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740

       

        

        

        

        

        

        

        

        

        

        

        

       “기본적으로, 조든 애머스트는 딱히…사회성이 있는 부류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정확하게 그 반대였지요. 자기만의 세상에 빠진 광인이라는 평가가 가장 정확할 겁니다.”

        

       “그리고 대가리 속에 있는 자기만의 세계를 현실에 덧씌울 수 있는 엿같은 능력도 있었지.”

        

       “그렇습니다. 존재하지 말아야만 하는 천재에 가까웠지요.”

        

        

        

        거버너스 섬의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공사는 점점 진전을 보이고 있는 7월 초의 어느 날. 대거 팀은 전용 휴식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방 안에서 브리핑을 받고 있었다.

        

        그것이 대거 팀의 요즈음의 일상이었다.

        

        대화 내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대거 팀은 다음 목표물로 지정된 조든 애머스트, 전 세계를 개박살내버린 장본인에 대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 정보들을 읽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리 말하긴 뭐했지만…하나씩 밝혀질수록 우리는 여러 의미에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처음에는 아르테미스와의 연관성을 의심하였으나, 분석 결과 아르테미스의 기조와 조든 애머스트 박사의 사상은 합치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그렇겠지. 아르테미스 그 새끼들이 나라를 팔아먹기야 했지만,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바이러스까지 퍼뜨렸다면 동맹은커녕 적국에서도 공적으로 지정됐을 걸. 러시아랑 중국을 합쳐 7억 명 가량이 죽었다면서?”

        

       “그렇습니다. 조든 애머스트 박사는 이전부터 굉장히 극단적인 자연주의적 사상을 보유하고 있었고, 지구 위에 존재하는 사람이 원인이라는 위험한 사상을 보유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결과가 이 지경인 거고?”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화면 너머의 수석작전관인 케인 화이트브림은 여러 감정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튼, 조든 애머스트 개인에 대한 사실은 거기서 끝. 중요한 것들은 다 듣기도 했고, 아르테미스와의 연관성도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제 방법론을 확인해야 할 차례.

        

        그와 동시에 몇 가지의 연구 결과가 떠올랐다. 뭔가 많았지만, 대거 팀은 곧 그것이 생물학 연구의 최신 동향, 그리고 조든 애머스트가 발표했던 논문의 기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대거 팀은 그에 기반한 몇 가지의 추론을 확인했다.

        

        

        

       “HQ는 사태 초반, 오메가 바이러스가 일종의 전염성 나노머신이라고 추측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분석부는 이번 바이러스가 일종의…이중감염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추론을 내놓았습니다.”

        

       “…이중감염?”

        

       “간단히 말해, 전염성은 높지만 신체에 특정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바이러스가 먼저 살포되고, 해당 바이러스는 혈관 대신 신경절을 타고 뇌로 올라가, 최소 1개월 간 잠복하며 느리게 침투한 후 약간의 염증 반응을 일으켜 혈뇌장벽을 일부 무력화시킵니다.”

        

       “그 다음으로 다른 바이러스를 살포해 사람들을 싸그리 죽여버린 건가?”

        

       “오메가 바이러스에 의해 사망한 시체를 조사한 결과, 생물분석학부는 이러한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건…여러 의미로 굉장히 흥미롭기 그지없군요. 그닥 유쾌하진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와중에도 나는 방금까지 들은 사실을 열심히 곱씹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들으면 들을수록 여기는 내가 아는 세상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세계에서 부모님은 과연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에 대거 팀의 다른 분들에 비해서는 집중이 좀 더 어려웠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조든 애머스트라는 그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작동하는 바이러스를 창조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조든 애머스트는 적어도 스폰서를 받을 정도의 실력은 있었고, 그 때문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데이터화할 수 있는 서버와 데이터들을 조합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치도 있었지.”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가 발발하기 전 조든 박사가 남긴 연구 결과도 상당히 흥미롭군요. 주로 뇌염바이러스 혹은 광견병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남긴 것 같은데, 전부 혈뇌장벽과 관련이 있어요.”

        

       “뇌염과 광견병이라. 그 바이러스를 토대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결과에 도달한 거야. 논문 인용 수도 나쁘지 않은 걸 보면 스폰서들이 아주 깜빡 속아넘어갔겠군.”

        

       “조든 박사의 스폰서 명단은 금방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조든 박사가 아직 살아있다면 바이러스에 대한 데이터를 어디 다른 곳에 팔아먹을 수도 있겠지요.”

        

       “흠.”

        

        

        

        잠시 이어지는 정적, 그리고 이어지는 의문.

        

        

        

       “글쎄다. 러-중 연합군에게 잡히면…적들이 그 자식을 살려둘 것 같지는 않은데.”

