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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1

       

        

        

        

        

        

        

        

        

        

        

       “너 우리랑 보스턴 한 번 가자.”

        

       “예에!?”

        

       “…올리. 그건 권유가 아니라 납치라고 하는 거예요.”

        

        

        

        평균 온도가 30도 가량을 왔다갔다하는 후덥지근한 7월 말의 뉴욕.

        

        푸른 하늘 위에는 조각구름이 걸린 채 느긋하게 흘러가고 있었으며, 신이 태양 아래의 인간을 어여삐 여겨 보내준 차가운 바람의 사도 윌리스 하빌랜드 캐리어의 은총이 사라진 세상 아래.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에어컨과, 그것을 큰 문제 없이 작동시킬 수 있는 전력이 존재하는 극소수의 구역 중 하나인 알파급 변이자 숙소 내에서 새된 비명이 들려왔다.

        

        무엇을 숨기랴. 이젠 말하면 입아픈 영고라인 라플란드 씨였다.

        

        

        꾸에엑 하는 소리. 라플란드 씨의 침대에 걸터앉은 올리비아 씨가 그대로 몸을 뒤로 눕혔고, 허리에 머리를 기댔다. 엉덩이에 조잡하게 뚫어놓은 구멍 사이에서 늑대 꼬리가 붕붕 돌아갔다.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만 해도 무난무난했던 꼬리는 로렌티나 씨가 근래 들인 취미 중 하나인 꼬리 빗질하기에 의해 더욱 윤기나고 북실북실해졌고, 올리비아 씨는 그걸 손으로 잡아 목에 둘렀다.

        

        허리랑 눈에 무리가 가는 자세로 엎드린 채 열심히 교범을 읽고 있던 라플란드 씨가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잠시간의 정적이 끝난 후 이어지는 말.

        

        

        

       “…진심이십니까?”

        

       “걱정하지 마라. 가서 힘든 일은 없을 거야. 아마도.”

        

       “아마도라고 하면 제가 어떻게 여러분들을 믿고 거기까지 갑니까!?”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지. 워스트 케이스 시나리오의 고려를 배제한 작전은 의미가 없거든. 중요한 건 일이 터졌을 때 널 지켜줄 여력의 존재 여부고, 대거 팀은 적어도 그 정도는 가능해.”

        

       “….”

        

        

        

        이어지는 눈빛 교환. 올리비아 씨와 라플란드 씨 뿐만이 아니라 나와 다른 분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

        

        그러나 뭔가 그 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걸 보면…가령 먼저 입을 연 올리비아 씨가 칠판을 끌어다 보스턴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를 강의하는 시간이 도래하지 않는 걸 감안하면, 아직이려나.

        

        요컨대 아직 제대로 된 작전안이 나오지는 않았다는 뜻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거 팀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조차 상상 못하는 범부들은 아니었으니까.

        

        의자를 끌어다 앉은 로건 씨가 덧붙였다.

        

        

        

       “그럼 올리비아랑 이글 팀이 봐줘야할 것 같긴 한데, 근처에 주변 정찰이 원활한 높은 건물이 있나? 지형분석 한 적 있어?”

        

       “그게 살짝 문제긴 해. 근방에 그나마 높은 건물들이 있긴 하지. 문제는 국립신종감염병연구소랑 거리가 꽤 떨어져있단 거야. 아마 타이탄을 또 들고 가야 할 걸. 그마저도 내부지원은 불가능할 거고.”

        

       “거리가 얼마나 되는데?”

        

       “아무리 짧아도 1km, 길면 3km. 저격팀이 한 곳에만 있으면 한정적인 각도에서만 지원이 가능하니, 적어도 세 군데 가량은 둬야지.”

        

       “그런데 얘를 데리고 간다고? 글쎄다. 얘는 기어도 없잖아. 괜히 끔찍한 기억 심어주지 말고 얌전히 내버려둬.”

        

       “흠….”

