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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

       

       

       “그러니까, 전부 오해였다···?”

       

       “그래! 그렇다니까!”

       

       [도대체 뭘 생각하신 거예요?]

       

       

       억울함이 잔뜩 담긴 그의 목소리와 히죽거리며 웃는 작가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전부 오해였다고?

       

       

       “그렇게 붙어있었던 건···.”

       

       “걔들이 신기하다면서 만지작거려서 그렇지.”

       

       “따, 딱딱하다느니 뭐니 한 이야기는···?”

       

       “근육.”

       

       

       아.

       

       죽고 싶다.

       

       무심코, 정말 무심코 생각한 것뿐이다.

       

       하늘에 맹세코 나는 변태가 아니야!

       

       

       “···있지, 아르테.”

       

       “시, 시우랑 아멜리아···! 그리고 도로시가 잘못한 거예요!”

       

       “어?”

       

       “저는 잘못 없어요!”

       

       

       그래. 나는 잘못 없어.

       

       시우가 잘못한 거야. 아멜리아가 잘못한 거야. 도로시가 잘못한 거야.

       

       그도 그럴게, 수영복을 입고 있었잖아.

       

       시우는 사각 수영복을 입고 있었고, 도로시랑 아멜리아는 비키니였다고.

       

       아무도 없는 모래사장.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이 그렇게 노출한 상태에서 몸을 밀착하며 딱딱하다느니 뭐니 이야기하면, 어?

       

       오해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저는, 저는···!”

       

       

       그래. 시우는 주인공이잖아. 도로시랑 아멜리아는 히로인이고?

       

       그러니까, 내가 조금 오해해도 그럴 수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손의 위치를 볼 수가 없었다고. 당연히 그···거인줄 알았지.

       

       나, 나는 깜짝 놀랐을 뿐이야.

       

       아무리 그래도, 응? 밖인데.

       

       사람이 없다고 해도 밖에서 그런 남사스러운 행동을 한다는 것에 깜짝 놀랐을 뿐인데.

       

       그게 다 착각이었다고?

       

       당혹스러워하는 시우의 모습과, 달려갈 때 어째서인지 시우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던 아멜리아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나는, 잘못 없어!”

       

       “아르테?!”

       

       

       발갛게 물든 얼굴을 어떻게든 숨기고자, 얼굴을 가린 채로 바다를 향해 뛰어갔다.

       

       창피함에 온몸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

       

       

       

       “어땠어?”

       

       “너, 너···! 갑자기 왜 도망가?! 덕분에 오해받았잖아!”

       

       

       어떻게든 아르테의 오해를 벗기자마자 바다를 향해 뛰어가 아멜리아에게 항의했다.

       

       자칫하면 바깥에서 이상한 짓하는 미친놈으로 오해받을 뻔했다.

       

       아멜리아한테라면 무슨 오해를 받아도 딱히 상관없지만, 아르테한테는···.

       

       

       “오해하라고 도망간 거지.”

       

       “너, 너···!”

       

       “아니, 아르테가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 있었잖아? 그래서 이건 기회다, 싶었거든.”

       

       “기회?”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걸까.

       

       가만히 변명을 들어보기로 했다.

       

       만약 그럴듯하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괴롭혀주지.

       

       민트초코를 아멜리아가 마시는 커피에 몰래 넣어두는 것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 오해를 하는 것 같았거든. 그냥 쿡쿡 찔러보는 건데 그렇게 당황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면 오해를 풀었으면 되는 거잖아.”

       

       “하, 그러니까 네가 아직도 동정인 거야.”

       

       

       내 대답이 가소롭다는 듯 아멜리아가 코웃음 쳤다.

       

       둥둥 떠다니는 튜브에 몸을 얹은 채로 머리 위의 선글라스를 매만지는 게 열받았다.

       

       아니, 그러면 거기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네 말대로 오해를 풀어야 하는 건 맞아.”

       

       “그럼 내가 맞는 거잖아!”

       

       “아니, 거기서 내가 도와주면 안 되는 거지.”

       

       “···뭐?”

       

       “생각해 봐. 내가 도와줘서 오해를 풀면, 그냥 단순한 오해였을 뿐이야. 하지만 내가 도와줬으면···.”

       

       

       아멜리아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아멜리아의 뒤에는, 아직도 얼굴을 붉힌 채 수시로 바닷물에 얼굴을 담그는 아르테가 보였다.

