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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8

       748화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22)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40일 차

        현재 위치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나는 뱀 중의 뱀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몸이 옴짝달싹 하지 않는다.

         

       “보라.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뱀과 전갈을 밟고, 원수의 모든 힘을 억누르는 권한을 주었다.”

         

       유산조차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제, 아무것도 우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진짜 이건 답이 없네.   

       차라리 아예 모르는 힘이면 헛된 발악이라도 했을 텐데, 어렴풋이 아니까 더 답이 없어.

       

       과거, 나 역시 사용해 본 적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꿈속의 사람이 신과 같다면, 진실로 위대한 자에게는 현실조차 꿈과 같으리!

         

       이와 같은 이치의 궁극에 도달한 권능.

         

       운명을 조율하는 힘.

       말로써 이치를 강제하는 힘.

       끓어오르는 가능성을 좁히는 힘.

       요동치는 현실을 규율하는 힘.

         

       …

         

       화신의 서로 저항해?

       마도서의 창조자인 태어나지 못한 자 본인부터가 저 힘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는데?

         

       아까 떠올렸던 고민을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화신의 서, 그 세 번째 문장은 ‘어떻게 해야 신이 될 수 있는가?’라는 고민에 대한 답이다.

       ‘신이 된 후 그 힘을 어떻게 쓰는가?’에 해당하는 부분은 내가 별도로 찾아내야 한다.

         

       저 힘이 대표적인 예시였다.

       신이 되기 위한 방법론이 아니라, 신이 된 자가 쓰는 힘.

         

       필멸자의 마법 따위가 아니다.

       위대한 자에게만 허락된 힘이다.

         

       단언컨대, 눈앞의 여덟 날개의 천사도 자력으로 쓸 수 없어.   

       성운의 용의 도움을 받은 후에야 말로써 세상을 강제할 수 있던 나처럼, 상대 역시 여명의 아들이 있기에 쓸 수 있겠지.

         

       그러면, 이대로 끝인 건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끝?

       아리가 알아서 탈출하길 기도하면서?

         

       이런 건 내 취향이 아니야.

         

       뭔가, 더 해볼 만한 일이 –

         

       “…”

         

       불현듯 스쳐 가는 상념.

         

       상대를 처음 만났을 때, ‘살짝 익숙한 느낌이 든다’라고 느꼈지.

       여러 번은 아니고, 딱 한 번 정도 흐릿하게 본 적 있다고도 생각했어.

         

       전신이 으스러질 듯한 고통 속에서 억지로 고개를 들었다.

       여덟 장의 날개를 자랑하는 천사의 용모를 유심히 살폈다.

         

       곧, 상대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승엽이의 꿈속에서 보았던 그 소녀.

         

       1을 깨달으니, 자연스럽게 2가 떠오른다.

       2를 인지하자, 당연히 3을 알아차렸다.

         

       이것이야말로 통찰의 본질!

       

       덕분에 내게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았음을 알았다.

         

       우선은 어떻게든 견뎌보자.

       아무리 강한 천사라 해도 위대한 자가 아닌 이상, 저 힘을 쓰는 데 한계가 있을 거야.

         

       견뎌내는 데 성공하면…

         

       승엽아, 형이 네 도움 한 번만 받을게.

         

       *

       – 김아리

         

       이곳은 날 제외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학교.

         

       분명 그랬을 텐데…

         

       — 따각!

         

       섬뜩한 분위기.

       발소리가 울려 퍼지는 게 은근히 신경 쓰여.

         

       게다가, 계속해서 시선이 느껴져.

       누군가 허기진 눈길을 내게 보내고 있다.

         

       “…”

         

       누구야? 누가 날 보고 있는 거지?

       하나가 아닌, 복수의 시선인 것 같아.

         

       영혼의 격이 오르며 점차 초능력에 가까워진 영감 혹은 육감 그리고 이에 더해진 오래된 피의 권능.

         

       덕분에 시선 자체는 느낄 수 있는데, 그게 전부였다.

       누가, 어디서 보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1층 복도에 도착.

         

       “얍!”

