

   “그럼 간단한 이야기군.”

   “그래, 이놈 둘을 조지고, 다른 한 명도 조지면 그 괴물만 남는다.”

     

   라크라디온과 펜달의 두 눈이 마주했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이 망설임 없이 그림자 무장공주들에게 도약했다.

     

   그림자 무장공주 두 명도 두 사람이 공격해온 즉시 창과 검을 휘둘러 왔다.

     

   채앵!

     

   그러자 마차 속에 순식간에 검명과 무기가 대기를 가르는 소리가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림자 무장공주는 강했다.

   애초에 같은 사람을 통해 나온 분신이다.

     

   서로의 행동과 생각은 일치했고, 그렇기에 그림자 무장공주들의 호흡은 완벽에 가까웠다.

     

   반면에 펜달과 라크라디온은 다른 사람이다.

   과거에 동료가 된 적은 있으나 지난 몇 년간 호흡을 맞춘 적도 없고, 함께 지낸 적도 없다.

     

   하지만 왜일까.

   밀리는 것은 그림자 무장공주 쪽이었다.

     

   펜달과 라크라디온의 호흡은 분명 어긋나 있었다.

   그러나 그 어긋남이 자꾸만 변수를 만들어 냈다.

     

   그림자 무장공주가 공격해오는 타이밍에 파고든 라크라디온이 검을 받아친 순간 펜달이 때마침 휘두른 전격이 얼떨결에 그림자 무장공주에게 직격했다.

   그런 식으로 묘하게 쌓여가는 변수가 자꾸만 그림자 무장공주에게 피해를 누적시켰다.

     

   우습지만 두 사람은 원래도 이랬다.

   가장 안 맞는 두 사람이기에 가장 알 수 없는 변수를 만들어 내는 콤비라고.

   마성궁에서 둘을 본 이들은 누구나 그렇게 말하였다.

     

   “펜달!”

   “알아!”

     

   그림자 무장공주의 피해가 점차 쌓여 두 사람이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눈치챈 라크라디온이 펜달을 부르짖었다.

   그러자 바닥에 몸을 바짝 낮추듯 엎드린 펜달이 옥천의 위에 라이오너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펜달의 필살기를 준비함을 눈치챈 그림자 무장공주가 즉시 펜달을 공격하려 해왔다.

   그러나 라크라디온이 빛나는 오러와 함께 창과 검을 동시에 막는 기막힌 검술 실력을 보여왔다.

     

   공방일체.

   기본을 가장 중시했기에 공격도 방어도 완전한 일체에 이룬 라크라디온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경지였다.

     

   그 모습의 올리비아가 감탄사를 내뱉은 그 찰나.

   펜달의 몸에서 전하의 스파크가 거세게 터져 나왔다.

     

   파직!

     

   그리고 아주 짧게 스파크가 스쳐 지나간 소리가 울렸을 때.

   펜달의 인영이 흐트러짐과 함께 흩날린 스파크와 함께 옥천의 검이 내질러졌다.

     

   뇌랑출검(雷狼出劍)

     

   번개의 늑대가 그림자 무장공주의 머리 두개를 동시에 찢어발겼다.

     

   비록 무장공주에게 막혀버렸던 그 일격이었지만.

   분신에게는 확실하게 한 방 먹인 회심의 일격에 그림자 무장공주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라크라디온과 펜달이 동시에 승리를 확신한 그 순간.

   무너져 가는 그림자 무장공주의 팔들이 라크라디온의 팔을 포박하듯 감싸 쥐었다.

     

   “윽?!”

     

   설마 무너져 가는 와중에 급습할 줄 몰랐던 라크라디온이 당황한 음색을 토해냈을 때.

   그녀의 눈에 덜커덩하고 열린 문이 보였다.

     

   그 문 앞에 서있는 것은 펜달이 사라졌다고 했던 그림자 무장공주였다.

   앞이 뻥 뚫린 거대한 기둥 같은 것을 들고 서있는 그림자 무장공주는 곧 무언가를 당겼다.

     

   찰칵! 화륵!

     

   안쪽에서 철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불이 붙는 소리가 들려왔다.

   위험을 느낀 라크라디온이 즉시 몸을 빼려 했지만, 그림자 무장공주들은 무너져 가는 와중에도 더욱더 거세게 엉겨 붙어 왔다.

     

   힘이 거의 빠진 상태였으니 죽자는 식으로 달려드니 도무지 도망칠 수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 이미 다른 그림자 무장공주가 든 기둥 앞에 화구가 몰려들고 있었다.

   라크라디온의 두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죽는다.

   정말로 여기서 죽는 건가.

     

   낙천에게 도전조차 못 하고, 크라슈에게 그 말을 해보지 못한 채로.

   이렇게 죽는 건가.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오히려 이제야 아쉬움이 생겼다는 사실이 아쉬워 미칠 지경이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것이라면 낙천에게 검을 휘둘러 보기라도 해야 했는데.

   그녀의 눈에 씁쓸한 감정이 깃들 때였다.

     

   그녀의 앞에 불쑥 몸을 들이민 것이 말이다.

   흩날리는 회색의 머리와 함께 한 남성의 등.

     

   화구의 빛에 의해 그림자 져가는 그의 등을 본 라크라디온의 눈이 부릅떠졌다.

     

   “펜달?!”

   “옘병, 안 어울리는 짓 했네.”

   

   

   

   

     

   아주 짧게 체념한 웃음을 삼킨 펜달의 말과 함께 화구가 마차 안을 덮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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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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