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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3

    <743 – 아무도 모르게(1)>

     

    아카데미 교수들이 일년 365일 학생 괴롭히기에만 매진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제대로 보았다.

    올해로 임용 2년 차 제국파 교수 디트하르트가 보기에는 정말로 그래 보였으니까.

     

    “노농노노농 선배님. 애들이 강의가 시작되었는데도 계속 떠들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바로 지난 해.

    시작부터 3학년을 가르치게 된 교수를 만만히 보고 면학분위기가 조성 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강의실 상황에 디트하르트는 선배교수의 도움을 청했다.

    노농노노농 교수는 별 해괴한 소리를 다 듣겠다며 니가 그러고도 교수냐는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굶겨.”

    “네?!”

    “떠들 기운이 남아돈다는 거잖아.”

    “하지만 교칙에 따르면 어떠한 경우에도 학생들이 8시간 동안 굶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식사시간 외에 장시간 학생들을 굶기는 일이 가능할 리가 없잖습니까.”

    “그 8시간은 중간계 표준시간이야.”

     

    디트하르트의 강의는 <우당탕탕 이계대모험>.

    이계에 아이들을 담갔다가 꺼낼 수 있는 강의였다.

    정령계.

    신계.

    다양한 속성이나 신의 권능을 관장하는 차원과 달리, 차원계의 주류세력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지배종이 군림하는 경우를 제국은 이계라고 칭했다.

    그런 이계들은 중간계와의 거리에 따라서 차원게이트를 넘나들 때의 시간비율이 크게 달라졌다.

    어떤 차원은 1분만 머무르다가 돌아와도 중간계의 시간이 한 달이 흘러있는 반면, 어떤 차원은 일 년을 탐험하다가 돌아와도 고작 1분이 지나있다.

     

    “그런 좋은 방법이! 감사합니다. <노예경제학>의 전문가 노농노노농 교수님은 역시 농노사냥의 귀재이자 신흥 귀족파의 거물이십니다!”

     

    선배의 가르침을 받은 디트하르트 교수는 학생들을 1년을 굴러도 1분이 지나가는 이계 <고블린월드>로 학생들을 데리고 갔다.

     

    “앞으로 1년 뒤, 여러분의 면학 태도가 개선되면 다시 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미, 미친.”

    “여긴 이계잖아!”

    “죄송해요, 교수님. 안 떠들게요.”

    “우리 두고 가지 마세요!”

    “식량은, 식량은 어떻게 구하는 건데!”

    “교수 이 시발새끼야!! 좀 떠든 게 뭐 그리 큰 잘못이라고 이러는 건데!!”

    “누가 이 미친놈 입부터 막아!!”

     

    애타게 내지르는 학생들의 비명을 뒤로한 채, 디트하르트 교수는 휴대용 커피주머니에서 커피잔과 주전자를 꺼냈다.

    쪼르르르.

    잔에 물을 채우고 커피가루를 타서 스푼으로 천천히 저어준다.

    그윽한 향이 올라오자 미소가 지어졌다.

    한 모금.

    커피의 씁쓰름한 맛에 교육자의 시름이 한결 가셨다.

     

    ‘슬슬 시간이 되었군.’

     

    봉쇄했던 차원게이트를 열고 돌아오니, 고대거인종 티탄이 집어던진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바위성채에 적중하며 마법진과 보호시설이 동시에 폭발했다.

     

    “으아악! 정화소가 터졌어!”

    “미친. 고블린의 오염된 마나를 정제 없이 사용해야 한다고?!”

    “안 돼… 이대로는 고블린로드의 지배의 마나에 오염당해서 피지배종으로 전락하고 말아…!”

     

    지상에서는 고블린의 수십만 대군이 지평선 너머까지 가득 펼쳐지고, 사이사이로 고블린들의 지배를 받는 대형 피지배종들이 학생들의 요새에 공성병기처럼 강력한 공격을 펼쳤다.

     

    “화살, 화살이 없어!!”

    “사방에 넘쳐나는 게 돌인데 사치스러운 소리 하지 마!!”

    “콜링 레인!”

    “일렉트릭 필드!!”

    “안 돼… 내 마나는 이미 지배에 당했어… 이제 내 공격은 고블린에게 데미지를 주지 않아…!”

     

    대항수단이 꺾이며 하나둘 절망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1분 전과 마찬가지로 참 시끄러웠다.

