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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5

    <745 – 아무도 모르게(3)>

     

    최근 기프트 아카데미 7대 괴담에 새로운 괴담이 추가됐다.

     

    “저기, 얘들아. 그거 들었어? 아카데미의 밤이 되면 <우는 소녀>가 나타난대!”

    “또 아카데미 괴담이야?”

    “이번엔 정말일지도 몰라. 밤에 981기 선배님들의 경작지에서 야채서리를 하러 갔던 서리파티 4명이 전부 목격했다고 했어!”

     

    벽을 뚫고 나타나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서도 나타나는 교관 괴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구조요청을 하지만 정작 해당 공간에 가면 입구가 없는 의문의 밀실괴담.

    한 학기에 강의를 15개 넘게 들으며 바리에이션에 따라서는 20개도 넘는 전설의 선배괴담.

    잠을 자면 꿈에서 너는 어둠추적자로 전직할 자격이 있다며 벽 안에서 누군가가 속삭이는 꿈을 30일 넘게 꾼다는 악몽괴담.

     

    쟁쟁한 괴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싱겁게 들리는 우는소녀 괴담에 982기 학생들이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다.

     

    “교관님의 함정에라도 걸렸겠지.”

    “바보 같기는. 아카데미에서는 노인과 여자와 아이를 조심하라고 했는데 부주의하게 접근한 잘못이지.”

    “애초에 밤에 돌아다닌 것이 걸리면 바로 벌금 먹는데 대놓고 교관들이 들을지도 모르는 울음을 터뜨리는 시점에서 ‘1학년’이 아니잖아.”

     

    날카로운 식견을 드러낸 982기 상급반 1년생 에스그라데의 지적에 학생들이 오, 하고 감탄했다.

    같은 상급반 1년생 메르보냐는 실습도 잘하고 필기시험 성적도 좋고 여자들한테 인기도 많고 가문의 권력과 자산도 많은 엄친아 에스그라데가 모두에게 칭찬받는 모습이 아니꼬웠다.

     

    “그래서 우는 소녀를 못 보겠다는 거냐?”

    “뻔한 위험이다. 현명한 자는 위험을 피하고 어리석은 자는 위험을 자초하지.”

    “내가 멍청하다는 거냐?!”

    “누군가를 지칭한 기억은 없는데, 찔리기라도 한가? 열등감은 좋지 못하다. 스스로에게 자신을 가져라. 성실히 단련하면 자신감이 생길 거다. 물론 게으른 사람들은 자기 확신을 얻기 쉽지 않겠지만.”

     

    요리조리 돌려가며 말로 패는 솜씨에 고양이수인 특유의 글러먹은 성격이 확 솟구쳤지만, 메르보냐는 실습대련에서 쥐어터진 기억을 떠올리며 애써 참았다.

    수인들은 서열에 더욱 민감하다.

    힘으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서기 전에 하극상은 금물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지.

    메르보냐는 긴말하지 않았다.

     

    “쫄리다냐?”

     

    쫄.

    사람을 조종하는 말이 주문이라고 한다면, “쫄”은 어떤 남자도 물러설 수 없게 만드는 지능저하와 행동통제를 유발하는 고위계 정신오염 주문이었다.

     

    “그 우는 소녀라는 건 언제 어디서 나오는데.”

    “목격담은 대체로 밤에 모험학부 학과동 어딘가에서 들렸다냐.”

     

    자신만만하게 소리의 근원을 찾아 나서는 두 사람과 달리, 엉겁결에 현장에 끌려온 하급반 생도들이 울상을 지으며 소심하게 의견을 내었다.

     

    “저, 저기… 우리는 그냥 돌아가면 안 될까?”

    “맞아… 별로 도움도 안 될 거야…”

    “내가 쫄렸는지 쫄리지 않았는지를 증명할 증인이 필요해. 너희가 돌아가면 저 비겁한 녀석은 아무 때나 사람들을 붙잡고 쫄 타령을 해댈 거라고. 이참에 박살을 내어서 두 번 다시 저 사악한 주문을 외우지 못하도록 저지할 거야.”

