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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

       나오나가 워낙 교전 위주로 돌아가는 게임인 탓에 오해하기 쉽지만, 일대일 피지컬은 결코 나오나 실력의 척도가 될 수 없다.

        

       일대일 구도만 나왔다 하면 십중팔구는 밀려나면서도, 정작 게임 자체는 기묘하게 승리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있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얼추 비슷한 티어라면 빌드 차이로 승부가 3할 이상 결정되기 때문이다.

        

       후방 침입과 한타 교전에 유용한 빌드를 들고 왔는데, 일대일 정면대결에서는 밀렸다고 실력도 밀린다고 할 수는 없잖아.

        

       하지만-

        

       이건 6대6으로 붙는, 정식 랭크 게임 이야기고.

        

       지하에서 단 둘이, 자존심을 걸고 일대일로 붙었다면 얘기가 다르다.

       

       그 때는 승자가 곧 실력자이자 진리를 설파한 자고, 패자는 무능력한 쓰레기가 되는 게 또 우리네 정겨운 문화 아니겠는가.

        

       사용자설정 게임에서 일대일로 발려 놓고, 감히 ‘진짜 실력은 랭크다’, ‘일대일이 무슨 의미가 있냐’, ‘일대일로 킬 따면 상대 성채가 무너지냐’ 따위의 변명을 주절주절 늘어놓는다?

        

       끔찍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시즌 8의 나오나였다면……아마, 간만의 컨텐츠에 신난 망령들의 끝없는 악의를 실감하게 됐겠지.

        

       일단, 아이디가 아주 잘 보이는 패배화면이 갤러리 임시 공지에 들어갔을 거고-

        

       그렇게 주절거린 변명 하나하나를 시체에 말풍선 그려가며 합성하는 놈도 나왔을 거다.

        

       이런 사건만 생겼다 하면 하나하나 번역해서 레딧을 비롯한 영어 커뮤니티에까지 수출하는 미친놈도 있었으니……일주일 정도 후면, 미국산 망령들도 함께 패배자를 비웃고 있었겠지.

        

       하여간, 그 때까지 나오나를 하드코어하게 즐기며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놈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 미친놈들이었다.

        

       아마, 정상인은 나 하나 정도 아니었을까.

        

       ……아무튼.

        

       나도, 초기에는 결투로 내 주장을 증명하곤 했지만……시즌 7 이후로는 어지간해서는 일대일을 붙지 않았다. 붙더라도 도적은 쓰지 않았고.

        

       나름 올드비였기에, 내 약점이 난타전이라는 건 갤러리 고인물들 사이에선 공지의 사실이나 다름없었고-

        

       난타전 특화 빌드들이 개발된 후로는, 반응속도 대결을 강요당하면 도저히 우위를 점할 방법이 없었던 탓이다.

        

       특히나 악랄했던 건 소형 라운드실드 검방 불굴기사. 그리고 시즌 5 정도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했던 쌍도끼 폭주 광전사였다.

        

       그 중에서도 후자는…….

        

       신성한 결투를 동네 초등학생 싸움으로 격하시키는, 질 나쁜 쓰레기 같은 빌드였다.

        

       생각만 해도 혈압이 오르는, 그 빌드.

        

       데미지도 제대로 안 들어가는 소형 도끼를 들고, 그냥 거머리처럼 달라붙어서 막무가내로 도끼를 휘두르는데,

        

       그 난타전에서 우세를 가져가더라도, 광전사의 피가 30% 밑으로 떨어진 순간부터 부스팅받은 이속과 공속으로 더 심하게 달라붙는-

        

       -부웅!

        

       그 더러운 빌드가, 시대를 4년이나 앞서서 선보여지고 있었다.

        

       부캐를 빌드깎는노인이라고 이름 붙일 자격은 있구나, 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원래 게임에서 더럽다는 말은 게임 참 잘 하신다는 칭찬과 동의어 아니겠는가.

        

       왼쪽으로 파고드는 도끼를 가까스로 흘려내면, 숄더차징이 들어오고, 이어서 사각에서 연격이 파고든다.

        

       측면으로 스텝을 밟았다. 오른쪽 귀에서 들려오는, 거친 바람소리.

        

       피했지만, 완벽하진 않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그로써 한 방울의 시간은 벌어냈기에, 단검을 뻗었다.

        

       눈 앞의 야만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단검을 팔로 받아내며 도끼를 마주 휘두른다.

        

       예상한 바다. 상반신을 살짝 뒤로 젖히며, 단검을 비틀어 뽑는다.

        

       도끼는 허공을 갈랐고, 단검은 피를 흩뿌렸다.

        

       그럼에도, 내가 유리해졌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벌써 이러한 교환이 다섯 번째다. 그 중 한 번도, 진정으로 내게 유리한 합은 없었다.

        

       흐름을 바꿔야 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템포를 한 번 끊기 위해 거리를 벌렸으나- 광전사는 단 한 번의 도약으로 그 거리를 다시 좁혔다.

        

       달려드는 광전사의 몸에서는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그 검붉은 색채가, 위험한 경고등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온다.

        

       도끼의 사거리에 들어선 순간 움찔하는 오른쪽 어깨가 페인트일지, 아닐지. 판단할 시간이 한없이 부족했다.

        

       예측해야 했다. 당연히, 레반이 그간 즐겨 사용했던 패턴의 대략적인 흐름은 모두 기억하고 있으나…….

        

       허공에 핏방울을 흩날리며 달려든 광전사는, 숙련된 연계기를 모두 저버리고 본능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우하단, 좌상단, 태클, 그리고 다시 하단 후 내려찍기.

