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4

       “자, 그러면 지금부터 2팀의 무대를 시작하겠습니다-!”

         

       마침내 2팀의 무대가 시작되고 나와 팀원들은 긴장된 시선으로 대기실에 설치된 모니터를 지켜보았다.

         

       최근까지 불협화음으로 삐그덕 소리가 나던 2팀이지만…, 멤버가 멤버인 만큼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가 긴장감에 마른침을 한 번 삼키자마자 2팀 곡의 인트로가 흘렀다.

         

       ♪♬♪♬-!

         

       “…음.”

         

       인트로를 듣자마자 곧바로 무슨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중간 점검에서 들은 것과 큰 차이가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냥 크게 바꾸지 않고 진행하기로 했나…?’

         

       중간 점검이 끝나자마자 곡의 컨셉과 장르까지 싸그리 바꾼 우리와 달리 2팀은 그냥 중간 점검 때처럼 원곡 그대로 가기로 결정했나보다.

         

       하지만…, 분명 그때 2팀의 무대는 엉망이었다.

         

       ‘얼마나 변했으려나.’

         

       나는 2팀이 전과 어떤 부분에서 변하였는지를 중점적으로 보며 무대에 집중했다.

         

       그리고 도입부의 서유진 파트를 보자마자 2팀이 어떤 생각으로 무대를 준비한 건지 알 수 있었다.

         

         

       -언젠가 하늘을 날아

         

       -호수를 넘어 그 위로

         

         

       “뭐야….”

         

       “춤이 다르잖아. 쟤네가 창작한 건가?”

         

       2팀의 곡 스물두 번째 밤의 <블랙 스완>은 2000년대 후반의 곡으로 지금 듣기에는 올드하지만 아직도 명곡으로 대우 받는다.

         

       이는 각 멤버들이 뛰어난 가창력과 랩 스킬로 곡을 미치도록 잘 소화해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곡 난이도가 어마어마하게 높긴 하지만….

         

       한창때의 스물두 번째 밤은 무대에 나설 때마다 이 곡을 무리 없이 라이브로 부르곤 했다.

         

       많은 이들은 이것이 스물두 번째 밤의 압도적인 보컬 능력 때문이라 생각하고 이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추가적인 사항이 있다.

         

       바로 댄스 난이도의 변화.

         

       예전 아이돌은 까다로운 난이도의 곡을 라이브로 척척 부르던 대신…, 댄스의 난이도가 지금처럼 격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아이돌은 퍼포먼스 측면에서 주객이 전도되어 가창력보다 현란한 댄스가 중요시된다.

         

       요즘 아이돌이 라이브를 못하게 된 것에는 어려워진 댄스 난이도도 한몫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블랙 스완>은 엄연히 구 아이돌의 노래다.

         

       <블랙 스완>은 뛰어난 가창력을 요구하는 대신 안무 난이도가 그리 크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남들이 무시하는

         

       -검은 날개를 펴고

         

       -저 하늘로

         

         

       “와…, 미쳤네….”

         

       “저렇게 춤추는데 음 하나도 안 틀렸어….”

         

       지금 2팀은 곡 난이도는 그대로 유지함과 동시에 본인들이 안무를 창작하여 추가하였다.

         

       옛날 아이돌의 화려한 기교와 요즘 아이돌의 현란한 댄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서유진은 놀랍게도 이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저 정도 실력이었나?”

         

       이는 무대를 지켜보던 나한나의 혼잣말로도 알 수 있었다.

         

       평소 감정 표현이 적은 나한나가 서유진의 모습을 보고 작게 감탄한다.

         

       그만큼 서유진의 퍼포먼스는 훌륭했다.

         

       격한 댄스를 펼치며 남다른 기교로 관객들을 무대에 집중시키는데 성공시킨 것이다.

         

       ‘연습 많이 했나 보네.’

         

       나는 여기서 서유진이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렸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뛰어난 실력으로 개인 투표 3위까지 했던 그녀지만…,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현역 아이돌 급이라 봐도 될 정도다.

         

       저 정도 무대 수준까지 끌어 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을 터.

         

       ‘이거 위험할지도….’

         

       성공적으로 우리 무대를 마치고 나서…, 솔직히 우리 1팀의 승리를 80% 정도 자신했었는데 지금 서유진의 모습을 보니 우리가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유진이 끝나고 파트가 다음 팀원에게 넘어가는 순간….