     

    에스그라데의 용기 있는 발언에 하급반 생도들은 마지못해 그들의 뒤를 따랐다.

     

    “981기 선배님들은 친절한 선배들인지 사악한 선배들인지 헷갈리지 않아?”

     

    선배들이 알려준 기숙사 야간탈출법을 사용해서 기숙사 초소를 돌파한 하급생들이 속닥거렸다.

     

    “자쿠라는 선배는 꼰대처럼 그냥 밤에 숙소 안에서 공부하다가 자는 게 제일이라던데.”

    “근데 밤에 잘 돌아다니면 다람쥐처럼 선배들이 땅 파고 숨겨뒀다가 까먹은 아이템을 건질 수 있대. 그래서 100포인트 주고 마법삽 샀어!”

    “아… 넌 진짜…”

    “이 호구야…”

    “나, 나 사기 당한 거야?”

     

    울먹거리는 생도의 모습에 주변의 다른 생도들이 급히 달랬다.

     

    “아니야, 존나 부러워서 그래.”

    “와, 나도 땅에 집어넣으면 돌도 푹 파이는 마법삽 가지고 싶다.”

    “솔직히 마법지팡이보다 삽이 간지긴 해.”

     

    여기서 울면 교관님한테 들켜!

    덕분에 자신감이 쭉 차오른 스위음이 해맑게 웃었다.

    모자란 친구도 어르고 달래가며 접선지인 모험학부 학부동 건물 앞에 집결한 학생들은 이미 입구에 도착한 에스그라데와 메르보냐를 발견했다.

     

    “역시 상급반인가?”

    “빠르네… 도중에 교관들은 어떻게 따돌린 걸까?”

    “흥. 뻔한 일로 칭찬받아봤자 하나도 안 기쁘지 않냐. 얼른 갈 길이나 서두르자냐.”

     

    새침한 말과 달리, 꼬리를 수직으로 빳빳이 세우며 기쁨의 감정을 드러내는 메르보냐의 뒷모습에 하급반 생도들은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흘리며 뒤따랐다.

    저학년 강의 시간이 아닌 고학년 중에서도 소수만이 듣는 늦은 시간의 학부 건물 복도는 어딘지 모르게 음산한 분위기가 있었다.

     

    “저기, 그거 들었어?”

    “뭐가?”

    “어떤 교수님은 우리처럼 기숙사에서 몰래 자주 탈출하는 1학년들을 지켜보면서 교칙위반행위를 기록했다가 벌점총점이 일정점수를 넘으면 기록물을 내밀고 학생회에 제출당해서 벌금을 낼지, 무급조교로 봉사할지를 정하라고 협박한대.”

    “끼야아아악!”

    “시끄러!”

    “그, 그치만 너무 무서운걸!”

     

    대결의 증인이 필요해서 불렀지만, 괜한 짓을 했나.

    에스그라데는 친구들을 데려온 걸 조금 후회했다.

     

    “온다.”

     

    그래도 경고하니 조용해질 줄은 아는 애들이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애들의 심성이 착해서는 아닐지도 모른다.

    조용히 하지 않으면 진짜 큰일 날 것처럼 불길한 소리가 복도 저편 어딘가에서부터 들려왔기 때문이다.

     

    드르륵…

    드르르르륵…

     

    1년생들은 올해는 대운동회 대신 여름축제가 열린대서 열심히 준비하던 축제 간판 뒤에 숨은 학생들은 평소 간판을 열심히 만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간판도 없었으면 복도에 숨을 곳도 없이 저 무시무시한 기척의 원흉과 조우 했을 것이 아닌가.

     

    ‘도대체 저게 무슨 소리야?’

    ‘쉿. 들키면 큰일 나.’

    ‘근데 점점 어두워지지 않아?’

     

    상급반 생도인 에스그라데와 메르보냐는 겁이 나서 말을 하지 못했지만, 실제로도 주변이 어두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 원흉은 어느덧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는 기척의 주인에게 있었다.

