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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

    “이건……. 여기도 굉장히 다양한 마수가 있군.”

    심지어 그냥 마수만 전시한게 아니라, 마수가 어떤 식으로 생활을 했고, 어떤 식으로 활동을 했는가에 대한 간단한 장면이 묘사되어 있었다.

    어딜 보든간에 꽤나 훌륭한 디오라마다.

    그중엔 루크의 눈길을 끄는것도 있었다.

    “이건……!”

    악어같은 주둥이, 튼튼한 뒷다리, 단단한 비늘의 질감표현마저 우수하다.

    물론 루크가 이것을 못알아볼리는 없다.

    “트렉스로군!”

    실물보다야 훨씬 작다만, 그 마수의 크기를 그대로 재현하려면 실내로서는 애로사항이 꽃필테니 어쩔 수 없으리라.

    “크기를 제외하면, 재현률이 굉장하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루크의 시선을 끄는 것은…….

    이 트렉스 모형은 움직였다!

    -크롸아아아-!

    무려, 소리까지도 재현하는 중이다.

    5000년 전에 들어본 트렉스의 음성과 비교해보면 박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비슷한 느낌은 들었다.

    그것은 현대의 분석력이 총동원된 것이리라.

    “트렉스가 그렇게 좋은거야?”

    시루드가 눈을 반짝이는 루크를 향해 물었다.

    트렉스라면 어린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마수중에 하나였다.

    영화나 만화에도 자주 나오고, 입에서 불까지 뿜는다는데 그건 또 얼마나 시각적으로 훌륭한가.

    미디어의 훌륭한 연출과 조명에 감싸인 ‘최강의 마수’는 아이들의 우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정말로 트렉스가 최강인가에 대해서는 아이들 사이에 논란이 조금 있지만, 강한 마수라는 점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수에 별 관심이 없는 시루드도 트렉스만은 좋아했다.

    입에서 불을 뿜는 거대 마수를 싫어하는게 더 어렵지 않을까?

    “아니, 내가 트렉스를 왜 좋아하겠는가? 다른 마수는 몰라도, 트렉스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네.”

    상대하기 아주 힘들었던 데다가, 요리하기도 어려웠다.

    맛도 별로 좋지 않아서 트렉스에 얽힌 좋은 추억은 거의 없었다.

    “……그럼 왜 그렇게 보는건데.”

    “이 골렘의 마력회로가 아주 훌륭해서 눈을 떼기가 어렵구나, 확실히 이 시대의 마력회로는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마력회로조차도 굉장한 최적화, 압축률을 보이는군. 하지만 이런 마력회로를 각진형태에서 살짝 부드럽게 수정한다면 더이상 군더더기가 없을 정도로…….”

    “아, 그러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루크가 하는 말을 자세히 듣다보면 머리가 아파지니까 그만해줬으면 한다.

    그렇게 루크의 소리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던 중이었다.

    -잠시후에 사령술을 통한 마수 활동 재현 행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관람을 원하시는 관람객 분들은, 2층 화석 전시관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루크는 안내방송을 듣자마자 시루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사령술이라니?”

    사령술은 사체의 영혼을 강제로 붙들어 시체를 움직이게 하는 흑마법이었다.

    어째서 사령술이 흑마법인가?

    그것은 영혼에 직접적으로 의지력을 행사하기 때문이었다.

    마법사가 영혼을 다룬다는것은 금기다.

    그 이유를 떠올리려면, 일단 마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마나를 다루는 것은 심장의 서클이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사실 서클은 그저 권한. 즉, 도구의 역할밖에는 되지 않는다.

    실제로 마나를 다루는것은 인간의 ‘영혼’의 의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혼’ 자체에는 상위와 하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영혼이란 평등한것. 생물로 태어난 모두가 하나씩 지닌 죽음이라는 안식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혼은 영혼에게 간섭할 권한이 없다.

    따라서 마법사가 조작해 마법으로 현신한 마나는 다른 마법사가 쉽사리 간섭할 수 없으며, 상위서클의 권한으로 조작하는 타인의 마나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반발력을 무시하고 타인의 영혼에 침범할 수 있는 흑마술은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가?

    지배할 영혼의 단계를 강제로 끌어내린다.

    그리하면 억지로나마 영혼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나의 영혼이 지배하고자 하는 영혼보다 상위의 존재가 되니까.

    그리하면 그 영혼은 소멸하고 만다.

    영원히 사후세계로 보내지지 않는 것이다.

    “지금 여기서 사령술을 쓴다고 한 겐가? 사령술은 금기가 아닌가?”

    “허가받고 쓰는 사령술이면 괜찮아.”

    “……그렇군.”