         

         

       -세상은 우릴 보고

         

       -…ㄹ, 저라고 했지만.

         

         

       “엇.”

         

       “…아, 절었다.”

         

       …혹여 우리 팀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사라졌다.

         

       “…실수했네.”

         

       “그도 그럴게 지금 무대 난이도가 유 설, 서유진 두 사람 뺀 나머지한테는 버거울 정도니까요.”

         

       생각해보니 저 팀의 모든 팀원들이 서유진 급 실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들은 뛰어난 가창력과 댄스 두 가지를 동시에 요구하는 미친 무대 난이도에 적응하지 못했는지….

         

       “앗, 저기 동선 좀 꼬인 것 같은데요? 부딪친다.”

         

       “저기 한 명은 혼자 다른 춤 추네….”

         

       자꾸 치명적인 실수를 연발했다.

         

       덕분에 무대 집중이 깨지고 분위기는 안타까운 감정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어떻게든 무대를 끌고 가려 노력하던 서유진의 무대 집중도 깨지기 시작했다.

         

         

       -우리 가자.

         

       -검은 날개와 함께 검…, 달로-!

         

         

       마침내 혼자서 고군분투하던 서유진도 박자를 절자 무대는 엉망이 되었다.

         

       다른 팀원들은 계속해서 실수를 하기 시작했고…, 서유진은 그 실수들을 덮어 주지 못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유 설의 퍼포먼스는 훌륭했다.

         

         

       -Fly away-!!

         

         

       “와, 저거 몇 옥타브야…?”

         

       “…미쳤다.”

         

       그녀는 2팀의 메인 보컬로서 주어진 역할을 다 마쳤다.

         

       폭발적인 성량으로 브릿지에서 범접 못 할 고음을 내뿜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댄스에서도 한 치의 실수 없이 부드럽게 동작을 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유 설은 혼자서 고고한 퍼포먼스를 보이며 망해가는 다른 팀원들과 어우러지지 못했다.

         

       그야말로 군계일학.

         

       다른 팀원들이 실수를 하면 할수록 유 설의 개인적인 능력치는 더욱 돋보였다.

         

       ‘설마 노린 건가…?’

         

       이는 유 설이 설마 이 점을 노리고 행동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팀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지만 유 설은 플러스인 2팀의 무대가 진행되고….

         

         

       -가자, 아.

         

       -검흔 달로-!

         

       -검은 날개를 펴, 고

         

         

       어떻게든 버티는가 싶더니…, 결국 어려운 난이도로 꾸역꾸역 무대를 이어가던 팀원들은 체력 문제 때문인지 막바지에 이르러 실수가 속출했다.

         

       ‘끝났네….’

         

       카메라 앞이어서 티는 안 냈지만 나는 이미 우리 1팀의 승리를 직감했다.

         

       지금 2팀의 <블랙 스완>의 마지막 부분은 그야말로 폭망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지경이었으니까.

         

       ‘안타깝다.’

         

       어떻게든 무대를 성공적으로 끝내려 고군분투하는 서유진의 모습이 마침 카메라에 잡혔다.

         

       하지만 서유진도 이미 자신들의 무대가 망했다는 걸 느꼈는지 얼굴이 상당히 붉어진 채였다.

         

       ‘그래도 얼마 안 남았으니 마무리는 잘 끝내라.’

         

       이미 망한 건 어쩔 수 없다지만 마무리라도 잘해야 다음을 기약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런 내 응원이 무색하게….

         

         

       -Black ego, Black moons, Black…, 앗.

         

         

         

       “어…!”

         

       “아앗….”

         

       팀원 한 명이 랩을 잇다가 마치 일시정지라도 한 것처럼 멈춰 버렸다.

         

       아예 자기 파트를 통째로 날려 버린데다 댄스도 멈춰서 진형이 어그러졌다.

         

       나, 팀원들, 트레이너들, 그리고 관객들까지…, 모두가 그 장면을 보자마자 대참사를 예상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Black sky, Black wings 그리고 우리 모두 Black swans!

         

         

       마치 바통을 터치한 것처럼 누군가가 끊긴 랩을 이어 불렀다.

         

       …유 설이었다.

         

       “아니, 무슨 자기 파트도 아닌데….”

