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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8

    <748 – 아무도 모르게(6)>

     

    교수들이 집단으로 차원폭발에 휘말렸다는 소식은 아카데미에 남아있던 다른 교수들에게도 전해졌다.

     

    충격.

    공포.

    경악.

     

    교내의 분위기를 표현하자면 그런 단어보다 적절한 단어를 떠올릴 수 없었다.

     

    “재단, 재단은 교수들이 프릴 시에 모여들 것조차도 예측하고 차원폭발로 아카데미 교수들을 모조리 중간계 외부로 추방해 버린 것인가?!”

    “이번 작전에 동원된 교수들이 몇이나 되지?”

    “수십이 넘어.”

    “언더월드랑 북부전선에서 안 돌아오고 잠적할 기미가 보이는 조교들 잡으러 간 교수들은?”

    “…수십이 넘어.”

    “아카데미의 교수전력은 얼마나 남았지?”

    “50%도 안 되지.”

     

    교수들의 얼굴에 공포가 스쳤다.

    비교적 경력이 짧거나 온순한 교수들이 교내에 주로 남은 지금, 교수들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판도에 엄청난 공포심을 느꼈다.

    뭔가가 시작됐다.

    눈치채고 보니 어느새 너무나도 많은 교수가 아카데미 밖으로 빠졌다.

     

    “교수진의 추가외부파견을 실시하겠습니다.”

    “거, 너무 많이 빼는 거 아니냐?”

     

    남은 교수들을 싹싹 긁어모으다시피 한 교수회의에 대해적 엘 드라코가 찝찝한 기색을 드러냈다.

     

    “내 이런 회의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그런 내가 보기에도 교수가 너무 많이 줄었다. 아카데미 역사상 이렇게까지 교수가 많이 외부로 빠진 경우는 지금이 처음이지 않냐.”

    “지금만큼 많은 학생이 위기에 처한 것도 최초입니다. 삼대거악의 필두를 달리는 와이히엠하이 재단지부와의 전쟁에 졸업을 앞두지도 않은 학생들이 대거 동원됐습니다. <졸업과제>급의 미친 짓을 자발적으로 벌이는 학생들이 떼죽음을 당할 위기입니다.”

     

    마하바라타 교수의 말도 일리는 있다.

    오크노디의 영혼을 찢고 인격을 유린한 재단 이사장의 사악한 행보가 너무 많은 학생의 공분을 사고, 대단결을 이루도록 했다.

    항상 2학년 구역 한편에서 블라디미르 만세를 외치며 뱀파이어 학생을 쪽팔리게 만들던 종말교단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오크노디를 부러워하다가 갑자기 깨달은 번개강림 주문으로 우르릉쾅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소음공해 이동법을 터득한 카시아도 죄다 아카데미 밖으로 나갔다.

    제국 순혈귀족파 학생들이나 하급반 학생들, 오크노디와 일부 주변학생 정도만 남은 2학년 분위기는 엉망진창이다.

    말이 좋아 아카데미 내에 남아있지, 마음은 벌써 교외로 빠져나가서 재미난 소식이 들려오는 지역만 찾아다니고 있음이 빤히 보였다.

     

    “남은 학생들의 강의능률이 좋은 것도 아니고 강의태도가 극적으로 개선될 것도 아니라면, 결과적으로 981기 2년생 전체가 이 사태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정상적인 면학 분위기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기수 전체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사태를 어떻게든 매듭지어야만 합니다.”

    “그 대가가 기프트 아카데미의 전력 약화와 본토 침공이 될 수 있어도 말인가?”

     

    엘 드라코 교수의 물음에도 마하바라타 교수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판단, 틀리지 않았기만을 바라지.”

    “뭔 가오를 잡고 있어. 니들 수십 명 나가도 교내에는 ‘사다코’ 그 광년이 남아있는데.”

    “…”

     

    <피크닉으로 힐링하기> 강의로 저학년들에게 날먹을 노리는 게으른 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암습패턴에 대항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수.

    데모니카 교수의 면박에 엘 드라코 교수는 아니꼬운 얼굴로 그 면상을 노려봤다.

     

    “그 위어드 교수가 데려온 <아발론>이라는 편입생이 현재 실종 중이며 프릴 시 소멸직전, 아발론의 마력반응이 감지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냐?”

    “위어드 교수가 재단의 스파이다?”

    “그런 당연한 사실도 주지시켜야 할 정도로 머리가 안 돌아가나 보지? 데모니카 교수는 디에몬 교수 하위호환이라는 소문이 사실인가 본데.”

    “웃기는 소리.”