        

       “써먹을 것만 써먹고 죽여버릴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현재까지의 정황을 감안하면, 그는 타 세력에 의해 나포되더라도, 지옥에 가기 전까지 충분히 유용한 정보를 뱉을 겁니다.”

        

       “아르테미스에게 잡히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감도 안 잡히는데. 일단 그 자식은 사살하는 걸로 가닥을 잡고, 바이러스 데이터 서버와 단백질 조합 장치의 존재는 추후 파악해야겠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행동하자고. 아르테미스가 해당 사실을 적성군에게 전달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생물학 무기는 뒤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일 수도 있겠지. 지금 와서 그 정신나간 미치광이의 존재는 상관없어. 어디 짱박혀있을지 모르는 데이터가 더 중요해.”

        

       “뭐, 돌고 돌아 결론은 원점이군요.”

        

        

        

        조든 애머스트의 아파트를 샅샅이 뒤진다. 그것이 대거 팀의 결론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산 넘어 산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게 될 즈음, 어느덧 안건은 다른 방향으로 옮겨갔다.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게 없기도 하고, 별도로 해야 할 일들도 많았으니까. 슬슬 대거 팀이 정보 수집과 정찰, 전투와 같은 모든 걸 자체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없어지기도 했고.

        

        이제는 HQ 측에서 인텔을 보내면 우리는 그걸 기반으로 타격작전을 하는 것이 더 나을 테니까.

        

        

        아무튼, 다음 안건은…이 또한 만만찮게 중요했다.

        

        

        

       “그건 그렇고, 본격적으로 대전쟁이 가시화됐으니 생각하는 건데. 아르테미스 역시 이카루스 기어의 개발에 약간이나마 손을 거들었었지. 그 점이 저쪽에 전달되지 않았을 리가 없을 텐데.”

        

       “그것도 일리가 있군요. 지난 번 분견대를 처리했을 땐 손도 발도 싸그리 묶어버린 다음 일방적으로 팼었으니 제대로 된 교전을 경험했던 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앞으로는….”

        

       “…글쎄다. 아직까진 그닥 신경쓸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수십 년간 의회 승인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비용으로 개발된 물건이야. 적성국 친구들이 쫓아올 수가 있을까?”

        

       “그도 그렇긴 하지요. 연합군이 비슷한 물건을 개발하는 것보다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를 물량으로 밀어붙여 죽여버린 다음 기어를 탈취해가는 게 더 현실성이 있을 거고.”

        

       “별의별 말이 다 나오는구만, 아주.”

        

        

        

        그 말대로.

        

        결국 팀이 할 수 있는 말은 고작해야 ‘앞으로 어떻게 될까’에 대한 것을 최대한 현실성 있게, 그리고 상세하게 논의한 뒤,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 그리고 실질적인 준비를 하는 것뿐이었으니까.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과도하게 신경을 써봤자 시간낭비였다.

        

        

        아무튼, 그건 둘째치고.

        

        그 와중 시선이 어째…나를 향해 모인다. 무언가 이전의 칙칙한 분위기를 몰아내기 위함인 것 같은데, 어째서 나한테 시선이 모이…는….

        

        아.

        

        

        

       “그건 그렇고, 요즘 라플란드한테 봄이 왔다고 생각하지 않냐?”

        

       “잘못하면 파쿼슨 대위를 넋 놓고 뺏기겠…우왁, 다가오지 마! 내가 잘못했다! 제발 관절 꺾기는 하지 말아다오-!”

        

       “그런 거 아니거든요!”

        

        

        

        꾸에엑- 하는 비명소리가 방 안에서 터져나왔다.

        

        환장하겠네, 진짜. 나는 그리 생각하며 농담을 건넨 분에게 특제 마사지를 해주었고, 당사자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그 광경을 아주 즐겁게 바라보셨다. 역시 마사지야. 분위기 완화에 탁월하지.

        

        아무튼 그건 그렇고, 파쿼슨 대위님은…사실상 내 두 번째 아빠나 다를 바 없는 분이지, 결코 뭔가…이성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게다가 내 정신적 성별은 아직 남자란 말이야.

        

        물론 확실하진 않지만….

        

        

        그렇게 씩씩대고 있자, 말이 이어졌다.

        

        

        

       “농담이다, 농담. 그런 사이는 아니라는 건 잘 알지. 하지만 그거랑은 별개로…막내를 포함해서, 변이자들한테 너희들은 저런 생각은 안 드냐고 한 번 묻고 싶긴 했지.”

        

       “그것도 농담이냐?”

        

       “진담이야, 이 자식아. 표본이 꼴랑 다섯 명밖에 없으니까 묻는 거 아냐.”

