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4

       “으음…”

        ​

        생각보다 영혼들이 제대로 넋이 나가 있었다.

        ​

        그중에 가장 멀쩡해 보이는 영혼.

        ​

        상태가 멀쩡하기보다는 심지가 곧은 영혼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

        “일단은 이분이 제일 나을 것 같기는 한데…”

        ​

        넋이 나간 와중에도 남아 있는 형형한 눈빛.

        ​

        등 뒤에서 배 쪽으로 뚫고 나온 듯한 상처를 가진 영혼이었다.

        ​

        두 손이 무언가를 잡은 듯 허공을 움켜쥐고 앞으로 걷는 중이었다.

        ​

        이렇게 특이한 자세를 취한 영혼들은 생전에 그것에 대한 강한 염을 가졌던 영혼들이다.

        ​

        이분으로 치자면….

        ​

        “죽어서도 싸우려고 하시는 분이네.”

        ​

        나이가 상당한 어르신.

        ​

        나는 그분을 향해 조심히 걸어가 방울을 치켜들었다.

        ​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

        방울이 달린 막대로 영혼의 어깨를 쓸어내렸다.

        ​

        그러자 흔들리는 동공과 함께 휙 돌아가는 고개.

        ​

        – …… 

        ​

        “아드님이신가요?”

        ​

        성벽 위를 훑던 시선이 젊은 병사 앞에서 멈춰 있었다.

        ​

        끄덕.

        ​

        “훌륭한 영혼을 가진 아들이네요.”

        ​

        어르신의 고개가 걷고 있는 다른 영혼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

        “다들 어디론가 가고 있어요. 어디인지 아시나요?”

        ​

        – …..

        ​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목소리가 나에게 전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듯 어르신의 손이 한곳을 가리켰다.

        ​

        네크로맨서들이 있는 산 정상이었다.

        ​

        “왜 저기로 가고 있는 거죠?”

        ​

        절레절레.

        ​

        “으음…”

        ​

        역시나 마법의 흔적은 없었다.

        ​

        그렇다고 저주의 흔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

        이윽고 어르신이 무언가를 설명하듯 입 모양을 움직였다.

        ​

        “….편안함?”

        ​

        끄덕.

        ​

        “저기로 가면 편안 하다고…?”

        ​

        영혼에게 이런 인식을 가지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

        “설마…”

        ​

        비슷한 종류를 가진 것을 하나 알고 있기는 했다.

        ​

        마법이 아니며 영혼에게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는 것.

        ​

        “주술?”

        ​

        이곳에도 주술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

        세레나와 알루어드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

        내 시선이 닿아 있는 허공을 유심히 훑어보고 있었지만, 보이지는 않으리라.

        ​

        “혹시, 마법이 아닌데 비슷한 힘을 발휘하는 게 있어? 예를 들면, 사랑에 빠지게 한다거나?”

        ​

        “…없습니다.”

        ​

        “엘프에게도 그런 것은 없어요.”

        ​

        보아하니 이들도 이런 힘에 대해서는 모르는 모양이다.

        ​

        “이거…?”

        ​

        왠지 주술과 어울리는 존재가 하나 있지 않은가.

        ​

        아까부터 떠오르던 존재.

        ​

        오크샤먼의 후예라고 했던 굴락.

        ​

        분명히 위대한 선조의 영혼을 따른다고 했던 것 같다.

        ​

        “이상한 곳에서 얽히네.”

        ​

        지금까지는 들리지도 않던 소식을 여기서 듣게 될 줄이야.

        ​

        정말로 지금, 이 현상이 주술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

        “나는 주술은 모르는데… ?”

        ​

        따지자면 부적 같은 것들도 주술과 비슷하다 할 수 있겠지만, 나와는 조금 다른 분야다.

        ​

        오히려 마녀 쪽이 이런 것에는 더 가깝지 않을까?

       

       

       다른 나라에서 주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몇번 본게 다일 뿐.

       

       나에게는 생소한 일들이었다.​

       

        남아 있는 흔적들도 그때 봤던 것이 아닌 새로운 느낌이었다.

