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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8

        

       인공적인 신앙을 생산하는 장소.

       신앙을 양식하는 양식장.

         

       이곳은 아나엘을 위한 농장.

       인간이 가축이 되어버린 바다 밑의 밀실.

         

       이 연구소에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신앙이니 공포니 경외니 감정이니 하면서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려 하고 있었으며, 최대한 변수를 통제 가능한 방법만을 염두에 두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통제된 변수 속에서 완성된 신앙은 어디론가로 흘러갔고….

         

       그 ‘어딘가’는 바로 이 연구소의 주인이며 이 연구소에 모여있는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인 아나엘이겠지.

         

       이러한 방식은 박진성에게는 익숙한 것이었다.

         

       하나의 대상에 여럿의 숭배.

       불가해한 방식을 통해 해당 존재를 변질시키거나 승화시켜 특별한 힘을 부여하는 방법.

         

       우리는 그것을 이렇게 부른다.

         

       ‘주술.’

         

       주술이라고.

         

       ‘시야를 넓혀서 주술까지 끼웠더라면 눈에 띄게 진전이 있었을 것을, 그것을 배제하고 하였구나.’

         

       하지만 이들의 접근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진전은 느릴지언정 이들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 보이긴 했으니까.

         

       쓰레기장에서 시체를 사용했던 방식도 그렇고, 이들의 고문이나 세뇌 방식이 점점 어떤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는 듯한 경향도 그렇고, 아마 이들은 결국에는 주술을 도입했을 때와 비슷하게 결국 목적지에 다다르긴 했을 것이다.

       물론 어마어마하게 많은 숫자의 ‘샘플’을 사용해서 말이다.

         

       ‘오히려 일부러였을지도 모르지.’

         

       아니, 어쩌면 이들은 알면서도 주술을 사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들의 연구에 걸맞은 주술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며, 굳이 구하겠답시고 주술을 구하러 다닌다거나 주술사와 접촉하기라도 했다가 만약 일이 잘못되어서 이 시설을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렇다면 아마 제 일 아니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주술사들이라고 할지라도 이 광경을 본다면 손을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거대한 것은 그보다 작은 것을 함의하는 법이요, 만약 이들의 거창한 뜻이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이들은 이 잔혹한 연구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니까.

         

       그리고 구하고 나서도 문제다.

         

       주술이라는 것은 변수가 많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변수 덩어리나 다름이 없다. 물론 오직 한 사람만 알고 한 사람만 사용한다면 그 변수를 어찌어찌 통제할 수야 있겠지만….

         

       그게 되겠는가?

         

       잊혔다 싶은 주술조차도 어디 집안 창고에서, 집안 대대로 내려져 온 방법이라면서 사용하는 이들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정말 세월 속에서 완전히 잊혔거나, 맥이 정말 완전히 끊겨버리지 않은 이상에야 암암리에 이어지거나 잠들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이야기다.

         

       박진성도 족히 천 년 이상 묻혀있었을 유적에서 발견한 주술을 발견했어도 그것이 오직 자신만의 것이라 자신하지는 못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주술을 썼다가 상상 이상의 거대한 대가를 받고 몸 어딘가가 크게 상했던 적이 여러 번이었기에.

         

       그렇기에 주술은 변수 그 자체의 힘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주술의 대가가 어떨지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까.

       이 넓은 세상에서 누가 이 주술을 알고 있을지, 누가 이 주술을 사용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연구소에서 주술을 구하는 이들이 변수를 통제한다?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게 그렇게 쉽게 가능한 것이었다면 주술의 ‘대가’에 대한 이야기는 진작 세상에 퍼지게 되었으리라.

       주술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그 대가의 총량이 늘어나고, 사용하는 사람마다 그 총량 안에서의 임의의 양만큼을 대가로 지불하게 된다는 진실이 말이다.

         

       통제를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아니지. 혹시 모르지. 절대적인 인구의 숫자를 줄어들게 만들고, 사람들 하나하나를 감시하거나 통제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불안불안하지만, 어찌 통제할 수도.’

         

       그래.

       통제를 위해서는 변수가 줄어들어야 하고, 변수가 줄어들기 위해서는 변수를 일으킬 수 있는 존재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간편하다.

         

       질병이나 기근, 전쟁 등의 방법이라면….

         

       ‘…흠.’

         

       질병.

       기근.

       전쟁….

         

       ‘전쟁…?’

         

       전쟁, 전쟁, 전쟁이라.

         

       가벼운 전쟁이 아닌, 지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인류의 숫자를 어마어마하게 줄일 수 있는.

       그러한 거대한….

         

       ‘세계대전.’

         

       …

       …

       …

         

       ‘흐음.’

         

       3차 세계대전은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뒤섞이며 벌어진 일이다.

       그렇기에 시간을 되돌아왔음에도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그저 전쟁이 벌어지면 이득을 얻을 계획만을 짠 것이다.

       그런데 이 3차 세계대전에 한 인공지능이 끼어있다….

         

       ‘전쟁을 일으킬 수준은 절대로 되지 못하지만….’

         

       그래.

       인공지능 하나의 수작으로 전쟁이 벌어질 만큼 세상이 만만하지는 않다.

