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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7

    <747 – 아무도 모르게(5)>

     

    디트하르트 교수가 고블린월드로 향하는 차원문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 모두와 함께 피난당한 장소는 사막도마뱀 차원계였다.

    고블린들의 실력증진으로 인한 억까로부터 당장은 안전권에 속해있는 것이다.

     

    용맥도 찾았다.

    차원관문 생성 에너지도 잔뜩 모으고 있다.

    하지만 지맥이 마른다는 표현도 있다.

     

    이미 같은 방법으로 학생들이 탈출했던 사막도마뱀 차원계는 용맥의 충전속도가 자연히 느려졌다.

    이는 억까에 노출될 시간이 장시간으로 늘어났음을 의미했다.

     

    한편, 비극은 고블린월드에서부터 시작됐다.

     

    “기술개발은너무즐거워고브.”

    “금속제련은내삶의행복이다고브.”

     

    언어를 깨우치고, 기술을 개발하고, 전문직 종사자가 늘어난다.

    마나를 오염시켜서 마나독으로 피지배종을 만들어 간편히 지배하고 군림해온 기존 고블린월드의 고블린들은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던 기술개발이 순전히 ‘재미’만으로 개척되는 순간.

    고블린들은 폭발적인 속도로 기술혁신과 개량을 경험하였다.

     

    흔히 엘프는 보수적이고 인간은 진보적이라 칭하는 이유를 인간의 짧은 수명 때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의견은 틀리지 않았다.

    짧은 인생,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인간들의 노력과 성장을 유발했고, 종족적 강인함을 지니지 못한 것이 기술개발로 이어졌다.

    마도공학.

    오늘날의 인류가 중간계에서 지배종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된 기술은 그렇게 개발되었다.

     

    그런데 만일, 인간보다 더 짧은 수명을 지닌 고블린들이 번식의 본능보다 더 강한 충동을 기술개발에서 느끼기 시작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고블린월드는 그런 화두에 답하듯이 무서운 속도로 마도공학을 발전시켰다.

     

    “마법진이빛난다고브!”

     

    실험실에서 마력 반응에 신이 나서 재료를 마구 투하하던 미치광이 고블린 과학자가 눈부신 섬광에 휩싸이더니, 부락 하나를 폭발구덩이로 전락시켰다.

    그러나 이 고블린이 튼튼한 금고에 남긴 기록은 폭발 속에서도 유일하게 남아있었고, 고블린들은 폭발에서 촉발되는 에너지를 토대로 기술티어를 한 단계 상승시켰다.

    상이한 속성이 서로 반발하며 일어나는 폭발을 무기에 담아내는 순간, 고블린은 중형종을 쓰러뜨릴 편리한 무기를 손에 넣었다.

     

    “주술사이제필요없다고브!”

    “폭발지팡이와함께라면무엇도두렵지않다고브!”

     

    존재 자체만으로 세상을 오염시키던 불결한 마나독의 종족 고블린은 종족특성을 개화시키던 고블린 주술사를 사살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얻었다.

    새롭게 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고블린 마도공학자는 주술사들의 주술에 대항할 더욱 강력한 기술이 필요했고, 기술은 한층 더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다.

     

    주술로 친화력을 올려 테이밍한 거대한 기승늑대를 부리는 고블린라이더에 대항하기 위해, 기술파 고블린들은 늑대에 버금가는 차량과 거대한 폭발지팡이를 설치했다.

    늑대들은 물려도 비명을 지르지 않고 폭발탄을 날리며 심지어는 자폭까지 하는 무시무시한 자폭전차 고블린라이더들 앞에서 깨갱 울며 달아났다.

    고블린 사회의 질서가 오크노디와 티토소가의 그림을 통해 대변혁을 이루었다.

     

    머지않아 세계가 반으로 나뉠 대전쟁이 벌어졌다.

    고블린의 기술로는 해치울 수 없는 거대종.

    거대종의 느린 발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전방위적인 자폭공학테러.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내전은 어느 날.

    그것은 운명처럼 고블린월드에 불시착했다.

    불의 정령계에서 재단영역을 초토화한 이후로도 차원 곳곳을 방랑하던 7위계급 유사비공정, 강력한 생명체들을 비공정의 새로운 생체병기로 개조하고자 떠돌아다니는 공중 지배자 에어오딜론Airodilon.

    뒤늦게 그 존재를 감지하고 분노한 정령왕의 공격에 반파된 비공정이 간신히 차원을 넘어 고블린월드로 도망친 것이다.

     

    [작동불가. 작동불가.]

     

    에어오딜론은 힘을 잃고 기능을 상실했지만, 이를 발견한 고블린들에게는 커다란 기술혁신의 기회가 되어주었다.

     

    “비공정기술을습득했다고브!”

