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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9

    <749 – 아무도 모르게(7)>

     

    티토소가는 새로운 언니가 생겼다는 사실이 그리도 신이 났는지, 싱의 곁을 맴돌며 하루종일 재잘재잘 말을 걸어댔다.

     

    “싱은 원래부터 과묵했어요?”

    “태어날 때부터 응애응애 대신에 검 내놔. 라고 했다는 소문 진짜예요?”

    “싱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검 휘두른 횟수 다 합치면 지젤 아저씨 포인트보다 많아요?”

    “언니도 밤에 불 끄고 싶으면 비명 지르고는 놀란 동생이 달려오면 불 끄고 가라고 했어요? 저희 언니도 그랬는데 완전 나빴어. 그쵸?”

    “흑빵 먹어봤어요? 언니는 엄청 비싼 음식 말고는 안 먹어보셨을 것 같아요!”

    “혹시 주홍색 조명 좋아하세요? 제가 아끼는 색인데 언니한테는 특별히 틀어드릴게요! 이거 틀면 밤에 잠이 잘 와요!”

    “근데 언니도 아카데미 재학생이에요? 아니면 학부모 참관에 대신 오신 거예요? 혹시 언니 결혼도 하셨어요? 남자는 어떻게 만나요?”

     

    끝없이 이어지는 티토소가의 질문공세에 참다못한 싱이 검을 들어서 바닥에 글씨를 새겼다.

     

    [나 말 못 해]

    “헉!! 죄송해요 언니!! 제가 언니 몫까지 두 배로 말할게요!!”

    “…”

     

    티토소가가 원치 않는 호의를 잔뜩 베푸는 사이에도 오크노디와 친구들은 기믹 쓸어담기를 위해 교내를 샅샅이 뒤지며 돌아다녔다.

     

    “파이몬 교수님은 키가 작아서 단상에 자동으로 키높이 조절이 되는 <높이조절의 발판>을 설치해두는데 이걸 뜯어가면 절벽도 넘나들 수 있는 이동템으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어요! 이건 저주갑옷 입어서 몸이 느린 모브가 써!”

    “수수하게 나쁘네… 교수님이 불쌍한 건 둘째 치고 그런 짓을 해버리다가 발판이 작동하지 않아서 교수님한테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마음씨 착한 로지니의 지적도 일리는 있지만 그것도 사람 나름이다.

     

    “파이몬 교수님은 자기보다 키가 큰 학생은 다 싫어해서 엄청나게 괴롭혀요. 학생키높이와 자기키높이의 차이 퍼센트만큼 과제량을 차등적으로 주고요!”

    “…뭐야, 그 소소하게 비겁한 괴롭힘은.”

    “완전 못됐죠?”

    “뭐, 나쁘긴 하네. 오크노디도 그 의적 브론즈 교수님의 제자 아니랄까 봐 자기랑 아무 상관이 없어도 참교육을 해주려는 의도는 알겠고.”

    “왜 저랑 상관이 없어요?”

    “교내최단신이 할 말이야?”

    “아앗.”

    “과제도 제일 조금 할 텐데 다른 수강생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는 처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의적짓을 하려는 거 맞지? 하여튼 착한 아이라니깐.”

     

    오크노디는 230cm 시절에 당한 억까가 생각나서 화가 났을 뿐이지만 로지니에게 착한아이 소리를 들으면서 머리가 쓰다듬어지니까 기분이 막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브론즈 교수님에게는 미안하지만 내친김에 겸사겸사 의적 짓도 하는 셈 치기로 했다.

     

    “다음은 어떤 못된 교수님을 털 건데?”

    “포르네우스 교수님의 연구실에는 수강생들의 마나가 증진되면 증진된 마나의 10%를 갈취해서 저장하는 약탈오브가 있어요. 술식을 반전하면 교수님의 마나를 갈취할 수 있고요!”

    “그런 형편 좋은 일이 어떻게 가능해?”

    “자기가 직접 가르친 존재가 ‘배움’을 통해 ‘힘’을 얻는다는 인과관계가 성립하는데, 이를 수련의 신이 관계성이 성립되었다고 판단하면 힘을 줘요!”

    “와… 교수 정도 되면 연구실에 신물이 떡하니 있기도 하구나?”

    “아무튼 로지니가 효과를 받도록 술식을 반전했으니 앞으로 적색마탑의 환상의 불꽃쇼를 체험하고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의 증진마나 10%는 로지니에게 돌아갈 수 있어요!”

