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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6

    <746 – 아무도 모르게(4)>

     

    티토소가는 혼란에 빠졌다.

     

    “오크노디는 나라도 가지고 있어…?”

    “응응!”

    “수집도시 만든 트로이 왕국 말하는 거야?”

    “아니?”

    “서부삼국을 말하는 거야?”

    “아니?”

    “매스각키가 여제로 있는 제국을 말하는 거야?”

    “직접 보면 알 거야!”

     

    파산의 충격에 나란히 실신한 티토소가와 프릴.

    정작 도시의 주인 프릴은 실의에 빠져도 그럭저럭 학업은 이어가는데 티토소가는 충격이 너무 컸다.

     

    “엄마아빠랑 언니도 같이 투자를 하게 만들었다가 일가족이 같이 파산하게 생겼어…!”

    “저런!”

    “아빠는 카넬레 시 행정예산도 썼대…!”

     

    시장님이 횡령까지 할 정도로 설득을 대성공을 해버렸구나!

    티토소가의 너무 뛰어난 설득 실력이 일가족 횡령죄로 이어지게 생겼으니 저리 서러워서 암흑광을 밤마다 내뿜으며 괴담을 퍼뜨릴 만도 했다.

     

    “근데 도시가 멀쩡했어도 횡령은 나쁘지 않아?”

    “아빠가 따서 갚으면 된다고 했는데… 이제 못 갚잖아… 히끅히끅!”

    “아아앗, 울지 마! 이제 괜찮다니깐?”

     

    비장의 선물과 이어지는 출입로는 아카데미의 지하감옥에서 슬쩍한 결계석의 에너지를 뽑아다가 만든 비밀차원관문이었다.

     

    “여기 그림 보이지?”

    “모래사장에서 먼가 꿈틀거리고 있어…”

    “그거 다 소인이야!”

    “히에엑?”

    “소인들의 나라, 가보고 싶지 않아?”

     

    중간계의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할 법도 하건만, 다행히도 티토소가는 특유의 순진무구한 호기심만을 보였다.

     

    “가볼래!”

    “그럼 지금 가자!”

     

    냅다 손을 잡고 그림에 손을 집어넣자 단숨에 몸이 빨려 들어갔다.

     

    “어엇? 나 과제 아직…”

     

    그런 건 나중에 알아서 해!

     

    [그림계]

    [소인들의 왕국]

     

    교장님을 퇴치하고 일백차원 연속 디펜스가 시작하기 전에 열심히 엔드컨텐츠용 기능을 올리는 데 사용하는 나만의 비밀시설.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던, 심지어는 다크노디에게도 비밀로 하기 위해 봉인된 기억을 풀고 이제야 이용하는 차원계다.

    일백차원 중 최약의 차원이자 제일 만만한 곳이니만큼 <세계멸망>이나 <세계구원> 칭호작도 보통 고인물들은 여기서 많이들 이용한다.

     

    “으앙, 고블린 투성이잖아!”

    “하지만 소인이죠?”

    “으앙아..”

    “노, 농담이야! 고블린도 잘 키우면 착해져!”

    “으앙…?”

    “이건 농담 아니고 진짜야!”

     

    티토소가의 눈빛이 저기 사막에서 꼬물딱거리는 작은 고블린들이 어떻게 착해질 수 있냐며 의혹 어린 시선을 보냈다.

    길가의 잡초처럼 굴러다니는 슬라임만큼이나 흔한 것이 고블린이니만큼 저것들이 메뚜기떼처럼 주변 먹거리를 죄다 초토화시킨 뒤에 인류활동지역을 침범한다는 사실도 익히 알려져 있다.

    모험가길드의 단골토벌대상이자 가장 많은 인류를 살해한 몬스터에게 호의를 품기란 무리겠지.

    하지만 이쪽 그림계 소인 고블린들은 엄밀히 따지면 <고블린>족이기 이전에 <그림>족이다.

    그림은 덧칠하면 얼마든지 고쳐 쓸 수 있지.

    고블린도 키우기 나름이라는 말이다.

     

    “짜잔. 이거 봐라?”

     

    근처 고블린을 하나 잡아다가 톡 하고 영혼확대술을 걸자 도화지 위에 떠오른 온갖 욕망의 형상들이 티토소가의 눈에도 들어왔다.

     

    “으앙, 여자가 깔리고 있어! 개가 잡아먹혀!”