         

       — 드르륵!

         

       나름대로 ‘번쩍!’하는 속도로 움직여 교무실 문을 확 열어봤다.

         

       하지만, 교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느 학교에나 흔히 있을법한 사무용 가구들과 꺼진 컴퓨터, 어지럽게 흩어진 문서들이 있을 뿐.

         

       혹시나 해서 문서 몇 장을 훑어봤지만, 그냥 평범한 학교 행정 관련 서류들이다.

       내용상의 특이점은 찾을 수 없었다.

       

       굳이 따지면, 관리 없이 수십 년이 흐른 학교 내부가 이렇게 멀쩡하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특이하겠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탐색.

       교무실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여러 교실은 물론, 화장실까지 열어봤다.

         

       아무것도 없다.

       존재하는 건 나와 날 관찰하는 섬뜩한 시선뿐이다.

         

       종말 전에 미로와 가인이는 여기서 뭘 봤던 거야?

         

       아니, 시간대여기 가인아!

       상태창에 이것저것 적을 시간이 있으면, 멋진 신세계에 뭐가 있는지도 자세히 적었으면 서로 편하잖아.

         

       뭐, 짐작은 해.

         

       종말 전엔 관리국 직원들이 이 시설을 관리했을 때니, 여기저기 직원들이 돌아다녔겠지.

       당시의 미로와 가인이는 지금의 나처럼 학교를 하염없이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을 거야.

         

       직원 하나 붙잡아서 심문해서 이것저것 알아내던 도중에 세상이 망하지 않았을까?

         

       “하아…”

         

       가볍게 한숨을 토하며 벽에 기대는 시점.

         

       처음으로 무언가를 느꼈다.

       영혼이 얼어붙을 것만 같은 강렬한 시선이 ‘등 뒤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긴장감을 느끼며 돌아서니, 콘크리트 벽이 보였다.

         

       “… 벽이라.”

         

       이게 정말 벽일까?

       벽처럼 보이는 다른 거 아니야?

         

       슬쩍 벽을 만져보니 말 그대로 모골이 송연해졌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악의가 벽 너머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럴 때면 가인이의 축복이 너무 부러워.

       나도 의문이 생길 때마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

         

       약해지지 말자.

       언제는 뭐, 누구에게 조언 구하면서 살았어?

         

       나는 침묵하는 자다.

       세상을 지탱하는 관리국의 수뇌이며, 조언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조언을 하는 사람이다.

         

       내 판단대로 하면 그만이지!

         

       곧, 불길한 위광을 뿜어내는 검붉은 다면체가 나타났다.

         

       — 쩌어억!

         

       단박에 두꺼운 콘크리트 벽에 내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틈이 열렸다.

         

       외부에서 보면 벽 너머의 공간이래 봐야 어린애가 걸어 다니기도 힘든 정도여야 한다.

       그런데, 벽 너머에는 ‘아주 넓은’ 공간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이 세상에서 물리법칙이란 참으로 허망한 것 중 하나였다.

         

       “…”

         

       조심스레 벽 너머로 내디딘 발걸음.

         

       그리고…

         

       관측소에서 승엽이를 관측할 때마다 봤던 것들의 실체를 발견했다.

         

       조명 하나 없는 어두운 장소.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기이한 형상.

       우두커니 서성이는 불길한 존재들.

         

       하나같이 의자에 속박된 채, 까마득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

         

       많은 것을 이해했다.

       이곳은 학교가 아니었던 것.

         

       학교가 아니라 영화관.

       멋진 신세계는 영화 속 세상이었다.

         

       사람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혼돈에서 태어난 마귀들을 위한 영화.

         

       …

         

       위대한 자가 멋진 신세계를 파괴하지 못한 이유는 지극히 간단했다.

         

       영화관의 파괴란 곧 영화의 끝.

       영화가 끝나면, 관객은 다시금 세상 밖으로 나온다.

         

       여명의 아들은 이것을 바라지 않았을 뿐이다.

         

       …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아주 긴 시간이었다.