     

    <암흑광>

     

    빛대신 새카만 암흑을 발산하는 암흑광이 어느덧 복도를 집어삼키며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지독한 광경을 만들어 내었다.

     

    ‘대결이고 뭐고 우리 좆된 거 아니야?’

    ‘맞는 것 같다냐…’

     

    상급반 1년생들마저도 두려움에 떠는 사이, 어둠의 주인이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훌쩍.

    작게 들리는 흐느껴 우는 소리.

    그 소리가 힝잉잉으로 바뀌는 순간, 학생들은 갑자기 호흡이 힘겨워지고 머리가 어지러워짐을 느꼈다.

    너무나도 농밀한 마나밀도에 몸이 생체마나를 빼앗기지 않고자 기운을 자연스럽게 몸 주변에 두르면서 장기나 혈관이 안으로 압박당한 영향이었다.

     

    “히끅히끅.”

     

    이미 숨어있는 것조차도 버거운 마나밀도가 한층 더 올라간다.

    어둠의 반경이 늘어나며 각자가 붙잡고 있던 간판과 발아래의 땅마저도 보이지 않는 새카만 어둠이 모두를 집어삼켰다.

    겁에 질린 학생들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덜덜 떠는 순간, 그것이 입을 열었다.

     

    “파산, 파산했어… 흑빵 그렇게 열심히 먹었는데… 어떻게 모은 돈인데…!”

     

    꽈득. 파지직!

    간판이 우그러지고 창문에 균열이 일었다.

    드드드드 떨리는 마룻바닥 위에서 더는 간판을 붙잡지도 못하고 입을 틀어막으며 필사적으로 두려움의 비명과 겁에 질린 울음소리를 삼키는 1학년들.

    괴담은 진짜였다.

    그것도 그들이 상상도 못할 엄청난 위험을 지닌 정체불명의 무언가다.

     

    ‘포인트를 잃어 실성한 재학생의 원혼인가?!’

    ‘고위언데드가 틀림없어. 들키면 살해당할 거야!!’

     

    꼬리를 다리사이에 만 메르보냐와 오만한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식은땀을 비처럼 흘리는 에스그라데.

    하급반 생도들보다도 높은 마나감응력으로 인해 저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현상인지를 깨달은 두 사람은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신이시여. 다시는 안 쫄린다고 깝치지 않을게요!’

    ‘마마, 살려달라냐…!’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의 울음소리가 끝내 최종단계로 이어졌으니까.

     

    “으앙앙앙!!!”

    “으아악!!”

    “아아악!!”

     

    잔인하리만치 고밀도의 마나가 파장의 형태로 번져나가며 1학년들은 견딜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강력한 충격으로 하급반 학생들을 졸도시켰다.

    귀족가의 생활로 마나저항력이 높은 학생들은 혼비백산해서 달아나기에 급급했다.

     

    “시발 저게 뭐야!!”

    “존나 튀라냐!!”

     

    새카만 암흑이 달아나는 학생들의 뒤를 따라 무섭도록 빠르게 번졌다.

     

    “아, 안 돼…!”

    “우리도 데려…!”

     

    발이 굳거나 넘어진 학생들이 뒤에서 손을 뻗었지만, 어둠에 집어삼켜진 그들의 최후를 바라보며 학생들은 눈물을 머금고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덜컹!

    그런데 돌연, 근처의 문이 열리며 작은 소녀가 위풍당당하게 나타났다.

     

    “으악!”

    “해치지 말라냐!!”

    “응? 왜 그래? 난 그냥 강의시간 끝나서 나온 건데?”

    “으아악!! 귀신이다!!!”

    “이런 늦은 시간에 강의를 듣는 수강생이 실존할 리가 없다냐!! 전설의 선배괴담이다냐!!!”

    “잡히면 강제로 강의를 듣게 될 거야!!!!”

     

    거의 경기를 일으키듯이 절규하며 달아나는 1학년들의 뒷모습을 오크노디가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다가 그 뒤를 쫓는 새카만 마력광을 발견하고 탄식했다.

