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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

       * * *

       

       

       

       

       “일단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튀르키예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쪽에도 말은 해둘 셈이고요.”

       

       

       유고슬라비아 때문에 짜증 나는지, 불가리아도 방공협정에 내심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우리 외교부에 타진했다는 거 같은데, 이쪽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뭐 헝가리, 슬로바키아, 루마니아가 다 방공하겠다는데 어쩌겠어?

       

       그리스 쪽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것을 보면 조만간 그쪽도 붉게 물들지 않을까.

       

       붉게 물들지 않아도 저쪽 동맹으로 싸울 수 있겠지.

       

       미국이 공산주의라 소련 랜드리스하고 함께 독일 치고 그런 건 아니잖아?

       

       아무튼 독일과 직접 붙어있는 적당한 체급의 국가인 폴란드와 약체화되긴 했지만, 히틀러가 투하된 오스트리아 이쪽에 있으니 유사시에 방공협정은 제대로 발휘될 거다.

       

       슬로바키아는 일단 독립되어있기는 한데, 오스트리아 영향을 받는 모양이니, 이쪽도 들어올 거다.

       

       최소한 그 둘이 병크를 터트리지 않는 한 말이다.

       

       

       “우리 독일이 뭐 도울 일은 없나?”

       “도울 일이요?”

       

       

       갑자기 이 외팔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그래도 앞으로는 같은 편이 아닌가?”

       

       

       독일이 멀쩡했다면, 저런 말도 하지 않았을 터인데. 어떻게든 우리를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꿰어볼 생각이구나.

       

       

       “그럼, 함대 기술. 음, 그래. U보트 기술 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해군이 아직 재건되지는 않은데다가, 러시아는 아무래도 기술이 좀 딸린다.

       

       함대도 잠수함 기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지거든. 함대 재건은 예산이 많이 드니 잠수함이라도 좀 많이 만들어두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러일 전쟁 때도 해전에서 밀린 게, 발트 함대가 빙 돌아와서 지쳐 당한 것만은 아니다.

       

       연료고 뭐고 우방인 프랑스의 도움을 받았으니까.

       

       영국의 도움으로 키운 일본의 함대가 성능이 뛰어난 것도 있었지.

       

       그리고 러시아의 잠수함은 다른 열강에 비해 몇 세대나 뒤로 밀려있거든.

       

       그러니까 좀 얻어낼 건 얻어내야지.

       

       

       “어렵지 않지. 수병들 반란이 있기는 했어도 빨갱이들에게 안 주려고 기술 관련 기밀들은 싹 동프로이센으로 이전시켰으니까.”

       “오, 그건 잘하셨군요.”

       

       

       그렇다 해도 로자룩셈부르크나 카를 어쩌구의 혁명에 처음 동조한 인물들이 군부라는 것을 감안할 때.

       

       군사 기술을 동프로이센으로 빼돌려도 그게 그거일 거 같긴 하지만 뭐.

       

       그보다 수병들 반란도 일어나긴 했구나.

       

       

       “그럼, 유제프 피우수트스키 총통이 올 때까지는 좀 쉬시지요. 일단 저도 두마에 권력 이양한 몸이라서요.”

       “아, 그렇군. 무슨 뜻인지 알겠네.”

       

       

       일단 적당히 나는 얼굴마담이니 좀 두마 눈치 봐야 한다고 넘기고, 카이저를 물러나게 했다.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반길 사람이 있거든.

       

       

       * * *

       

       

       유제프 피우수트스키가 마침내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얼굴이 잔뜩 불만이 가득하다.

       

       오는 중에 어지간히도 러시아인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을 거 같다.

       

       내가 최대한 대접해줬거든.

       

       국경을 넘을 때, 안전을 위한답시고, 자동차에 폴란드 깃발까지 주렁주렁 매달고 누가 봐도 나 총통이오! 하고 달았지.

       

       도시마다 폴란드의 총통을 환영합니다! 현수막을 건 것은 보너스다.

       

       나의 그러한 노력과 정성 덕인지 유제프 피우수트스키는 동프로이센에서 개고생 한 얼굴이 굉장히 퀭하기도 하고.

