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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

       마석 빗자루를 탄 파스텔은 토너먼트 행사장 상공을 비행했다. 처음 맛보는 자유로움을 즐기며 이리저리 묘기를 부렸다.

         

       “전방에 머리를 부딪힐 수 있는 장애물이 있다! 이러면이러면!”

         

       빗자루를 회전시키자 몸이 지상으로 거꾸로 뒤집혔다. 분홍 머리카락이 늘어졌다가 몸이 한 바퀴 돌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완벽 회피! 우아우아!”

         

       분홍 눈동자가 반짝였다.

         

       “이러고이러고!”

         

       막대 지팡이를 잡은 듯이 한 손을 휘저었다.

         

       “어쩌고저쩌고 간지나는 마법 주문!”

         

       쥬아앙~!

         

       지상의 닭꼬치 판매 부스를 내려봤다.

         

       적 발견!

         

       상상 속 막대 지팡이를 뻗었다.

         

       “야압! 푸슝푸슝!”

         

       슈퍼 울트라 메테오가 날아가 닭꼬치 부스에 핵폭탄 버섯을 만들었다.

         

       “쿠와앙!”

         

       후.

         

       파스텔은 양팔을 펼치며 오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이곳에 파괴의 신이 당도했노라. 모두 신 앞에 무릎을 꿇고 복종하라.”

         

       높은 상공의 찬바람이 분홍 머리카락과 하얀 옷자락을 휘날리게 했다.

         

       파스텔은 움찔 떨었다. 재채기가 나올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변했다.

         

       “으에, 으에, 에취!”

         

       살짝 붉어지고 차가워진 코를 문질렀다.

         

       가을바람 추워어.

         

       『이러다 몸살 나겠군. 기숙사에 들러 코트라도 걸치는 게 좋겠어.』

         

       파스텔은 빗자루의 고도를 낮추며 시린 팔을 비볐다.

         

       “저 감기 같은 질병도 안 걸리죠?”

         

       밥 제대로 못 먹고 독 안 통하듯이.

         

       『그렇다고 몸을 축내는 건 좋지 않아. 멀쩡하다고 무리하면 한동안 벽난로 앞에서 따듯한 수프만 마시게 되는 법이다.』

       “와! 따듯한 수프! 악마님이 해주시는 건가요?”

         

       완전 기대!

         

       『어이구.』

         

       악마가 한숨을 쉬었다.

         

       파스텔은 빗자루를 뽈뽈 내려 지상에 착지했다. 그리고 지나가던 아무 친구에게 외투를 빌려 걸쳤다.

         

       “고마워 친구! 네 마음처럼 완전 따듯해! 일정 끝나면 돌려줄게!”

         

       야호야호.

         

       칙칙한 악마님은 기숙사에 들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인기인 파스텔은 안 그래도 된다네요~.

         

       이것이 후작 각하와 사용인 악마의 차이!

         

       빠밤.

         

       『흠? 방금 무슨 생각한 거지? 표정이 어째 거만하군.』

         

       헛.

         

       다시 빗자루를 타고 상공으로 올라가던 파스텔은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분홍 머리카락이 파닥였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매우 수상하군.』

         

       노는 것처럼 보이고 빗자루를 득템 하느라 잠깐은 정말 그렇긴 했지만 파스텔은 행사장이 내려 보이는 상공에서 관리 감독에 심혈을 기울였다.

         

       아카데미 경비대의 상황을 살피고 보안이 부족한 부분은 사병으로 보충하고, 어차피 상단에서 데려온 맥스 씨가 통솔해 주긴 하지만 현장에서 재차 살폈다.

         

       “외부 침입은 기사단이 막아줄 테니…….”

         

       파스텔은 살짝 저공비행하며 학생 부스 사이를 꼼꼼히 확인했다. 교단 테러 때처럼 수상쩍은 설치물 같은 건 전혀 없었다.

         

       한번 교단에게 당했던지라 학생들 스스로도 수상쩍은 게 있으면 바로바로 알려오는 편이기도 했다.

         

       “응응!”

         

       만족만족.

         

       다시 상공으로 올라간 파스텔은 행사장 전체를 내려봤다.

         

       뿌듯뿌듯.

         

       “의도치 않게 되긴 했지만 제가 권력을 잡은 건 잘한 일 같아요! 기존처럼 카를로 교수님이 행정 중추를 담당했다면 기본적인 하수도 매립부터 안 됐을 거고, 그럼 이미 외부인이 침입해 테러가 펑펑.”

         

       추가 경정 예산의 심의를 위해 하수도 매립을 천천히 하다니. 행정적으로 필요한 절차긴 했어도 경우가 있지 않은가.

         

       『흠.』

         

       악마가 공감 대신 살짝 떨떠름해했다.

         

       오잉.

         

       왜 이러시지.

