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41

        

       전투가 끝난 뒤에 이어지는 것은 간단한 논공행상과 자신의 무훈(武勳)을 자랑하는 자리다.

       그것은 자신이 이 싸움에 얼마나 존재감이 있었는지, 어떠한 활약을 했는지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으며…. 동시에 긴장을 풀기 위한 한 가지의 방편이라 할 수 있었다.

       전투 때의 곤두선 감각을 계속해서 유지한다면 피로해질뿐더러, 그 뒤에도 좋지 않을 테니까.

       그렇기에 이러한 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괜히 필요 없는 일에 에너지와 정신을 소비하기 싫어하는 육체가 만들어낸 하나의 본능.

         

       하지만 보통이라면 어느 정도 이어졌다가 끊어져야 정상일 그 자리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카즈오를 칭찬하고, 자신이 그 빌어먹을 악령을 어떻게 두들겨 팼는지 짧게 말을 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은 안전지대가 아니었으니까.

         

       「 북한 」

         

       사람들이 살고 있을 때나 살고 있지 않을 때나 항상 위험등급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지역.

       그 지역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만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특히나 그 지역 안에 들어온 것이 ‘대한민국’과 ‘일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말고.

         

       아. 물론 북한이라는 괴뢰 집단이 존속하고 있을 때와 차이가 있기는 하다.

         

       사람이 살 적에는 탈탈 털리고 죽어라 맞고 끌려가서 고문당하고 골수 한 방울까지 쪽쪽 혹사당하는 미래였다는 것이고,

       사람이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지금은…어디서 악귀가 튀어나와 그들을 기습할지, 악령이 튀어나와 그들 몸에 빙의하려 시도할지, 혹은 귀신들이 어디 물건에 달라붙거나 액과 저주를 토해내서 부정을 타게 만들지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두 경우 모두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최악의 미래를 맞이할 것은 자명한 바였으니.

         

       이 자리에 모인 능력자들은 배로 돌아가기 위해 움직였다.

         

       “헤엄쳐서 가면 큰일 나겠지?”

         

       “당연한 소리를! 어지간한 장군님도 학을 떼는 것이 물귀신인데, 저 안에 뭐가 있을 줄 알고?”

         

       “그거 골치 아프군….”

         

       물론 배로 돌아가기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기억으로는 배를 해안가에 대고 악령과 싸우기 위해 움직였거늘.

       실제로는 배가 해안가에 근접해 있기는 하되, 헤엄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었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 하겠다.

         

       “몸이 물에 젖어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우리는 이놈의 땅에 어떻게 발을 디딘 거야?”

         

       “….”

         

       특히 더 기묘한 기분을 들게 만드는 것은 그들의 몸에는 바닷물 한 방울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땀 때문에 옷이 젖었을지언정, 바닷물은 정말로 단 한 방울도 몸에 묻지 않았다.

       마치 해안가에 배를 대고 뛰어왔다는 그들의 기억이 옳다고 말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거참. 저 배가 혼자서 움직였을 리도 없고….”

         

       “그런 불길한 말 하지 마시죠. 진짜 저 배 안에 악귀 같은 게 있으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아. 젠장.”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진실인가?

       해안가에 배를 대고 간 것이 진실인가?

       귀신에게 홀려서 배에서 점프라도 했다는 것인가?

       배가 스스로 움직인 것인가?

       이 배에 따로 선원은 태우지 않았었는데, 배를 몰 줄 아는 능력자들이 역할을 분담해서 움직였을 텐데.

       그리고 이 자리에 사람이 다 있을 텐데….

       아니면 배 안에 ‘무언가’가 있어서 배를 이렇게 멀찍이 떨어뜨려 놓은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배의 아래에.

       저 바다의 아래에….

         

       “여러분.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게 모인 이들의 생각이 깊어지려는 순간.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주술사가 입을 열었다.

         

       “어두운 숲속을 바라보고 있자면 공포와 호기심이 듭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이 있을 리가 없는 숲속에 불빛이 춤을 추는 것이 보이기도 하지요. 그것을 보자면 귀신이나 괴물을 떠올리기도 하고, 깜찍한 요정을 떠올리기도 하는 것이 사람의 상상력인지라. 다만 날이 밝고 그곳으로 가보면 그곳은 고요하기 짝이 없음이니, 미지와 어둠은 그 실체를 가리고 부풀리기를 즐겨하는 연유입니다.”

         

       그 주술사는 방긋 웃으며 배를 가리켰다.

         

       “그러니 공포에 매몰되지 말고, 조금 힘이 들기는 하지만 간단한 방법을 사용함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간단한 방법?”

         

       “바다를 얼려서 길을 만들죠.”

         

       “…박진성 주술사. 미안하지만 그건 좀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지금 이 자리에 빙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그다지 그쪽으로는 파고들지를 않아서….”

         

       주술사의 제안.

       하지만 마법사들은 그 제안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신들도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힘들 것 같다고.

       귀신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에 효과가 반감되는 음(陰) 계열에 속하는 마법보다는 양(陽)에 속하는 마법- 불이나 전기 등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이들을 주로 모았기에 저 바다를 얼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시도는 해볼 수 있지만 그저 겉만 살짝 어는 수준이고, 체중이 가벼운 사람도 간신히 건널 수 있을까 말까 하지 않을까 싶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런 어설픈 얼음길을 걷다가 바다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마법사들은 그렇게 박진성에게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박진성은 무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 건널 필요가 없지요. 그리고 길을 제대로 만들 필요도 없고.”

         

       “무인…아!”