       

       

       “어서 오십시오. 오는 길은 괜찮으셨지요?”

       

       

       나는 웃으면서 유제프 피우수트스키와 함께 악수했다.

       

       입꼬리가 귀에 걸릴 정도로 웃으면서.

       

       내가 웃는 꼴을 보는 유제프 피우수트스키는 두 눈이 부르르 떨렸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욕만 얻어먹었을 테니, 내가 이러는 게 웃기기도 하겠지.

       

       

       “예. 폐하. 폐하께서 저를 환영해주신 덕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척 나는 해맑게 웃었다.

       

       

       “저희 러시아는 테러 일어날 일이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오신 김에 여행도 좀 하시지요.”

       

       

       여기저기 싹 구경하고 해봐라.

       

       이래 보여도 지금 러시아 여행하기 괜찮아졌다고.

       

       물론 폴란드 총리가 돌아다니면 여러 의미로 많이 까일 수 있지만, 뭐 이쪽은 폭탄 테러까지는 없을 거라고.

       

       

       “아니요. 여행은 좀 힘들 듯합니다.”

       “아 그래요? 아쉽군요. 제가 러시아 도시마다 대문짝만 하게 총통을 환영한다고 딱 팻말도 걸고 했는데요.”

       

       

       배시시. 환하게 웃으면서.

       

       눈치 없는 짓을 하는 순진한 여자애처럼. 피우수트스키에게 해맑게 말했다.

       

       

       “삼가하고 싶군요.”

       “뭐 그래요. 장난은 이쯤 하도록 하죠.”

       

       

       어차피 방공협정을 맺는 자리다.

       

       서로 놀고먹고 놀리고 하하 웃는 자리는 아니란 말씀.

       

       아, 물론 웃기는 해야 한다.

       

       폴란드가 러시아의 고기 방패가 되어주는 자리에서 양국의 지도자가 웃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겠는가.

       

       원래 이쪽은 총리가 나가야 맞지만.

       

       아무래도 폴란드 역사를 생각하면 구 러시아제국 시절 지배당했으니, 차르가 나서야 할 거 같아서 말이다.

       

       뭐 주변국 정상들은 이게 다 연기인 것은 알겠지만.

       

       표면적으로는 화해했다는 제스처를 보일 생각이거든.

       

       그러니까 내가 나서는 편이 낫다.

       

       크리보셰인이 이왕 폴란드를 봐줄 거라면, 제대로 러시아가 대국 다운 모습을 보여주자는 판단 하에 이런 말이 나온 거지.

       

       이것도 백군부에서 막았지만 나는 바로 받아들였다.

       

       언뜻 보면 러시아가 많이 봐준 거고 군부에서도 말이 많지만.

       

       속을 파헤치면 피우수트스키만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으니까.

       

       예약된 전쟁에서 러시아를 위해 피를 흘리게 될 폴란드다.

       

       누구보다도 울고 싶은 건 피우수트스키일 터.

       

       그래. 굳이 표현하자면 지금 피우수트스키가 이곳에 온 것 자체가 동양으로 치면 왕의 입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폴란드 내각에서도 굴욕으로 보고 있을걸.

       

       어쨌든 이것으로 독일과 어떻게 비벼볼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고. 악착 같이 독일을 쳐서 승전 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확실히 못을 박기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

       

       세계의 모든 기자가 이곳에 모여들었다.

       

       영국과 프랑스, 오스트리아나 튀르키예 등등, 각 국가에서 온 기자들.

       

       그러니까 반공하고 있는 국가들 말이다.

       

       공산 독일도 폴란드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이제 각국의 신문에서는 러시아의 용서, 러시아와 폴란드의 화해라고 알려질 이 중요한 순간이 찾아왔다.

       

       많은 기자가 개미떼마냥 모여들어 나와 피우수트스키가 함께 있는 장면 및, 대화를 메모하거나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오흐라나가 적당히 찔러 넣은 러시아 기자들은 이 장면을 역사적인 순간. 러시아와 폴란드가 화해하는 날로 기록한다.