         

       두뇌 풀 회전!

         

       이건 마치 고생해서 곱게 키운 자식이 타락해서 뇌물수수를 하는 광경을 목격했지만 알고 보니 받은 뇌물을 전액 기부 중이라 뭐라 혼내기가 난감해진 보호자의 마음.

         

       헛.

         

       근데 전액 기부는커녕 권력을 절찬리에 즐기는 중인 파스텔은 숨을 들이켰다.

         

       고민하던 악마가 말해왔다.

         

       『어린 크래프트.』

         

       아앗.

         

       두뇌 풀 회전 중인 파스텔은 더 듣지도 않고 악마의 마음을 즉각 해석해 낼 수 있었다.

         

       이건 마치, 얘 지금 권력을 너무 즐기는 거 같은데 역시 혼을 내야겠다는 확신이 든 목소리!

         

       우아아앗!

         

       『네 스스로도 느낄 테지만-』

       “그러고 보니! 그러고 보니!”

         

       파스텔은 허둥대며 지상을 살펴봤다.

         

       “뭐랄까! 뭐랄까!”

         

       우하이후해.

         

       말할 거리를 찾다가 행사장과 동떨어진 위치의 언덕 벤치에 카를로 교수가 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

         

       “어라라?! 저기에 교수님이?”

         

       안 가 볼 수가 없다!

         

       악마님도 공감할 판단!

         

       마석 빗자루를 슝 움직였다. 파스텔은 분홍 머리카락을 뒤로 휘날리며 부와아앙 날아갔다.

         

       악마가 더 말하려다가 타이밍을 놓치고 관뒀다.

         

       휴우.

         

       파스텔은 언덕에 도착했다. 행사장이 얼핏 내려 보이는 언덕이었다.

         

       벤치에 앉아 나무잔을 홀짝이던 카를로 교수가 올려봤다. 눈동자에 당혹감이 스쳤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파스텔은 빗자루를 안전 운전하며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발이 살포시 땅에 닿았다.

         

       교수가 묘하게 바라봤다.

         

       “어떻게 나는 거지?”

         

       의기양양하게 빗자루를 들었다.

         

       “슈퍼 울트라 특제 기술력이요!”

         

       거기에 마왕의 권능을 추가한!

         

       파스텔은 만족스럽게 빗자루를 볼에 비볐다.

         

       자루는 새하얗고 솔은 분홍분홍.

         

       흐앗.

         

       디자인도 예뻐!

         

       문제라면 딱 하나, 내가 마법사가 아니라 공중 폭격기가 될 수 없다는 것.

         

       완전 아쉽.

         

       카를로 교수가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더니 내려 보이는 행사장으로 고개를 돌리고 묵묵히 나무잔을 입에 댔다.

         

       으잉.

         

       딱딱하고 재미없는 교수님.

         

       파스텔은 다가가 같이 행사장을 내려봤다.

         

       각종 임시 부스 사이로 학생들이 돌아다녔다.

         

       폭죽을 판매하려는 고학년생이 축제 폭죽을 시범 보였다. 그러다 각도 조절에 실패했는지 닭꼬치 부스 간판이 폭죽을 얻어맞고 불탔다.

         

       으에, 불타는 닭꼬치.

         

       미심쩍게 지켜보던 경비대가 달려갔다. 물 마법으로 불을 끄더니 폭죽을 죄다 압수했다. 고학년생이 경비대 발목에 매달리며 억울해했다.

         

       카를로 교수가 중얼거렸다.

         

       “순수공학과인가.”

       “앗, 그래요?”

       “봄축제 때 운 좋게 후원 상단을 얻더니 살만해졌나. 본래라면 괜히 지원 예산 깎이지 않으려고 눈치를 볼 텐데 폭죽을 다 팔다니.”

         

       으잉.

         

       그럼 저 선배님은 내가 개최한 야광 드래곤 축제 덕분에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오늘 위험한 폭죽을 판매한 것?

         

       기분이 밍슝맹슝.

         

       밍슝맹슝이 무슨 느낌이냐면…….

         

       그냥 밍슝맹슝!

         

       응응.

         

       파스텔은 교수를 바라봤다.

         

       “교수님은 안 내려가세요? 야광 드래곤이 없으니 지난 축제 때보다 볼거리는 적겠지만 음식은 더 맛있을 걸요? 두 번째 축제니까요!”

         

       손가락 두 개를 폈다.

         

       축제도 없는 아카데미에 파스텔이 만들어 낸 성과.

         

       브이.

         

       카를로 교수가 입을 닫더니 나무잔을 한 모금 들이켰다. 목울대가 움직였다.

         

       으엣.

         

       혼잣말에 끼어든 이상한 애가 된 기분.

         

       말 걸지 말라는 아우라가 물씬물씬.

         

       하지만 파스텔은 자주 하던 짓이라 딱히 개의치 않았다.