        

        

        

        올리비아 씨는 고심했고, 로건 씨는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라플란드 씨는…분한 듯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사실 어느 쪽이든 틀린 말은 없었다. 어쨌든 이렇게…쓸 수 있는 인력들은 전부 가져다 써야 하는 시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고도로 숙련된 오퍼레이터만이 수행 가능한 작전에 투입되는 건….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니까 말이다.

        

        

        물론 나는 싹수가 있다는 죄로 반쯤 강제로 끌려다니고 있고….

        

        

        

       “우….”

        

       “…얘는 어째 가면 갈수록 정신연령이 퇴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슬슬 막내랑 좋은 승부가 가능할 것 같지 않아?”

        

       “에에….”

        

       “저도 언니들한테 끌려다니고 있는 건 마찬가지…아얏!”

        

       “누가 언니야, 언니. 임마.”

        

        

        

        사방팔방에서 날아든 손아귀가 내 볼따구를 주무른다!

        

        오로지 로렌티나 씨만 내 호칭을 듣고 깔깔대고 있었고, 올리비아 씨와 로건 씨는 당연히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삽시간에 나는 비얌꼬리 달린 안는 베개가 되었다.

        

        그 덕분에 라플란드 씨의 등에 누워있던 올리비아 씨가 내 쪽으로 다가오게 되었으니, 대충 구제해준 셈 치자. 난 그리 생각하며 얌전히 징벌을 받아들였다.

        

        

        한순간에 침대 위로 옮겨진 내 볼따구가 치즈처럼 쭈우욱 늘어지는 사이 대화가 이어진다.

        

        

        

       “그건 그렇고, 보스턴은…맥켄지 지부장 관할인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가능성 있는 거면 폭도 정도 아닌가? 거기서도 브롱스 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났었더라면 진작 지원 요청이 들어왔었겠지.”

        

       “글쎄다. 아마…아니다. 가봐야 아는 거니까 괜히 호들갑부터 떨지 말자고. 일단 가능성 있는 놈들이나 적당히 추려볼까.”

        

       “아르테미스랑 적성국 분견대만 아니면 되긴 한데, 만약 있다면 둘 중 하나겠지. 전자면 더욱 골치아파져. 개인적으로는 그 새끼들만 아니면 좋겠는데.”

        

       “대부분은 사전 정찰로 해결할 수 있을 테니 신경쓰지 마.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으면 북동부 지부에서 진즉 알아차렸겠지.”

        

        

        

        주물주물, 말랑말랑.

        

        언제나 그렇지만, 뭔가 택티컬한 대화를 나누면서 내 볼따구를 조물거리고, 날 안는 베개처럼 쓰는 건 여전히 기분이…기묘했다. 게다가 그 와중 은근슬쩍 꼬리에서부터 느껴지는 감각까지.

        

        그리하여 고개를 아래쪽으로 돌리자, 어느샌가 다가온 라플란드 씨가 내…꼬리를 주물주물거리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할까 싶었지만, 난 너그러우니까 봐주기로 했다.

        

        그리고 막내 대접은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

        

        다들 말랑말랑하고 좋은 냄새가 나….

        

        

        

       “그래서, 출발은 언제지?”

        

       “8월쯤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제야 기지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기도 하고, 생각보다 일찍 공사 끝나서 그런지 HQ가 우리 굴려먹을 생각이 아주 만만이든데. 지금 온갖 군기지에서 자주대공포 포탑 떼어내고 있는 거 알아?”

        

       “…그거 맨해튼 고층 건물 옥상에 싸그리 올린다는 소리는 대충 들었던 것 같은데.”

        

       “그렇지. 요즘 노동청이고 민간인들이고 24시간씩 일 안 하는 곳이 없더라고. 정확하게는 2교대 식으로 일하는 것 같긴 한데, 몸이 달은 거지.”

        

       “어디 한 번 봐야겠다.”

        

        

        

        북극곰이 아니라 황제펭귄 아빠마냥 나를 품에 안은 로건 씨가 허공에 홀로그램을 투사했다.

        

        눈 앞에 떠오른 맨해튼 전체의 모습, 그리고 그 근방을 계속해서 오가는 무인 드론과 수송기들. 아직 덜 막힌 도로를 따라 LAV-AD, IM-SHORAD, AN/TWQ-1 어벤저 수백 대가 달려오고 있다.