     

    데모니카의 얼굴에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어렸다.

     

    “대해적. 100년도 못 산 애송이는 모르겠지. 지금껏 아카데미에서 사망한 ‘교수’들의 시체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아카데미에 시체를 보관할 장소는 한 곳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그걸 본국이나 각 조직에 후송하지 않고 거기다가 몰빵한다고?”

    “멋대로 언데드로 되살려져서 개판을 치면 조직에 씻을 수 없는 누가 된다. 그래서 웃돈을 주고서라도 오히려 시체를 맡기지. <사다코의 카타콤>에.”

     

    그렇다.

    교내에 사다코 교수가 남아있다면, 이는 교수 한 명이 남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다코 교수의 지배하에 존재하는 모든 ‘교수들의 시체’가 언제라도 언데드로 부활할 수 있다.

    기프트 아카데미의 비상전력.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수천 명의 역대 교수들이 기프트 아카데미 카타콤의 가장 깊은 심처에 잠들어 있는 것이다.

    사다코 교수 본인의 전투력도 예사롭지 않건만, 교수급 전력까지 대거 동원할 때의 전력은 그 어떤 단일교수도 감히 능가할 수 없다.

     

    “진정하시지요, 엘 드라코 교수님. 교내에는 7위계 이상의 지배자급 몬스터를 다수 격리 보관하고 있는 로버트 엘하임 교수도 남아계시지 않습니까.”

    “실종된 교수들 사이에는 경력은 짧아도 차원마법에 정통한 디트하르트 교수도 있습니다. 분명 무사히들 돌아오실 겁니다.”

     

    다른 교수들도 그렇게 달래니, 엘 드라코 교수도 더는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학생들의 보호를 위해서 추가로 차출될 수밖에 없었다.

    어렵사리 교수들을 파견한 마하바라타 지도교수는 겨우 한시름을 덜었다.

     

    ‘이걸로 외부의 문제는 한결 덜었습니다만… 엘 드라코 교수의 말대로 아카데미 내부가 문제로군요.’

     

    사다코 교수가 교수들의 시체를 카타콤에 안치하고 있으며, 유사시에는 언데드로 그들을 부활할 수 있는 것까지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부활한 교수들이 순순히 아카데미에 협력할지는 반신반의였다.

     

    -살아서도 아카데미에 죽어라 굴려졌거늘, 죽어서도 충성을 바칠 리가 있겠냐!

    -허허허. 자네 설마 교장이 창조마법 시연식에서 실수로 삐끗한 초열마법에 불타 죽은 내게 교장을 위해 싸우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나 뒤진 사이에 내 논문을 제자가 지 이름으로 쳐냈는데 아카데미를 위해서 싸워달라고?? 난 오늘부터 재단의 앞잡이다, 이 망할 것들아!!

     

    살아계실 적 아카데미에 헌신적이었든, 반강제로 교수직을 이어 나갔든, 불우한 사고로 원큐에 골로 가셨든 하나같이 순순히 협력할지 의심스러운 교수들!

    카타콤의 교수 시체는 정말 최후의 최후에나 복권 긁는 심정으로 일으켜야 할 것들이지, 의존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니었다.

     

    “모든 재학생에게는 무기한 휴강을 선포하십시오. 오늘부터 기프트 아카데미는 전시체제로 돌입합니다.”

     

    마하바라타 교수는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

     

     

    * * *

     

     

    강의스케쥴이 붕 떴다.

    덕분에 티토소가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에 남은 다른 친구들도 할 일이 없기는 마찬가지가 되었다.

     

    “오크노디. 재단에서 공격해올까?”

    “몰?루”

    “이번에는… 이번에는 우리가 널 지켜줄게.”

    “고마워!”

    “저기, 이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나만 수련하고 있는 거 맞아…?”

    “모브는 허접이니까 하루도 쉬면 안 돼!”

    “…”

     

    최근 교수님들이나 아카데미를 나간 친구들이나 다들 뭔가 굉장히 바빠보인다.

    나도 실컷 놀러 다닐 때가 있어서 나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서운한 건 서운하다.

    진짜노디인 날 두고 가짜노디인 다크노디를 위해서 날 버려두고 밖으로 나가다니!

     

    “팔을 높이 들어.”

    “화염내성 필요해? 갑옷 뜨겁게 해줄까?”

    “섬광내성도 도와줄 수 있지롱!”

     

    모브의 훈련에 이래저래 참견하며 훈수를 두는 헤스티아와 로지니, 티토소가를 보며 나와의 우정을 끝까지 지킨 최정예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이런 기특한 친구들이 모브의 훈련을 눈으로만 보면서 근질거려서 훈수충으로 전직하게 만들 수는 없지!