         

       상체를 슥 기울여 나무잔을 슬쩍 들여다봤다.

         

       주홍색 액체가 보였다.

         

       “앗, 오렌지 주스!”

         

       분홍 눈동자가 반짝였다.

         

       어디서 사 오신 건지 알 거 같아!

         

       마침 얼마 전 술 팔려던 선배님을 적발하고 오렌지 주스만 팔게 했었다.

         

       푸푸푸!

         

       명탐정 파스텔, 맞췄습니다! 맞췄습니다!

         

       나무잔을 가리켰다.

         

       “아앗, 교수님! 나무잔은 반출 금지잖아요! 부스 자리에서 마시고 바로 돌려주셔야죠!”

         

       교수의 권력 남용.

         

       학생을 위한 학생회로서 용납할 수 없는 범죄!

         

       카를로 교수는 잠자코 행사장을 내려봤다.

         

       바람 없이 고요했다.

         

       으잉.

         

       진짜 딱딱하고 재미없는 교수님.

         

       설마 행정 권력 뺏긴 거 때문에 상대도 안 해주시는 건가?

         

       파스텔은 억울해졌다.

         

       솔직히 교수님, 일 처리를 이상하게 하셨잖아요.

         

       푸푸.

         

       “토너먼트 관람석을 살펴보니까 교수님 자리가 없더라고요. 관람 신청을 안 하셨던데 지금이라도 자리를 마련해 드릴까요? 여분 자리가 있어서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카를로 교수가 나무잔을 들여다봤다. 주황색 액체가 잔잔히 흔들리다가 잠잠해졌다.

         

       교수가 고개를 돌려 마주 봤다.

         

       “이미 초대한 사람이 있어.”

         

       분홍 눈동자가 이채를 띄었다.

         

       헤에.

         

       “누구요?”

         

       카를로 교수가 행사장을 돌아봤다.

         

       대답은 딱히 들려오지 않았다.

         

       아하.

         

       “프라이버시네요.”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뒷짐을 지고 교내가 더 잘 내려 보이는 언덕 끝으로 걸어갔다.

         

       “기사단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동안 모르고 있었는데 테러범이 교단의 사주를 받은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바람이 살랑였다.

         

       “생각이 복잡해졌지만, 왜 굳이 아카데미에서 일을 벌이려는 건가를 특히 고민하게 만들더라고요.”

         

       카를로 교수를 돌아봤다.

         

       “혹시, 아카데미에 내부 협력자가 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

         

       카를로 교수가 벤치에 앉은 채 잠자코 쳐다봤다.

         

       “그래서 말인데요…….”

         

       나무잔이 벤치에 놓였다.

         

       잔이 작게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그 틈을 파고들어 밝은 목소리가 울렸다.

         

       “전직 행정가로서 조언 좀 부탁드려요!”

         

       고개를 꾸벅 숙인 파스텔은 헤헤 웃었다.

         

       “으아. 누군가 있을 거 같은데, 저 이런 스파이 수색해 본 적 없단 말이에요. 호레이스 교수님도 이쪽 전문은 아니시고.”

         

       파스텔은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댔다.

         

       “생각하다가! 생각하다가! 아하! 원래 하시던 카를로 교수님이 있었지! 솔직히 살짝 기분 상하셨을지 모르지만 저희 한 지붕 한 식구잖아요!”

         

       손가락이 나무잔을 가리켰다.

         

       얍얍.

         

       카를로 교수가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나무잔을 다시 들었다. 잔을 입에 대더니 짧게 말했다.

         

       “고민해 보겠어.”

         

       파스텔은 반색했다.

         

       “오예! 하신다는 거죠! 하신다는 거죠! 그렇게 알게요!”

         

       빗자루를 탔다.

         

       “이 좋은 소식을 모두에게 알려야지! 막막 다들 제가 나쁜 마음을 먹고 이러는 줄 안단 말이에요! 그런데 본래 일하시던 카를로 교수님도 인정했다!”

         

       야호.

         

       “완벽한 화합!”

         

       신구 화합!

         

       파스텔은 지면을 살포시 도약했다.

         

       “교수님, 축제 즐기세요!”

         

       빗자루가 그대로 날아올랐다.

         

       파스텔은 흥얼거리며 비행했다. 언덕에서 한참을 멀어지자 힐끔 돌아봤다.

         

       파스텔의 비행경로를 보고 따라다니던 사병들이 교수에게 주의를 주더니 언덕 아래로 내려보냈다. 교내가 내려 보이는 곳은 테러하기 좋은 장소라는 의미니까.

         

       “저 교수님 수상한 거 맞다니까요.”

         

       응응.

         

       『어린 크래프트.』

         

       악마가 한숨을 쉬었다.

         

       『네가 더 수상하다…….』

         

       네에?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오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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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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