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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

       

       

       

       

       

       레온의 대답에 실비아는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저랑 떨어졌다고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제가 마침 위치 송신이 가능한 신호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거든요.”

       “신호 아티팩트요?”

       

       실비아가 꺼낸 건 조그만 반지 두 개였다.

       

       “네. 이걸 나눠 가지고 있다가 한쪽이 아티팩트에 마력을 흘려 보내 발동하면 다른 쪽에 신호와 함께 현재 위치 정보가 전달되니, 서로 펜던트를 찾거나 무슨 일이 발생하면 신호를 보내는 거예요. 어때요?”

       “오…. 좋네요.”

       

       레온은 실비아에게 반지 하나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어느 손가락에 껴야 할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곧 왼손 검지에 반지를 꼈다. 

       

       “어어…?!”

       “응? 왜요?”

       

       실비아의 얼굴이 화악 달아오르자 이번엔 레온이 놀라 물었다. 

       

       “왜, 왜냐뇨. 검지에 반지를 낀다는 건 그거잖아요…? 겨, 결혼한 사이라는 거….”

       

       실비아는 자신의 왼손을 보여 주었다.

       실비아의 반지는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었다. 

       

       “어…. 어어?!”

       

       순식간에 레온의 얼굴도 함께 달아올랐다. 

       

       레온은 급히 반지를 빼서 실비아처럼 약지에 다시 끼웠다. 

       

       “아아, 제가 그…. 반지를 껴 본 적이 없어서 의미를 좀 헷갈렸어요.”

       “그런 거였군요…. 전 또….”

       “…….”

       

       잠시 동굴에 침묵이 감돌았다. 

       

       “뀨우.”

       

       아르만이 약간 아쉽다는 듯, 레온의 후드 안에서 조그맣게 뀨 소리를 냈다.

       

       잠시 후 레온은 혹시 몰라서 묻는다는 투로 작게 물었다. 

       

       “혹시 약지는 무슨 의미인가요?”

       “…보통은 신뢰의 의미죠. 약지엔 특별히 의미를 담지 않고 끼는 경우도 많고요.”

       “아아….”

       

       레온은 왜인지 약지에 낀 반지를 한참 바라보더니, 실비아의 약지를 한 번 더 힐끔거리고는 곧 시선을 거두었다.

       

       “크흠. 아무튼, 이걸 낀 상태에서 여기 마력을 흘려 보내면 된다 이거죠?”

       “네. 펜던트를 찾으면 두 번, 위험할 때는 한 번만 신호를 보내는 걸로 미리 약속하면 헷갈릴 일도 없을 거예요.”

       “그렇겠네요. 끝까지 다 뒤졌는데도 아무것도 안 나와서 입구로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세 번 신호를 보내는 걸로 하면 되겠고요.”

       “오오, 그것도 좋은 생각인데요?”

       “물론 세 번 신호를 보내는 일은 없기를 바라야겠지만요.”

       

       어쨌거나 신호 아티팩트를 나눠 낀 둘은 혹시 모를 위험 요소에도 대비를 했으니 두 갈래길에서 잠시 헤어지기로 했다. 

       

       터벅, 터벅.

       

       오른쪽 길로 먼저 들어간 레온의 뒷모습, 그리고 그런 레온의 후드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실비아에게 웃으며 손을 휘휘 흔들어 주는 아르를 헤벌쭉한 얼굴로 바라보며 마주 손을 흔들던 실비아는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왼쪽 길로 걸음을 옮겼다. 

       

       “후우…. 아까는 정말 깜짝 놀랐단 말이야.”

       

       레온이 당당하게 검지에 반지를 끼는 모습을 보고, 이거 내가 프로포즈를 한 게 된 건가? 하는 생각까지 했던 실비아였다. 

       

       ‘헷갈린 거였다니.’

       

       …근데 성인이 이걸 헷갈릴 수가 있나?

       뭐 여기와는 반지 끼는 규칙이 다른 세계에 살다 온 사람도 아니고.

       

       ‘차라리 그냥 나도 자연스럽게 검지에 낄 걸 그랬나?’

       

       아까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대처를 못 했다.

       

       ‘아까워라…. 자연스럽게 서로 검지에 끼고 다니면 사람들이 부부로 보는 건데.’

       

       실비아는 그런 생각을 하며, 동굴 안쪽에서 달려드는 크랫을 거의 보지도 않고 정확히 반으로 갈라 버렸다.

       

       쮜익…!

       

       ‘지나간 일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아깝기는 하단 말이야. 그래도 오랜만에 레온 씨가 당황하는 모습을 봐서 좋긴 했어.’

       

       촤악!

       

       땅 아래에서 힘차게 튀어나오던 크랫이 그 힘 그대로 미리 자리에 와 있던 검에 닿아 갈라졌다. 

       

       ‘안 그래도 처음엔 내가 하는 말에 귀엽게 당황만 하시던 레온 씨가 언제부턴가 역으로 장난을 쳐서 요즘 내 체면이 말이 아니었는데.’

       

       지난번 아침에 치킨을 사 왔을 때에는 별안간 결혼하자는 말까지 꺼내 버려서, 실비아가 오히려 당황해 버렸다. 

       

       촤악!

       

       ‘하지만 막상 내가 듣고 보니 부끄러운 걸 어떡해.’

       

       어렸을 때부터 오로지 검술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만 생각해 왔다. 

       마법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마법 실력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 

       

       남들이 연애나 결혼을 하는 걸 봐도 저럴 시간이 있으면 검 한 번을 더 휘두르고 마법 한 번을 더 시전하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였다. 