    생각해보니, 영혼의 존엄은 여신이 부여한 것이지, 인간이 부여한것이 아니었다.

    신이 사라진 지금, 사후세계는 여전히 작동할까?

    어차피 영혼마저도 자원이라면, 신이 사라진 지금에 와서까지 마법에 흑과 백을 나눔에 의미가 있는것일까?

    아니, 그렇다해도 영혼의 격을 끌어내려 파괴하는 행위는 좋지 않다.

    사후세계에 관한 증명이 불가능하다고해서 영혼을 자원처럼 다룬다는 것은, 영혼의 의지를 다룬다는 마법사로서 글러먹은게 아닌가 싶다.

    영혼을 더럽히는 행위는 영혼의 존엄을 보장하는 신이 없더라도 용서할 수 없다.

    실제로 신이 사라졌는지 직접 확인한적도 없으니, 없다고 확신해서도 안되리라.

    “시루드.”

    루크의 진지한 표정에 시루드는 흠칫 놀라 말을 더듬고 만다.

    “어? 뭐, 왜? 왜 그래?”

    “바로 가도록 하지, 그 마수 행동 재현을 내 두 눈으로 꼭 봐야겠다.”

    “그, 그래.”

    그렇게까지 보고싶었던걸까.

    시루드는 슬쩍 뒷걸음질 쳤다. 

    루크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

    “하하……. 내가 괜한 염려를 했구나.”

    그러면 그렇지, 현대의 사령술은 5000년 전의 그 사령술과는 다른 모양이었다.

    하긴, 클래스마법은 영혼의 의지를 직접 다루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언어로 이뤄진 언령을 이용한 것이니 다를 수밖에 없으리라.

    현대의 사령술의 원리는 이러했다.

    극도로 정교하게 제작된 마력회로로 코어를 만들어 그것을 ‘임시 영혼’으로 영혼의 흉내를 내는, 일종의 골렘술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육신에 기억된 행동을 반복시킨다는 부분에서는 실제 사령술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레피엔트, 지레그트, 트레이스토…….”

    영창이 길어질수록 이마에 박아놓은 마석에선 빛이 나고, 화석은 계속해서 꿈찔꿈찔 움직인다.

    사령술의 원리와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렇다면 딱히 흑마술도 아니지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처음 들어보는 언령이 많군. 4클래스 이상의 것인가?’

    4클래스에 기본에 해당하는 모든 언령은 공부해서 알고있었다.

    그럼에도 처음 들어보는 거라면, 그것은 분명히 더욱 높은 수준의 마법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새로운 마법을 보니 루크의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좋은가. 되게 특이하네…….’

    시루드는 루크가 웃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마수를 이렇게 좋아하는 여자애는 처음이었으니까.

    여자애들은 대체로 마수에는 별 관심이 없지 않던가.

    “자, 여러분. 이건 제피르에요.”

    제피르라, 하긴. 녀석은 마수치고는 온순하고 위협적이지도 않은데다 크기도 어린아이와 비슷할 정도로 작아서 이런 행사에는 어울리는 마수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 모형에서 보시다시피 제피르는 육식을 했고, 털로 온도를 조절하곤 했답니다. 자. 잘 보시면, 이렇게 털을 고르는 듯한 행동을 하지요?”

    “음?”

    루크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 했다.

    모형으로 보이는 제피르는 루크가 알던 제피르와 달랐다.

    애초에, 표본을 보고 저게 제피르라고 생각도 못했다.

    처음보는 마수라서 신기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저게 제피르일리가 없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루크는 시루드의 낮은 물음을 무시하고는 안내원에게 한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저게 제피르일리 없다. 달라.”

    루크는 정리했다.

    “제피르는 그렇게 털이 없고, 이끼로 몸을 덮어서 생활했다.

    녀석의 사령체가 털을 고르는듯한 행동을 보이는것은 사실 이끼를 고르고 마력을 다듬는 자세였다.

    그리함으로서 자신의 신체에 가속을 부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피르는 육식이 아니라 초식동물이었다.

    마계에서만 나는 특별한 식물(식물이지만 발이 달려 도망다니는 식물)만을 사냥해 먹는지라 육식동물과 같은 특성을 보일 뿐. 녀석이 마계에서 역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식물을 사냥하는 특성상 인간에게는 그다지 위협적이지도 않았던 데다, 사망하면 가죽이 마치 실처럼 갈라져 털처럼 보이게 되기도 한다.” 라고.

    그러니 착각할수도 있으리라.

    마계의 생물은 중간계의 생물과는 그 구조부터 다르다곤 해도, 제피르처럼 온전히 환경에 녹아드는 특이한 생물은 많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마계를 설명하는데 별로 중요한 녀석이 아니라서 구전되지 않았던 건가?