        

       “글쎄요. 일단 저는 아직까지는 별 생각이 없네요. 무엇보다도 감정은 호르몬에 좌우되는데, 이 손목시계는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 몽땅 관여하지요. 그렇다는 건….”

        

       “…어쩌면 라플란드가 정상적인 걸수도 있다고?”

        

       “그건 아무도 모르는 법이긴 하지만, 일단 그럴 수도 있지 않나?”

        

       “뭐래, 임마.”

        

        

        

        큭큭 웃던 올리비아 씨가 덧붙였다.

        

        

        

       “솔직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겠지. 부끄러움이나 창피함 같은 걸 전부 뒷전으로 몰아넣고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이 신체는 여자라는 성별로 정의할 수 있을 테니까.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근데 그걸 우리가 지금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

        

       “나도 방금 그 말 하려고 했어, 로건.”

        

        

        

        그리고 이어지는 말.

        

        

        

       “아무튼, 솔직히 말해서…어쩌면 나중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해. 남자일지 여자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차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는 거지. 근데 일단 지금은 아냐, 임마.”

        

       “후후, 나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 없다고 저한테 오지 마시길.”

        

       “또 모르는 일이지. 말 나온 김에 한 번 어떤지 알아보러 가면 되겠네.”

        

        

        

        헉.

        

        그 순간 이어지는 정적. 그리고 눈알 굴리기까지. 숨막힐 듯한 적막이 당황한 로렌티나 씨의 말에 의해, 그리고 터벅터벅 다가가기 시작한 올리비아 씨로 인해 깨지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 뭣, 잠깐. 올리, 농담을 너무 세게 받는 거 아닌-우와악, 다가오지 마요! 꺄아악-!”

        

       “이 새끼, 맨날 자기만 유유자적 빠져나가려고 하고. 이리 와! 말에 대가가 있단 걸 알아야지!”

        

        

        

        콰당탕!

        

        의자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호다닥 방을 빠져나가는 두 분, 그리고 이어지는 정적.

        

        그걸 가만히 바라보던 로건 씨가 묘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그, 난 아직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은데.”

        

       “아무 말도 안 했어, 임마.”

        

        

        

        이리 말하긴 뭐했지만, 도둑이 제발 저리는 법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그 말을 입에 담는 순간 목조르기를 당할 것 같아서 아무런 말도 안 했지만.

        

        밤은 깊어가고, 기지는 서서히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뉴욕은 오늘도 조용했다.

        

        

        

        

        

        

        

        

        

        

        

        

        

        

        

        

        

        

       “핵에 이어서 이젠 생물학 무기인가? 가면 갈수록 감당하기 힘든 것들만 몰려드는구만.”

        

       “전략원잠 두 척을 통째로 헌납했던 게 엊그제 같더니, 이젠 바이러스라. 확실한 건 정신 멀쩡하지 않은 놈 손에 연구 결과가 들어가면 많이 곤란해질 거야.”

        

       “그거야 당연한 소리긴 하지.”

        

        

        

        터벅터벅.

        

        7월 중순은 더웠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는 햇빛이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슬슬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히기 시작한 센트럴 파크 주변 치안을 실감하며 애머스트의 아파트로 향한다.

        

        걸어가면 고작해야 2km밖에 안 되는 거리. 센트럴 파크와 그닥 멀지 않은 헬스 키친에 위치한 아파트였기에, 대거 팀은 산책을 하는 느낌으로 살살 걸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기에 기본적으로 중무장은 하고 있었지만, 우려하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되려 꽤 즐거운 상황이 벌어졌다면 벌어졌지.

        

        

        간단하게 말해 이런 것이었다.

        

        

        

       “아유, 반갑습니다. 노동청 가십니까?”

        

       “아, 네에. 그렇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바깥을 돌아다니다 보면 만나는 분들이 있다.

        

        센트럴 파크는 맨해튼 및 뉴욕의 부스러기를 통째로 감당할 수는 없었고, 바로 그 때문에라도 센트럴 파크 외부에서 사는 사람도 많았다.

        

        사실 빈 공간이야 넘쳐났다. 오히려 그 편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았다. 애시당초 맨해튼 주변에 건물이 얼마나 많은데. 호텔은 또 몇 개고.

        

        숙박시설까지 싸그리 다 합치게 되면 아마 수만 명 정도는 가뿐하게 수용할 수 있을 거고, 아마 사람들도 그 편을 좀 더 선호하지 않을까. 적어도 거기는 푹신한 침대는 있잖아.

        

        물은 안 나오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대략 30분 가량을 걸었을 즈음.

