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셨군요.”
힘 없이 브라운을 맞이하는 조병창의 장인.
이는 그가 조병창에 방문 할 때마다 골치아픈 구조의 화기 제작을 요청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화기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제국에 있어 좋은 일이다.
다만, 설계도를 바탕으로 어떻게 제작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입장에선, 브라운의 방문이 썩 반갑진 않았다.
“표정이 안 좋으신데,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순진한 표정으로 안부를 묻는 브라운.
‘올때마다 일감을 들고 오는 너가 문제입니다.’
차마 머릿속 생각을 입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장인.
하지만 장인이 모르는 게 있다면.
‘…라고 생각하겠지.’
브라운 또한 이에 대해 어느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같은 공무직을 맡고 있는 이로써, 어찌 이를 모를 수 있겠나.
다만 그의 심정을 이해할 뿐이었다.
“괜찮습니다. 오늘은 무슨 일로…”
“아, 다른 게 아니고…”
장인의 질문에 품을 뒤져 종이를 꺼내는 브라운.
‘하하.’
또 다른 일감이 브라운의 품에서 나왔다.
“흠…이건…무슨…”
설계도를 바라보며 의문을 표하는 장인.
“랜스와 화기를 결합한 형태의 화기입니다. …어려울까요?”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이게…”
잠시 묵묵히 설계도를 바라보던 장인이 말을 이어갔다.
“적혀있는게, 이게 맞습니까?”
일반적인 랜스와는 조금, 아니 많이 달랐다.
뿐만 아니라 몸체를 전부 튼튼한 금속으로 제작해달라는 요구까지.
“이건 무리입니다. 만들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이걸 어떻게 운용한다는 말입니까?”
장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차라리 이게 포였다면 이해는 하겠습니다. 랜스를 이렇게 만든다면, 드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아무리 명마라도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엎어질게 분명합니다. 수치가 잘못된 거 아닙니까?”
“하하…”
장인의 질문에 난처한 듯 웃음을 짓는 브라운.
“역시 잘못된게 맞지요?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그럼 수치의 수정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브라운에게 설계도를 다시 건네는 장인.
하지만, 브라운은 설계도를 받는 대신 입을 열었다.
“수치에는 어떠한 오차도 없습니다.”
“…?”
“적혀있는 그대로, 제작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엇.어어엇…”
브라운의 이어지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장인.
“대체 누가 이 랜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기마병들은 말에 올라타기도 전에 랜스를 떨굴텐데. 들 수 있다고 해도 군마가 이 무게를 버틸 수 있을 리도 없는데. 결국 이걸 운용할 수 있는 건 이만한 걸 들고 달려나갈 수 있는 소수의 기사…”
의문을 표하던 장인이 말을 더듬었다.
“일부의… 특이한…”
기사들은 일반인들의 체급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존재들이다.
물론 그런 기사들도 상식적으로 통용된,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무기들을 사용한다.
하지만 모든 기사들이 그런 건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예외는 있는 법.
거대한 망치, 전투도끼. 혹은 대검 등.
일반인들은 차마 들지도 못하는 무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운용하는 이들도 소수지만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그 중에는 랜스를 다루는 기사도 존재.
“…혹시, 기사 전용 무기가 맞습니까?”
이어지는 장인의 말에, 브라운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허어. 참.”
***
“…이해했습니다. 완성 되면 연락 하겠습니다.”
설계도의 수치가 잘못된게 아니라는 걸 납득한 장인에게, 무기를 마저 설명한 브라운은 조병창을 나섰다.
‘이거는 됐고…’
화기가 완성 된다면, 격발이 잘 되는지는 연구소에서 확인.
이후 기사가 직접 괜찮은지 시험 해 볼 것이다.
시험해 볼 마수들의 출현은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었으니, 실전 시험은 어쩌면 빠르게 시작될 지도 몰랐다.
‘…지켜보면서 지속적으로 개량해 가면 되겠지.’
시제품이 완성되기 전까진 보류.
브라운이 다음으로 하는 고민은.
‘반자동, 혹은 자동 화기도 제작할 준비를 해야되는데.’
물론 기관총은 설계단계에 있다.
브라운이 고민중인 자동/반자동 화기는 개인 보병에게도 도입될 수 있는 형태의 화기였다.
‘당장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자동화기라면 …스텐 기관단총?’
사람을 상대로는 뛰어난 저지력을 보일 수 있겠지만, 마수를 상대로도 과연 통할지가 문제.
‘구경을 더 키우면…’
고민을 이어가던 브라운의 앞을, 아르윈이 팔을 뻗어 막는다.
“누군가 접근합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를…”
“…네.”
아르윈의 말에 품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며 주변을 확인하는 브라운.
멀지 않은 곳에서 다가오는 이들이 보였다.
“브라운씨 맞으십니까?”
“이야기는 많이 들었…”
“더 이상 다가오지 마라.”
순박한 표정으로 입을 여는 이들을 저지하는 아르윈.
“아아, 잠시 이야기를….”
“수상한 사람은 아니고…”
“그 이상 움직이면 베겠다.”
아르윈이 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이에, 그들은 더욱 당황한 채로 말을 이어갔다.
“아앗…그저 지나가던 중 브라운씨를 마주쳐서 반가웠던 사업가들일 뿐입니다….”
“사업 관련해서 제안드릴 게 있었는데, 폐를 끼쳤다면 죄송합니다만, 명함이라도 받아주실 수 있으십니까?”
무해해 보이는 그들의 반응에, 아르윈과 브라운의 긴장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물러나십시오. 용무가 있다면 무기 연구소 측으로….”
아르윈이 그들에게 마저 이야기 하던 도중이었다.