    하긴, 자신도 가져온 일지에 적을 장소가 부족해서 위협적인 마수를 위주로 작성하다보니 제피르같은 무해하고 의미없는 마수는 일지에 적지 못했었다.

    그래도 분명 전투가 끝난 후에 마수에 관한것은 빠짐없이 작성해 보냈었다.

    ‘내 보고가 누락된건가?’

    그것은 아마도 한 출판사의 실수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처음부터 잘못 알려진 것이었던가.

    그리고 마계는 5000년 전에 누구나 탐사할 수 있을 정도로 우호적인 차원은 아니었다.

    애초에, 토벌 ‘전쟁’을 한다면서 왜 세명만이 남았었겠는가.

    당연히 마계에 잡아먹인거다.

    아마도 어디선가 우연히 제피르의 화석을 발견해서 분석한 모양인데, 현실과 다른 부분이 상당해서 고치지 않고는 배길수가 없었다.

    루크도 틀린 정보는 반드시 고쳐야만 직성이 풀리는 마법사니까.

    “어……. 그, 그래?”

    ——–

    “루, 루크……!”

    반면 루크와 덩달아 수많은 시선을 받게된 시루드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대체 그게 다 무슨 소리야……?”

    박물관에 와서 마수가 자기 상상이랑 다르다고 떼를 쓰는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안내원도 그런 루크의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당황스러웠다.

    “아, 하하.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람은 곧바로 대처법을 떠올리지 못한다.

    깔끔히 무시하고 안내를 계속해야하나?

    그게 아니면, 뭐라도 대답을 해줘야할까?

    하지만 그 고민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어색한 분위기는 깊어져만 갔다.

    지금 안내원의 머릿속에는 그저 ‘망했다’같은 생각만 반복해서 떠오를 뿐이었다.

    “루크!”

    잠시 후, 사람들 틈에서 금빛의 머릿결을 지닌 엘프와 븕은머리의 거한이 뛰쳐나왔다.

    예르나와 다이튼이었다.

    그 둘도 방송을 듣고 관람을 하러 온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그, 아이가 마수를 너무 좋아해서요……! 하, 하.”

    어색한 웃음, 예르나는 어떻게든 이 요상해진 분위기를 살려보고 싶어서 발버둥을 치며 말한 것이다.

    다이튼은 얼결에 옆에서 같이 고개를 조아리다가 루크에게 말했다.

    “루크, 가자!”

    “가다니, 어디를?”

    “어디든!”

    기어코 루크의 손을 잡아서 당기자,

    툭!

    다이튼의 넓은 어깨에 누군가 걸려서 아, 하는 소리를 냈다.

    다행히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아, 죄송합니다!”

    “잠깐, 거기 멈춰봐요.”

    다이튼은 걸음을 우뚝 멈췄다.

    부딪힌 사람이 멈추라는데 어쩌겠는가, 멈춰야지.

    그러나 남자는 저벅 저벅 걸어오더니 루크의 앞에 앉아서 말했다.

    “꼬마야. 그 이야기……. 난 자세히 듣고싶은데.”

    예르나와 다이튼은 거의 동시에 말했다.

    “네?” “예?”

    이건 또 무슨 소리?

    당황스러운 일이 너무 갑자기 여러개가 생겨서 머리가 일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정신을 일깨운것은 루크의 짜증섞인 목소리였다.

    “말해두지만, 나는 꼬마가 아닐세. 루크 이루시라고 부르게나.”

    “그래, 루크 이루시. 나도 알아.”

    “뭐? 나를 안다니, 그것은 무슨 의미지?”

    남자는 그저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일단 자리를 옮길까? 이야기를 하기에 별로 좋은 분위기는 아니네. 아, 일단 안내는 계속 해줘요.”

    그리 말하고 자리를 뜨는 그의 나른한 손짓에 안내원은 홀린듯이 ‘아, 네! 다음으로 보여드릴 화석은…….’ 이라고 말하고는 안내를 시작했다.

    그 후, 덩그러니 남겨진것은 시루드였다.

    “……뭐야 이게.”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건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트렉스 그리기 쫌 힘드네요…. 상상대로 잘 나오지도 않고 ㅋㅋㅋㅋ 다신 안그릴듯;

    그리고 루크는 또 일을 벌였군요.
    시루드는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과연 남자의 정체는?

    그리고 어제 그린 삽화 비축분은 폐기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ps. 화석은 뼈가 아니라 뼈의 형태로 남은 그냥 돌이라고도 하죠…… 그래도 이 세계관에서 화석으로 사령술은 가능합니다.
    사령술에서 중요한건 생명의 흔적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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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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