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74

        

       

       

       “……밤에요?”

       “응. 밤에.”

       

       올리비아의 눈동자가 마치 먹잇감을 앞에 둔 뱀처럼 변했다. 그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자니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는 것이 가능한가?

       

       적어도 리브가가 알기로는 불가능했다.

       

       리브가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어, 어디서요……?”

       “그러게. 어디서 만날까?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어디 분위기 좋은 곳 아니?”

       

       꿀꺽.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리브가는 애써 놀란 얼굴을 감추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근처에 사람이 수십 명도 넘었지만, 이쪽을 쳐다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만 느꼈다고?’

       

       리브가는 혼란스러워졌다. 작금의 공기는 숨 쉬기가 버거울 정도로 살벌했다. 이걸 아무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말도 안됐다.

       

       인위적으로 자신만 겨냥하지 않는 이상.

       

       “……언니”

       “응? 왜?”

       “그……주변이 너무 조용하지 않아요?”

       

       올리비아는 대답하는 대신 양 손으로 깍지를 낀 다음 턱을 괴었다. 그녀의 눈고리가 호선을 그렸다.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올리비아의 얼굴은 낯설었다. 평소의 점잖은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리브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올리비아의 눈을 응시했다.

       

       “……올리비아 언니 맞죠?”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말이니?”

       

       다른 것은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는 것.

       

       그 때와 똑같은 목소리.

       

       -■■■■■

       

       눈동자.

       

       말투.

       

       심장이 쿵쾅거렸다.

       

       리브가는 고개를 내렸다. 태연한 척 나이프를 집어봤지만 손이 덜덜 떨리는 탓에 애꿎은 빵가루가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다 튀었잖니.”

       

       별안간 올리비아가 손을 뻗어 리브가의 턱을 매만졌다.

       

       “여기에 말야.”

       

       차가웠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리브가는 최대한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 하시려고요?”

       “음……그것도 아직 안 생각해봤어. 아, 여기도 묻어있다.”

       

       올리비아의 입은 웃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등덜미가 오싹해졌다.

       

       “아니면 지금 같이 생각해볼까? 오늘 밤에 어디서 만날지, 무슨 얘기를 할지 말이야. 무슨 다과를 먹을지 정해보는 것도 괜찮고.”

       “제, 제가 오늘 조금 바빠서…….”

       “왜? 오늘 밤에 뭐 있니?”

       

       없다.

       

       소식 기간에는 새벽 기도를 드리지 않는 것이 관례였으니까.

       

       물론 이건 성직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관례였지만…….

       

       올리비아의 눈빛은 모르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

       

       식은땀으로 등이 축축해질 때까지, 리브가는 입을 열 수 없었다.

        

       “리브가.”

       “네, 올리비아 님.”

       “언니라고 부르렴.”

       “……네, 언니.”

       

       올리비아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 오늘 밤에 나랑 만날 수 있니, 없니?” 

       

       리브가의 눈동자가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심장 뛰는 소리가 귓가에서 울렁거렸다.

       

       살면서 온갖 인간 군상들을 다 만나보았다. 추악한 살인마,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 그들을 만났을 때도 떨지 않았던 자신이, 지금은 고양이 앞의 생쥐처럼 떨고 있었다.

       

       도무지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왜?

       

       리브가가 스스로에게 반문했다.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두려운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었다.

       

       “저, 저는…….”

       

       뚜벅.

       

       그 때, 뒤 편에서 갑옷이 철컥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멋스러운 수염을 기른 초로의 성기사, 프란츠였다.

       

       그는 빈 그릇을 든 채 이쪽으로 걸어왔다.

       

       “두 분. 여기 계셨군요.”

       

       프란츠가 올리비아를 보며 말했다.

       

       “입맛에는 조금 맞으십니까?”

       “프, 프란…….”

       

       리브가가 경고하려던 순간, 살벌했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숨통이 갑작스레 트이는 것 같았다.

       짧게 숨을 들이킨 리브가가 고개를 홱 돌렸다.

       

       거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미소짓는 올리비아가 있었다.

       

       그 모습에 다른 의미로 소름이 돋았다.

       

       “저희 마탑보다 훨씬 맛있어요. 거기는 너무 기름진 것들 뿐이거든요.”

       “허허. 그렇습니까? 맘에 드셨다니 다행이군요.”

       

       리브가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작금의 분위기는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절벽 끝에 서 있던 것 같았는데 말이다.

       

       착각이었단 말인가?

       

       방금 그 공포가, 착각이었다고?

       

       리브가는 가슴팍에 손을 가져다 댔다. 심장은 미칠듯이 뛰고 있었다.

       

       “오, 올리비아 님.”

       “네, 말씀하세요 성녀님.”

       “아……아니에요.”

       

       착각이 아니다.

       방금 전과는 완전이 딴판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부드러웠다. 

       마치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았다.

       리브가의 동공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실례지만, 두 분 대화에 잠시 끼어들어도 되겠습니까?”

