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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4

       744화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18)

         

       – 엘레나

         

       끊임없이 어디선가 나타나는 천사들의 군단.

       나와 진철 씨가 막아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느꼈을 때,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마침내 가인 씨가 명상을 끝내고 압도적인 대마법을 완성했구나!

         

       곧,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소용돌이의 환영을 보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압박감이 내 전신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으윽!”

       “허엇! 가인이 녀석이 이제 힘을 내나? 엘레나, 괜찮습니까?”

       “으으… 아, 아까는 죄송 -”

       “즉시 이 자리를 뜹시다!”

         

       일찍이 가인 씨는 경고했었지.

       세 번째 문장의 힘은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니, 대마법이 완성되는 순간 즉시 자리를 피하라고 말이야.

         

       — 사아아…!

         

       머나먼 성천에서 들려오는 아득한 소리를 들었다.

       이 순간, 특이점의 중앙에 선 그는 뭘 어떻게 봐도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위대한 자의 영역까지 한 발짝 남은 지고한 마법사가 아닐까!

       물론, 그 한 발자국은 어쩌면 영원히 내딛지 못할 한 발자국일 수도 있겠지.

         

       “허어…”

         

       진철 씨가 뒤편을 보며 아찔한 표정을 지었다.

       두려움과 기대감, 그리고 약간의 부러움과 동경이 섞인 시선.

         

       “강림을 쓸 때 느꼈던 존재감 그 이상인데.”

         

       오랜만에 듣는 단어, 강림.

       과거에 가인 씨가 강림을 쓸 때면 정말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기세를 뿜어냈었지.

         

       신성한 태양은 출력에 있어서 강림에 비할 바는 아니었어.

         

       강림에 비할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지금이야.

         

       강림을 썼을 때가 더 강할까?

       아니면 세 번째 문장을 발현한 지금이 더 강할까?

         

       잘 모르겠어.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아.

         

       하늘에서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명의 아버지!”

       “아아… 아아…”

       “아버지, 아버지…! 제발, 저를 구해주시옵소서!”

         

       연신 비명을 내지르는 천사들.   

       바로 옆에서 동료들이 산채로 벌레에게 잡아먹혀도 낄낄거리던 게 조금 전인데, 지금은 하나같이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하다.

         

       누가 말해주지 않았지만, 그들 스스로 느끼고 있겠지.

         

       특이점에 휩쓸리면 부활할 수 없으며, 천사들에게 다음 삶이란 없다.   

       그들의 영혼은 흔적조차 남지 않은 채 특이점의 일부가 되리라.

       

       혹은, 신성한 태양을 위한 한 줌 장작이 될지도 모른다.

         

       — 라아아…!

         

       어디에도 없는, 허나 분명히 실존하는 특이점의 폭풍이 천사들을 끌어당긴다.

         

       “꺄아악!”

         

       아름다운 천사들은 하나같이 어린 애처럼 비명 지를 뿐, 반항 비슷한 것도 하지 못했다.

       태풍을 맞이한 미물처럼, 저항할 수 없는 인력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갈 뿐.

         

       나와 함께 정신없이 거리를 벌리던 진철 씨가 갑자기 멈췄다.

         

       “왜 그래요? 더, 더 거리를 벌려야 안전 -”

       “…”

         

       진철 씨가 놀란 듯 손을 뻗어 몇몇 천사들을 가리킨다.

       그 손짓을 보고서야 나 역시 깨달았다.

         

       공포를 느끼며 비명을 지르는 건, 최소한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인지할 지능은 남아있다는 뜻이다.

       이게 가능한 건 네 장의 날개를 가진 천사들이었다.

         

       그렇다면 그 미만, 두 장의 날개를 가진 천사들은 어떨까?

       그들에게는 이미 지성의 편린조차 느껴지지 않아.

         

       나는, 천사들의 눈 너머에서 ‘한가인’을 보았다.

       

       그들은 이미 독립된 개체가 아니었다.   

       위대한 영역에 도달한 대마법사의 손에 붙들린 가엾은 인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으읏!”

         

       나도 모르게 연신 뒤로 물러서며 떠올린 생각.

         

       분명 가인 씨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럴 때는 그가 나와 정말 다른 존재라고 느낀다.

         

       성별이 다르다.

       강력한 마법사다.

         

       이런 선을 넘어서, 같은 종이 아닌 것 같았다.