        

        거기에 듣자 하니 센트럴 파크에는 LaWS – 레이저 요격 시스템 – , 그리고 RIM-116 RAM이라는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 플랫폼까지 덕지덕지 달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 정도면 대거 팀을 포함한 HQ 전체가 밤낮없이 한 달 정도는 일해야만 하지 않을지….’

        

        

        

        뭐어, 별 수 있나. 총력전 시대인데.

        

        당장 대거 팀도 요즘 훈련 대신 노가다를 뛰고 있는 판에. 아마 시간만 더 충분했더라면 적의 상륙에 대비해서 바다에 기뢰를 깔아놓고 해안선에 방어기지를 건설하지 않았을까.

        

        물론, 항상 그렇듯이 적들이 잘 준비된 방어선에 들이박는 꼬라지를 보면서 희희낙락 웃을 수 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얼마 전 JFK 공항의 ‘청소’가 끝났기에 일거리는 또 늘었고.

        

        하지만 이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던 와중에도 이어지는 말.

        

        

        

       “얼마 전 적군 전략원잠이 달고 있던 장거리 통신 시스템의 센서가 반응했으니, 작전관들이 적의 예상 교두보 위치를 열심히 파악하고 있겠지….”

        

       “…이제서야 전초전이 끝났다고 봐야 하는 건가. 그리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구만.”

        

       “청승들 그만 떠시지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 따위에 골머리를 썩이다 보면 결국 생각도 같이 굳어지는 법이니까요. 시간 비었으면 총기정비라도 하시길.”

        

       “명령이면 하고.”

        

       “내 총은 깨끗해서 괜찮아. 자주 손대면 되려 영점 틀어져.”

        

       “그럼 막내랑 라플란드만 데리고 나가면 되겠군요. 간만에 화약 냄새라도 좀 맡을까요?”

        

       “에, 그게….”

        

        

        

        우에에에….

        

        이 모든 청승들이 이걸 위해서였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말 돌리기는 아주 선수가 따로 없으셔, 증말.

        

        그리하여 다키마쿠라가 되어있던 나와 내 꼬리를 은근슬쩍 만지고 계시던 라플란드 씨가 동시에 굳어버리는 사이, 여기서 제일 계급이 높은 짬대왕 로렌티나 씨가 내 옷을 부드럽게 잡으셨다.

        

        마치 인형뽑기 기계 안에 있는 기계팔에 잡힌 인형이 된 기분으로 스르륵 끌려나온 내 입에서는 자동으로 호에엥 소리가 흘러나오는 동안, 늑대 역시도 눈치를 보며 살살 걸어나온다.

        

        그러더니 부드럽게 주변을 쳐다보고는 덧붙인다.

        

        

        

       “같이 가실 건가요?”

        

       “두 명은 훈련으로 인해 공사 참여는 어렵다고 전해두지.”

        

       “그러지요. 사실은 올리도 데려가고 싶었는데, 다 빠지면 제법 곤란하겠지요. 일단 그렇게 알고 있을 테니, 잘 쉬고 일하러 가시길.”

        

       “나도 데려가려고 했다고? 뭔가 하려던 거 있어?”

        

       “아, 별 건 아니고. 일단 사격훈련은 아니에요.”

        

        

        

        잠깐의 정적.

        

        그리고 이어지는 말.

        

        

        

       “상부 쪽에서 변이자들의 개별적인 특성을 전투와 접목시킬 수 없는지에 대해 알아보라는 ‘권고’를 했거든요. 근접 교전 관련으로 알아보려고 했지요.”

        

       “…흠. 갑자기 땡기는데.”

        

       “저는 그거 듣자마자 더 안 땡기기 시작했는…넵, 가겠습니다.”

        

        

        

        …오늘도 눈치는 별로 없는 것 같은 라플란드 씨의 말은 순식간에 진압당했다.

        

        다음 훈련은 오랜만에 근접 교전이 되겠습니다.

