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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

       “회장한테 듣지 않았어?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다리를 꼬고 앉아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은 예사라는 그렇게 물어왔다.

        

       그 말에, 선도위원 손아름은 학생회장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우리가 예사라를 봐주고 있는 것이 아니야. 그곳에 있는 것을 무시하고 있는 거지.

        

       이상한 말이었다. 그 말은 꼭, 사실 예사라가 학생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학생들이 예사라를 따돌리고 있다는 말처럼 들렸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그 말에 납득을 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예사라는 교내에서 결코 ‘피해자’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회장 말에 따라서 만약 정말로 학교 전체에서 무시당하고 괴롭힘을 받고 있다면, 그렇게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다니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수업을 방해하고 학생들을 괴롭힐 이유가 없었다.

        

       나름대로 예사라를 이해해보려고는 했다. 지난번에 학생회장에게 예사라를 그대로 두라는 소리를 들은 이후에 일주일 동안 예사라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 이후에는 큰 잘못은 저지르지 않았고, 자기 옆에 여자를 끼고 다닌다든지, 수업 시간에 당당하게 밖을 돌아다닌다든지 하는 것만 뺀다면 굳이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는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불순 교제 금지라는 학칙을 어기고 있기는 했지만.

        

       오늘 아침에는 우연히 마주칠 수 있었다. 평소에는 그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교문에서부터 자신을 기다리던 두 여자아이를 양쪽에 끼고 들어오는 예사라였지만, 어째서인지 오늘은 그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혼자 등교하고 있었다. 심지어 평소 일찍 등교하는 자신보다 더 이른 시간에.

        

       ……좋아, 이번 주까지만 지켜보자.

        

       만약 예사라가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다음에는 역으로 예사라가 괴롭힘당하지는 않는지 고민해볼 생각이었다. 회장의 말대로라면 오히려 괴롭힘당하는 건 예사라였으니까. 그 따돌림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건, 손아름은 선도위원으로서 학생들을 제대로 계도할 의무가 있었다.

        

       물론 보통은 그 시점에서 선생들의 손으로 일이 넘어가긴 하지만.

        

       그래서 오전 내내 지켜본 결과—

        

       예사라는 여전히 주변의 눈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양쪽에 미소녀 둘을 끼고 당당하게 돌아다녔고, 신성한 수업 시간인데도 당당하게 교실 밖으로 나가 돌아다녔으며, 심지어 일부러 손아름의 반을 찾아와 수업을 방해하기까지 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경 쓰지도 않고!

        

       게다가 점심시간에 공원에 앉아 쉬는 아이들을 쫓아내고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기까지 했다.

        

       누가 봐도 폭거라고 할만한 모습이 아닌가?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학생회장에게 들은 이야기는 예사라가 따돌림당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는 했다.

        

       “그 이야기도, 누가 지어낸 건지 어떻게 알아?”

        

       예사라는 돈이 많다. 예사라뿐만이 아니라 그 어머니도 돈이 많았다. 돈 많은 사람 중에서도 진짜로 돈 많은 사람. 부자 중의 부자. 성경의 묘사대로라면 바늘구멍을 들어가려는 낙타가 아니라 코끼리, 아니, 브라키오사우루스쯤 되는 존재.

        

       설령 부잣집 아이들이 대부분인 이 학교라도, 어떻게든 구워삶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지어낸 이야기라.”

        

       예사라는 그 말을 듣고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봤잖아. 그러고도 정말 그렇게 생각해?”

        

       “…….”

        

       손아름은 입을 꾹 다물었다. 물론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백 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었다.

        

       확실히, 회장의 말대로, 아이들의 반응은 그녀를 무시하고 피하는 것이었으니까. 행동만 두고 보면 분명 예사라가 괴롭히고 있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였다. 아이들은 예사라가 돌발행동을 할 때마다 겁에 질렸고, 대부분은 얼른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수업 시간의 경우엔 달랐다.

        

       학교에는 선생이 많다. 그중에는 인기 많은 선생도 있지만, 학생들이 싫어하는 선생들도 많았다.

        

       그리고 학생들이 싫어하는 선생이 예사라의 장난에 당하면……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돈 많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라도, 선생들은 아이들을 은근히 차별하긴 했다. 성적으로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가졌는지로 차별했다. 심지어 학년 최상위 성적을 가진 학생 중 한 명이자 선도위원인 손아름조차 선생님들은 따로 불러내 말을 걸거나 하지 않았다.