       때가 맞지 않으면 미국 대통령의 머리가 날아가도 평화로울 것이요, 때가 맞았다면 축구 경기에서 패배했다는 어이없는 이유로도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이 전쟁이라.

         

       ‘기여는 했을 수도 있겠군….’

         

       하지만 밥상에 수저를 올리는 것, 이미 만들어진 식사를 같이 퍼먹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먹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음식이겠지.

         

       ‘아마 언제고 이들은 주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으리라.’

         

       이곳을 둘러보면서 본 내용들을 본다면 이들은 철저하게 과학적인 관점에서 신앙에 접근하면서도 묘하게 겉을 맴돌고만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 이곳의 연구원들 역시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테고, 아마 언제고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 막힌 벽을 뚫으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막힌 벽을 뚫는 방법이 ‘주술’이라는 사실 역시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것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겠지.

         

       ‘하지만 자신들이 직접 구하러 다닐 수는 없었을 터.’

         

       어떠한 물건이 필요하다면 그 물건을 파는 곳에 가서 달라고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

         

       하지만 주술은 비매품(非賣品)에 속하는 것이다.

         

       ‘주술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주술사는 자신들과 협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어중이떠중이 주술 중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나올 것이라고 낙관하기에는 확률이 너무 낮다. 그렇다면 주술을 많이 보관하고 있는 곳이나, 주술을 장려하고 있는 단체와 접촉을 해야 할 터인데-‘

         

       주술을 많이 보관하는 곳.

       주술의 연구를 장려하고 있는 곳.

         

       박진성은 그곳을 알고 있다.

         

       안다 뿐이랴?

       시도 때도 없이 마주치고, 마찰이 생기고, 싸우고.

       치가 떨릴 정도로 얽힌 악연이다.

         

       ‘중국.’

         

       세계 곳곳에 사람을 보내서 주술을 수집하고, 대한민국처럼 주술이 박살이 났지만, 세계 곳곳에서 주술을 긁어모아 그 공백을 채우려 들며, 국가 단위에서 유적을 탐사하게 하면서 주술과 유물, 주물을 싹쓸이해가는 전 세계 인구수 1위의 바로 국가.

         

       ‘중국은 이 연구소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어떠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는지 눈치를 채도 크게 개의치 않을 터.’

         

       중국은 이 연구소가 가지고 있는 윤리적, 도덕적인 문제에 얽매이지 않는 파트너다.

       당장 자국민들로 생체실험을 할 뿐만이 아니라, 전쟁을 벌인 후에는 인종청소와 인종 개량을 국가에서 장려하기까지 한 나라인데…. 고작 사람을 재료로 쓰는 것 정도에 크게 난리를 칠 리가 있겠는가?

       오히려 불순분자들을 실험재료로 보내는 등의 도움을 줬으면 줬지, 이들이 실험하지 못하게 방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중국은 생명공학 쪽이 발전했는데, 그것 역시 이 연구소와 시너지를 낼 수도 있고.’

         

       농장에서도 한 품종을 기르는 것이 가장 관리하기 편하지 않던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관리가 편한 쪽으로 가는 것이 옳다.

       그리고 개체마다 어마어마한 변수를 품고 있으며, 그 통제조차 쉽지 않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단 하나로 통일할 수 있다면-

       아주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파헤치고 손쉽게 통제할 수 있다면.

         

       그게 가능만 하다면 연구소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호하며 협력하겠다 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변수 통제뿐만이 아니지. 안정적인 공급까지 가능하다는 이야기니까.’

         

       거기에 더해, 궁극적인 목표가 아나엘과 관련된 것이라지만 그 목표까지 닿기 위한 연구는 사람의 감정을 통제하거나 세뇌하거나, 효율적으로 고문하는 방법 등의 사람과 관련된 것이지 않던가?

       이는 연구소로서는 공개할 수 있다면 공개해도 상관없는 내용이다.

       이것은 이들의 목표가 아니라 그저 목표로 향하는 길에 찍히는 발자국과도 같은 것이니까.

       그저 발자국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면 굳이 내용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터.

         

       ‘물론 목적은 숨겨야 하겠지. 아나엘이니 신앙이니 하는 내용마저 공개했다가는 그 중국이 연구소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을 터이니.’

         

       윤곽이 뚜렷해지는 느낌이다.

       생각할수록 확신이 생기고, 귓가에 별들이 네 생각이 맞았다면서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중국, 중국이라.’

         

       지금까지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

       중국과 연관이 있으리라는 것 역시 박진성의 억측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억측일지라도 그의 직감이 말한다.

       아마 분명히 그러했을 것이라고.

       네 억측이 전부 맞지는 않을 수는 있어도, 분명히 이 연구소는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연구에 협력하는 등의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하지만 직감이 말해주고 있다. 그것뿐만은 아니라고.’

         

       그렇다면 무엇인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 말고도, 대체 무엇이 이 연구소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대체 어떠한 것이 그의 영감을 자극하는가?

         

       박진성은 기대를 품은 채 영체를 움직였다.

         

       그 어떠한 장소보다도 두꺼운 벽으로 가려져 있는 장소로.

         

         

         

        * * *

         

         

         

       HELLO

       YOU

       ARE

       WEL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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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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