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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1

    <741 – 누가 그랬어(12)>

     

    아발론은 황금의 마법소녀이자 장차 황금의 왕이 될 존재로서 왕의 마음가짐을 가졌다.

    왕이 지닐 마음가짐이란 모름지기 고독이었다.

     

    -후우. 오늘은 이만 물러나겠지만 고집을 부려도 그 아이가 돌아갈 곳은 이미 정해졌음을 명심하거라. 내 선에서 끝나지 않거든 다음은 더한 수순이 이어질 것이니라.

     

    선의로 베푼 조언이었다.

    자신에게 득이 될 일을 해주었음에도 환경이 변하는 상황 자체에 겁먹은 고양이마냥 떠나질 못하는 아이에게 현실을 타일러주었다.

    그런데 애가 막 어디 수인수용소에 끌려가 살처분 당할 것처럼 서글프게 울어댔다.

     

    -나 있지, 요 며칠간 굉장히 즐거웠어. 진작에 이런 관계가 되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싶을 정도로.

    -왜 자꾸 작별인사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보내지 않아. 보내지 않는다고!

    -트윈테일은 좋았어. 나도 해본 헤어스타일이지만 남이 만져주는 헤어스타일이 더 자연스러웠어.

     

    그렇게나 싫어하면서도 친구를 위해 떠난다.

    다크노디가 작별인사를 건넸다.

     

    -안녕.

    -오크노디이이이!!

     

    환히 열린 차원문.

    무섭도록 피어오르는 암흑마나.

    끝내, 뒤따라서 문을 넘지 못한 용사.

     

    스스슷… 치지직.

     

    검은 불이 타들어가며 차원문이 닫힌 뒤.

    성검을 놓치고,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던 용사.

    이슈타르가 중얼거렸다.

     

    “…못 해.”

    “…용서 못 해.”

    “…오크노디를 괴롭히는 너희를, 절대로 용서 못 해.”

     

    걱정스러워서 염탐하던 아발론의 마법이 있는 자리에 정확하게 이슈타르의 살검이 날아들었다.

     

    파직!

     

    빠르게 연결을 끊었음에도 미처 다 끊어내지 못한 살의가 눈가에 따끔거리는 통증을 남겼다.

     

    “인간은 노력하기에 방황하고, 방황하기에 잘못하는 어리석은 존재. 신들의 저주는 세계의 지배자가 될 이 몸 또한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인가?”

     

    호의가 비극을 초래했다.

    용사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불과 하루 뒤에 돌아온 오크노디로 인해 오해가 풀리리라는 기대는 보란 듯이 배신당했다.

     

    “오크노디… 왜 다시 ‘전’으로 돌아왔어…?”

    “아하. 요 근래 제가 좀 이상했죠?”

    “이상하다니, 그렇지 않아!”

    “히히. 괜찮아요. 이제 그런 이상한 저는 두 번 다시 찾아볼 수 없으니까요!”

    “!!”

    “사람이 원래 갑자기 변하면 죽을병에 걸린 거라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반대로 해석하면 사람이 원래대로 돌아오면 죽을병이 나은 거죠!”

    “그렇게… 그렇게 말한 거야? 재단이, 녀석들이 죽고 싶지 않으면 네 안의 약함을 포기하고 강한 너로 돌아가라고, 그렇게 말한 거야…?”

     

    오크노디와 무슨 말만 하면 눈물을 또르르 흘리며 날마다 마음이 무너지는 이슈타르.

    그 비극을 들키지 않을 먼발치에서 훔쳐보고 엿들으며 타는 아발론의 속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편입생. 위어드 교수는 널 받아줬을지 몰라도 우리는 널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라.”

     

    위어드 교수가 마련해준 연구실이라는 무료 수면시설로 돌아가는 길에는 건방진 레인저 따위가 나무 뒤에 우두커니 서서 경고를 했다.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자들은 언젠가 자신 또한 타인에게 놀아날 각오를 해야 한다. 위어드 교수가 순수한 호의로 널 거두지 않았기만을 바라지.”

     

    서귀연의 졸업생이라는 한량들은 아발론이 가는 곳마다 나타나 저주의 말을 남겼다.

    참 슬픈 일이었다.

    의심받는다.

    신뢰받지 못한다.

    같은 의도를 지녔음에도 적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왕이 될 자라면.

    세계의 지배자가 될 자라면.

    결코 낯설지 않을 일이었다.

