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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

       

        

        

        

        

        

       “어으,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으아아아앙!”

        

       “얼른 와요. 날이 이렇게 좋은데.”

        

       “이런 날을 좋다고 하는 사람은 파충류밖에 없거든요!”

        

       “잘 아시네요.”

        

        

        

        질질질.

        

        다시금 호텔 로비로 나와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했으나, 하모니는 마치 뜨뜻한 곳에 놓아둔 찹쌀떡마냥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불어닥치는 내부에 눌러붙으려 시도 중이었다.

        

        마치 크로스백마냥 허리와 어깨 부분을 적당히 휘감자, 사람 한 명 정도는 손쉽게 질질 끌 수 있는 형태가 되었다. 내 꼬리가 버틸 수 있는 무게 상한은 적잖아 300kg가 좀 넘었고, 성인 한 명이면 식은 죽 먹기였다.

        

        일기예보를 확실히 믿을 수는 없지만,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에는 아직은 좀 많이 남은 듯한 모양이었다. 날씨는 여전히 어두컴컴했고 공기는 습했다.

        

        각자 한 손에 우산을 든 채로 걸었다. 딱히 목적지라고 할 만한 곳은 없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내가 생각해둔 건 없었다. 기껏해야 사격장 정도려나. 호텔 주변이었기에 있는 곳이라곤 고급 백화점들 뿐이었다.

        

        정 뭐가 없으면 거기라도 가야 할까.

        

        차가 젖은 바닥을 지나가며 들리는 소리가 벽면에 부딪혀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원래는 이 다음에 제가 소속된 MCN에 가볼까 했는데, 거리도 좀 있고 방문허가도 바로 안 떨어져서 아쉽게도 불발이네요. 어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으세요?”

        

       “사격장…?”

        

       “…진짜 선생님이나 할 법한 라인업이네요. 바로 앞에 있는 백화점은…음, 좀 그러시려나.”

        

       “안타깝게도 저는 옷을 주문제작해야만 해서…그래도 상의 정도라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지인짜 할 거 없으면 사격장으로. 실제 총은 어떨지 궁금하긴 했거든요.”

        

        

        

        그냥 내뱉은 말인데, 진지하게 수용해서 조금 당황했다.

        

        다크 존이라는 게임이 생각보다 보편화된 세상이라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괴상망측한 시선을 받게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흘깃 시선을 돌려 본 하모니는 생각보다도 내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듯했다.

        

        내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면 아마 그쪽으로 자연스럽게 가지 않을까. 그래도 그 또한 나쁜 것은 아니었다.

        

        

        날은 여전히 더웠지만 허공에서 내리쬐는 직사광선이 없었기에 돌아다닐 만했다. 단점이라면 아쿠아리움 한복판을 걷는 듯한 습도 최강의 날씨였지만,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다니니 심각하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역시 서울이라 그런지 주변은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다.

        

        샌드위치 전문점. 마라탕. 걷는 동안 1분에 한 번 꼴로 나타나는 카페-강점기. 조금 골목에서 빠져나왔다 싶으면 보이는 빌딩들과 도로. 가끔가다 한 번씩 보이는 수제 빵집. 간간히 섞여있는 병원들.

        

        뭐라고 해야 하나, 구성 요소는 동일하지만 조립 과정이 다른 블록을 보는 것 같았다.

        

        좀 더 내려가면 남산이었고, 위로 올라가면 경복궁과 종묘. 그러나 어느 쪽이든 걸어서 가기에는 꽤나 거리가 있었다. 날씨와 기온도 하모니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혹시 몰라서, 일단 근처에 실탄사격장이 있는지를 검색했다. 물론 휴대폰을 꺼내들었거나 그런 건 아니고,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나의 눈에만 보이는 홀로그램이 자동으로 길을 팝업하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곳은 대략적으로 반경 400m 이내. 가깝다면 가까웠다.

        

        

        그렇게 입을 열어 그 점을 알려주려 하자, 하모니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춰섰다.

        

        물론 멈춰선 것과는 별개로, 몸무게와 근력의 차이로 인해 바닥에 질질 끌려갔다.

        

        

        

       “아아아! 잠깐만요! 잠깐! 뭐야, 난 멈췄는데 질질 끌고가면 어떡해!”

        

       “아, 어쩌다보니…뭔가 발견하셨나요?”

        

       “네네. 그, 저거 어때요?”

        

        

        

       -[다양한 이색동물 체험! 동물 카페 힐링 위드 펫에 어서오세요! 귀여운 라쿤과 고양이, 프레리독, 기니피그, 사막여우, 페럿, 양서파충류, 미어캣과 같은 귀여운 동물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립니다!]

        

       -[※발현자 분들과 오면 무료! // 해당 이벤트는 단 한 번만 참여 가능합니다!]

        

        

        

        …이거.

        

        내가 들어가도 괜찮은건가.