       

       

       “그냥 평범하게 바다를 즐기고 있었을걸. 저렇게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게 왜? 좋은 거잖아.”

       

       “너, 아르테가 저렇게 당황하는 거 본 적 있어?”

       

       “···.”

       

       “없지? 가끔은 충격 요법도 필요한 법이야. 이제 아르테는 너를 더 의식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이게 더 이득이지.”

       

       

       잘못 생각했다.

       

       시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판단을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멜리아의 언변에 놀아난 적이 어디 한두 번 이었던가?

       

       그녀의 말에 혹하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했던 행동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이미 늦어버렸다.

       

       아멜리아의 말에 이미 그럴듯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눈치챘으니까.

       

       그야, 실제로 아르테는 저렇게까지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관람차 때의 그 모습은 당황했다기보다는 트라우마를 공격당한 듯한,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약간 다르고.

       

       아르테가 창피함에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어때? 색다른 아르테의 모습.”

       

       “···귀여워.”

       

       “응?”

       

       

       아, 잠깐. 잘못 말했다.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 아멜리아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킥킥 웃기 시작했다.

       

       

       “아, 뭐야. 그런 거였어?”

       

       “뭐, 뭐가···.”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오히려 이게 더 좋다. 마음 놓고 일을 꾸밀 수 있으니까.”

       

       

       

       재미있는 걸 알아냈다는 듯, 아멜리아가 웃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았다면 예쁘다며 반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무리 예뻐도 아멜리아에게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으니까.

       

       이 여자가 단둘뿐만인 장소에서 나를 유혹한다고 한들 넘어갈 리가 없었다.

       

       그야, 아멜리아니까.

       

       

       “또 뭘 꾸미는 건데···.”

       

       “그건, 뭐. 그때마다 기세로? 걱정하지 마, 너한테 해가 될 일은 없을 테니까.”

       

       

       시우는 그 순간, 종교를 믿지 않음에도 기도했다.

       

       신님. 제발 아멜리아가 헛짓거리만 하지 않게 해주세요.

       

       

       

       ***

       

       

       

       [으음, 아까처럼 재미있는 거 안 터지나?]

       

       “작가님, 제가 잘못했으니까 용서해주세요···.”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직 얼굴이 뜨거운 것 같아 바닷물로 얼굴을 식히는 와중에 또다시 들리는 작가님의 목소리.

       

       또 재미있는 일을 찾아 무슨 일을 벌일 것 같아 용서를 구했다.

       

       지금은 조금 쉬고 싶었다.

       

       터무니없는 오해를 해버린 내가 부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어···.

       

       

       [···으음, 그래도 독자님. 네 명뿐인데 바다는 뭔가 애매하지 않아요?]

       

       “네? 애매하다니요?”

       

       [아니, 바다에 온건 좋은데 쓸만한 내용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작가님이 내게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비치발리볼 같은 이벤트도 넷이서 하기에는 조금 심심하고, 금발 양아치가 히로인을 꼬시는 건 프라이빗 비치라서 불가능하고···.]

       

       “휴가인데 그렇게까지 사건을 터트리고 싶으신 건가요···.”

       

       [그래야 재밌으니까요!]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무래도 작가님은 바다에서 나올법한 사건을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별다른 사건이 없다고 여겼는지 사건을 터트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작가님, 아무리 그래도 휴일이에요. 다들 즐기고 있다고요.”

       

       

       바다에 둥둥 떠다니며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아멜리아는 튜브에 둥둥 떠다니고 있고, 도로시는 모래사장에 놓인 선베드에서 잠깐 쉬는 중.

       

       시우는 아멜리아와 함께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건이 터졌으면 휴식도 취해야 하는 법이에요, 작가님. 주인공과 히로인이라고 언제나 좋은 컨디션일 수는 없어요.”

       

       [으음···. 그런가···?]

       

       “당연하죠.”

       

       

       ···그나저나, 이거 좀 불편하네.

       

       가슴이 둥둥 뜨니까 멍하니 바다에 떠다니기 쉬운 건 좋은데, 얼굴이 조금 뜨겁다.

       

       

       [그러면 별말 안 할 테니까, 선크림이라도 좀 바르세요!]

