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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0

       

         

         

       지푸라기를 치고.

       나뭇가지 엮은 것을 치고.

       통나무를 치고.

       금속 뭉치를 치고.

       사람을 치고.

         

       그렇게 수없이 반복한 검도(劍道).

       힘들고 지루한 반복으로 쌓인 노력은 어설펐던 길을 반듯하게 만들어주었고, 휘청거리는 신체를 올곧게 만들었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무언가를 자르기 위한 그 일검에 힘을 실어주나니.

         

       ‘나는 장인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하나의 일에 통달한 이들을 장인이라고 부른다던가?

       그렇다면 카즈오는 장인이 되기에 적합한 인재라 할 수 있었다.

       오직 한 가지.

       용조차도 자를 기세로 자르는 일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기를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잘 비교해보아도 차이점을 찾아보기 힘들고, 이것이 과연 더 나아지는지조차 의문이 드는 행위를 반복하고.

         

       기를 잘 다루고, 몸을 잘 다루고.

       마침내 일본제이무사라는 이름까지 얻은 그 상황에서야 다른 길로 빠진다 한들 누가 그를 욕할 수 있으랴?

       일신의 안녕, 명성, 부를 탐낸다 한들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세간의 사람들은 그것은 수련에 매진한 이에게 마땅히 주어져야 할 보상이며, 성공한 이에게 응당 주어져야 할 것이라면서 어서 받으라고 소리를 칠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카즈오는 그것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았다.

       아예 연연하지는 않았다고는 하지 않겠다.

       그도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위를 바라보면서 검을 계속해서 휘두르는 것은…. 하나에 깊숙하게 매진하게 되는 그의 천성 탓인가, 혹은 일본제일무사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은 하나의 목표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어떠한 갈림길이 그의 눈앞에 있었을 때, 다른 길을 쳐다보지도 못하게 만든- 인지하지도 못하게 만들었을 어떠한 사건 때문인가?

         

       거대한 사건.

       끔찍한 질량.

       그리고 그것을 베어서 사람들을 구해냈을 때의 그.

         

       감동.

         

       ‘벤다.’

         

       배를 베는 것조차도 가능했던 그의 무공.

       하지만 그 무공에 또 다른 성취를, 또 다른 길을 알려준 것은 바로 그것이다.

       고작 인간을,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을 베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 자연조차도 한 자루의 검으로 베어 넘길 수 있음을 똑똑히 각인시켰던 바로 그날의 사건.

         

       그것이 분명 터닝포인트였을지도 모른다.

       점점 관성적으로 수련을 하고, 성취가 떨어졌을 미래를 완전히 뒤바꾸었을 바로 그러한 미래.

         

       ‘벤다.’

         

       그래.

       누군가가 말하지 않았던가.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가 없다고.

         

       그렇다면 그는.

         

       산 가르기라는…예전의 별호보다도 더 마음에 드는 별호를 가지게 된 그는.

         

       진정 무공을 즐길 수 있게 되었는가?

       어렴풋하게 관성적으로 행하는 것이 아닌, 명확한 미래를 볼 수 있게 되었는가?

       미래의 자신을 또렷하게 마음속에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움직일 수 있게 되었는가?

         

       ‘베겠다.’

         

       자.

       지금이 그것을 알아볼 시간이다.

         

       산사태 이후 또 다른 거대한 각인이 될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참격.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온몸의 기를 끌어올리고.

       발의 중앙에서부터 검을 쥐고 있는 손까지 강렬한 힘을 손실 없이 옮긴다.

         

       그리고 중력조차도 찍어누를 수 있는 기세로 하나. 둘.

         

       “야아아아아아아악!”

         

       셋.

         

         

         

         

        * * *

         

         

         

         

       [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리승기박사가개발한우리의주체적공업비날론으로옷을짜서날실들실날실들실하나둘쟈-켓을만들어입어었는데다리미로탈색이되어버린그것을뒤집어쓰고하나둘공장으로가니쿠웅쿠웅잔망스럽기도하지기계가나의손을잡고입안에넣기를와장창뭉개져서손목이저멀리로사라져샤쓰가빠알갛게. ]

         

       [ 끄르륵. 끄르륵. 끄르륵. ]

         

       하나의 나무가 있다.