       혹은, 관객들에겐 고작해야 2시간 내외였을지도 모르지.

         

       영화 한 편의 길이란 고작해야 그 정도니까 말이다.

         

       나는 마귀들을 위한 영화 속 유일한 배우가 되었다.

         

       다행히도, 영화에는 끝이 있었다.

       

         

       ***

       

       — 유소연

         

       고요함이 찾아온 황량한 평원.

         

       사방에 천사들의 시체가 가득했는데, 신기하게도 악취가 아니라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

       아버님께서 빚어내신 천사들은 죽은 후에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 때문이야.

         

       솔직히 이건 좀 특이한 취향 아닐까?

         

       어쨌든, 싸움은 끝났어. 끝난 것 맞지?

       

       분명 상대를 흔적도 없이 으스러트리긴 했는데…

         

       미묘한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차.

         

       ‘…’

         

       “어라? 정말인가요?”

         

       명령이 내려졌다.

       아까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학교로 들여보냈던 여자애.

         

       그 애를 다시 가서 죽이라는 명령.

         

       “으엣! 아버님, 아까는 그냥 두셨으면서 왜 지금은 죽이라고 -”

         

       살짝 불평하다가 깨달았다.

       사실, 아버님은 진작부터 뱀을 죽이라고 명령하셨지.

         

       첫 번째 삶을 시작한 천사의 영혼을 확인하고, 축복받지 못한 뱀이라면 즉시 죽여라.

         

       이는 낙원의 시작과 함께 모든 천사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아버님이 딱히 모순된 명령을 내린 게 아니야.

       그분은 항상 뱀을 죽이라고 명령하셨는데, 아까는 내가 무시했을 뿐이지.

         

       나, 진짜 말 안 듣는 아이구나?

       이래서 아스테어가 맨날 나한테 잔소리하는 거야.

         

       으읏, 나도 알고 있다구!

         

       “… 죄송합니다!”

         

       종종 이런 생각을 해.

         

       나처럼 말 듣지 않는 천사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버님이 우릴 사랑하신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분이 마음먹었다면, 내가 지금처럼 멋대로 행동하는 일은 있을 수 없을 테니까.

         

       그러니까, 지금의 나 역시 어떤 의미에선 아버님의 뜻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해.

         

       천지창조의 순간, 아버님께서 세상에 고하셨지.

       ‘너희가 원하는 바를 행하라’고 말이야.

         

       나는 내가 원하는 바를 행했을 뿐이다.

         

       어쨌든, 이번엔 아버님의 명령을 따르는 게 좋겠어.

         

       학교로 가자.

       가서, 솔직히 부러울 정도로 예뻤던 여자애를 죽이자.

         

       여기까지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려는 시점.

         

       — 푸드득!

         

       어디선가 날개가 퍼덕이는 소리를 들었다.

       시체들 사이에 살아있던 천사 몇몇이 있었나? 하면서 고개를 돌렸을 때 –

         

       싱그럽게 웃는 아름다운 소년, 이제 막 날개가 돋아난 어린 천사.

         

       아니지, 아니야!

       천사가 아니라 천사의 몸을 빼앗은 뱀 중의 뱀이다.

         

       “너, 살아있었어?”

         

       아까 죽이면서도 살짝 꺼림칙하긴 했는데, 이런 재주가 남아있을 줄이야!

       몸을 으스러트려도 죽지 않는 건 너무한 것 아니야?

         

       흥! 그래봐야 내가 더 강해.

       이미 온전한 상태로 붙어서 내가 이겼는걸?

         

       더 이상 신언의 힘을 쓸 수는 없었지만, 그게 아니라도 능히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손을 들어 올린 순간 –

         

       – 이상한 말이 들려왔다.

         

       “소, 소연아!”

       “…!”

         

       전혀 다른 용모, 그러나 너무나 익숙한 말투.

       심지어 어딘가 자신감 없는 몸짓과 살짝 위축된 자세까지 똑같아.

         

       놀라서, 너무 놀라서 전신이 딱 굳었다.

         

       “오래전부터 어, 너, 널 좋아했어! 그, 그래서 -”

         

       대사까지 완전히 똑같다.