        

        우리는 왜 여태까지 이런 곳이 있는지를 알지 못했나-하는 생각과 함께, 반쯤 타버린 아파트 사이로 목적지를 나타내는 델타 마크가 부유하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다행스럽게도, 근방에 사람은 없었다.

        

        

        

       “자. 그러면 저기인가. 꼬라지를 보아하니 뭔가 있을 것 같아보이진 않는데….”

        

       “쏴죽일 놈들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지. 밥 야무지게 먹고 산책하러 나온 셈 치자고.”

        

       “저 안에 타죽은 시체들이 없다면 말이지.”

        

        

        

        슬프게도 그 말대로였다. 이젠 그런 걸 더 걱정해야만 하는 시대가 와버린 것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펄스를 방출한 후 근방에 누가 있는지를 살폈다. 당연하겠지만 건물 내에는 아무런 것도 없었다. 대신 다른 것이 잡혔다. 가령 CCTV나 전자기기 같은 것들 말이다.

        

        그것을 뒤로 한 채, 우리는 곳곳에 화재의 흔적이 널려있는 잔해들을 밟고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언제나 그렇듯 사방팔방은 어질러져있었다.

        

        시체가 없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만 하나.

        

        

        

       “라플란드 그 자식이 이런 광경을 보고 견딜 수 있을까?”

        

       “이 정도면 순한 거잖아.”

        

       “뭐, 그렇긴 한데. 평소 우리가 뭘 보고 다니는지를 감안하면…글쎄다. 올리비아 네가 잘 데리고 다니면서 최대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되겠지.”

        

       “안 그래도 그럴 작정이었어. 그리고 아마도…새 태스크포스에 집어넣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긴 것 같거든. 이번에 새로 합류하는 오퍼레이터 목록 본 적 있나?”

        

       “이미 봤지. 레인저 수색분견중대(RRC) 소속인 친구 한 명이 있어. 그 친구를 꼬셔봐야지.”

        

       “꼬신다니, 어째 말이…어우,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 내가 미안하다.”

        

        

        

        …어제의 일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 변이자 분들이 다들 서로를 놀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나는 사실 별 생각 없었다. 게다가 다른 분들이 날 놀리더라도 혜자스러운 반응을 보여주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변이자 선임들은 남성성이 잔뜩이니 좀 놀려먹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냥 호에엥 하면서 부끄러워하고 끝일 테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우리는 잔해들을 뒤로 한 채 열심히 계단을 올랐다.

        

        뉴욕 아파트 외벽에 붙어있는 계단이란 딱히 믿을 만한 것이 못 됐고, 거기다가 장기간 방치된 탓에 변이자들이 올라가면 끼긱거리는 소리를 내며 구부러지기까지 했다.

        

        그리하여 가벼운 분들이 먼저 올라간 후 줄을 내려주면 변이자들은 등강기를 타고 벽을 타서 올라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좌우지간 그런 사소한 일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유야 간단했다. 벽면이 죄다 생물학 관련 책들 혹은 뭔지도 모를 수식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칠판으로 가득차있었으니까.

        

        우리가 멍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로건 씨가 펄스를 작동시켰다.

        

        그리고-

        

        

        

       ───드드드득!

        

        

        

       “와우. 나무 책장을 맨손으로 찢는군요, 당신.”

        

       “이런 놈들은 대개 숨기는 방식도 허술하지. 딱히 그런 노력도 안 하는 게 정상이기도 하고…뭐, 노트북 같은 건 아니지만, 이런 놈들은 보통 수첩 같은 걸 더 선호하더라고.”

        

       “흐음.”

        

        

        

        피잉!

        

        그와 동시에 로렌티나 씨가 펄스를 조사하고, 로건 씨가 들고 있는 수첩을 그대로 인계받아 표지를 넘긴 후, 내부에 끼어있는 것들을 확인한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로렌티나 씨는…명함 하나를 들어올렸다.

        

        그녀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보스턴 대학교 의과대학, 국립신흥전염병연구소(NEIDL) 내 BSL 4(BioSafety Level 4) 선임연구원 조든 애머스트. 사회에서는 제법 그 정신나간 성향을 잘 숨기고 있었나보군요.”

        

       “…그래. 미리 펼쳐보지 않은 내 잘못이구만.”

        

       “후후, 주역은 언제나 상어지요.”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말.

        

        

        

       “그동안 꽤 쉬었지요. 다음 출장지는 보스턴이 되겠군요.”

        

       “그래. 매사추세츠의 상황은 어떤지 한 번 보러 갈 때가 됐어.”

        

        

        

        핵무기에 이은 생물학 무기까지.

        

        세상은 참 무시무시한 것들로 가득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ABC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