       나와 그가 같은 호모 사피엔스에 속한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

         

       다른 한편, 이런 생각도 들어.

       언젠가 나 역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때는 다시 가인 씨와 같은 종이 될 수 있겠지.

         

       “우리, 더 멀어지죠! 여기도 위험한 것 같아요.”

       “그럽시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40일 차

        현재 위치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

       ..

       …

         

       점차 의식이 몽롱해진다.

       언젠가부터 현실감이 흐릿해졌고, 끝나지 않을 꿈이 시작된 것 같았다.

         

       오래전에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지.

         

       꿈속에서 우리는 신이나 다름없다.

       다르게 말하면, 신적인 존재에겐 현실이 곧 꿈이나 다름없다.

         

       현실이 꿈처럼 느껴진다.

       위대한 자란 이처럼 붕 뜬 감각 속에서 부유하는 정신인가?

         

       의식이 점차 엷고 넓게 사방으로 뻗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내 몸이 수백 수천 배 커지는 느낌.

         

       아득한 속에서 스쳐 가는 상념들.

       

         

       「천지가 개벽할 때 가스가 모여 최초의 별이 태어났습니다.

       

       그들이 수명을 마치며 원소를 사방에 흩뿌렸으니, 죽음으로써 만물의 어버이가 된 것입니다.

       이들이 바로 우주의 반고입니다.

         

       …

         

       이와 같은 이치는 더 작은 곳에도 적용됩니다.

       고래 한 마리가 죽으면 그 시체는 광대 무량한 바다에 흩뿌려지며 100만 생명의 양식이 됩니다.

         

       우주의 이치 앞에서 어찌 인간만 예외일 수 있겠습니까?

         

       …

         

       반대는 어떨까요?

       공허한 우주의 역사 속, 모든 이의 근본이 되는 분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죽음으로서 모든 이의 어버이가 된 존재.

       본디 한 점에 모여있던 영육을 별 전체에 흩뿌려 수십억 인류를 낳은 분!

         

       …

         

       모여있는 거대한 덩어리가 흩어져 무수히 많은 작은 생명이 태어남은 우주의 이치입니다.

       그러므로 흩어진 인간이 있다면, 그전에 모여있던 무언가가 있었음은 자명한 것입니다.」

       

         

       오래전, 206호에서 신도들 앞에서 내가 했던 연설이다.

         

       당시에는 연설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어.

       시간이 흐른 후에는 영혼 결집체의 원리를 떠올린 건가? 정도로 생각했지.

         

       그런데, 지금 당시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

         

       단순한 우연?

       아니지, 절대 아니야.

       

       통찰을 얻은 이후, 내 생각의 흐름에 우연이란 있을 수 없었다.

         

       천사들의 영육을 빨아들이며 내 오성이 극성에 달한 것이 현 상황.

       평소에는 불가능하며, 이런 순간에만 통찰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

         

       죽음으로써 많은 이의 어버이가 된 자가 있다.

       한 점에 모여있던 영육을 흩뿌림으로써 많은 것의 시작이 된 자가 있다.

         

       그러니까 –

         

       “…”

         

       간질거린다.

       평소보다 드높은 영역을 두드리는 통찰이 무언가를 알아내려고 하는데, 아직은 정확히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집중이 깨지자 큰 아쉬움을 느꼈다.

       

         

       ‘… 너는 사특한 마음으로 네 동족의 미래를 도탄에 빠트렸으면서, 이젠 동족의 혼을 뜯어먹기까지 하는구나…

         

       “여명의 아들, 당신입니까?”

          

       새삼 302호의 죄수가 얼마나 희한한 존재인지 느꼈다.

         

       여명의 아들은 진심으로 가엾은 필멸자를 구원 중이라고 믿는 죄수다.

       인간에게 그 어떤 악의도 없으며, 정말 에덴동산을 만들어서 인류를 구원하고 싶어 한다.

         

       최초의 소원을 떠올린 상현 형의 설명도 위와 같았는데, 실제 들려오는 말 역시 저런 식이네.

         

       여명의 아들이 보기에 지금의 나는 악마나 다름없지 않을까?

       본인이 모든 힘을 바쳐 구원한 인류를 다시금 도탄에 빠트리려 하는 희대의 마귀겠지.

         

       ‘… 네게 정녕 사람의 마음이 있긴 하단 말이냐?…’

         

       이런 소리까지 들으니 내심 화가 났다.