     

    로지니는 어딘지 모르게 찝찝했다.

     

    “앞에 파이몬 교수님이야 학생들을 괴롭히는 못된 교수님이니 당해도 싼 사람이었는데 포르네우스 교수님은 가르침을 주고 결과물의 일부만을 정당하게 받아간 거 아니야? 의적의 대상이라고 삼기엔 애매한 것 같은데.”

    “마나를 많이 받으려고 일부러 잘못된 성장공식을 알려줘서 마나만 잔뜩 만들고 경지가 정체되는 불완전한 연공법을 알려주는 교수님이에요! 늘어난 마나량만 보고 저 사람 제자 됐다가 신세 망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개쓰레기네.”

     

    자기 일처럼 씩씩거리며 허공에 팔도 마구마구 붕붕 휘두르는 오크노디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마음이 푸근해졌다.

    잠시나마 오크노디가 모두가 말하던 것처럼 착하지 않은 아이라고 여겼던 것이 미안해질 정도였다.

     

    ‘하도 남들이 오크노디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하니까 눈으로 보이는 실제 모습과 다른 선입견이 생기는 거지. 오크노디도 참 고생이겠네.’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선의를 인정받지 못하고 항상 곡해 당하다니, 재단의 다크프린세스를 보는 눈에 색안경을 끼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이가 불쌍하고 기구해 보이는 현상도 어쩔 수 없었다.

    이 세상에는 위험한 존재가 너무나도 많고, 순간의 그릇된 판단이나 망설임이 목숨을 앗아가는 경우도 존재한다.

    선입견은 남을 함부로 평가하는 오만한 잣대가 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행동할 수 있는 판단소재가 되어주기도 한다.

     

    ‘우리라도 오크노디의 곁에서 이 아이의 본모습을 알아주면 되겠지.’

     

    사람은 주변환경에 따라 쉽게 변한다.

    환경에는 마주치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가족, 친지, 선생.

    그중 지인 하나에 불과하더라도.

    한 명이라도 누군가를 알아준다면 그 사람은 엇나가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재단 이사장이 영혼을 찢고 약한 인간성을 빼앗아갔더라도 오크노디는 착한 아이야. 비틀어지고 왜곡되어도 선한 아이임은 변하지 않아.’

     

    인간의 몸은 향상성을 지닌다.

    충분한 휴식을 지니면 적절한 상태, 건강한 몸과 정신을 되찾는다.

    영혼과 본성, 착한아이의 본질 또한 다르지 않겠지.

     

    ‘설령 나쁜아이라도 착한아이로 대하며 키우면 분명 착한아이가 될 거야.’

     

    오크노디도 그러지 않았던가.

    약한 우리들을 강한 친구들로 여기며 큰 모험에 동행하거나 많은 일을 함께 겪었다.

    초창기에는 미래도 불투명하고 자신 없던 아이들이 어느덧 각자의 조직에서 즉시 전력 수준의 힘을 얻고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

    절벽을 기어올라 불구덩이를 돌파하고 자폭트랩이 설치된 함정 밑바닥에서부터 튀어나와 재단지부를 급습했다는 안데르센 대공자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준하는 활약들을 펼치고 있다는 정보가 하나씩 아카데미로 날아드는 것을 들으면 성장이 크게 느껴진다.

     

    “헤스티아는 아가레스 교수님의 특급훈련장 데이터가 담긴 마나보드를 줄게요. 이건 실제 4학년들이 사용하는 특급훈련장에 셋업된 적들의 데이터가 담긴 백업보드인데 개인 훈련용으로도 쓸 수 있어요!”

    “그거 쓰면 뭐가 좋아?”

    “훈련장에서 대기줄 없이 원하는 때에 아무 때나 마나보드 들고 심상수련 할 수 있어요!”

    “오.”

    “아가레스 교수님도 또 뭔가 나쁜 짓을 하고 다니시는 거지?”

     

    로지니의 말에 티토소가와 모브가 곧장 흥미를 보이며 거수했다.

     

    “나나, 내가 맞춰볼래! 아가레스 교수님은 음음… 학생들이 밥 먹는 모습이 꼴보기 싫다고 식당까지 걸어갈 체력도 남기지 않고 쓰러지게 혹사하셔?”

    “그건 아니야!”

    “성장은 근육이 찢어진 다음에 이루어진다고 매번 초주검을 만들어놔서 강의 후에 과제를 할 수 없어지는 겁니까?”