     

    “울 티토한테 겁 먹었구나!”

     

    끝까지 도주에 성공한 극소수의 학생들이 모퉁이에서 숨을 돌리는 순간, 벽에서 스르륵 사람의 손이 튀어나왔다.

    어깨를 붙잡힌 학생은 아예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벼, 벽에서 나오는 교관괴담!!”

    “…누굴 괴담 취급하는 거냐. 패스 월 주문으로 벽 안의 휴게실에서 농땡이를 치고 있었을 뿐이다.”

    “그, 그럼 우리 살려주러 온 거다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메르보냐의 물음에 교관은 고개를 저었다.

     

    “야간활동금지 시간에 기숙사를 탈출. 복도에서 고성을 지르며 달림. 벌금이다.”

    “아.”

    “냐…”

     

    괴담만큼 무서운 벌금의 이중고가 신입생들을 엄습했다.

     

     

    * * *

     

     

    다음날, 사라진 학생들이 응급동에 입원되었다는 소식은 1학년 모두에게 알려졌다.

     

    “에스그라데. 대체 그날 뭘 본 거야?”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마.”

    “괴담이 진짜 있는 거야?”

     

    에스그라데의 얼굴에 떠오른 선명한 공포에 1학년들은 스산한 긴장감을 느끼며 침을 꼴깍 삼켰다.

     

    “메르보냐. 넌 어때? 괴담이 그렇게 무…”

    “난 슈퍼겁쟁이다냐!! 아무것도 모른다냐!!”

     

    비명을 지르며 호다다닥 달려나가는 메르보냐의 뒷모습에 괴담이 실재하며 그 위험이 자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1학년들이 깨달았다.

    1학년들과 친분이 있는 동아리 선배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와하하 웃었다.

     

    “매년 있지, 그런 괴담이.”

    “선배들이 졸업할 때마다 사라지고 새로 생기거든.”

    “괴물같이 강한 선배들이 후배들 눈으로 보기에는 좀 괴담스럽긴 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진짜 괴물, 귀신, 악령이었는데.

    1학년들은 억울함에 복받쳐서 하소연을 했다.

    듣던 동아리 3학년 선배들도 긴가민가하다가 마력파장에 치여서 애들이 우르르 쓰러지고 기절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겁에 질렸다.

     

    “그건 학생 수준이 아닌데…?”

    “4학년이잖아…”

    “우리가 아는 4학년 중에 암흑광을 뿜으면서 뭔가를 질질 끌고 복도를 서성이는 4학년이 있었나?”

     

    없잖아.

    1학년들 사이에서 시작된 괴담은 어느덧 3학년들조차 겁에 질릴 고등급 괴담으로 거듭났다.

     

     

    * * *

     

     

    매년 졸업생이 나올 때마다 사라지고 새롭게 등장하는 기프트 아카데미 괴담.

    그 원흉 중 하나는 파산의 충격에 실성한 타락티토소가였다!

     

    “티토티토야, 신입생들이 무서워하잖아! 밤에 그러고 다니면 어떡해!”

    “힝잉잉… 그치만 기숙사에서 울면 다들 시끄럽고 무서우니까 밖에서 울라고 하는걸…!”

    “후배들도 무서워하니까 앞으론 산에 가서 울어!”

     

    농담 한 번 잘못했다가 으앙앙앙 우는 티토의 마나파장에 오크노디는 한 시간을 내리 얻어맞았다.

     

    “진짜 미안해…! 사과의 의미로 엄청나게 특별한 슈퍼맥시멈시크릿비장의 선물을 줄 테니까 제발 그만 울어!!”

     

    서러움 반, 괘씸한 반 때문에 오기 때문에라도 더 으앙앙앙 울던 티토소가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머 줄 건데…?”

    “나라 하나 줄게!”

     

    울던 티토소가도 울음이 뚝 그칠 놀라운 소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SSS급 야간괴담 우는 소녀 암흑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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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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