       마치, 그가 내게 고백했던 순간을 직접 보기라도 한 것처럼.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내 마음을 잠식해 간다.

       깊은 곳에 감추어 둔 소중한 추억을 교활하기 그지없는 사악한 뱀이 능멸하다니!

         

       “너!”

         

       태산을 무너트릴 위력의 번개로 단박에 상대를 불사르려는 순간.

         

       소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찔하게도, 지금의 웃음과 행동조차 내가 아는 소년의 모습과 너무 닮아있었다.

         

       “왜 이리 화가 났어?”

       “…”

         

       강렬한 직감.

         

       상대와 더 대화해선 안 된다.

       저자는 뱀 중의 뱀이요, 교활하기 그지없는 악마.

         

       말 한마디 나누는 것조차 위험하다.

       두말하지 않고 벼락으로 지져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해!

         

       하지만, 50년은 너무 길었다.

         

       “아, 혹시 날 보고 누군가를 떠올린 거야?”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뭐? 아, 어떻게 ‘승엽이’를 아냐고?”

       “…”

       “하하! 잘 알지! 어떻게 모르겠어? 내 소중한 동료인데?”

       “거짓말하지 마.”

       “거짓말이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

       “아닐걸? 지금 내가 꽤 승엽이를 잘 흉내 내고 있지 않아? 직접 만나본 사람처럼 말이야.”

         

       더 대화하면 안 돼!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손을 들어 올린다.

       지금 내 힘이라면, 저자를 손짓 한 번에 흔적도 없이 불사를 수 있었다.

         

       상대에게 일말의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내가 그의 말을 거부하지 못할 줄 확신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나는 네가 모르는 사실도 하나 알고 있지.”

       “…”

       “아, 실은 알고 있어? 내심 짐작했다거나?”

       “너 -”

       “천지창조의 순간, 네가 모시는 신은 계시를 내렸다. 뱀을 살려두지 말라고.”

       “…”

       “또, 어쩌면 네게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르지. 새롭게 태어날 세상에서 이별이란 없단다. 죽음조차 끝이 아니니, 끊어진 인연은 때가 되면 다시 이어지리라.”

         

       부정할 수 없었다.

       둘 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천지창조 이후 시간이 얼마나 지났어? 난 정확히 모르는데, 몇십 년은 흘렀을 것 같아.”

       “… 57년.”

       “으앗! 긴데? 57년이나 승엽이가 다시 태어나지 않은 거야?”

        “…”

       “이유가 뭘까? 이제는 너도 짐작하지?”

       “…”

       “그는 뱀이야. 나처럼, 네 아버지가 부정한 대적이지. 그러니 네가 아는 낙원의 이치가 정상적으로 통하지 않아.”

       “거, 거짓말을-”

       “정말 거짓말 같아? 진실 탐지 능력 그런 거 없나? 없다면 너 스스로 생각해 봐. 왜 승엽이만 몇십 년이 지나도 환생하지 못할까? 나는 어떻게 승엽이에 대해 이렇게 잘 알지?”

         

       슬프게도, 내게는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

       아버님께서 낙원 최후의 수호자인 내게 내리신 권능.

         

       그 권능이 속삭인다.

       뱀 중의 뱀이 진실을 고하고 있다고 말이다.

         

       때로는 진실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법이었다.

         

       아찔함을 느끼며 휘청였을 때, 뱀 중의 뱀이 말투를 바꾸어 속삭였다.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천사님. 한번 당신이 모시는 신께 직접 물어보시지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사특한 뱀의 말이 거짓이기를, 이 교활한 자의 속삭임을 아버님이 가볍게 논파해 주시기를!

         

       .

       ..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하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 해야…!”

         

       천상에 계신 아버지는 대답이 없으시다.

       

       반면, 지상을 기는 마귀는 너무나 친절했다.

         

       “여명의 아들이 네게 무엇을 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히 답해주지. 그의 뜻을 따르면 네 사랑은 영원히 돌아올 수 없어.”