     

    -황금으로 탑을 쌓아올려 세계의 끝에 닿는다면, 인류는 비로소 처음으로 세계를 내려다볼 수 있다. 신과 같은, 신의 시야를 손에 넣는다.

    -만일 세계순력의 너머, 이 얇은 중간계의 밖으로 황금탑을 진출시킬 수 있다면 다음은 ‘신계’다. 인류는 신의 시야를 넘어서, 신의 영역에 닿는다.

    -바쳐라. 너희의 노동, 고통, 희망, 증오, 일생을 피땀 흘려 모아가며 벌어온 황금을 쌓아 올려 한 시대의 비극으로 모든 시대의 이상을 실현하겠다.

     

    신에게 고통받지 않는 시대.

    세계의 지배자가 되어 세계를 구원하고자 했던 의지.

    고대의 거악, 황금의 상인 아발론.

    그의 원대한 꿈의 끝에는 이상향이 있었다.

    전 인류가 신으로부터 해방되어 신들의 장난에 휘둘리지 않고 중간계를 오롯이 가꿀 수 있는 미래가.

     

    -사악한 아발론을 제발 퇴치해주세요…

    -탐욕스러운 상인은 세계가 멸하는 그날까지 우리가 지닌 모든 것을 앗아가려 합니다…

    -신들이시여, 부디 우리에게 자비를 내려주소서!

     

    그가 구하고자 했던 이들은 그의 파멸에 일조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함의 앞에서 아발론은 한 차례 마음이 꺾였다.

    결국 마음의 꺾임에서 비롯됐다.

    패배는 자신이 먼저 결정했다.

    결과는 그 뒤에 찾아온 인과관계의 연속일 뿐이다.

    그 옛적과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다.

    인류는 여전히 자신을 알아주지 못한다.

    그러나 ‘오크노디’가 있다.

    다른 삶, 다른 형태, 다른 마음가짐.

    마법소녀가 지닌 희망과 꿈이 고독에 무너지려던 정신을 굳건히 지탱하였다.

     

    -마법소녀가 대체 뭐냐고요?

     

    오크노디는 간단명쾌한 정의를 내렸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의 진정한 정체를 모두에게 감추더라도, 홀로 적과 맞서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

     

    그렇다면 자신은 마법소녀였다.

    외견이 소녀이기에, 마법지팡이를 들기에 마법소녀가 아닌, 오크노디의 정의에 부합하기에.

     

    ‘후후. 참 기구한 우연이지.’

     

    오크노디에게 부여받은 마법소녀라는 직업과 세계의 지배자라는 자신이 걸어왔던 길이 서로 다르지 않으니, 운명의 이끌림마저도 느꼈다.

    심지어 자신은 진정한 고독으로부터 벗어나 그가 걷는 길을 이해하는 오크노디와 손을 잡았다.

    그러니 이 길은 고독하되, 외롭지는 않다.

    다른 고독한 길을 걷는 자가 있으니까.

    오크노디가 있는 한, 아발론은 진정한 의미로 혼자가 되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길을 향해 걸어 나가더라도,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어두운 밤하늘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리듯이 빛나는 별처럼 빛나고 있으니까.

     

    “위어드 교수여. 그대의 비밀조직 괴경Tuber이 자연마나로 세계를 이롭게 바꿀 계획을 보완해 주지. 대신 짐에게도 힘을 빌려다오.”

    “좋습니다.”

     

    포인트가 존재하고 모두가 포인트를 벌기 위해 살아가는 아카데미에서는 그 누구도 아발론의 눈을 피해 갈 수 없다.

    이 세상 모든 욕망을 읽어낼 수 있는 황금마나의 지배자인 자신의 권능을 사용해, 괴경의 수장인 위어드 교수의 욕망을 읽고 욕망의 끝을 비틀었다.

    자신이 실패하더라도 인류를 위한 밑거름이 되도록 미래를 위한 씨앗을 아카데미에 뿌려두었다.

     

    “친구네 도시에 차원방어 시설을 지어주세요! 이런 건 경력자가 잘하니까 부탁해요!”

     

    언제라도 아카데미를 떠날 수 있도록.

    자신의 호의가 세상을, 인류를 보다 이로운 미래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그래. 나는 꿈과 희망의 상징, 마법소녀니까!’

     

    아발론은 오크노디의 배낭배낭에서 나온 마석 1톤과 레어메탈 300톤, 마석가루를 녹여서 만든 초대형 술식회로생성기, 차원식별용 각종 속성 마도구 500개, 건축물의 파손을 방지하기 위한 1028종 방어마법진을 전달받았다.