        

        

        

        

        

        

        

        

        

        

        

        

       “아이구야, 야. 머리 위에 올라가면 어떡해! 볼륨 꺼진다구!”

        

       “….”

        

       “흐힝, 야! 귀여워서 봐주는거야. 아이구, 얘 살이 아주 그냥 뒤룩뒤룩 쪘네.”

        

       “상당히 즐기시고 계시네요.”

        

       “…어….”

        

        

        

        품 안에 라쿤 한 마리를 쏙 안은 채 음료수를 쪽 빨아들이던 하모니는…이내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인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째 유진 씨 주변에는 한 마리도 안 오네요.”

        

       “저 놀리는거죠?”

        

       “아야야, 죄송해요.”

        

        

        

        뭐라고 해야 하나.

        

        동물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부터가 달랐는데, 하모니가 그냥 단순한 카페 이용객 1이었다면…나는 그야말로 느닷없이 찾아온 최상위 포식자를 대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안의 동물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길래, 내부 사육사 분들은 다른 발현자 분들이 왔었을 때도 안 이랬던 얘네들이 도대체 왜 이러냐며 내게 해명 아닌 해명을 하기에 바빴다.

        

        그래도 얘네들이 진정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내 개인적인 예상컨대, ‘잡아먹힌다!’ 에서 ‘…안 잡아먹네?’로 바뀐 게 아닐까.

        

        어쨌든, 진정해주니 다행이었다. 계속 그랬으면 쫓겨났겠지. 점차 주변에 있는 개랑 고양이들도 약간의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날 향해 다가오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괜찮지 않을까.

        

        

        

       “우쭈쭈.”

        

       “…푸흡.”

        

       “하모니 씨도 간식.”

        

       “…전 여기서 키우는 동물이 아니거든요?”

        

       “네네. 손.”

        

        

        

        척.

        

        그래도 펼친 손 위에 자기 주먹을 착 올려준다.

        

        아무튼 하모니도 무사히 테이밍한 관계로, 아까 입구에서 산 닭가슴살(새우맛)을 잘게 찢어 손가락으로 흔들흔들. 그러면서 어느새 내 꼬리를 타고 오르려는 라쿤 한 마리를 내 팔 앞까지 데려왔다.

        

        

        

       “우와, 꼬리로 데려왔어.”

        

       “이렇게 빨리 적응할 거면서, 무섭다고 앙탈은….”

        

       “그러게요.”

        

        

        

        라쿤 한 마리를 품에 안고, 꼬리로 낚싯대 형태의 고양이용 장난감 손잡이를 휘감고 신나게 흔들흔들. 아까 보여줬던 반응과는 반대로, 이제는 신나게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어느새 내 꼬리는 근처에 있는 동물들의 훌륭한 장난감이 되어있었고, 그 뒤는 소란에 이끌린 다른 이용객들과, 심지어는 사육사 분들까지 – 처음 보는 광경을 보러 나와있었다.

        

        고양이 한 마리는 은근슬쩍 꼬리를 타고 올라와 허벅지 위에서 라쿤과 묘한 영역다툼을 하는 중이다. 덩달아 이목이 끌린 하모니는 품 속에 한 마리를 안은 채로 다리에 볼을 부비는 고양이랑 놀고 있었다.

        

        

        

       “어, 야! 휴대폰 만지면 안 돼! 얘들아, 언니 사진 좀 찍자! 좀!”

        

       “테이블 위에 올라가면 안 되지.”

        

        

        

        그 와중 옆에 빈 의자를 거쳐 테이블 위로 올라오려는 랙돌 한 마리. 유리잔 안에 음료가 담겨있었기 때문에 깨질 위험이 있어, 꼬리로 제지하고 살포시 휘감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순간 울리는 찰칵 소리. 물론 한참 전에 사진 같이 찍어도 되냐는 물음에 OK를 했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었다.

        

        바닥에 반강제로 내려간 고양이가 뫼우옹 하고 울며 약간의 불만을 토로하는 사이, 어느덧 투어 패키지에 포함되어있던 음료수는 다 마신 상태. 들고 이동할 수 없기에 미리 다 마셨다.

        

        직원 분들이 그것을 회수하는 와중, 적잖아 두 마리 이상의 동물을 품 속에 낀 채 안내책자를 읽던 하모니가 입을 열었다.

        

        

        

       “어우, 집에 가면 몸에 털 엄청 붙어있을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다 마셨어요? 위층에는 파충류랑 여우도 있대요. 유진 씨 덕분에 이젠 뱀도 한 번 보고 싶어졌어요.”

        

       “그러면 가보죠.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는 건데, 저는 뱀이랑 교감하는 법 따윈 몰라요. 아시겠어요?”

        

       “앗, 물어보려고 했는데 선수치셨…아! 미안해요! 신발 뺏어가면 안 돼!”