        

        

        

        

        

        

        

        

        

        

        

        

        

        

        

        

       “근접박투술 커리큘럼을 큰 문제 없이 수강 중인 막내는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새로 들어온 친구를 위해 다시 설명하자면, 변이자라고 해서 그냥 몸만을 믿고 근접전에 임하는 건 바보같은 행동이지요.”

        

       “그럼…?”

        

       “크라브 마가, 칼리 아르니스, 유도, 시스테마, 매크맵, 픈착 실랏…뭐가 됐든 상관은 없지요. 어쨌든 배워놓고, 몸에 익을 때까지 실습하게 되면 실전에서 불필요한 행동을 줄여주거든요. 그리고…늑대는 이거 받으시길.”

        

       “…생각보다 얇네요.”

        

       “미군에 돌아다니는 근접박투술 커리큘럼에 있어서, 불필요한 이론적 부분을 제거하고 결론과 중요한 내용만을 적어둔 책이에요. 제가 직접 저술했지요. 설명과 이론이 조금 부족할 수 있으니 그건 나중에 CQC 교범을 따로 읽어보시길.”

        

        

        

        팔락팔락.

        

        라플란드 씨가 들고 있는 책이 넘어가며 안의 내용물이 얼핏 엿보였다. 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언뜻언뜻 보이는 근육 그림들은 그것이 일종의…해부학 계열 내용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최정상급 오퍼레이터들은 신체구조를 해박하게 알고 있었다. 그것이 기본이었다. 그래야지 상대방을 어떻게 해야 무력화시킬 수 있는지를, 그리고 자신 혹은 아군이 다쳤을 때 어떤 식으로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으니.

        

        그리고 지금, 라플란드 씨가 들고 있는 책의 존재 이유는 전자였다.

        

        다시 말해 생략된 이론적 부분은 근육의 구조 등이었고, 실린 내용은 해당 부위에 손상을 입었을 때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지와 같은 것들이었다.

        

        

        로렌티나 씨는 책을 읽고 있는 늑대를 뒤로 한 채 내게 손짓했고, 나는 그제야 일어섰다.

        

        이어지는 말.

        

        

        

       “한참 전, 막내가 막 기어를 착용했을 때 꼬리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며 제3의 손으로 만들어보라고 말한 적이 있었죠. 지금은 좀 어떤가요?”

        

       “음, 일상생활에서는 간간이 사용하고 있는데, 막상 전투에서는…제대로 써본 적은 없죠?”

        

       “그렇군요.”

        

        

        

        곰곰이 생각하던 로렌티나 씨가 말했다.

        

        

        

       “일단, 변이자 특유의 개성을 전투에 접목시킬 방안을 찾아보라는 명을 받긴 했지만, 막내의 경우에는 제가 딱히 말할 게 없겠지요. 그 외에도 일반인들이랑 다른 점은…꼬리 말고도 진동감지나 열화상 시야 같은 건지.”

        

       “…그렇죠?”

        

       “그런 부분을 본다면, 좀 무책임하게 들릴 수는 있지만, 저로서는 그 부분을 도와줄 수는 없겠군요. 대신 옛날에도 말했지만, 이미 존재하던 군용무술 지식을 몸에 새겨넣는 것까진 가능하겠죠.”

        

       “그걸 기반으로 제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말까지도 들었죠.”

        

       “잘 아는군요.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막내는 그냥 하던 대로 잘 하면 되겠고, 올리?”

        

       “엥? 뭐야, 나한테도 할 말이 있었어?”

        

        

        

        내가 앉고, 올리비아 씨가 일어선다.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대화.

        

        

        

       “올리는 야간시야가 말도 안 될 정도로 좋다는 건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 있지만, 언젠가 느낀 건데…당신, 움직일 때 너무 조용해요. 우리가 자주 그런 뉘앙스로 말했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그런 적은 있었지. 근데 난 별 신경 안 썼고, 너희들도 별로 신경 안 쓰지 않았어?”

        

       “그건 맞죠.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변이자들이 제대로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더군요. 심지어는 진동감지도 되는 막내나 감이 좋은 저 늑대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랬나…?”