        

       물론 대놓고 그런 차별을 하지는 않는다. 은연중에 무시하는 것이다. 자신을 찾아오는 학생이라도 퉁명스럽게 대하거나, 당번을 은근히 강요하거나.

        

       그리고 학생들도 그런 것을 알고 있기에, 보통 그런 선생들을 싫어했다.

        

       그리고 예사라가 그런 선생들을 괴롭힐 때면, 대놓고 웃지는 못해도 어떻게든 웃음을 참으며 어깨를 덜덜 떠는 것이다. 일부는 이미 예사라가 나타나는 것을 즐기거나 기대하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손아름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자기 대신에 누군가가 그 선생을 괴롭혀주길 바라고 있었기에 보일 수 있는 반응이다. 예사라가 정말로 정의를 위해 움직였다면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 보다는 선생의 언행 자체를 문제 삼았을 것이다. 그게 옳은 방법이니까.

        

       “그래도 네가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점은 변함없어.”

        

       “그런가?”

        

       예사라는 보란 듯이 볼에 손을 대고 “으음~” 하고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이 학교에서, 제대로 수업을 듣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너는 수업 시간에 주변을 둘러본 적 있어?”

        

       “…….”

        

       확실히, 제대로 수업을 듣는 사람은 적었다. 학교 외에 다른 곳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오는 걸까?

        

       “그래도 제대로 듣는 사람들도 있어.”

        

       소수이기는 하지만.

        

       “너는 이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한테 무시당한 적 없어?”

        

       “…….”

        

       그 말에, 손아름은 잠시 말이 막혔다.

        

       무시당한 적.

        

       당연히 엄청나게 많았다.

        

       교칙을 지적해도 그냥 웃고 넘어가 버린다던가. 특히 선생이 아끼는 학생일수록, 자신이 어떤 말을 해도 위쪽에서 무시해버리기 일쑤였다. 아이들에게 수업 시간에 떠들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봐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고, 학생회장에게 말해도 보통은 건성으로 대답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학기 시작 후 일주일 정도 동안 눈에 보이는 교칙 위반자의 대부분은 이른바 부잣집 아이들. 그 아이 중 자기 말을 그나마 듣기라도 했던 애들은 정말로 극소수였다.

        

       ……사실, 그중에서도 본인이 직접 ‘처벌받겠다’라고 말했던 경우는 예사라뿐이었다.

        

       “많았잖아? 무시당한 적. 지금 내 옆에 있는 하늘이만 해도 그래. 중학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말도 붙여주지 않았었어. 그래서 친해지기도 쉬웠지만.”

        

       확실히, 유하늘은 학년 수석이었으니까. 바깥에서 온 아이라면 자신처럼 무시당했을지도 모른다.

        

       “옆에 있는 수아도 그래. 나랑 친하게 지낸다는 이유로 주변 친구들이 전부 떠나버렸어. 이건 어떻게 설명할래? 우리가 아이들을 괴롭히고 다녔으니 받은 응당한 벌이라고 생각할까?”

        

       손아름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괴롭힘당했다고 똑같은 괴롭힘으로 갚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야 똑같은 사람이 될 뿐이니까.

        

       무엇보다, 그녀는 이수아가 따로 아이들을 괴롭히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반도 다르고, 얼굴을 볼 때는 항상 예사라와 붙어있을 때니까. 적극적으로 나서서 뭔가 하는 성격도 아닌 모양이었고.

        

       “게다가, 너.”

        

       예사라는 손아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너, 사실은 내가 반응해주니까 따라다니는 거 아니야?”

        

       그 말에,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드는 것을 느꼈다.

        

       “네가 말하는 데 반응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교칙 지적에 반응해준 것도 나뿐일 거고. 처벌받겠다고 나섰던 것도 나뿐이고, 너가 말하면 바로바로 대답해주는 것도 나 정도겠지. 아니, 학생회장도 대답이야 해주겠지만.”

        

       예사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입은 싱긋 웃고 있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엄청나게 표독스러워 보이던 얼굴이, 지금은 그저 방긋 웃고 있는 얼굴이 되었다.

