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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

       빛으로 가득한 방 안.

       빛으로 이루어진 의자에 앉은 여인은 권태로운 표정을 지었다.

       지루함, 권태로움 그리고 약간의 짜증과 언짢음이 섞였다.

       드러나지 않은 불쾌함은 삐딱한 그녀의 자세에 배어있었다.

       한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주먹으로 턱을 괸. 누가 보더라도 불만이 있어 보이는 자세.

       그녀는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흐음….”

         

       처음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번의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

       일은 계획대로 진행되었지 않았나.

       그녀가 귀띔해준 대로 경매장의 취약점을 공략했다.

       경매장 신뢰도를 흠집 냈으며, 갤러리와 주딱에 대한 믿음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갤러리의 분열. 갤러리 유저들의 불화.

       시간이 며칠만 더 지났다면 경매장이 무너지고 갤러리의 힘이 약해졌을 터였다.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는 기회를 거머쥘 수 있었겠지.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것도 그녀를 따르던 종의 실수로 인한 게 아니라, 상대의 대처로 인한 실패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불만스러웠다.

         

       마지노선에 경매장을 복구시킬 방법을 찾고.

       종을 제압해서 무력화시켰다.

         

       ‘다른 방법을 고안했어야 했나.’

         

       아니면 조금 더 ‘관여’해야 했을까.

       제약을 무시하고 행동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실패했을 때 리스크가 크다.

       가진 패를 전부 내보이는 꼴이 되니까.

         

       ‘너무 많은 개입은 좋지 않아.’

         

       그건 괜히 힘을 깎아먹는 짓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방관을 선택했다.

       그저 지켜보기만을 고수했지만….

         

       이번 일에서 가장 틀어진 부분이 문제였다.

       경매장을 복구하는데 성공하는 건 어느 정도 사정했던 바이지만.

       전력을 빼앗기는 건 아니었다.

       적에게 전력을 탈취당하는 건 가장 큰 굴욕 아니던가.

         

       그래서 죽이려했다.

       뺏기기 전에 죽여야 한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 또한 질서를 위한 일.

       그 사내를 향해 죽음을 선사하려 했으나 가볍게 막혀버렸다.

         

       “흐으음….”

         

       그녀가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톡 톡 건드렸다.

       그 자리에 그만한 실력자가 있을 줄이야.

       심지어 혼돈의 축복을 받은 자라니.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았군.’

         

       그녀는 눈을 살짝 좁혔다.

       혼돈으로 어지러운 세계가 계속되는 건 옳지 않다.

       그러니 이 세계에 새로운 질서를 확립해야 한단 말이다.

         

       그녀는 눈을 감고 그 모습을 상상했다.

       질서로 가득하며 모두가 평등한 곳. 질서의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을.

         

       그러기 위해선… 혼돈으로 가득찬 갤러리부터 없애야 한다.

       그녀가 손을 살짝 뻗었다.

         

       “소집하도록.”

       “예.”

         

       그 순간 빛으로 가득 찬 세상에 새로운 인영들이 나타났다.

       어렴풋이 윤곽만 보이는 이들은 이제 자연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아. 이번의 그 녀석은 실패한 건가?”

       “큭… 고작 경매장을 멈추는 데 그치다니.”

       “아쉬워 아쉬워. 하지만 나였다면….”

         

       갤러리 분탕 모임 5회.

       이번으로 벌써 다섯 번의 회의를 거쳐, 서로 어느 정도 친분이 쌓였다.

         

       “괜히 판을 크게 벌려서 수습을 못한 거 아냐?”

       “능력이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거지.”

       “바보 같긴. 쿡.”

         

       실패로 인해 비웃음이 가득한 와중.

       유독 꿋꿋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사내에게. 질서의 시선이 향했다.

         

       몇 번의 회의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입가를 가리는 손깍지조차 풀지 않는 사내였다.

         

       ‘제국의 사람인가.’

         

       옷을 보아하니 인간 중에서는 꽤나 높은 서열 혹은 지위를 가졌을 거다.

       개인의 능력을 강함과 약함으로 나눈다면 약한 쪽이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왜지?’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 자리에 굳이 참가해서 이렇게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이 자리가 못 마땅해서?

       아니면….

         

       ‘이 자리는 입을 열 가치도 없다는 것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는 입을 열기엔 이 곳의 수준이 미달이라는 듯.

       떠드는 이들을 향해 냉소적인 시선을 보냈다.

       모두에게 불만이 있어 보인다.

       그런 시선을 그녀도 공감하고 있었다.

         

       ‘수준이 그렇게 높진 않지.’

         

       같은 의견이다. 이 사내의 눈높이가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이 보였다.

       마음에 들지 않기에. 입을 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내는 얼마나 대단한 수를 보여줄 것인가.