    “그것도 아니야!”

    “칫. 그럼 먼데?”

    “아카데미 보물고에서 넘버링 아티팩트를 전부 털어다가 신에게 공물로 바치고 교장님만큼 강해지려고 사악한 계획을 꾸미셔!”

     

    기껏해야 학생들을 괴롭히는 또 다른 기상천외한 방법 정도를 떠올렸던 친구들이 대경실색했다.

     

    “쿠테타?!”

    “세상에, 그거 응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솔직히 누가 교장이 되어도 지금 교장님보다는 나으실 것 같은데…”

     

    이미 같은 생각을 앞서 했었던 고인물의 얼굴에 쓰라린 미소가 지어졌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가레스 교수님은 보물고 털이를 위해서 외부반출된 넘버즈 마도구 소지자들을 습격해서 마도구를 강탈하고 계셔요! 그거 모르고 협력하면 도중에 팽당하고 죽기 딱 좋음!”

     

    우리 아카데미 진짜 개판이구나.

    매일 한 번씩 하던 생각이지만 로지니는 오늘만큼 그 생각을 크게 한 날이 없었다.

     

    “그분은 교장님한테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신고하면 보물창고 보안이 더 심해지잖아요? 그럼 나중에 저희도 넘버즈 아티팩트 돚거질 못 해서 곤란하니까 피해자가 늘기 전까진 비밀로 하려고요.”

     

    그 외에도 여러 교수님들, 교관들, 혹은 선배들이 숨긴 기연들을 긁어모으던 도중이었다.

    한참 전부터 볼이 빵빵 부풀었던 티토소가가 빼액 하고 소리쳤다.

     

    “오크노디!”

    “응?”

    “왜 내 것만 없어?!”

    “엣… 그치만 티토소가는 레귤러 멤버가 아니어서 전용 아이템이 없는걸.”

    “나, 나 정식 친구 아니야?!”

    “앗, 그런 뜻이 아니야! 모브처럼 아무 잡템이나 막 주기 애매하게 고스펙이라서 고르기가 애매했어!”

     

    오크노디의 적극적인 해명에 아무 잡템이나 막 받았던 모브가 상처를 입었다.

     

    “그래도 뭔가 갖고 싶어!”

    “그럼 이거라도 가질래?”

     

    눈만 떼면 제멋대로 덤벼드는 조각상이 가득한 미술실에서 제 몸 주변에 두른 수십 개의 마법진으로 모든 공격을 가뿐히 막아내던 오크노디가 휘파람을 불며 걸어나왔다.

    공격하다가 먼저 지친 조각상들이 치를 떨며 미술실 안에서 쳐다보고 있어도 조금도 신경 안 쓰는 얼굴로 오크노디가 희미한 마나반응이 감지되는 아이템을 하나 들고 나왔다.

     

    “이게 모야?”

    “120색 크레파스 세트야. 제국상점에서 파는 것보다 색이 더 많아. 짱이지?”

    “와, 신난다!”

     

    저런 걸로도 기뻐하는 거냐…

    영혼도화지의 존재를 모르는 로지니가 측은함을 감추지 못했다.

    맨날 속고 다니는 티토소가가 너무 불쌍했다.

     

    “우리 거 조금 나눠줄게.”

    “안 돼요! 기껏 열심히 궁리해서 적절하게 템 분배를 했는데 그걸 나누면 어떡해요?”

    “티토소가가 너무 가엾은걸.”

    “티토는 120색 크레파스로도 행복해요!”

    “맞아. 나 너무 좋아!”

    “우리 마음이 불편해.”

     

    로지니의 말에 다른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인물의 비상한 눈치가 그 원인을 알아차렸다.

     

    “크레파스가 별로인 것처럼 보여서 그러죠?”

    “솔직히 그렇지. 색 많은 크레파스를 어디다가 쓰라고. 낙서나 하면서 놀다가 창고에 박힐 텐데.”

    “으휴. 뉴비들은 이래서 안 된다니깐. 어쩔 수 없죠. 오늘은 특별히 다 같이 들어가는 걸 허락할게요. 티토소가랑 둘이서만 놀던 비밀아지트인데 하도 걱정하니까 어쩔 수 없이 보여주는 거예요. 다른 데서는 꼭 비밀로 하세요. 알았죠?”

     

    그림계에 새로운 고블린특수종을 탄생시킬 화가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무자각 교수님 괴롭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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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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