     

    짜아악.

     

    디트하르트는 박수를 치며 거대한 마나파장으로 전장의 모든 공격을 무위로 되돌렸다.

    학생들이 시선이 일제히 디트하르트에게 쏟아졌다.

    분노. 증오.

    후회. 슬픔.

    기쁨. 애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감정의 향연을 즐기며 디트하르트가 물었다.

     

    “이제 조용히 강의를 들을 준비가 되셨습니까?”

    “네에에!!!”

    “제발, 제발 강의실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강의가 너무 듣고 싶어요 교수님!!”

    “다시는 강의시간에 떠들지 않을게요!!!”

     

    학생들의 정렬적인 학구욕과 교수님을 향한 존경어린 시선에 디트하르트의 마음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

     

    “여러분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당장은 반성해도 다음 강의시간이 되면 또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적어도 오늘의 강의만큼은 조용히 들을 수 있으리라 믿어보겠습니다. 그럼 강의를 시작하죠.”

     

    디트하르트가 다시금 박수를 치자 흐리멍텅한 눈으로 고블린 군세 사이에 섞여 있던 대형종 몬스터들의 눈에 광기가 되돌아왔다.

     

    “이계는 인간이 아닌 종족이 지배하는 차원계가 많습니다. 이들은 중간계의 인간들이나 몬스터는 상상도 못 할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왕국을 구축하죠. 적절한 공략법을 숙지하지 않는다면 그 위험을 극복하기란 극도로 어렵습니다. 반대로 공략법을 숙지하면 이렇게 쉽죠.”

     

    학생들은 자신들이 죽어라 싸우던 상대들이 거대종의 반란으로 비명을 지르며 사방팔방 흩어지는 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수의 폭력도 강력한 거대종들의 난동 앞에서는 토막 나며 쓰러지는 훈련장의 수련용 허수아비와 다를 바가 없었다.

     

    “공략법을 숙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미개하게 직접 몸으로 밀고 들어가서 겪어보거나, 하수인을 지정차원에 탐사를 보내어 잃는 뼈아픈 경험을 하거나, 똑똑하게 해당 차원계의 존재를 중간계로 유인해서 생포해다가 랩실에 가두는 방법처럼요.”

    “…”

    “참고로 여러분이 원래 배울 방법은 미개한 방법이 아니라 뼈아픈 방법이었습니다. 똑똑한 방법은 오직 조교들에게만 제공되는 특전이니 탐이 난다면 언제든 제 연구실을 방문하셔도 좋습니다. 배움의 기회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이 꼴을 당했는데 가겠냐?

    학생들의 표정이 불순해지자 디트하르트 교수는 차원문을 열었다.

     

    “아, 물론 고급배움의 기회는 성실한 학생에게 제공되는 기회이지요. 미개한 배움의 기회가 필요한 불량학생들에게는 추가교육을 드릴 생각입니다만, 혹시 강의태도가 불량해지고 싶은 분이 아직도 남아있습니까? 제 눈에 몇몇이 보이려고 하던데 말이죠.”

    “……”

    “없다면 이만 돌아가도록 하죠.”

     

    학생들과의 기싸움을 이기고 당당하게 돌아온 디트하르트 교수.

    당연히 그의 강의평가는 개박살이 났고, 디트하르트는 슬픔을 꾹 억누르며 선임교수를 찾아갔다.

     

    “노농노노농 교수님, 학생들이 자신들의 불성실한 태도를 탓하지 않고 교수인 제게만 책임을 묻습니다.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필수강의를 열어.”

    “예?”

    “듣기 싫어도 강제로 들을 수밖에 없게 만들면 어떻게 개기겠어?”

    “맙소사, 그런 좋은 방법이!! 노농노노농 선배님은 정말 교수계의 신이자 저희 핑크베리 교수님보다 키가 큰 교수님이십니다!!”

    “…지금 내 마나압축률이 핑크베리보다 낮다고 조롱한 거야?”

    “아, 작은 게 좋으셨구나! 선배님은 세상 제일 아담하십니다!”

     

    선배님의 조언이 이토록 악랄하고 잔인하니 학생들을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라는 디트하르트 교수의 생각은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스펀지처럼 조언을 쪽쪽 빨아먹으며 교단에 선 디트하르트 교수가 4학년들을 아주 개박살을 내놓았다는 점이었다.