        

       “저는 이런 몸뚱이가 되고 나서부터 근방 십수 미터의 생체전기를 감지할 수 있게 됐고, 극도로 작은 온도 변화에도 꽤 민감해졌거든요. 반대로 말하자면 그게 없으면 저도 올리 당신이 어딨는지 찾기 꽤 어려워요.”

        

       “흠.”

        

       “그래서 언젠가 한 번 확인해본 적이 있는데, 이동할 때마다 당신 근처의 기류 흐름이 약간 이상-”

        

        

        

        그 순간, 잠깐의 정적.

        

        그러나 말 그대로 잠깐이었다 – 그와 동시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머잖아…올리비아 씨가 내 등 뒤에 서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고개를 돌아봤을 때, 거기엔 미소가 있었다.

        

        

        

       “이런 느낌인가?”

        

       “…그래요, 바로 그거 말하는 거예요. 부엉이가 극도로 조용한 비행이 가능하다는 점은 조사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여러 의미로 어지럽기 그지없군요.”

        

       “근데 글쎄다, 이런 걸 교전 때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

        

        

        

       ───슉!

        

        

        

       “-까?”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내 시야에서도 순간적으로 사라졌어. 그만큼의 속도로 이동했다기보단 아예 별개의 방식으로 이동한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소음이 거의 흡수됐고.”

        

       “진짜 부엉이답군요. 어쩐지 탐나는 이동 방식인데, 언제 한 번 따라해봐야겠군요. 일단 보여줄 수 있는 만큼 보여줄 수 있나요?”

        

       “자, 잠깐만. 이게 그렇게 쉽게 되는 건 아니라고….”

        

        

        

        쩔쩔매기 시작하는 올리비아 씨였지만, 이어 마음을 다잡고 준비를 이어간다.

        

        나와 로렌티나 씨, 로건 씨는 해당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동원했고…한순간이지만 올리비아 씨가 공중에 물감처럼 녹아들더니, 해당 지점에서부터 무언가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하여 이어지는 분석.

        

        

        

       “일종의…시선 분산이로군요. 움직이기 직전 인영이 뭉개지는 것 같았어요. 그 부분에 집중하는 순간 시야에서 벗어나는 형태인 것 같은데.”

        

       “계측된 데시벨 변화가 거의 없는 걸 보니, 확실히…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순간이동이라고 착각하더라도 무방하겠어.”

        

       “저 정도면…흠, 이렇게 하면 되려나요?”

        

       “우와악!?”

        

        

        

        그와 동시에…한순간에 내 눈 앞에서 사라지더니, 등 뒤에서 나타나 내 볼따구를 주무르는 로렌티나 씨. 간이 떨어질 뻔했다.

        

        이어지는 말.

        

        

        

       “중요한 건 시야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관찰자의 시야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거군요. 홀로그램이든 빛의 굴절이든, 생각보다는 간단한 방식인데…올리는 이걸 어떻게 기어 없이 하는 건지.”

        

       “그…을쎄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분석해서 나한테도 좀 알려줘라, 좀.”

        

       “나는 뭐 없냐?”

        

       “겨울만 잘 버티고, 여름엔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 온도 18도까지 내리라는 힘만 드럽게 센 육군 곰탱이한테 해줄 말은 없…으갸갸갸갹…!”

        

       “죽어라, 물개 새끼야!”

        

        

        

        …왜 항상 결말이 이 모양일까.

        

        나는 그리 생각하면서 주저앉았고, 나는 저런 거 없나 하는 표정과 죽은 눈이 합쳐진 라플란드 씨의 등을 툭툭 두들겼다.

        

        라플란드 씨가 가까이 다가오는 사이 내가 덧붙였다.

        

        

        

       “뭐 어때요.”

        

       “…아무 말도 안 했어, 임마.”

        

        

        

        그래도 위로는 된 것 같았다.

        

        8월이 부쩍 가까워진 뉴욕은 여전히 한결같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우린 할 수 있는 게 없다 팝콘이나 가져와라 라플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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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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