       

       

       “러시아의 차리나와 폴란드의 유제프 피우수트스키 총통이 함께 웃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폴란드가 화해하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아, 폭탄 테러까지 벌인 폴란드를 저리도 자비롭게 용서해주시다니! 과연 우리 러시아의 성녀셔!”

       

       

       크렘린궁 앞에서 러시아인들 역시 우리 둘을 바라보면서 경악, 당황, 분노, 기타 등등 다양한 감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나, 대다수는 내가 오만한 폴란드를 용서해줬다는 점에서 나를 칭송했다.

       

       내가 자비롭게 용서해줬다고?

       

       나는 의외로 뒤끝이 긴 사람이라고. 먼 후일 폴란드라는 이름이 남는다면 그때 가서 자비롭다고 봐도 좋다.

       

       피우수트스키는 바짝 긴장해야 할 거다.

       

       자신이 죽은 이후의 폴란드를.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아마 폴란드 전역을 폭탄으로 도배하지 않을까.

       

       그걸 걱정하고 있을지도.

       

       기자들이 잔뜩 사진을 찍어 대는 것이 마음에 안 드는지 피우수트스키는 혀를 차면서 표정이 일그러졌다.

       

       

       “좋은 날에 웃으십시오.”

       “하하하. 알겠습니다.”

       

       

       이렇게 웃으면서 러시아와 폴란드의 화해를 하는 기념일이 된 오늘은 24년 1월 22일이었다.

       

       끼워 맞추기 같지만, 폴란드가 1863년에 러시아제국의 지배에 반발해서 일으킨 1월 봉기와 같은 날짜다.

       

       1월 봉기가 일어난 날이 러시아와 폴란드가 화해하는 날이 되다니.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러시아와 폴란드 화해의 포퍼먼스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방공 협정에 들어갔다.

       

       일단 독일제국 측에서는 카이저 빌헬름 2세와 외무부 장관인 리차드 폰 쿨만, 러시아 측에서는 나, 그리고 크리보셰인 총리 및 각 장관들. 폴란드 측에서는 유제프 피우수트스키 총리와 성이 유독 눈에 띄는 가브리엘 나루토비치 등이 참여했다.

       

       이미 다 서로 말을 주고 받고 했으니, 굳이 더 조율할 필요도 없었다.

       

       

       “이 자리에서 이제 러시아와 폴란드, 독일제국. 이 삼국은 공산당의 침략에 맞서서 함께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약간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된다.

       

       

       ‘이 자리에서 폴란드는 러시아와 동프로이센의 고기 방패가 될 것을 천명합니다.’

       

       

       이렇게 된다는 거지.

       

       뭔가 겉으로 보면 하하 호호 삼국이 나란히 공산 독일과 이탈리아를 겨냥한, 제한적인 동맹을 맺은 자리처럼 보이지만.

       

       이번 방공협정 자리를 쉽게 정리하면 이거지.

       

       

       “당장 서명하시오!”

       “우.리 폴.란.드.는 러.시.아.의 개.새.끼.다.”

       

       

       머지않은 미래에 프리비슬린스키 크라이가 될 미래가 보이는 건 왜 일까.

       

       이미 유제프 피우수트키의 미래에는 벌써 보이고 있을 거 같은데. 저 봐, 서명하면서도 부들부들 떨고 있잖아.

       

       방공까지는 그렇다 쳐도 이 사람은 지금 하는 방공협정이 어떤 미래를 낳을지는 모를 테니까.

       

       독일제국(동프로이센)과 폴란드는 미리 이야기를 들은 대로, 오늘 내가 만든 방공 협정에 참여하게 되었고. 뭐 오스트리아도 독일, 이탈리아와 싸워야 하는 이상 어쩔 수 없을 거다.

       

       오늘은 일단 동프로이센, 폴란드, 러시아 3국이고 다음에는 루마니아, 오스트리아, 튀르키예 쯤이 될 것이다.

       

       유고슬라비아는 꼬라지 보니 나중에 히틀러에게 보복당할 빨갱이가 될 것 같고. 일단 이렇게 삼국이 앞으로 1차 방공 동맹이 되지 않을까?