       그것은 꽃을 피우고 있다.

       그것은 역겨운 꽃가루를 사방에 퍼뜨리고 있다.

         

       그것은 도끼를 맞은 듯 반으로 쩌억 갈라져 달랑거리고 있었다.

         

       “크윽. 이런….”

         

       “머리가….”

         

       “…아니, 이건. 잠깐. 조금 전까지 우리는….”

         

       그리고 그 달랑거리는 나무의 앞에서,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어떤 이는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주물렀고, 어떤 이는 초점이 맞지 않는 시야를 어떻게든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어떤 이는 갑자기 돌변해버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혼란.

         

       명백한 혼란이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은 길지 않았다.

         

       대부분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그 누구의 설명이 없었음에도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부닥쳐있었는지 이해한 것이다.

         

       “…악령이었군.”

         

       “허. 이렇게 위화감이 없이 우리를 홀린다고? 이건…. 대악령급인데…?”

         

       홀렸다.

         

       도대체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이 많은 이들이 전부 홀려버린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아니고 죄다 능력자들이었음에도 말이다.

         

       그것은 범상치 않은 일이었으며, 동시에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지금 깨어나지 못했다면 저 악령이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다가 탈진해버렸을 테고, 그대로 먹혀버렸을 테니까. 그렇게 되었다면 최악의 상황에는 저 악령의 또 다른 자양분이나 혹은 그 일부가 되어서 진짜로 저것을 대악령으로 진화시켰을지도 몰랐으니까.

         

       그렇기에 안도한다.

       최악의 미래가 도래하지 않았음을.

       비록 홀리기는 했으나 중간에 깨어났다는 사실을.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깨어난 거지?”

         

       “악령이 우리를 일부러 놓아준 것 같지는 않은데…?”

         

       그리고 동시에 하나의 의문을 떠올린다.

       도대체 어떻게 저 악령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가.

       이 많은 능력자를 위화감 없이 죄다 홀려버릴 정도로 강력한 악령이 어째서 자신들을 현혹하는 것을 멈추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깨어났군.”

         

       “아, 아니. 카즈오…!”

         

       그때 한 명의 무인이 눈에 들어온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기괴한 소리를 내는 악령의 바로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한 명의 무인, 카즈오.

         

       가지고 다니던 무구는 저주에 당하기라도 한 듯 새까맣게 변색이 되었고, 기를 전부 끌어다 쓴 것인지 몸이 덜덜 떨리고 있다. 상처는 없으나 체력을 한껏 소진한 것처럼 보이니, 후유증은 없을 것 같으되…당장 안전한 곳으로 옮겨 쉬게 해야 할 수준이다.

         

       그가.

       카즈오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공치사(功致辭) 한마디도 없이 그저 깨어났냐고, 이제 안심이 된다는 듯 그런 표정을 지으며.

       그러고는 이제 너희의 차례라는 듯 악령을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

         

       “….”

         

       긴 설명도 없다.

       자세한 설명도 없다.

         

       간단한 한 마디, 간결한 행동.

         

       하지만 그것은 그 무엇보다도 자세한 안내였으며, 길게 마음에 와닿는 무언의 설명이었다.

         

       그리하여 그 설명을 들은 이들이 검을 든다.

       무기를 든다.

       총을 든다.

         

       그리고 환상 속의 악귀가 아닌, 그들을 홀렸던 진짜 악령에게로 그것을 겨눈다.

         

       이미 악령의 현혹에 걸려 힘을 좀 소비한 상태였지만.

       아직도 그 후유증이 남아서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저 끔찍한 꼴을 한, 대악령 수준의 악령이 상대임에도 바로 그러했다.

         

       “….”

         

       “….”

         

       저 카즈오란 무인이 보여주지 않았던가.

       한 명의 힘으로도 저렇게 한껏 쪼갤 수 있음을.

       여럿의 힘으로는 저것을 완전히 죽일 수 있음을.

         

       그리고…그래.