       “저는 상관 없답니다.” 

       

       프란츠가 고개를 돌려 리브가를 바라보았다. 허락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어, 얼마든지요. 프란츠. 당연히 되죠.”

       “감사합니다.” 

       

       프란츠는 리브가의 옆 자리에 앉았다. 평소였다면 적잖이 부담스러웠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든든하기 그지 없었다.

       

       아주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프란츠였다.

       

       “올리비아 님. 혹시 성국에는 얼마나 오랫동안 계실 계획이십니까?”

       “확실한 계획은 없지만……그래도 올해 안에는 떠나지 않을까요?”

       “지금은 1월입니다만?”

       

       올리비아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성녀님과 그만큼 가까워지고 싶다는 소리죠.”

       

       올리비아의 가슴팍에 꽂힌 브로치가 황금빛으로 빛났다. 대마법사의 상징, 오망성이었다.

       

       그건 어필이었다.

       

       자신 정도 되는 사람이 성녀와 가까워지면 성국에도 이득이지 않냐는. 

       

       “물론 무엇을 걱정하시는지는 알아요.” 

       

       프란츠는 최고위 성기사인 4기사의 일원. 그 정도 되는 사람이 몇 달 동안 성녀의 호위나 맡고 있는 것은 엄연한 전력 낭비였다.

       

       “아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프란츠는 최대한 겸손한 어투로 말했다.

       

       “앞으로 성녀님과 만나는 시간을 따로 정해주셨으면 합니다.”

       

       만나는 일 수는 유지하되, 시간만 조정해달라. 

       

       이 정도면 성국에서 많이 양보해준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올리비아였다.

       

       “그건 곤란해요.”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저는 성녀님과의 만남을 하루에 고작 삼십분으로 만족할 자신이 없거든요. 그 대신, 더 좋은 제안을 드리죠.”

       “어떤 제안 말씀이십니까?”

       

       올리비아가 은근한 눈길로 리브가를 쳐다봤다.

       

       “성녀님에게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들었어요. 거짓을 구별할 수 있다는. 맞나요?”

       “…….”

       “성녀님?”

       “……네, 맞아요.”

       

       리브가에게는 분명 그런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능력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상대를 믿지 못했다는 반증이었기에,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제가 맹세할게요. 성녀님께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겠다고. 이 맹세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이 자리에서 판별해주시면 되잖아요.”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프란츠였다.

       

       “만약 그걸로 가능했다면, 저희 쪽에서 먼저 제안을 드렸을겁니다.”

       “진실만으로는 신뢰할 수 없다는건가요?”

       “유감스럽지만, 그렇습니다.”

       

       명백한 거절이었지만, 올리비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면 마나에 맹세하죠.”

       “……예?”

       

       프란츠가 제대로 반문하기도 전에, 올리비아는 마나에 대고 맹세했다.

       

       [나 올리비아는 리브가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허공에서 푸른 기운이 일렁이더니, 족쇄 형태로 변하여 올리비아의 심장을 옭아맸다.

       

       “됐죠?”

       “……허.”

       

       올리비아가 씩 웃었다.

       

       “가서 교황 성하께 전해주세요. 제국의 대마법사 올리비아는 오늘 이후로 절대 성녀를 건드리지 못한다고요.”

       

       프란츠는 당했다는 얼굴을 했다.

       

       마나의 맹세가 가지는 무게.

       그것은 성기사들이 신을 섬길 때 갖는 마음가짐 그 이상이었다.

       신을 소홀히 섬긴다고 벌을 받지는 않지만, 마나의 맹세를 어기면 모든 것을 잃기 때문이다.

       

       올리비아가 저렇게까지 한 이상, 이쪽에서도 리브가와 올리비아의 만남을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프란츠는 올리비아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알겠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리브가의 호위가 다른 사람으로 바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4기사보다 좀 더 낮은 직급의 성기사로 말이다.

       

       다시 식탁엔 둘만 남았다.

       

       리브가는 우물쭈물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저도 이만 일어날게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올리비아는 리브가를 잡아세우는 대신, 그녀의 등에 대고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자정에, 대성당 뒤뜰로 나오렴.”

       

       리브가는 멈춰 서서 짧게 숨을 들이킨 뒤,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안 갈거야.’

       

       들을 필요도 없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올리비아가 자신에게 장난을 친 것이든, 뭐든 간에.

       

       솔직히 말해, 조금 무서웠다.

       

       자꾸 그 날의 기억과, 올리비아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리브가는 한시라도 빨리 회당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올리비아의 전신에서 살벌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오지 않으면……저번처럼 또 잃게 될걸?”

       

       그 말에 리브가의 몸이 우뚝 굳었다. 다른 건 다 무시할 수 있어도, 방금 발언은 도무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방금 뭐라고……!”

       

       하지만 리브가가 고개를 돌렸을 땐, 올리비아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칭찬은 춤추는 고래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와악!!!

    ▪︎성운_448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
    만쉐이!!!!!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