     

    “있잖아, 다들 심심하지 않아?”

    “조금?”

    “한 번씩 응애랑 노니까 괜찮아.”

    “그림 그리기 재밌어!”

    “흐음. 많이 심심하면 선물 주려고 했는데!”

     

    산타클로스의 심정으로 그리 말하자 티토소가가 가장 먼저 관심을 보였다.

     

    “무슨 선물인데? 어제 우리 집에 보내준 고블린월드에서 건진 마도구 같은 거야?”

    “마도구보다 훨씬 좋은 거!”

    “그렇게 좋은 선물이 있어?”

     

    마법사인 로지니는 마도구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고성능 마도구는 마법사가 심혈을 기울여 발현하는 고위계 마법을 시동어구를 외우는 것만으로도 발동할 수 있는 개사기 아이템이다.

    전투에서 승패를 뒤집는 것은 물론이요, 전쟁의 국면을 뒤집을 수도 있다.

     

    “당연하지. 마도구는 한 번 쓰면 그만이지만 이 선물은 한 번 받으면 계속 쓸 수 있어!”

    “티토소가 조명대?”

    “으앙, 내 조명대 선물로 주지 마!”

     

    로지니가 큭큭 웃으며 농담이라고 티토소가를 열심히 달래주었다.

    두볼 가득 흑빵이 채워넣어진 티토소가가 우물우물 빵을 침으로 녹여먹고 있는 사이, 헤스티아가 두 손을 들고 기권했다.

     

    “모르겠어. 뭘 주려는 거야?”

     

    짜자잔.

    정답은…

     

    “경지 상승!”

     

    한 번 경지가 오르면 영구히 그 효력을 볼 수 있다.

    당연히 마도구보다 훨씬 더 좋지!

     

    “우리 경지를 올려준다고…?”

    “오크노디. 솔직히 내 성장은 정체기 같은데…?”

    “적염학파의 술식을 새로 연구하기도 빠듯해.”

    “애초에 이미 메이드용 마나연공법으로 충분히 성장하고 있어.”

     

    모브와 티토소가와 로지니와 헤스티아가 모두 떨떠름한 기색을 드러내었다.

    착실한 수련으로 성장치를 쌓아 올려야 정체된 경지를 넘어설 수 있음을 아는 훌륭한 모범생들다운 대답이었지만, 세상에는 모름지기 편법이라는 게 있다.

     

    “안 먹고 남겨둔 기믹들 다 몰아줄 거야!”

     

    강의도 없고 교수님도 없다.

    아카데미에 남은 기연들을 탈탈 털어먹기에 지금만큼 좋은 시기도 없지.

    밖에서 워낙에 많이 커서 쫌스럽게 모으고 다니기도 그래서 버려둔 기믹들이지만 친구들에게는 그런 작은 기연도 큰 힘이 될 거다.

     

    “왠지 불안한데… 하나만 예를 들어줄래?”

    “1학년 기숙사 사감선생님이 새로 구할 엘리자베스 2세를 훔쳐먹을 거야!”

    “오크노디가 재단에서 정말 호되게 당했네…”

    “1학년 때의 인성이 돌아온 기분이긴 하네.”

     

    모브와 로지니의 말에 어째서인지 티토소가와 헤스티아조차도 공감이 간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흥, 먹기 싫음 먹지 마! 싱 주면 돼!”

    “싱이 아카데미에 있었어?”

     

    앗. 말실수했당!

    공간의 틈새에 숨어있던 싱이 엄청나게 무서운 눈으로 나를 막 노려보았다.

     

    “싱? 걔 휴학한 거 아니야?”

    “특별훈련실에서 폐관수련 한 거 아니었어?”

    “4학년하고 칼부림하다가 죽었다는 소문도 있어!”

    “음? 의식하고 보니 뭔가 기감에 걸리는데.”

     

    헤스티아가 찝찝한 얼굴로 싱이 숨은 공간의 틈새를 정확하게 쳐다보았다.

    어쩔 수 없지.

    내 실수 때문에 들킨 거니까 한 번만 도와줄까?

     

    “그, 그게… 싱은 아니고 싱 누나가 왔어!”

    “…”

     

    허벅지가 드러나는 옆트임 차이나드레스 차림의 싱이 마지못해 모습을 드러내었다.

     

    “싱 누나 시아야!”

    “와… 짱 예쁘다!”

     

    티토소가가 박수까지 치며 칭찬하자 싱이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친구들도 못 알아볼 정도로 감쪽같은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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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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