        ​

        “이건, 이거대로 문제네. 알아내도 뭘 어떻게 할 수가 없겠는데?”

        ​

        주술을 해소할 방법을 모르니, 다시 이런 현상이 나타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

        강제로 깨려고 하면 할 수야 있겠지만, 전 대륙을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네크로맨서들은 대륙 곳곳에서 나타날 텐데.

        ​

        그때 나를 보던 어르신이 손짓을 하며 무언가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

        – ….

        ​

        “…예?”

        ​

        손가락이 네모난 형상을 그리며 허공에서 움직였다.

        ​

        그리고 무언가를 잡고 넘기는 시늉을 하는 어르신.

        ​

        “…책인가요?”

        ​

        끄덕.

        ​

        다시 입이 움직이며 무언가를 전달하려고 했다.

        ​

        “책을 보셨다고요? 직접본 건 아니고? 머리에 떠오르셨구나.”

        ​

        끄덕.

        ​

        휘익 –

        ​

        휘이익 –

        ​

        이번에는 손들이 넘실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

        일렁이는 동작이 마치.

        ​

        “…불?”

        ​

        – ….. 

        ​

        “파란 불이요?”

        ​

        끄덕.

       

       “산 정상에 파란 불?”

        ​

        푸른색의 불이라….

        ​

        역시나 들어 본 적이 없는 기현상이었다.

        ​

        “영감님 혹시 파란색 불에 대해 아시나요?”

        ​

        “들어 본 적이 없네. 나중에 로셀에게 물어보도록 하지.”

        ​

        “흐음….”

        ​

        영감이 수염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

        “산 정상에 관한 것을 공수로 받을 수는 없는가?”

        ​

        “이상하게 저 윗부분만 공수가 안내려오네요.”

        ​

        산에 처음 갔을 때도 그랬다.

        ​

        저 윗부분은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시커멓기만 할 뿐, 이렇다 할 공수가 내려오지 않았다.

        ​

        확실한 건 산 전체가 불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

        ​

        순간, 눈에 보이는 산 정상이 더 거멓게 물들었다.

        ​

        “미치겠네 진짜. 영감님, 저기 무슨 일 생긴 것 같은데요?”

        ​

        영감이 대답을 하려던 그때.

        ​

        알루어드가 품속에서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

        – 알루어드경 맞으십니까?

        ​

        목소리가 제법 다급했다.

        ​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맞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

        – 성하께 먼저 말씀을 드려야 마땅하나 이곳으로 먼저 연락하라는 클라인님의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

        “클라인님께서요? 왜 직접 연락하지 않으시고….”

        ​

        – 클라인님께서는 현재 네크로맨서와의 교전끝에 의식을 잃으신 상태입니다.

        ​

        흠칫.

        ​

        나를 비롯한 모두의 몸이 굳어졌다.

        ​

        멀쩡히 교단에 도착했어야 할 영감이 왜 쓰러져 있다는 말인가?

        ​

        수정구에서 설명이 이어졌다.

        ​

        – 배신자들을 호송하던 중 공격이 있었습니다. 7써클급의 네크로맨서 둘, 6써클급의 네크로맨서 한 명입니다.

        ​

        “네크로맨서의 공격이요?”

        ​

        알루어드의 얼굴은 더없이 딱딱했다.

        ​

        네크로맨서의 공격이 있었다면,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에 따라 배신자들의 배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

        – 배신자들 중 오직 베르테만을 데리고 탈출했습니다. 저희도 심문을 해 보았으나…

        ​

        “그들이 네크로맨서와 연관되어 있었습니까?”

        ​

        – 베르테만이 접점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됩니다. 허나, 베르테조차 의아해 하던 눈치였습니다. 그 역시 발버둥을 치며 끌려 갔습니다.

        ​

        “……”

        ​

        – 클라인님께서 7써클급의 네크로맨서 한 명을 사살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협공으로부터 사제들을 지키면서 싸우시느라 그만…

        ​

        괜스레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

        원래의 역할을 찾아간 것은 맞으나 그 결과가 부상이라니.