         

       그들을 구한 저 무인이 동료에게 맡기겠다고 했는데, 그걸 이루지 못한다면 면목이 없기도 했으니까.

         

       “갑시다.”

         

       그러니 그들은 움직인다.

       동료의 부탁대로 저 악령을 물리치기 위해서.

         

         

         

         

        * * *

         

         

         

       악령과 능력자들의 진짜 결투는 결착을 맺었다.

       수많은 이들을 한꺼번에 홀릴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것의 본질은 악령.

       물질보다는 비물질에 가까운 존재이기에 물리력을 쉬이 발휘할 수 없으며, 사람을 현혹하고 그 몸에 빙의하는 데에는 재주가 있을지는 몰라도 사람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는 것에는 재주가 없는 것이 바로 이들의 특징.

       그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서 악귀를 끌어다가 외피처럼 두르고, 그것을 기반으로 물리력을 행사한다고는 하였지만…. 그것은 위협적이기는 하되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대악령에 가까운 속과는 다르게, 외피인 악귀는 그저 악귀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이 많은 능력자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악령은 능력자들의 폭격을 견디지 못했다.

         

       물리력을 행사하기 위한 매개체인 껍질은 마법사와 무인에 의해서 깎여나갔고, 그렇게 조각조각 난 몸체는 영능력자와 신관이 나서서 봉인하거나 무력화시키며 물리력을 발휘할 여지를 없애버렸다.

       거기에 악령이 다시 한번 힘을 발휘해 사람들을 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정신과 영혼을 보호하는 조치를 하기까지 하였고, 각각의 능력자들은 자기 정신력을 끌어올리며 귀신에게 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까지 했다.

         

       [ 끼에에에에…에엑. ]

         

       그래.

       사람들 모두가 제정신을 차린 그 순간부터, 이 악령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 규울…귤을 먹고 싶어….]

         

       그렇게 악령은 토벌당했다.

       모두를 현혹해서 지치게 만들고 양분으로 삼을 수도 있었건만.

       오직 단 하나.

         

       단 하나의 변수로 인해서, 그렇게 대악령이 될 기회를 놓치고 사라져버린 것이다.

         

       “….”

         

       “….”

         

       “…후우.”

         

       악령은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전투를 끝마치고 내뱉은 작은 한숨처럼 그렇게 허공으로 휘발되어 버린 것이다.

       마치 원래 자신이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듯이.

       있어야 할 곳으로 향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

       전리품도 없고, 눈에 띄는 보상도 없다.

         

       하지만 이것은 끔찍하고 어려운 전투였고.

       단 한 사람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던 힘겨운 일이다.

         

       그렇기에 전투가 끝난 지금, 사람들은 한 곳을 바라보았다.

         

       MVP.

       이 싸움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을.

         

       “카즈오.”

         

       “하하! 산 가르기! 이 사람! 자네 덕분에 이겼어! 똑똑히 봤나?!”

         

       카즈오의 일격은 보답받아야만 한다.

       그의 헌신은 존중받아 마땅하고, 그의 노력은 존경받기에 충분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힘을 잔뜩 써서 나른해진 몸임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았다.

       이 싸움에 가장 기여를 한 사람에게 이 기쁨을 나눠주고자 움직였다.

         

       그렇게 하나의 전투가 끝나고, 논공행상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많은 공을 세운 카즈오는…회귀 전과는 다르게, 거대한 명성을 얻게 되리라.

         

       긍정적이면서도 거대한 명성을.

         

       …

       …

       …

         

       ‘흐음. 악령을 죽이는 것은 예상을 못 하였는데.’

         

       그리고 한 명의 주술사 역시 카즈오를 바라본다.

         

       ‘무어. 나쁘지 않은 일이로다. 노력으로 쌓인 성취는 단단한 성과 같고, 검을 세워 맹수를 찌르니 세상에 이로운 일이라. 좋은 일이로다, 좋은 일이야….’

         

       계획이 살짝 틀어지기는 하였으나….

       그럼에도 좋은 것을 보았다면서 기꺼이 웃음을 지으며.

         

       짝짝짝.

         

       그 역시 존중의 뜻을 담아 기꺼이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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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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