    “이런 건 이렇게 에잇에잇 하면 돼!”

     

    마나로 생성한 붓으로 영혼의 도화지에 덧칠을 하자 고블린의 도화지가 복잡한 기계장치와 총포, 금화로 변질되었다.

     

    “헉, 그림 엄청 잘 그려!!”

    “이제 얘 어떻게 되나 볼래?”

    “볼래!!”

     

    우리가 풀어준 고블린은 저 아래에서 꼬물꼬물거리더니 호다닥 무리로 돌아갔다.

    여자를 범하고 개를 잡아먹는 전형적인 고블린의 꿈을 지니고 태어난 고블린은 더 이상 자신이 그런 행위로 쾌락을 느낄 수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반대로 고블린이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재화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금속을 가공, 복잡한 기계장치를 제조하는 순간이 되었다.

    하지만 그 꿈은 가진 게 많은 고블린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은 다른 고블린들의 습격으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었다.

    토종 고블린들은 대장간에 불을 지르고 밖으로 튀어나온 변종 고블린의 목을 딴 뒤, 대장간의 모든 물자를 들고 뛰쳐나가며 한껏 사치를 부렸다.

     

    “으앙, 변종이가 죽었어!!”

    “아니 이게 이렇게 되네…?”

    “이런 나라 필요 없어!”

     

    잔뜩 화가 난 티토소가를 급히 달랬다.

     

    “이건 변종을 하나만 만들어서 그래!”

    “여럿이면 달라져…?”

    “방금도 봤지? 수에서 밀리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이럴 땐 소인들의 영혼이 뭉친 집단무의식의 도화지를 고쳐서 그리면 돼!”

     

    고블린 여럿의 위를 톡톡 건드려서 영혼의 도화지를 꺼내는 과정을 반복, 생성된 도화지를 하나로 이어붙여서 거대한 도화지를 만든다.

    그 위에 다시금 같은 그림을 그리자, 고블린 부족 하나가 통째로 기계공학에 미친 공돌이 부족으로 변신하였다.

     

    “어때?”

    “으앙, 일만 대군이 몰려오고 있어!”

     

    사막 저편에서 강력한 무기와 부를 지닌 부족이 탄생했다는 소식에 워 챔피언 고블린을 배출한 챔피언 부족이 30개 부족을 병합하고 몰려왔다.

    난 티토도 몰려오는 애들 영혼을 콕콕 건드려서 그림을 그릴 줄 알았는데, 황당하게도 티토소가는 발을 들어서 쾅쾅 일만대군을 짓밟았다.

    당연히 침공하던 고블린들은 혼비백산하며 달아나기에 급급했다.

     

    “@#$”

    “^@#”

     

    고블린들이 기계장치로 만든 작은 공물을 재단에 올리고는 티토소가에게 바쳤다.

     

    “재밌당!”

    “그치?”

     

    방법은 달라도 티토소가가 재미에 들린 것처럼 보여서 한시름 놓았다.

    암흑마나를 다루는 내 옆에 붙어다녀서 그런지 거의 무저항으로 마나광에 암흑마나를 흡수해다가 발산하던 공포의 암흑소가가 원래의 티토소가로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야!

     

    “근데 그림은 안 그릴 거야? 이게 젤 재밌는데!”

    “힝. 그치만 잘 못 그리는걸.”

    “못 그려도 괜찮아. 도화지는 많은걸!”

    “그룬가?”

     

    티토소가가 자신없는 얼굴로 마나를 뭉쳐 붓을 형성하였다.

    다만, 아주 얇고 세밀한 묘사도 가능한 내 붓펜과 다르게 티토소가의 붓은 페인트를 왕창 묻혀서 벽을 칠해도 될 법한 페인트붓 사이즈가 됐다.

     

    “으앙, 덧칠 망했어. 도화지가 새하얘!”

    “침착하게 붓을 깎아봐!”

     

    마나량이 너무 많아서 세세한 제어가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신중하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메이드용 마나연공법을 전개하니 그런 티토소가도 72pt 크기의 글씨를 쓸 수 있는 크기의 붓을 깎아냈다.

    그런 커다란 붓으로 그릴 수 있는 그림은 그리 많지 않으나, 아무튼 그림을 그리는 게 어딘가.

    하얀 마나물감으로 죄다 새하얗게 만들어 백치고블린을 만든 것보다는 뭘 해도 나을 텐데!