       

       “네? 아니, 귀찮게 그런 걸 왜 발라요. 어차피 다 물에 녹을 텐데.”

       

       [얼굴 뜨거워서 인상 찌푸리는 거 다 봤거든요?! 물에 안 녹는 제품도 있으니까, 빨리 가서 발라요! 내가 만든 몸이란 말이야!]

       

       “하아···.”

       

       

       아니, 귀찮게 그런 걸 왜 발라.

       

       몸 좀 타도 예쁠 게 분명한데.

       

       하지만 작가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자신이 만든 몸의 피부가 상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항복한 것은 결국 나였다.

       

       

       “하아···. 정말 사건 안 터트리는 거 맞죠?”

       

       [네! 네! 그러니까 빨리 선크림 바르세요!]

       

       “알겠어요···.”

       

       

       자기 몸도 아니면서 난리야.

       

       대리만족 같은 걸까? 도저히 모르겠네.

       

       

       “도로시, 혹시 선크림 남는 거 있나요?”

       

       “네? ···설마 안 챙겨왔어요?”

       

       “아, 네. 햇볕이 조금 따갑네요.”

       

       

       화들짝 놀란 도로시가 황급히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너무 무심했나?

       

       쓰읍, 생각해보니 좀 아까울지도 모르겠네.

       

       트러블 하나 없는 피부가 참 귀하긴 한데.

       

       다들 기겁을 하며 챙기라고 하는 걸 보니, 관리하지는 않더라도 망가트려서는 안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 여기 있어요.”

       

       “고마워요. 남는 건 돌려 드릴···.”

       

       “아니, 다 쓰셔도 괜찮아요. 저는 음료가 모자랄 것 같아서 잠깐 별장에 들릴 예정인데, 필요한 거 있으세요?”

       

       “···그럼 콜라로.”

       

       “알겠어요.”

       

       

       선크림을 내게 건넨 후, 도로시는 별장을 가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별장은 거리가 있었으니 시간이 좀 걸리겠지.

       

       몸만 이동한다면 가깝겠지만, 부피가 좀 있을 테니까.

       

       

       “뭐야, 도로시 어디로 가?”

       

       “잠깐 마실 것 좀 챙기러 간다고 하던데요.”

       

       “그래? 우리가 가는 게 훨씬 빠를 텐데. 말하지.”

       

       

       바다에서 튜브를 타던 아멜리아가 선베드에서 일어나 자리를 뜬 도로시를 본 모양이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기 위해 내게 다가왔다가, 이내 내 손에 들린 물건을 보고 의문을 표했다.

       

       

       “···그거 선크림 아냐? 왜 꺼냈어?”

       

       “아, 햇볕이 따갑길래 바를까 해서요.”

       

       “안 발랐어?! 왜?!”

       

       

       내가 뭐 그렇게까지 잘못한 건가···?

       

       주변 여자 세 명이 다 기겁을 하니까 내가 큰 실수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남자였을땐 귀찮고 찐득거려서 안바르고 다녔는데.

       

       

       “···아하. 그래. 그래서 바르겠다는 거지?”

       

       “···? 네. 그럴 생각인데요.”

       

       

       아멜리아가 갑자기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웃으며 선베드 옆의 책상에 놓인 종이에 무언가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저기, 그건···?”

       

       “아, 별거 아냐. 도로시가 걱정되니까, 나도 잠깐 별장으로 갈게. 먹을 것도 좀 챙겨야 할 것 같으니까. 시간은 좀 걸릴 거야. 한 시간 정도?”

       

       “네, 뭐. 다녀오세요···?”

       

       

       저 구체적인 시간은 도대체 뭐지.

       

       아멜리아가 자리를 뜨며 마지막으로 내게 말했다.

       

       

       “선크림은 꼬박꼬박 발라야 하는 거 잊지 마! 비키니니까 등 부분은 더 신경 써서 발라야 해.”

       

       “알겠어요.”

       

       “시우 오면 저 메모 좀 읽으라고 하고!”

       

       

       그냥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다 생각이 있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니켄 님께서 또 어린이들은 볼 수 없는 팬아트를 선물해주셨습니다…!

    공지와 아틀리에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어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

    이니안 님, 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밌게 즐겨주시니 제가 다 즐겁네요!

    재밌는거어디없나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무자각 집착이 참 맛있죠… 독자님이 꼴잘알이라서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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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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