       질서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오랜만에 기대할만한 인간이 나왔나.’

         

       그녀는 이 인간을 기억해두었다.

       질서.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있던 황제는 식은땀을 흘렸다.

         

         

         

         

       ***

         

         

         

       황제가 위태롭게 오늘도 삶을 유지하는 동안….

       주딱도 마찬가지로 삶의 위기가 찾아왔다.

         

       갑자기 외교담당이라니?

       여왕의 외교담당관이 되라니??

       주딱에게는 단 두 가지의 선택지만이 주어졌다.

         

       “….”

         

       오랫동안 얹혀살던 집에서 쫓겨나기

       vs

       강제로 취직당해서 멀리 나가기

         

       어딜 골라도 힘든 선택이었다.

       스치기만 해도 치명타!

         

       이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이것밖에 없지.

       주딱은 긴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아 전 못해요.”

       “주딱….”

       “왜 나인데에에엣! 왜 나한테만 엄격한 건데에에!”

         

       소파에 몸을 파묻고 응애처럼 떼쓰기!

       어떻게 보면 비겁한 일이었다. 정답을 회피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어느 쪽도 고르지 않고 선택지를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

         

       그 모습을 베아트리스가 빤히 지켜보았다.

       측은함과 동시에 조금 귀여운데. 내버려둘까? 하는 생각이 밀려왔지만.

       주딱의 체면을 위해 간신히 뜯어말렸다.

         

       “그냥 허울뿐인 자리에요. 별 일은 없어요.”

       “엣. 진짜요?”

       “근 몇 년 동안 일이 생기지 않았어요.”

         

       웬만한 얘기는 마법 통신으로 한다.

       굳이 외교담당관이 직접 가서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야 말로 낙하산 전용 자리!

       빽이 있거나 돈이 있는 귀족들이 대충 앉아 있다가 퇴직하는 꿀통이었다.

         

       님도 앉으셈 여기 돈 나옴. 권력도 생김.

       혹할만한 이야기지만….

         

       “….”

         

       주딱은 혹하지 않았다.

       이세계에 왔다고 인터넷에서 수 없이 키보드 배틀을 뜨며 상대의 빈틈을 후벼 파던 실력이 어디로 갈까.

       그녀의 말에서 빈틈을 찾아냈다.

         

       “일이 생기면요?”

       “그럼… 그때만 잠깐.”

       “잠깐 맞나요…?”

       “여행 간다는 셈 치면 괜찮아요. 주딱.”

       “여행….”

         

       그 단어에 주딱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나마 가까운 제국까지 마차를 타고 가는 것도 고역 중에 고역이었는데.

       저 멀리 여행을 간다?

         

       ‘여행…!’

         

       주딱의 머릿속에서 괴로운 나날들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어릴 적에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고생했던 기억까지 새록새록…!

         

       여행 = 집과 멀어짐 = 괴로움 = 힘듦

       주딱에게 여행이란 곧 공포였다.

         

       “여행… 싫어엇….”

       “….”

         

       물론 베아트리스도 주딱을 멀리 보내긴 싫었다.

         

       여행 = 주딱이 멀리 감 = 쓸쓸함 = 괴로움 = 힘듦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슬프지만, 그녀는 주딱과 단 하나는 달랐다.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안다는 것.

       주딱이 억울하게 일을 해야 할 날이 온다면 보낼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싫으니 무조건 막을 셈이었다.

         

       “제가 최대한 일이 없도록 노력할게요.”

       “…아니면 갤러리로 외교는 불가능해요?”

       “외교는… 얼굴을 마주해야….”

         

       “거기에 외교 위험하잖아요.”

       “용사님이 호위로 붙을 예정이라….”

       “…아무튼 위험하다고요!”

         

       빼애애액!

       주딱이 고집을 부리면서 우기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쯤 했는데 안 되면 진짜 안 되는 일이다.

       이제는 받아들일 차례였다.

         

       ‘솔직히 왕궁 밖에 나가 사는 게 더 싫지.’

         

       밥 나와. 옷 나와. 매일이 즐거워.

       가슴 큰 베아트리스 여왕님도 있고. 용사님도 있어.

       이만큼의 복지 혜택을 가진 집은 드무니까.

       식객으로 머무르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라면….

         

       ‘해야지 뭐.’

         

       주딱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버렸다.

         

       “하아… 알겠어요.”

       “그렇게 일이 많지는 않아요. 정말로요.”

       “진짜죠? 여왕님만 믿어요?”

       “예. 평소처럼 지내시면 돼요. 이제는 당당하게. 이걸 달아주세요.”

       “헉.”

         

       베아트리스가 붉은 색으로 빛나는 호박 브로치를 건넸다.

       왕가의 인장이 새겨져있어, 누가 보더라도 얘는 뭔가 있다…! 라고 짐작하게 만드는 브로치였다.