       

       영국과 프랑스는 자존심이 있는지, 공산당에 공동대응은 찬성했지만, 내가 말한 방공협정은 관심 없는 모양이다.

       

       하여간 망할 해적과 개구리 놈들 같으니라고. 자존심만 세다.

       

       당장 일리야 무로메츠 같은 것을 러시아가 만들었을 때도, 러시아가 그런 걸 만들 리가 없다가 무시도 했었지.

       

       

       “루마니아는 좀 애매하지 않겠습니까?”

       “외교부 장관. 무슨 말씀입니까?”

       “루마니아는 저번 전쟁에서 트란실바니아나 부코비나, 베사라비아까지 차지했습니다. 헝가리나 오스트리아와 좀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외교부 장관이 꽤 의표를 찌르고 들어왔다.

       

       그래. 그렇긴 한데.

       

       이게 정말 진지한 동맹이면 그럴 거다.

       

       하지만, 이건 방공협정이잖아. 그럼 괜찮다.

       

       

       “그래도 지금은 초대하는 게 나을 겁니다. 괜히 루마니아 혼자 소외되게 하면 뭐가 되겠습니까? 공산 독일이 접근하겠죠. 그렇다고 주변국과 마찰이 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오스트리아나 헝가리 쪽은 아마 좀 불평할지언정 받아줄 거다.

       

       애초에 헝가리는 루마니아의 도움도 받지 않았나?

       

       

       “예. 헝가리에서 공산 혁명이 일어날 것을 루마니아 측이 물자를 지원해서 호르티의 헝가리군이 공산군을 궤멸시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서로 찝찝함은 있지 않겠습니까?”

       

       

       외교부 장관인 바실리 하를라모프에 이어 외교부 차관인 보리스 사빈코프까지 루마니아 관련해서는 좀 부정적인 모양이다.

       

       그건 괜한 걱정이 아닐까.

       

       이건 완전한 편 가르기는 아니다.

       

       일단 표면 상으로는 분명히 한다는 취지에서의 방공협정이지만. 어디까지나 ‘공산국가’에 한정된 협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냥 방공 협정이라고.

       

       당사자 간의 국가 문제에 대해서는 간섭 없다고 하면 되겠지.

       

       나는 손을 저었다.

       

       

       “어차피 공산국가를 적대하는 데만 함께 하자는 거니 괜찮겠죠. 제안만 해보세요. 싫다고 하면 그때 가서 우린 분명 제안했다. 이러면 되는 것이고요.”

       “그럼, 방공협정 관련해서 먼저 이쪽으로 손을 내민 불가리아도 협정에 참여시키겠습니다.”

       “불가리아요?”

       “예. 불가리아는 저번 전쟁에서 세르비아와 그리스에 영토를 빼앗긴 바 있습니다. 여기에 유고슬라비아는 현재 붉은 물이 들려고 하니. 유고슬라비아 견제를 위해서라도 불가리아를 협정에 초대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외교부에서도 생각하고 있구나.

       

       물론 저번 전쟁에서는 러시아의 적이긴 했지만,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법이다.

       

       이런 건 아군이 많을수록 좋으니까.

       

       

       “그렇게 하세요.”

       

       

       그런데, 그건 외교부에서 알아서 할 일 아닌가.

       

       그런 거까지 나에게는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가가 군대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참고만 할까 하고 역설사 게임을 하다가. 집필 못할 뻔 했네요;;

    덕분에 외국 장군들 이름은 좀 외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설명할 만한 건 밑줄 그어두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달 동네는 이런 기능이 없어서 좀 그랬는데. 괜찮은 거 같습니다.

    조선 말기 진령군에 빙의한 ts물도 써보고 싶은데, 이건 좀 너무 마이너할 거 같아 나중에 심도 깊게 고민을 해볼 생각입니다.

    프리비슬린스키 크라이(러시아어: Привислинский край/폴란드어: Kraj Nadwiślański): 러시아제국 지배시기의 폴란드. 쉽게 말해 러시아령 폴란드. 크라이는 러시아제국의 행정구역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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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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