       “어,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보고 어쩌라고 -”

       “고민할 필요가 있나? 네 신이 너희에게 항상 강조했던 단 하나의 규율이 있을 텐데.”

         

       뱀 중의 뱀이 말한다.

       내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단 하나의 경구를 말이다.

         

       “네가 원하는 바를 행하라.”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그 답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

       …

         

       — 쿠궁!

         

       천지가 요동치는 굉음이 울려 퍼진다.

       마치,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해 온 모든 것이 다시금 무로 돌아가는 것처럼!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며 전방을 보았을 때 – 뱀 중의 뱀이 하늘을 보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어떤 의미에선 지극히 감탄한 것 같았다.

         

       “대단하군! 여차하면 천사의 자아를 빼앗아서 강제로 움직일 줄 알았는데! 하하,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았어?”

       “무슨… 무슨 말을 -”

         

       다음 말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시종일관 냉소적이었던 뱀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존중 혹은 경외가 섞여 있음을 알았다.

         

       “네가 원하는 바를 행하라.”

       “뭐?”

       “당신의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본인이 세운 신념과 이상, 율법을 스스로 깨트리느니, 우리와 한 판 더 놀아보기로 하셨다.”

       “그게 무슨 -”

       “그 선택이 그의 위대함을 증거한다. 그러므로 나 역시 기꺼이 한 판 더 놀아보겠다.”

         

       — 쿠궁!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최후의 순간, 나는 여덟 날개의 천사이자 낙원 최후의 수호자가 아니었다.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려 낙원을 지켜내지 못한 어리석고 나약한 천사였다.

         

       “아… 아버지…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제가, 제가 -”

         

       ‘… 눈물을 닦거라…’

         

       “아, 아버지?”

         

       ‘… 자유를 주었으니, 네게는 그 어떤 잘못도 없느니라. 죄 없는 이가 왜 눈물 흘린단 말이냐?…’

         

       아버님의 사랑을 느꼈다.

       허나, 다음 말은 내 이해를 넘어서 있었다.

         

       ‘… 다음번에는, 네가 잘못할 가능성조차 없을 것이니라…’

         

       — 쿠궁!

         

       세상이 붕괴한다.

       만물이 공허로 돌아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리라.

         

       *

       「당신은 탈출했습니다!」

       *

         

       – 박승엽

         

       .

       ..

       …

         

       “흐앗!”

         

       띵~ 한 두통을 느끼며 기상!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주변을 돌아보니, 이젠 익숙해진 3층 풍경이 보였다.

         

       “역시 탈출 성공!”

         

       하핫! 이거지!

       형이랑 누나들 믿었다니까?

         

       나는 음, 최초의 소원을 자각하지도 못하고 당하긴 했지만….

         

       에잇! 까놓고 말해서 내가 별거 못 하고 죽은 게 한두 번인가?

         

       어차피 우리 팀의 메인 딜러는 나 아니야.

       

       이런 느낌으로 기쁘게 웃으며 일어섰을 때.

         

       “하하, 가인 형. 이번에도 분명 형이 – 어?”

         

       가인 형이 날 뚫어져라 보고 있음을 알았다.

         

       “형?”

       “…”

       “형? 왜 그래요?”

         

       형의 다음 말은 당황스러웠다.

         

       “… 대단한 녀석.”

       “예?”

       “이제부터 다시 들어갈 때까지 내가 널 형이라고 부를게.”

       “예? 예?”

       “아아… 이게 소문으로만 들어본 알파메일 형님인가? 날개달린 천사조차 거부할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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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aping the Mystery Hotel

Escaping the Mystery Hotel

EMH 괴담 호텔 탈출기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When Han Kain woke up, he and several other people were inside a mysterious hotel with different rules and different expectations.

Going into each hotel room threw them into other worlds and scenarios where they must brace death at times to escape or lift the curse of the individual rooms for a chance to bring everyone that died during the process back to life.

Using their blessings that were given at the time of entry, they have to weave their way through the rooms while sometimes sacrificing themselves for a higher likelihood of success.

* Very little horror; more of a thr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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