         

       “적당한 크기의 얼음판이나 얼음덩어리를 잔뜩 만들어서 배까지 흩뿌리죠. 그리고 무인 분 중 경공술에 자신이 있는 분이 그 얼음덩어리를 밟고 배까지 간 뒤, 운전해서 오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마법사들은 박진성의 제안을 듣고 생각했다.

         

       무식하다.

       얼음을 깎아서 조각배나 뗏목의 형태로 만들어서 건너간다거나,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옷을 찢고 이어서 밧줄로 만들어 염동력으로 배까지 연결한 후 그것을 잡고 건너가는 방법 등의…마법사들이 머릿속에 떠올린 방법보다 투박하고 어설프다.

       익숙하지도 않은 얼음 만드는 마법에 마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해류의 흐름이 어떤지도 모르는데 얼음을 띄웠다가 얼음이 다 떠내려갈 수도 있다는 것, 경공에 뛰어난 무인이 없다면 계획 자체가 어그러진다는 것, 혹여 무인이 실수라도 해서 바다에 빠지면 곤란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까지.

       말하자면 빈틈투성이의 계획이라 할 수 있었다.

         

       “뭐. 그럽시다.”

         

       하지만 안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비효율적이기는 하지만 나름 합리적인 제안이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눈에 띄는 활약을 못 하기도 했으니, 이 정도쯤은 양보해줘도 되겠지.’

         

       정치적인 이유 또한 그들이 박진성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것이기도 했다.

         

       이번 전투에서 박진성은 명성과는 다르게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자세한 것이야 돌아가서 전투의 흐름을 자세하게 짚고 공을 세세하게 따져보아야 알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능력자들이 보기에는, 박진성은 ‘눈에 띄는’ 활약은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오히려 역으로 박진성의 의견이 존중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쯤은’ 양보해줘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이 정도쯤은 양보해줘도 자신들의 활약이 빛이 바래진다거나 하는 일이 없으리란 확신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약간의 감성적인 이유도 들어가 있는 것이기도 했다.

         

       앞선 전투로 인해 그들은 이미 전우가 되었다.

       시작이야 삐걱거렸지만, 위협적인 적과 목숨을 건 전투를 함으로써 그들은 크건 작건 다른 이들을 동료로 받아들였다는 소리다.

       그런데 그러한 동료의 앞에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면서 이런 작은 공까지 자기가 먹겠다고 난장을 피운다?

       글쎄…. 적어도 지금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귀환한 뒤 시간이 흘러서 감정이 옅어진 후라면 어떨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얼음덩어리라…. 흠. 학교 다닐 때 만드는 법을 배우긴 했는데.”

         

       “허허. 그쪽은 차가운 음료 잘 안 먹나 봅니다? 작은 얼음덩어리 만들어서 넣어 먹을 때 쓰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는데.”

         

       “요새 누가 스스로 얼음 만들어 먹습니까? 정수기에서 얼음 버튼 누르면 나오는 게 예쁜 각얼음인데.”

         

       그렇게 마법사들은 사람 머리통만 한 얼음덩어리를 많이 만들기 시작해서…. 아무튼 많이 만들었다.

         

       그리고 무인들은 그 얼음덩어리를 들고 집어던졌고.

         

       탓.

         

       이어서 배에 건너가기로 한 사람이 얼음덩어리를 빠르게 밟고 나아갔다.

       혹시 몰라서 음양사와 주술사가 안겨준 주물을 품에 넣은 채.

         

       “….”

         

       “….”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배에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지금 갑니다-!”

         

       배가 움직여 해안가로 다가왔다.

         

       집에 갈 시간이었다.

         

         

         

        * * *

         

         

         

         

       춥다.

       그저 춥기만 한 것보다도, 온기가 들어찼다가 빠져나간 자리가 더 춥게 느껴지는 법.

       그렇기에 이곳은 춥다.

         

       잠시 있었던 온기는 그대로 사라져버렸기에.

       빈자리를 채워주던 나무는 조각나서 사라져버렸고, 오랫동안 비어있던 곳에 잠시 들어찼던 인기척은 그대로 사라지며 적막함으로 빈자리를 메운다.

       풀 한 포기 자라나지 않아 살랑거리며 소리를 자아낼 것도 없고, 바닷물 들어찼다 빠져나가도 조개 하나 살아서 움직이지를 아니하니.

       소리는 있으되 죽은 소리이며, 적막하되 그 누구도 느낄 수 없으니 허무하다.

         

       다만 손님이 남겨놓고 간 것이 있어 외로움을 달래주나니.

       바다 위에 내버려 둔 얼음덩어리가 둥둥 떠다니며 한때 사람의 발자취가 닿았음을 말해준다.

         

       얼음덩어리.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백 개가 넘어가는 숫자의 머리통만 한 그것들.

         

       박진성이 제안해서 만들어낸…혹 처음의 제안이 거절당했더라도 다른 이유, 다른 용도를 대서라도 마법사들에게 만들게 하였을 그것.

         

       그 얼음덩어리의 아래로 터줏대감들이 몰려든다.

       그 자리에 묶이고, 길치라서 길을 찾지를 못해 그 자리에 머물렀던 것들이 몰려든다.

         

       그리고 하나둘 박진성이 뿌려놓은 에너지가 등불이라도 되는 듯 하나둘 홀린 것처럼 다가와 얼음을 하나둘 끌어안으니, 과연 물에 빠진 사람이 튜브를 붙잡고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는 것을 떠올리게 만드는 광경이라.

         

       둥실둥실 얼음이 파도를 탄다.

       해류의 흐름으로 나아가고, 어떤 때는 해류를 벗어나서 둥실둥실 움직인다.

         

       얼음이 그들을 태우고 ‘어떤 곳’으로 나아간다.

         

       자아.

       집에 갈 시간이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