         

       한 마디 돌려주고 싶은데, 뭐라고 해야 하지?

       

       당신의 애완동물 수준으로 전락한 천사들 꼬라지를 보라고!

       사람을 개로 만드는 게 구원이냐?

         

       … 이런 소리는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보나 마나 인간의 모든 욕망을 충족시켜 줬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겠지.

         

       다행히도 나는 토론에 능한 사람이다.

       덕분에 상대에게 돌려줄 손쉬운 답이 떠올랐다.

         

       여명의 아들 스스로 내세운 논리를 돌려주면 될 뿐이지!

         

       “하! 말은 바로 합시다. 나보다 당신 뜻을 잘 따르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

         

       “에덴동산에 단 하나의 계율만 세운다면서? 네가 원하는 바를 하라며? 아니, 지금 내가 딱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잖아?”

         

       ‘… 지금 이것이 네가 원하는 바란 말이냐? 동족의 혼을 잡아먹는 일이? …’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중이라니까? 뭐가 문제인데?”

         

       그때, 나는 여명의 아들에게 진지한 기색을 느꼈다.

       불필요한 말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내게 한 가지를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 이 정도의 힘으로 미뤄볼 때, 너는 분명 최초의 기억을 회복했겠지…’

         

       상대는 호텔 3층의 테마, 최초의 소원에 대해서 알고 있다.

         

       ‘… 하나만 묻겠다. 나는 이 질문의 답을 아주 오랜 시간 얻고자 했다.…’

         

       위대한 자, 여명의 아들이 내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 태고의 너는 왜 동족에게 그리도 잔혹했느냐? …’

         

       입을 다물고 있으니, 한 문장이 추가되었다.

         

       ‘… 단 한 번이라도 인간을 사랑할 수는 없었느냐? …’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아니, 이 분위기 뭐임?

       내가 악역이야? 저쪽은 인류를 구하려는 구세주고?

         

       “…”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지만, 질문을 들으니 자연스레 오래된 기억이 떠오른다.

       생전의 알레프가 했던 생각들 말이다.

         

       알레프가 품었던 야망과 탐욕, 무궁한 갈증이 담긴 문장들이 뇌리를 스쳤다.

       

         

       「내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벌레로 시작한 삶, 벌레로 끝나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왜 열반의 길을 선택받은 자에게만 내리셨습니까?

       

       내가 직접 열반에 들 수 없다면…

       열반에 들 수 있는 자의 운명을 빼앗는 힘을 주시기를!」

       

         

       ‘… 대답하지 못하는구나. 내 질문을 감당할 그릇조차 못 된다는 말이냐? …’

         

       답을 요구하는 여명의 아들.

         

       굳이 대답해 줄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굳이 대답을 피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래서 대답해 줬다.

       태고의 내가 품었던 저 모든 생각을 한 줄로 요약해서 말이다.

         

       “나도 신 한번 해보고 싶었다!”

         

       솔직히 이게 전부인 듯?

         

       찰나의 침묵.

       나는 여명의 아들이 말문을 잃었다고 느꼈다.

         

       — 우르릉!

         

       *

       – 엘레나

         

       — 우르릉!

         

       갑자기 하늘 너머에서 들려온 어마어마한 소리!

       이게 뭔가 싶어 뒤쪽을 돌아보니, 문자 그대로 하늘이 갈라지며 새하얀 빛이 대지를 내리쬐기 시작했다.

         

       곧, 갈라진 하늘 너머에서 에덴동산의 수호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여섯 장의 날개를 자랑하는 드높은 천사들이 전장에 합류한 것이다!

         

       — 우르릉!

         

       끊임없이 들려오는 천둥소리.

       누군가가 쥐고 흔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진동하는 대지.

         

       마치, 세상 전체가 분노하는 것 같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한가인이 206호에서 했던 연설 : 455화

    알레프가 품은 최초의 소원 : 6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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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aping the Mystery Hotel

Escaping the Mystery Hotel

EMH 괴담 호텔 탈출기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When Han Kain woke up, he and several other people were inside a mysterious hotel with different rules and different expectations.

Going into each hotel room threw them into other worlds and scenarios where they must brace death at times to escape or lift the curse of the individual rooms for a chance to bring everyone that died during the process back to life.

Using their blessings that were given at the time of entry, they have to weave their way through the rooms while sometimes sacrificing themselves for a higher likelihood of success.

* Very little horror; more of a thr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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