       

       하지만 검술 9성, 마법 8서클을 달성하고 할아버지의 명에 따라 대륙을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니기 시작한 이후, 인간 사회에 녹아 들면서 실비아는 점점 자신이 그간 너무 메말랐었다는 걸 깨달았다. 

       

       인간들이 서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낌 없이 무엇이든 해 주려 하는 모습, 짧은 수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마음이 메말라 갈라져 있어서였을까. 

       

       자신도 저렇게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그땐 아직 은룡의 후예, 아르를 찾지 못했을 때라서 더 그랬던 것도 있지.’

       

       부족의 사명을 어깨에 짊어지고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있는데 갑자기 결혼을 해서 정착해버리면 그것도 그것대로 문제일 테니까. 

       

       ‘그런데 운명처럼 레온 씨를 만난 거야.’

       

       부족의 사명을 지키는 길이자, 처음으로 마음에 든 상대를 동시에 만나다니.

       이게 운명이 아니면 대체 무어란 말인가. 

       

       그래서 이대로 사명도 지킬 겸, 얼렁뚱땅 결혼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솔직한 호감 표현도 해 왔었던 건데….

       

       ‘갑자기 레온 씨 쪽에서도 그렇고 그런 말을 하니까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모르겠잖아.’

       

       이쪽에서 표현을 할 땐 그냥 하면 되는 거였는데, 막상 반대 입장이 되어 보는 건 처음이라 당황을 할 수밖에 없었다. 

       

       촤악!

       

       “쮜이익….”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실비아가 걸어 온 길에는 크랫의 사체가 한가득 널브러져 있었다. 

       

       ‘뭐, 어쨌든…. 이렇게 판도 깔아 줬으니 이제 레온 씨는 아르랑 마음껏 사냥을 하면서 성장을 하실 수 있겠지.’

       

       입구 밖에서 자세히 관찰한 결과, 지금의 레온은 확실히 크랫 던전을 아르와 둘이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 

       

       아직 기술에 비해 힘이나 체력 부분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것도 수련으로 극복하고 있고, 무엇보다 이제는 아르가 마음껏 마법을 쓰며 날뛸 수 있을 테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후후. 나한테 아르가 드래곤인 걸 들키실까봐 급히 파이어 애로우라고 외치시는 거, 꽤 귀여웠는데.’

       

       물론 가장 귀여운 건 레온의 후드 안에서 작게 ‘쀼!’ 하고 영창을 하는 아르였지만.

       

       ‘그렇다고 내가 먼저 아르가 드래곤인 거 아니까 그렇게 애쓰실 필요 없다고 얘기할 수도 없고.’

       

       그리고 만약 그렇게 말한다 해도 어차피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마검사 행세를 해야 하므로, 이대로 놔두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아아, 나도 아르가 쀼! 하면서 입에서 불 뿜는 거 구경하고 싶다….’

       

       아쉬운 건 그거 하나였다. 

       

       ‘어쩔 수 없지 뭐. 나는 이쪽 대충 정리해 두고 혹시라도 신호 오면 블링크 쓸 준비나 해야지.’

       

       실비아는 작게 휘파람을 불며 동굴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

       

       “휴우. 아까는 깜짝 놀랐네.”

       

       반지를 검지에 끼는 게 여기서는 결혼했다는 증표라니.

       

       전혀 몰랐다. 

       

       ‘근데 막상 약지에 끼고 있으니까 또 기분이 이상하네 이거.’

       

       특히 아까 실비아랑 같이 있을 때 서로 약지에 반지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매우 이상했다. 

       

       뭔가 벌써 유부남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디자인도 커플링보다는 뭔가 결혼 반지 같은 느낌이고. 

       

       뭐, 어느 쪽이든 기분이 이상한 건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이걸로 혹시 모를 위험 요소는 사라진 거나 다름없겠지.’

       

       이런 평범한 크랫 던전에서 무슨 일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실비아랑 떨어져 있는 이상 혹시 모를 변수가 있을 수 있었다. 

       

       그걸 이 반지가 막아 줄 테니, 나와 아르는 편하게 사냥 및 레벨업만 하면 된다는 말씀. 

       

       “레온, 왜 놀라써?”

       

       둘이 남자 아르가 내 어깨 위로 뽀짝뽀짝 기어 올라오며 물었다.

       

       “으응, 아까 반지 때문에.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뭔가 기분이 이상해서.”

       

       나는 어깨에 앉아 내 목에 기댄 아르를 쓰다듬어 주었다.

       

       “레온, 실비아 온니랑 결혼 안 해?”

       “응? 갑자기? 저번에 꺼낸 얘기 때문이라면 농담이라고 했었잖아.”

       

       결혼 이야기가 나온 건 맞지만, 분명 아르 앞에서 농담이라고까지 얘기했었는데.

       

       “그래두, 실비아 온니 진짜 조은 온니인데.”

       “실비아 씨 좋은 사람이지. 근데 그것만으로 결혼을 할 수는 없어, 아르야.”

       “실비아 온니는 레온 조아하는데, 레온은 실비아 온니 시러?”

       “으으응?”

       

       실비아 씨가 날 좋아한다고?

       

       아니, 분명 본인도 나한테 비슷한 얘기를 하긴 했지만.

       

       “몰라써? 온니 레온 조아하자나.”

       “그, 그 좋아한다는 게 사랑이랑은 좀 다른 걸 수도 있는….”

       “온니랑 결혼 안 할 고야?”

       “아직은….”

       

       아르는 내 말에 볼을 부풀리더니, 별안간 내 귓볼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구럼 아르랑 겨론해!”

       

       으, 응?

       

       뭐라고, 아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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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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