-쾅!
““?””
어디선가 들려오는 굉음.
이는 이후로도 몇번 들렸고, 곧이어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신교단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건가?’
그동안 마신교단은 수도 내부에서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그렇기에 제국의 수도는 마신교단 청정 지대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이들의 인식이었다.
하지만, 수도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연기를 보니, 그것도 이제는 옛말인듯 보였다.
“이…이게 무슨…”
“…빨리 대피를…”
브라운에게 접근한 이들도 당황한 채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브라운씨! 위험합니다! 빨리 연구소로 복귀를…!”
그나마 다행이라면, 연구소 내부는 경비가 많기에 안전하다는 것일까.
허나 연구소까지의 거리는 애매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
그래도 달린다면 금방 도착할 수 있으리라.
다만, 그들의 앞길을 막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쪽이 브라운인가. 나 또한 용무가 있어서 말이지.”
“…마인?”
두 흰자위 뿐만 아니라, 한쪽 팔도 검게 물들어 있는 이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르윈은 상황을 살폈다.
얼마나 강한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도 상대는 혼자였다.
어떻게든 혼자 막아낼 수, 혹은 시선은 분산시키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무기 연구소에서도 상황을 파악하고 추가 경비들을 파견했을 것이다.
우선 마인만 넘는다면, 빠르게 아군과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브라운씨?”
“…예.”
“신호하면, 달려주세요.”
“그럼 아르윈씨는….”
“금방 따라가겠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잠시 머뭇거리는 브라운.
‘혼자 도망치긴 그렇지만…’
마인과의 전투에서 그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무리지.’
권총 한 자루가 전부.
마인에게도 통할 지도, 뿐만 아니라 싸울 줄도 몰랐다.
맥콜슨과 같은 상대가 아니고서야, 특히나 저 마인이 상대라면 그는 짐에 불과했다.
고민은 짧았다.
짧은 시간에 눈빛을 교환한 그들.
“지금!”
아르윈이 외치며, 바닥을 박차고 나아갔다.
동시에 브라운도 달렸다.
“어딜!”
마인이 브라운에게 팔을 뻗는다.
다만, 그 팔이 브라운에게 닿진 못했다.
아르윈의 칼을 의식하고 빠르게 팔을 뺐기 때문.
“방해를….”
마인은 표정을 찡그리며 그녀를 공격했다.
‘…!’
아르윈은, 마족을 살폈다.
동시에, 한 기사에게 들었던 조언을 떠올렸다.
[예측하지 마라, 읽어라.]
적이 공격할 곳은, 움직임을 통해 알아낼 수 있다.
이를 의식하며 마인의 움직임을 관찰했고.
-슥.
상체를 오른쪽으로 숙이며 공격을 피한 아르윈은 곧.
[공격은 언제 할 셈인가! 상대의 틈을 이용해라!]
또 다른 조언을 따르며, 검을 휘둘렀다.
용병 생활을 하며 익힌 경험.
그리고 그가 해줬던 조언과 대련.
‘아.’
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들과의 대련들도.
다만 마인의 다음 공격은 예상 외였다.
“하.”
승기를 잡은 듯, 한 쪽 입꼬리를 올리는 마인.
동시에, 그녀의 후방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크읏….”
가까스로 이를 피했지만, 이로 인해 그녀의 자세가 무너졌다.
“고작 칼 든 계집 한 명에 쩔쩔매다니. 한심하기 그지없군.”
“닥쳐라.”
“…그 자는 어디있나.”
“멀리가지 못했을 거다.”
또 다른 마인, 혹은 사도가 교전에 참가했다.
“우선은 이년부터 처리하지.”
가까스로 자세를 잡아 공격을 흘렸다.
다만, 일대 다 교전은 버거웠다.
그들의 공격에, 그녀는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
이전에 마주쳤던 기사를 동경했었던 그녀는.
아카데미에 입학해 정석적인 기사의 길을 밟을 수 없었기에, 차선으로 용병을 선택했던 그녀는.
언젠가 경험을 쌓은 뒤, 기사가 되어 이전에 마주쳤던 그와 같은 기사가 되길 희망했던 그녀는.
이 자리에서 끝을 직감했다.
-탕!
하지만 아직, 그녀에게도 기회는 남아 있었나 보다.
“혼자 갈 수가 있어야지….”
연기가 나는 리볼버를 쥐며, 브라운이 중얼거렸다.
***
-쾅!
수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테러가 벌어졌다.
무기 연구소 또한 이를 피해가진 못했다.
다만, 이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압되었다.
-쾅! 콰앙!
무기 연구소 경비들의 실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오러를 다루지 못하는 이들은 있어도, 검을 다루지 못하는 이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소에 들이닥친 적들은 버거웠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적들을 밀어낼 수 있었다.
-콰아앙!
이는 포션 병을 집어던지는 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콰앙!
포션 내부에는 화약과 파편들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적들에게 이를 집어 던졌다.
-쨍그랑.
그 다음은, 영창.
공격 마법으로 쓰기엔 부족한 마법 실력.
다만, 깨진 포션병에서 퍼져 나오는 화약을 점화할 정도로는 충분했다.
-콰아앙!
적들을 무력화 시키지는 못해도, 불구로 만들기엔 충분한 화력.
이에 경비들은 빠르게 적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주변을 살피며 상황을 파악하던 그녀가 외쳤다.
“브라운씨가 아직 복귀하지 않았어요!”
포션병이 가득 들은 가방을 쥐며, 카렌이 달렸다.
“어? 어어?”
“몇몇은 카렌씨를 따라가라! 너! 그리고 너도!”
경비들도 카렌을 호위하기 위해, 또 브라운을 구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