    “차원도약장치가가동했다고브!”

     

    사람이 눈 한번 깜빡이는 사이에 중간계 어디선가 고블린 부락이 하나 탄생하는 이유가 고블린월드의 시간비율 때문이듯, 바깥차원이 평화롭게 잠깐의 시간이 흘러도 고블린월드에서는 대격변이 일어난다.

    지금까지 그 사실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이유는 고블린들이 주술사와 마나침식으로 날먹하며 살아왔기에 강해지려는 노력도, 특별한 힘도 거머쥐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간계의 온갖 속성의 마나퍼즐이 뒤죽박죽 다 섞인 자연마나 분포 또한 중간계에 날아온 고블린들 및 고블린주술사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허접잡졸로 전락, 고블린의 위험을 경시하게 되었다.

     

    “응? 차원폭발이 일어났던 영향인가. 또 다른 차원과 연결이 이루어지나 보군. 잘만 하면 중간계에 돌아가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겠어.”

    “저거, 어느 차원이랑 연결된 겁니까?”

    “차원 저편에서 새어나오는 마나로 보아서는 고블린월드 같기는 합니다만… 뭔가 이상하군요. 침식 비율이 너무 낮고, 거대종임을 감안해도 너무 큰 무언가가 진입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저게 뭐지?

    벌어진 차원의 구멍을 들여다보던 교수들의 눈에 밤하늘의 별빛처럼 작지만 또렷한 빛이 보였다.

    예쁘군.

    무덤덤하게 빛을 바라보던 교수들의 눈이 커졌다.

    어느 순간, 그들은 뒤돌아 달렸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정색하며 온 힘을 다해 도망치는 모습에 멀리서 지켜보던 교수들도 어어, 소리를 내며 덩달아 물러섰다.

    빠른 후퇴가 교수들의 목숨을 살렸다.

     

    투콰콰콰콰!

     

    고에너지 반응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는 초토화된 대지만이 남아있었다.

     

    ━━━

    에어오딜론 고브급 개조1식

    ━━━

     

    차원 간 이동이 가능한 비공정.

     

    “저거, 에어오딜론 아니야?”

    “아니 그보다 갑판 위의 저것들, 고블린이 맞아…?”

     

    눈이 흐릿하지 않다.

    불결한 침을 흘리지도 않는다.

    항상 내뿜는 마나독도 없다.

     

    “로버트 엘하임 교수가 격리했다던 미치광이 비공정이 왜 여기서 나와?”

    “고블린 따위가 무슨 수로 마석정제기술을 가지고 있지? 도대체 에너지원은 어디에 있는 거야?”

     

    마갑만 해도 마나를 끔찍하게 잡아먹는데 비공정은 비효율의 극치인 초소형골렘 마갑보다도 더한 비효율의 극단을 달리는 공중병기다.

    중간계의 최첨단 기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술력은 어떤 의미로 공포 그 자체였다.

     

    “아카데미의 기술력이 유출되었다면 저 정도의 기술발전도 이상할 건 없지.”

    “자네, 진심인가…? 로버트 엘하임 교수까지 아카데미를 배신했다고 보는 건가?”

    “생각해 보게. 강의 도중에 학생이 사고를 쳐서 비공정이 증발했다는 이야기가 믿기나?”

     

    변방파 교수들은 개수작이라고 여겼고, 제국파 교수들조차 코웃음을 쳤다.

     

    “심지어 그것도 <오크노디>가 저질렀다고 진술하더군. 견적이 나오지 않나?”

    “아아. 저것도 재단에 포섭된 스파이인가.”

    “어쩐지 7위계급 지배종 몬스터를 어디서 척척 잘도 잡아 오더라니.”

     

    괴수도감의 창시자를 선조로 둔 엘하임 가문의 막내로서 가문의 업을 이어왔던 로버트 엘하임의 노력은 한순간에 변절자의 이적행위로 치부되었다.

    이미 위어드 교수와 아발론에게 선빵을 맞았다고 여기는 교수들에게는 거침이 없었다.

     

    “오히려 잘됐어. 저거 타고 돌아가자고.”

    “포획해.”

     

    영역 4단계급 마나전개가 팔방에서 비공정을 맹렬히 엄습했다.

     

    ‘세계정복, 포기할까…?’

     

    황금의 마법소녀 아발론이 처참하게 갈려 나가는 비공정을 엿보며 오랜 꿈에 회의감을 느꼈다.

    비공정은 객관적으로 강했다.

    빔포가 한 번 쏘아질 때마다 4단계 마나영역이 찢겨지며 교수가 한 명씩 피를 토하며 마나역류를 겪고 있음을 보였다.

    압도적인 출력의 빔포가 영역을 찢어발기며 시전자에게 충격을 전달하기에 일어나는 현상!