        ​

        분명히 이제 쉬게 해준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

        파라몬 영감 역시 걱정되는듯 수정구를 주시하고 있었다.

        ​

        – 이상입니다. 곧바로 성하께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

        “부탁드립니다.”

        ​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지며 통신이 끊겼다.

        ​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알루어드.

        ​

        “이곳으로 먼저 연락을 취하라 하신 것은 크리스님께 전달하기 위해서 라고 생각됩니다만.”

        ​

        “….”

        ​

        연락이 오기 전 산 정상이 더 거멓게 물들었었다.

        ​

        아마, 저들 중 살아남은 둘이 정상에 합류한 것이 아닐까.

        ​

        그만큼 횡액이 두터워 진 것이고.

        ​

        파라몬 영감이 짐작했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

        “고위급 네크로맨서가 합류한 것 같군. 전세에 영향이 있겠는가?”

        ​

        “그럴 것 같네요. 병사분들에게 5쿠퍼씩 준비하라고 말씀해 주세요.”

        ​

        “알겠네.”

        ​

        아무래도 한 명 한 명 다 점을 봐야 할 것 같았다.

        ​

        안 그래도 할 일이었으니 조금 서두르는 셈 치고 빨리 보는 게 나을 것이다.

        ​

        그리고 아까부터 계속 신경 쓰였던 것.

        ​

        “오크들의 행방이 필요해요. 정확하게는 굴락이라는 오크가 어디 있는지.”

        ​

        영감에게서 곤란한 기색이 느껴졌다.

        ​

        “시도는 해 보겠네만, 오크의 이름으로 위치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네.”

        ​

        그럴 만도 했다.

        ​

        사람과는 다르게 오크의 이름까지 수집하지는 않을 테니.

        ​

        “이상한데… 몬스터라 그렇지 더러운 놈은 아니었는데…”

        ​

        오히려 덕을 쌓을 팔자였다.

        ​

        굉장히 큰 공수이기도 했고, 그 느낌이 이런 일에 섞일 팔자는 아니었다.

        ​

        “산에 가 봐야 하려나…”

        ​

        아직은 병사들의 신점이 먼저다.

        ​

        공통된 것들이 있을 테니 정보를 유추할 수 있지 싶었다.

        ​

        이것조차 확실하지는 않지만….

        ​

        “전쟁통에 점을 봐주고 다닌 적이 있어야지.”

        ​

        “산에 가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전력은 충분하다네.”

        ​

        나는 고개를 저었다.

        ​

        엘프들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기다려야 할 일이다.

        ​

        “조금 더 기다렸다가 가시죠. 일단은 죽을 사람들 좀 빼야 할 것 같아요.”

        ​

        이것 또한 가능할지 의문이다.

        ​

        전쟁에서 사람이 안죽는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소리니까.

        ​

        최대한 줄여보려고 노력할 뿐.

       

       나는 슬쩍 영감님의 눈치를 봤다.

       

       내가 이렇게 말하지만 들어주는 것은 영감님의 선택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작전에 간섭하는 내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싱긋 –

       

       “한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오히려 내가 도움을 청해야 마땅할 것이네.”

        ​

        영감이 성문 쪽으로 걸어가며 말을 남겼다.

       

       “엘프들은 언제쯤 도착하겠는가?”

        ​

        “내일쯤 도착할 거에요.”

        ​

        “이미 어느 정도는 준비가 끝났으니, 가능할 것일세.”

        ​

       일단은 제일 힘든 일부터 해야 할 차례다.

       

       “또 눈 부시겠네.”

       

       가장 큰 전력이 되어 줄 신관들부터 점을 봐야 한다.

       

       그들은 지금 한 곳에 모여 있기도 했으니, 빠르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도움을 좀 받아야겠는데. 야, 알루어드.”

       

       “예?”

       

       “내 작두 가져와.”

       

       “….작두요?”

       

       “성검 말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인들의 상이 겹쳐서 연재 시간이 오락가락 하고 있습니다.

    토요일 부터는 되도록 00시에 내외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e check love fortune, career fortune, financial fortune, compatibility, physiognomy, and points of intere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