         

       유 설은 자기 파트도 아닌 랩 부분을 격렬한 댄스를 하며 동시에 소화해냈다.

         

       심지어 유 설의 행보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Fly away-!

         

       -세상에 보여줘-!

         

       -검은 날개도 똑같이 세상을 날 수 있다는 걸-!!

         

         

       “저거 원래 유 설 언니 파트 아니잖아…!”

         

       “근데 왜 저리 잘해…? 미쳤다….”

         

       유 설은 팀원들이 어벙한 사이에 그 파트를 받아 자기가 부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파트 강탈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팀을 위기에서 구해 내는 것이었다.

         

       다른 팀원들이 박자도…, 음도 못 맞추던 부분을 유 설은 훌륭하게 아니 그 이상으로 소화했으니까.

         

         

       -다 함께 가자.

         

       -검은 세상 속으로-!

         

         

       “…저거 설마 애드립이야?”

         

       “……와.”

         

       “…그냥 감탄만 나온다.”

         

       그렇게…, 마지막 부분은 거의 개인 콘서트인 것처럼 유설의 독주로 2팀 무대는 끝이 났다.

         

       그리고….

         

       “와아아아-!!”

         

       “미쳤다-!!”

         

       “유 설-!!”

         

       무대가 끝나자 관객석에서 어마어마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유 설을 향한 연호가 주였다.

         

       그럴 만도 했다.

         

       마지막 순간 랩, 고음, 댄스를 혼자서 소화해낸 유 설은 올라운더를 넘어 거의 천수관음(千手觀音)의 경지였으니까.

         

       “와…, 근데 진짜 설 언니 마지막 부분은….”

         

       “…저 언니가 우리랑 같은 연습생이라고?”

         

       “당장 데뷔해도 1군 현역보다 나은 것 같은데….”

         

       적팀이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우리 1팀 팀원들이 유 설을 향한 경외감을 드러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아마 방금 무대를 본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은 반응일 것이다.

         

       방금 유 설은 정말 아이돌 업계에 발을 드민 사람으로서 도저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던 정도긴 했다.

         

       다만 동시에….

         

       나는 이런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왠지 유 설의 노림수가 뭐였는지 확신하게 되었다.

         

       유 설이 속한 2팀은 그녀와 서유진을 제외하고는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참가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난이도가 높은 <블랙 스완>을 뽑자마자 팀 경연은 바로 포기하고 리더와 센터는 모두 서유진에게 떠맡긴 거겠지.’

         

       유 설이 손을 놓으면 서유진 혼자서 팀을 이끌긴 힘들었을 것이다.

         

       때문에 경연 무대에서 유 설과 팀원들 사이 실력 차이는 더 벌어지고….

         

       ‘본 경연에서 화려하게 강림.’

       

       심지어 그간 촬영된 거로 유 설은 아파서 연습에 잘 참여하지 못한 걸로 되어 있다.

       

       그게 방송을 타면…, 그녀에 대한 동정과 함께 그녀의 천재성이 더욱 부각될 게 분명했다.

         

       물론 여기까지 말은 쉽지만 이건 사실 이건 어마어마한 도박인데다 위험 요소가 넘쳤다.

         

       하지만 결과는….

         

       “유 설-!!”

         

       “유 설-!”

         

       관객석에서 그녀를 연호하는 게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아마…, 팀 경연에서는 많은 표를 못 받아도 오늘 무대가 방송을 타면 개인 득표를 그야말로 쓸어 모을 수 있을 터.

         

       ‘좋은 전략이었네. 하지만….’

         

       역시…, 방식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국 유 설 개인은 돋보였을지 몰라도 결국 팀 경연은 폭망하지 않았나.

         

       아무리 유 설이 마지막에 날뛰었다 해도 저건 명백히 실패한 무대였다.

         

       그리고….

         

       “…….”

         

       …그 무대의 중심에 있던 서유진은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거 좀 위험한데.’

         

       나는 그런 서유진의 표정을 보자마자 혹시 사고라도 치는 건 아닌지 불안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내 불안은….

         

       “1팀 참가자 분들. 2팀 무대도 끝났으니 1팀, 2팀 합동 인터뷰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무대로 나와주세요.”

         

       “넵!”

         

       “예린 언니, 가죠.”

         

       “…응.”

         

       …곧이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탈주닌자미르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밌게 봐주시다니 정말 감사 드립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더욱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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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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