     

    “퉤. 할 거 다 했냐?”

    “고브?!”

     

    피를 흘린 교수들의 손에서 각기 다른 대마법급 일격이 맺혔다.

     

    <교수 파이몬>

    <4단계 영역 – 분쇄영역>

     

    <교수 포르네우스>

    <4단계 영역 – 이간영역>

     

    <교수 아가레스>

    <4단계 영역 – 파괴영역>

     

    자연마나가 한시적으로 증발할 정도로 막대한 힘이 결집하니, 비공정이 출력을 지키지 못하고 대량의 마나가 유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공정이 추락할 처지에 놓이자 고블린들은 항해의 비결을 선보였다.

     

    <고블린 프리스트>

    <태양신의 기도술 – 번제>

     

    적대파벌의 고블린 주술사를 제물로 바쳐 막대한 태양의 힘을 불러오는 고블린 프리스트.

     

    “세상 참 말세군. 흑마법사들을 이용해 신앙을 갈취하는 악신이나 할법한 짓을 유일신이 저지르다니.”

     

    소실된 마나출력이 단숨에 쭉 올랐지만, 비결을 알아차린 시점에서 교수들의 흥미는 사라졌다.

    일제히 터져나가는 영역들이 비공정의 순간최대출력을 상회하는 위력으로 팔방에서 대마법방아진을 뚫고 갑판을 난도질했으니…

    야심차게 차원간 항행에 나선 고블린들은 그렇게 비공정 한 척을 쾌척하는 역대급 황금고블린 신세로 전락했다.

     

    “이 현상, 어떻게들 보시는가?”

    “최악이지. 번식력 하나만으로도 중간계에서 가장 많은 인간을 해쳐왔던 동패급 몬스터가 지혜와 기술을 손에 넣었다. 미개한 짐승들이 수인으로 격상되었던 종족진화의 기회가 저 같잖은 하등생물들에게도 찾아왔으니.”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중간계의 패권이 어찌 변하겠는가?”

     

    브론즈 교수가 불쑥 끼어들었다.

     

    “교장이 참 재밌어하겠지.”

    “…!”

     

    교장이 재미를 느낀다.

    그 시점에서 고블린의 진화는 교장이 원하는 결과가 된다.

    주간이벤트.

    매주 하나씩 세계에 닥쳐오는 거대한 변화.

    드래곤교장의 유희가 지성을 얻은 고블린들의 발전을 비호한다면, 그 시점에서 끝이다.

    고블린의 성장은 기정사실이 된다.

    인간 이상의 번식력을 지닌 것들이 그 탐욕을 기술개발에 온전에 투입하면 어디까지 위협적이 될 수 있는지 이 비공정이 알려주고 있다.

    태양신의 사제가 되어 넘쳐나는 동족들을 제물로 바쳐 비공정을 운용할 마나를 취득한다.

    마석 따위보다 경제적인 가성비를 고려하면 인류가 지닌 비공전력을 능가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세계멸망.

     

    이 순간, 교수들은 진지하게 그 가능성을 엿보았다.

     

    “아카데미 복귀를 미루지. 이견 있나?”

    “없습니다.”

    “저 꼴을 보고 막을 생각이 없으면 미친놈이지.”

     

    평민, 귀족, 악마.

    출신과 종족이 달라도 모든 교수가 동의했다.

    중간계의 지배종이 고블린이 되는 꼴은 용납할 수 없다.

    하등생물을 위에 두기 싫은 것도 원인이지만 가장 큰 원인은 따로 있다.

    고블린은 한 번 꽂힌 대상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보통은 살육과 여자가 그 대상이었다.

    그 자리를 신앙과 마도공학이 대체한 지금.

    밥 먹고 공부만 하는 미치광이들이 교수직까지 진출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올해 교수평가 상위 50위는 고블린 교수들이 모두 차지했군. 교수가 됐다고 거들먹거리면서 슬슬 놀 생각이나 했던 다른 종족 교수들은 반성하게.

    -특권은 거두었으니 자네들은 이제부터 평교사라네. 고블린 교수들의 교수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에는 불만없이 따르기를 바라네.

    -고브고브! 교수, 하루 24시간에서 22시간 연구한다! 2시간 강의한다! 피로는 제물 바쳐서 회복한다!

     

    수면도 오락도 휴식도 없이 연구와 공부에만 미친 놈들과의 정신 나간 무한경쟁!

     

    “저런 고블린은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돼.”

    “교장이 눈치채기 전인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얼른 가자고. 놈들이 연 차원통로가 무너지기 전에.”

     

    비공정을 탈취한 교수들이 고블린월드로 진입했다.

    오크노디도 설마 했던 교수들이 고블린월드에 들락거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휴식을 모르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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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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