        

        

        

        신고 있던 캔버스화를 꼬리로 뺏었다. 공중으로 던지고 다시 받고 같은 걸 해볼까 했지만 집도 아니고 공공장소였기에 금방 포기했다.

        

        다시 신발을 신겨주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사육사 분들이 능숙한 제스쳐와 멘트로 우리를 2층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뱀들은 유리상자 안에 넣어진 채 쉬는 중이었다. 종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기척이 들리니 조금씩 움직이고는 있었는데, 별 생각없이 구경하던 중 볼파이톤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 눈이 ‘너는 왜 거기 있냐’ 하고 묻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머릿속에 뭐 하나 떠올랐는데, 말해도 돼요?”

        

       “내용에 따라 다음 목적지가 집일지, 아니면 경찰서일지 달라지지 않을까요?”

        

       “히잉…발현자 법률 너무 무서워….”

        

       “그러니까요.”

        

        

        

        뱀은 더 이상 볼 건 없었고, 다음은 사막여우.

        

        귀가 무지하게 컸고, 빠르기는 무지하게 빨랐다. 더군다나 얘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새끼 강아지들도 여럿 있었기에 서로 어울려 놀면서 상당한 진풍경을 연출했다.

        

        여기도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고작해야 몇 분만에 내 꼬리랑 장난을 치기 시작하더니, 금방 내 주변으로 털뭉치들이 몰려다녔다. 그 와중 하모니는 한 마리를 품에 안은 채 간식을 사방에 베풀고 있었고.

        

        그나마 이곳에서 새로이 알게 된 점이 있다면, 사막여우의 울음소리가 상당히 특이했다는 것 정도일까.

        

        이후 안내를 받아 올라간 3층 역시도 크게 다른 건 없었다.

        

        상당히 느닷없이 들어온 것치고는 멘탈 힐링도 적잖이 했고, 내 신체 때문에 불상사가 벌어지는 일도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건 그렇고, 난 언제쯤이면 이 신체의 비밀을 다 알게 되려나.

        

        아직은 요원한 일이었다.

        

        

        

       “후아, 재미있었다…유진 씨는 어땠어요?”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이렇게 많은 동물들을 만져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다들 붙임성이 좋다고 해야 하나.”

        

       “진짜 그렇지 않아요? 이렇게 사람한테 친근하게 다가오는 애들은 저도 처음 봤어요. 부모님이 키우는 고양이는 나만 보면 땡깡을 부리는데.”

        

       “그것도 애정 표현의 일종이 아닐까….”

        

        

        

        예전에 본 거라곤 폐허가 된 대도시를 누비던…누군가의 애완동물이었던 이들이나, 느닷없이 대로변을 누비는 사슴 정도. 그 외에는 적성국 특수부대원들이 데리고 다니던 전투견들이려나.

        

        개들 주제에 방탄복까지 착용하고 다니던 놈들이라 기억에 남는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네 시로 수렴하고 있었다. 뷔페에서 나왔을 때가 오후 두 시 중반 즈음이었고, 동물 카페에서 대략 한 시간 좀 넘게 있었으니까.

        

        시간이 은근 빠르다. 하모니와의 만남 이후 존재하는 스케줄은 처음으로 맡는 임시 코치직. 오후 여덟 시부터 있을 예정이었다.

        

        피트니스 클럽과 저녁식사. 시간 분배가 어떻게 되려나 싶어 열심히 머릿속으로 계산하던 와중 이어지는 말.

        

        

        

       “…진지하게 생각해봤는데, 이 다음에 사격장 가는 건 어떻게 생각해요?”

        

       “정말로 가시게요?”

        

       “히히, 요즘 다크 존 때문에 이쪽에 관심이 좀 생겨서요. 거기 안에서 많이 쏴도 실제로 쏘는 거랑은 엄청 다르잖아요?”

        

       “의외시네요.”

        

        

        

        그러고선 짤막한 평가.

        

        

        

       “사격장에 갔다가 동물 카페에 갔었더라면 화약 냄새 때문에 아무도 접근을 안 했을 텐데, 우연한 스케줄 분배라고 하기에는 꽤 재밌네요.”

        

       “생각해보니 진짜 그렇네요. 뒷걸음치다가 쥐 잡았어요.”

        

       “그렇죠. 이번에는 제가 낼게요. 이쪽 부분은 제 전문이니까.”

        

       “그리 말하니 약간 그거 같아요. 리아누 키브스가 킬러로 나와서 다 쏴죽이는 그 영화 아세요?”

        

       “아, 그거.”

        

        

        

        대강 그런 실없는 대화와 함께, 두 번째 행선지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사격장.

        

        동물이 주는 멘탈 힐링과는 또 다른 – 트리거 해피를 느낄 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러분이 이걸 보고 있다는 건, 제가 지옥같은 연주회에서 해방되었음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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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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