    티토소가는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하늘에는 태양이 있고, 삼각형 모양의 집이 세워져 있으며, T자로 두 팔을 벌리고 이모티콘처럼 작위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5살 어린아이의 유치원 과제가 떠오르는 그림이 완성됐다.

     

    “~~~◎”

    “~~~◎@◎”

     

    날이 선 육식동물처럼 보이던 고블린들이 어느새 멍청한 얼굴로 태양을 바라보고 햇볕을 쬐며 일광욕을 즐기는 생물이 되었다.

    그림이 단순한 탓에 티토소가가 건드린 부족의 고블린들은 여전히 지능이 낮아 보였지만, 고블린들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

    [기도주문 – 폭염]

     

    고블린들이 태양신의 사제로 전직한 것이다!

    뜨거운 사막에서 더워를 싫어하지 않고 적극 반기는 미치광이 사제들은 사막의 모든 그림생명체가 두려워하는 태양광 테러리스트가 되었다.

    고블린이 두 팔을 번쩍 벌리고 폭염주문을 내리꽂을 때마다 그들의 적이 비명을 지르며 모래 속으로 숨거나 그늘을 향해 달리다가 지쳐 쓰러졌다.

    강대한 권능은 곧 부족 사이에서의 힘이 되었고, 최초의 사제는 사제장 겸 부족장이 되었다.

     

    “우와, 오크노디 얘들 좀 봐봐! 마을을 점령했어!”

     

    물론 거대한 우리들에게는 작고 하찮은 생명들의 싸움일 뿐이지만 여러모로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때? 스트레스가 확 풀리지?”

    “응응! 너무 좋아!”

    “여기 시간배율은 엄청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니까 한 번씩 놀러오면 쑥쑥 변해있을 거야. 다음에 또 같이 오자!”

    “응!”

    “그리고 나 없을 때는 여기에 오면 안 돼!”

    “왜애? 태양부족이 기계부족을 전멸시킬까 두려워?”

     

    기세등등한 티토소가네 부족을 쫄딱 망하게 해도 재밌겠지만, 그랬다가는 영원히 삐져버린 티토소가와 말도 붙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몹쓸 장난은 꾹 참으며 사실만 전했다.

     

    “그림계는 우리 말고도 영혼을 조각하는 영혼조각가들이 점령한 차원계인데, 나 없는 사이에 마주치면 티토소가의 영혼도 덧칠 당할지 모르거든!”

    “너무 무섭잖아!!”

    “같이 오면 괜찮아. 내가 더 강해!”

     

    열심히 달랜 덕분에 티토소가는 겨우 다음에도 같이 오기로 결심할 수 있었다.

    사실 티토소가가 아니어도 나는 꾸준히 들르고 있었던 차원계다.

    이 차원계는 일백차원 침공의 초기에 등장한다.

    1 대 100의 싸움의 초창기.

    이때 중간계, 정확히는 내게 우호적인 차원계의 전력이 나타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1 대 100이 아니라 2 대 99가 된다.

    한 번에 하나의 차원계가 침공함을 고려하면 2 대 1의 싸움을 99번 반복하는 셈이지!

     

    ‘여기서 도시도 지으면 티토소가도 파산한 도시는 깔끔하게 잊겠지!’

     

    티토소가네 가족이야 시예산까지 털어 넣은 채로 파산해서 잊을 수 없겠지만!

    그러고 보니 그 도시는 어느 차원계로 날아간 걸까?

    디트하르트 교수님이랑 이런저런 차원계를 넘나들면서 이 동네 차원계가 내가 알던 것과 같은지 검증도 하고 기능작도 하면서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적어도 내가 알던 차원계들은 모두 기억 속 그대로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어디든 고블린월드만 아니면 되겠지!’

     

    그림계 고블린들이 강해지면 그만큼 고블린월드의 고블린들도 강해지는 특수기믹이 있다.

    그래서 보통은 그림계 종족을 개량해서 인간으로 만들고 인간들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공략이 인기가 있는 편이지.

    세대 개량을 하면서 초록 인간쯤으로 고블린을 업그레이드하면 자연스럽게 인간종이 강해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고블린이 똑똑해지기까지 하니까 고블린월드의 생존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겠지만…

    디트하르트 교수님도 설마 도시 하나가 차원계로 증발하고 막 이런 시기에 그런 차원계에 들락거리고 그러겠어?

    에이, 설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일단은 다른 차원계에 있지만 미래가 불안한 교수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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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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