        

       쇄도하는 도끼와 태클을 세 차례 무빙으로 피하고, 마지막 공격을 패링하려 하였으나-

        

       늦었다.

        

       내 반응은 늦지 않았음에도- 도적의 손은, 제 때 움직이지 않는다.

        

       가까스로 흘려내는 판정은 얻어냈으나, 강맹한 공격은 어깨를 스치듯 베어내는데 성공했다.

        

       -촤악!

       

       피가 튀는 이펙트가 화면을 일부 가렸다. 공격에 성공한 자를 위한 보상. 연계공격을 용이케 하는 시스템이다.

        

       커뮤니티에서 짜증나고 거슬리니 없애야 한다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때면, 날붙이에 베였는데 시야 좀 흐려지는 건 고증 아니겠냐고 슬쩍 옹호하곤 했던 시스템인데.

        

       지금만큼은, 최악이었다.

        

       다음 수를 예측하며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하단. 하단이다.

        

       아무리 본능적인, 반응에 모든 것을 맡긴 공격을 이어 나간다고 해도, 결국 자연스러운 신체 움직임을 벗어날 수는 없으니까.

        

       허벅지께로 날아오겠지. 패링하고, 치명타를 넣어야 한다. 싸움을 길게 끌수록 유리해지는 건 광전사기에.

        

       상대 어깨의 기울기를 확인하고, 하단임을 확신한 후에 커맨드를 입력하기 위해 손을 움직이려던 순간.

        

       강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깊어.’

        

       저 각도면-

        

       노리는 건 허벅지가 아니라, 판금 각반이 두텁게 보호하고 있는 정강이다.

        

       그래. 저 더러운 빌드는, 충돌로 난타전을 이어나갈 수만 있으면 제대로 된 타격은 필요하지 않으니까.

        

       채찍처럼 휘감기는 도끼의 궤적이 시작된 순간에 이미 이동을 위한 커맨드를 입력했으나- 그 직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화면 속 분신의 발은, 끌리듯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기에.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회피기를 시전했다.

        

       그림자가 일렁이는 이펙트와 함께 도적이 빙글 돌며 한 걸음을 물러난다. 이 승부에서 두 번 다시 쿨타임이 돌지 않을, 유일한 생존기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단 한 수였고, 심지어 빗나갔지만- 치명적인 일격에 당했다.

        

       예전이라면, 결코 내어주지 않았을 그런 일격.

        

       흘긋, 좌측 상단의 게이지를 확인했다. 스태미너는 충분하다. 그러나 체력은……70%가량.

        

       여태까지 들어간 유효타를 생각하면, 광전사에게 남은 체력은 아마, 35% 남짓이겠지.

        

       그러니까……폭주가 발동되기도 전에, 생존기가 빠졌다.

        

       광전사 입장에선, 지금 서렌 안 치냐고 도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폭주가 켜지기도 전에 이 정도면……폭주가 켜지는 순간부터는 일방적인 학살이 예정되어 있기에.

        

       실력이 늘었다고 느꼈던 건, 허상이었던 걸까. 실제로는, 마스터에서 몇 개월 동안 노는 사이에 녹슬어버린 걸까.

        

       상념에 잠길 시간은 없었다.

        

       광전사가 가벼이 땅을 박찼다. 한층 더 빠른- 망설임이 사라진 움직임. 심리전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조차 버렸다.

        

       거리만 좁히면 이긴다는 생각이 그 움직임에서 느껴진다. 하기사, 도적의 생존기도 빠진 마당이니. 누가 늦게 죽는지 겨루는 싸움으로 가면, 저 쪽이 필승이다.

        

       고소(苦笑)를 머금고, 굴렀다.

        

       뒤로 두 번. 그리고 마지막 한 줌의 스태미너까지 쥐어짜내서, 옆으로 한 번.

        

       그렇게 필요한 최소한의 거리를 확보하고-

        

       은신.

        

       화면 속의 도적이, 배경에 스며들 듯 반투명하게 변했다.

        

       도적의 고유 스킬인 은신은, 일대일 결투에서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교전을 회피하고 도망칠 때야 도움이 되지만- 결투에서 도망치는 게 패배랑 무슨 차이인가.

        

       기습? 은신한 상태에서 근처에 접근하는 순간, 상대 입장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는 과장 좀 보태면 천둥과도 같다.

        

       단 둘뿐인 전장에서, 상대의 발걸음 소리 외에 달리 들리는 소리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은신에는 두 가지, 유용한 활용법이 있다.

        

       첫째, 티배깅……아니, 마무리. 단언컨대, 거의 다 이긴 상태에서 갑자기 도적이 단검으로 저글링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서서히 흐릿해지는 것만큼 상대를 흥분하게 만드는 짓거리는 없다.

       

       감정적으로 흔들려서 달려들면, 마무리하기 쉽고.

        

       ……아무튼.

        

       두 번째 활용법은, 페이스 조절이다.

        

       당연하게도, 은신은 교전을 일시정지시키는 효과가 있다. 어디 있는지 모르면서 아무데나 칼을 휘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스태미너가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높은 도적이 굳이 쉬는 시간을 가질 이유가 없어서 그렇지- 도적은 원한다면 하나의 결투를 전반전, 후반전으로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다.

       

       이렇게.

        

       화면 속 반투명한 상태의 도적이, 양 팔의 판금 건틀릿을 해제하고-

        

       이어서, 양 다리의 판금 각반을 풀어헤쳐서 집어 던졌다.

        

       -덜그럭.

        

       모래밭에 떨어지는 판금 갑옷.

        

       기대했던 ‘쿵-!’ 소리가 나지도, 모래바람이 일지도 않았지만-

        

       뭐, 어떤가.

        

       2페이즈 시작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무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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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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