        

       “만약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거라면 그냥 찾아와서 말을 걸어도 좋아. 나는 다른 애들과는 다르거든. 도망갈 일도 없을 것이고. 게다가, 나와 계속 대화를 하다 보면 알게 될 거야. 주변 아이들로부터 점점 더 고립되어간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되겠지.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보지 그래?”

        

       “…….”

        

       손아름은 잠시, 입을 멍청히 벌리고 예사라를 바라보았다. 예사라는 여전히 자신에게 눈웃음을 흘리면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금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너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

        

       “아니야!”

        

       손아름은 이야기를 더 듣지 않고 소리를 빽 질렀다. 한참 가늘어졌던 예사라의 눈이 순간 깜짝 놀랐는지 활짝 열렸다.

        

       “너, 너너너너! 그런 식으로 애들을 홀리고 다녔구나! 풍기 문란이야! 풍기 문란!”

        

       아무 말이나 내뱉는 손아름을 보고, 예사라가 눈을 깜빡였다.

        

       “풍기 문란……?”

        

       아, 큰일 났다.

        

       아무 생각 없이 외치고 나서야, 자신이 순간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은 손아름은, 화끈거리는 얼굴을 양손으로 가렸다.

        

       “내가, 반드시, 악행의 증거를 찾을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리고, 그녀는 얼른 몸을 돌려 도망가는 것을 택했다.

        

       *

        

       “…….”

        

       일주일에 한 화씩 한 이십 년 정도 계속 이어져 내려오는 아동용 애니메이션에서 악당이 매일 퇴장하면서 할 것 같은 소리를 하며 전속력으로 도망가는 선도위원의 뒷모습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니, 왜?

        

       아, 내가 너무했나?

        

       확실히, 학교에 와서 생긴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것은 좀 너무 나가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와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해서 공감대를 조금 만들어보려고 했던 건데 이렇게 되어버리네.

        

       이제 내 뒤를 따라다니는 것은— 음, 마지막에 했던 말을 보면 그만둘 것 같지는 않으니 다행인가. 일단 학교 내에서 나에게 확실하게 반응하는 학생이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다. 그게 좋은 이미지건, 나쁜 이미지이건 상관없다. 지금 나는 찬물 더운물 따질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

        

       어째 내 양옆에서 시선이 느껴져서 슬쩍 돌아봤다가, 하늘이와 이수아가 나를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왜?”

        

       “아냐, 아무것도.”

        

       참 이상하게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하늘이는 조금 삐진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무슨 일 있어?”

        

       “아니…….”

        

       이수아는 다소 힘 빠진 표정을 지었다.

        

       ……뭐지, 진짜 왜 그러지.

        

       아.

        

       그러고 보니, 나는 내 마음대로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꺼냈다. 마음의 상처가 되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것을 보고, 조금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저기, 미안. 내가 너무 갑자기 이야기를 꺼내서 그렇지?”

        

       “…….”

        

       하지만 여전히 하늘이는 고개를 돌린 상태였고, 이수아는 조금 힘이 빠진 상태 그대로였다.

        

       ……이거 어쩌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Adelie님, 후원 감사합니다!

    제가 매일같이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모두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입니다. 혼자 우직하게 글을 써서 소설 한 권 분량의 글을 쓰는 것은 제 성격 상 아주 힘들어서요. 어린 시절에도 라이트노벨 공모전이나 판타지 소설 공모전에 글을 써 내려고 생각했던 적은 있지만, 그 낼 수 있는 최소한의 분량을 맞추는데 언제나 실패하여 결국 공모전에 소설을 내 본 적은 없습니다. 글 쓰는 것은 좋지만 길게 써서 끝을 본다는 것은 그만큼 고되고 귀찮은 일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혼자 그걸 견뎌낼 수준의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소설을 올리고, 제가 쓴 분량만큼의 반응을 바로 볼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좋아요. 덕분에 매일 글에 확신을 가지고 쓸 수 있습니다. 저를 칭찬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그리고 심지어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단순히 글을 쓰는데 대한 힘이 될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가졌던 꿈을 드디어 이루었다는 생각에 매일매일이 즐겁습니다. 저의 소설을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백합물은 그냥 제가 쓰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건데, 읽어주시는 분들이 좋게 생각해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독자님들 입맛에 맞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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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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