     

    “배낭사이즈가 참 인상적이군.”

    “어린애는 이것저것 많이 가지고 싶으니까요!”

    “하하. 세계를 보고 싶은 자, 소년소녀를 꿈꾸게 하라는 고대의 격언이 떠오르는군.”

    “우왕. 누가 했던 말이에요?”

    “내가 했던 말이지.”

    “…옛날에 했던 말이니까 고대의 격언은 맞네요!”

     

    새삼스럽게 오크노디의 꿈을 묻지는 않았다.

    저 작지만 꿈과 희망이 넘치는 아이라면 세계정복이라는 밝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니까.

     

    “황금을 잔뜩 준비해 놔. 일을 마친 뒤에 황금을 쌓아 올릴 때가 가장 즐거우니까.”

    “젠가 좋아하시는구나! 많이 쌓아둘게요!”

     

    오크노디의 배웅을 받고 위어드 교수의 허락도 받으며 떠난 아카데미.

    프릴 시에 도착하자마자 준비된 재료를 인부를 동원하거나 손 하나 까딱할 것도 없이 순수한 마나컨트롤만으로 사방팔방 펼치며 도시 전역에 깔았다.

    얇게 펼친 재료는 넓은 면적에 전개할 수 있다.

    도시의 핵심주요시설 내부에는 자동수복장치까지 덧붙이며 수복력도 높였다.

    설령 도시가 차원침략 외의 수단으로 침공당해 마법진이 파손당하더라도 충분한 시간만 주어지면 자연회복되고, 재료를 쓰면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났군.’

     

    오크노디에게 들려줄 기념품이라도 사갈까.

    황금의 도시에 남아있을 충직한 시녀 리스크에게도 하나쯤 건네주면 기뻐하겠지.

    겸사겸사 큰 오해를 한 다크노디에게도 마음을 달랠 선물을 하나 해주면 좋을 테고.

     

    ‘프릴로 유명한 도시니 프릴을 주면 좋아하겠지. 성격은 좀 유약해도 모으기를 좋아하는 오크노디의 분신이니, 고대의 다양한 권능이 담긴 내 피를 주면 더 좋아할 테고.’

     

    피를 듬뿍 묻힌 프릴을 선물상자에 담아 티토소가의 친구, 프릴 시의 특산품이라고 적으며 당일배송 특급소포를 부쳤다.

    소포가 스스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치를 가동했다.

     

    ‘마무리 단계가 조금 남았지만 그 전에 도시의 위생을 조금 관리해 둘까. 벌레들이 술식을 새긴 마력선과 레어메탈가루를 갉아먹으면 귀찮기도 하고.’

     

    누구도 시키지 않은 서비스까지 베풀 줄 아는 지배자의 자비심을 선보이는 아발론.

    뜻은 좋았으나, 그녀의 지나치게 뛰어난 실력은 도시 곳곳에 숨어있던 교수들의 마나은폐를 꿰뚫어 볼 정도로 과하게 뛰어났다.

    차라리 그 실체를 100% 간파했다면 섣불리 건드리지라도 않았겠지만, 인류가 아직 지상의 지배종으로 등극하기 이전의 고대를 살았던 아발론.

    황금의 지배자로서의 기억이 그 어설픈 관조를 고대부터 오래도록 살아온 성가신 벌레들이겠거니 단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격을 받으면 알아서 달아나겠지?’

     

    황금의 마법소녀의 마법이 교수들을 건드리는 순간, 숨어있던 교수들은 교수급 마력은폐를 꿰뚫고 방어술식마저 관통하며 들어오는 데미지에 화들짝 놀라 정색하고 뛰쳐나오고야 말았다.

    갑자기 도시 곳곳에서 등장한 거대한 에너지원에 식겁한 재단의 메이드 부대가 창문닦이 밀대와 선반용 먼지털이 도구를 집어던지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어어??”

     

    놀란 아발론이 어찌할 새도 없이 전쟁이 벌어지고, 과도한 마나충돌이 차원방어시설에 오작동을 일으키기까지는 순식간이었으니.

     

    “어어어???”

     

    도시 한편에서 수상쩍은 장치를 지키고자 애쓰며 대마력반응을 일으키는 아발론을 발견한 메이드 부대와 교수들이 일제히 아발론을 노리기에 이르렀다.

    모두가 본업에 충실했다는 이유만으로 벌어지게 된 차원붕괴 현상이 도시 면적의 80%와 대난투를 벌이던 모두를 정령계 저편으로 날리게 된 경위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고대의 거악다운 사악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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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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