         

       “이게 권력…!”

         

       주딱은 호박 브로치를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었다.

       어차피 밖에 안 나갈 건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럼 진짜 진짜 여왕님만 믿고 갑니다?”

       “…네. 최대한 주딱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할 테니까요.”

       “그렇다고 너무 무리는 하지 마시고요.”

         

       괜히 무리를 하는 건 보기 싫거든.

       얘기가 끝나고 주딱이 집무실을 나서는 동안, 인사했다.

       살짝 손을 흔들어 인사함으로서 왕가의 예절이니, 귀족의 품위니. 그런 걸 싸그리 무시했다.

         

       “….”

         

       베아트리스도 주딱에게 맞춰서 살짝 손을 흔들까 했지만.

       손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거린 끝에 그저 고개를 숙임으로서 답했다.

         

       손을 흔들어서 인사한다니.

       그것은 너무 부끄러운 행위 아닌가.

       여왕은 소녀였다.

         

         

       ***

         

         

       “주딱님. 벌써 돌아오시다니 빨리 오셨군요.”

       “너무 일찍 왔어요? 돌아가야 하나.”

       “그건… 아닙니다.”

         

       왠지 망설임이 긴 것 같지만. 주딱은 그러려니 했다.

       용사님도 여자는 여자다. 세심한 부분이나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겠지.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건 누구에게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

         

       “음….”

         

       혼자서 시간을 보내면 요가를 한다거나… 피부 관리를 한다거나…. 그러지 않을까.

       용사님이 이상한 짓을 할 리가 없다.

         

       “에혀혀.”

       “이야기는 잘 풀렸습니까? 주딱님.”

       “잘 풀리긴 했는데. 아니 이걸 잘 풀렸다고 해야 하나.”

         

       주딱은 침대로 몸을 던졌다.

         

       “…?”

       “그냥… 외교담당관 하기로 했어요.”

       “그럼 가끔 멀리 가는 날이 있겠군요.”

       “그렇죠. 나가기 싫은데.”

       “제가 호위를 하면 단 둘이서.”

       “다른 호위나 사람이 붙지 않으면 그러겠죠?”

       “예. 둘입니다.”

         

       확신에 가까운 대답과 함께 용사가 끄덕였다.

         

       “하긴 용사님만 있으면 충분하겠죠.”

         

       국가권력급 힘을 지니고 있는 사람인데.

       괜히 사람을 더 붙여봐야 오히려 짐만 되겠지.

       주딱도 용사처럼 베개로 목을 받치고 갤러리에 접속했다.

         

       ‘오늘 갤러리는 못 참거든.’

         

       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다. 왜?

         

       ‘조신한척 하던 엘프 눈나들 맘마통 우효.’

         

       야한 짤들 올라오는 것도 기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갤러리 관리 레벨이 올랐습니다!】

       【갤러리 특전을 고를 수 있습니다.】

         

       경매장하고 같이 받았던 특전을 처리할 시간이다.

         

       【갤러리 단체 채팅 활성화】

       【갤러리 1:1 채팅 활성화】

       【갤러리 방명록 활성화】

       【갤러리 글쓰기 지연 활성화】

       【갤러리 유저 차단 활성화】

       【갤러리 방문 횟수 제한 활성화】

       【갤러리 유저 메모 활성화】

       ……

       …

       .

         

       “흠.”

         

       뭐 괜찮은 거 없나.

       쇼핑몰에서 물건 고르듯이 툭툭 넘겨보던 주딱은.

         

       “…!”

         

       특전 목록을 하나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특전이 존재한다니.

       갤러리는 이것의 전과 후로 나뉘는 수준인데.

       이만한 특전을 고르지 않는 건 갤알못이지.

       주딱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갤러리 특전을 선택했습니다.】

         

         

         

       ─아 야스 마렵다

       ─야스…야스…

       ─야스 <<< 이거 어떻게 하는 거임?

       ─9살 때 야스 해본 썰….ssul

       ─누나 햄지에 보스터 들어간.manhwa

       ─국내 야스 갤러리 ㅋㅋ

       ─솔직히 갤러리 << 이거 슬슬 질림

       ─주딱 << 물로켓 새끼면 개추 ㅋㅋ

         

       오늘도 평화롭고 이상한 놈들이 많은 갤러리지만.

         

       ─?

       ─야 이거 무냐?

       ─주딱 이 새끼 ㅋㅋ 감다살 ㅋㅋ

         

       갤러리 패치로 관심이 쏠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빛바랜마틴님 후원 감사합니다아아앗!!!!!!!!!!

    일단… 내일 2화 올리도록 노력 해보겠습니닷…
    아니면 주말에 보충이라도..
    테엥…. 글 뒤지게 못쓰는 작가라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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