     

    [재단과 전쟁을 벌인다고 뛰쳐나갈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가장 방어가 취약한 신설도시 프릴에 교수들을 보내두어라.]

     

    오모시로이 교장의 지시에 교장의 충직한 가디언 마하바라타 지도교수가 교수회의를 열었다.

     

    “일단 강의수강생이 3명 미만인 교수들은 모두 참여하십시오.”

    “월권이다!”

    “비인부전의 전승을 무시하는 거냐!”

    “이 괘씸한 작자를 보았나. 소중한 제자들이 가르침에 굶주려 짹짹거리고 있거늘, 어찌 사제지간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려 드는가?”

    “우리의 교육권을 침해한다면 제자들을 강제로 현장에 데려가겠다!”

     

    학생들을 아끼는 건지 인질로 삼는 건지 알 수 없는 소수정예 교수들의 발언!

     

    “불참 시에는 연말에 있을 교장님의 창조마법에 얻어맞는 창조마법시연식 대상으로 선정하겠습니다. 물론 거절해도 교장님이 신나서 찾아가실 겁니다.”

    “이런 잔인한 녀석…”

    “파충류의 수족으로 전락하더니 기어이 뱀의 푸른 피가 골수까지 도달해 인간의 마음마저 잃었는가…”

    “학생을 인질로 협박하던 분에게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느낌으로 교수들을 적절히 동원하던 마하바라타 교수가 문득 디트하르트를 쳐다보았다.

    깜짝 놀란 디트하르트가 자연스럽게 시선을 데구르르 돌려서 노농노노농 선임교수를 가리켰지만 정작 그의 시선에 닿아야 할 노농노노농 선임교수는 초고속 축소마법으로 10mm 소인으로 변신해 시선을 피해버린 지 오래였다.

    역시 선배라는 감탄과 밟아버리고 싶다는 원망의 마음이 소용돌이치는 그에게 마하바라타 지도교수가 엄히 명령했다.

     

    “필수강의를 가르치고 있음에도 올해 4학년 학생평가가 가장 열악했던 디트하르트 교수님은 제 재량으로 명단에 추가하겠습니다.”

    “나만 학생들을 괴롭힌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만 이러는 겁니까! 이거 짬 낮은 초임교수나 연차 덜 쌓인 교수들 차별하는 겁니다!”

    “학생들이 강의만 마치면 나이를 먹은 것처럼 매번 늙어서 나오는 이유를 제가 꼭 파헤쳐야 합니까?”

    “…”

     

    우여곡절 끝에 프릴 시 잠복 교수진 사이에 속했던 디트하르트 교수는 그렇게 차원 저편으로 날아간 도시에 휘말리는 신세가 되었다.

    4학년들은 자업자득이라며 비웃었겠지만, 그의 존재는 차원 조난을 겪는 다른 교수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도움이 되었다.

     

    “여긴… 사막도마뱀들의 차원계인가. 모래 사이로 고대의 유적지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보이는군.”

    “아, 그건 제 수강생들이 만든 터전입니다.”

    “?”

     

    수강생이 여길 왜 와.

    악마 출신의 데이몬 교수가 어리둥절한 시선을 보냈다.

     

    “인류에게 적대적이어야 할 차원생물체들이 왜 우리한테 자꾸 절을 하는 거지?”

    “아, 그건 제 수강생들이 핍박받는 노예계급을 해방하여 왕조를 무너뜨리고 노예제를 폐지하며 우호적인 나라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

     

    행정학부 스텐드 밀 교수가 기가 막힌 시선을 보냈다.

     

    “참고로 꼬리를 파랗게 염색한 녀석들만 우리 편입니다.”

    “자네, 도대체 수강생들을 얼마나 다른 차원에 집어넣어왔던 건가?”

    “아니, 이걸 왜 제 탓을 하십니까? 요즘 애들이 얼마나 학구열이 좋은데요. 시간배율이 다른 곳에서 반복수련을 하고 가고 싶다고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모범을 보인 학년차석도 있었단 말입니다!”

     

    디트하르트 교수의 항변에 구석에서 잠자코 있던 브론즈 교수가 흠칫했다.

     

    “그 학생 이름이 혹시 오크노디인가?”

    “오, 아시는군요?”

     

    제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4학년들까지 엿 먹이고 있었다는 말에 브론즈 교수는 이걸 대견하게 여겨야 할지, 혼을 내야 할지 헷갈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4학년피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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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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