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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

       “흠..”

       

        이예지 헌터는 아주 분주해 보였다.

        보통 그녀는 바쁘지 않은 보조형 S급 헌터였다.

       

        애초에 특성 자체가 다른 헌터의 효과를 무효화 해주는 것이었기에 특별히 할 일이 많다고 볼 수는 없었다.

        물론 S급 헌터로서의 기본적으로 바쁜 일들은 있었지만.

       

        ‘음. 백지훈이라는 사람 아주 특이하네…’

       

        그녀는 자신이 보았던 상태창에 대해 다시 떠올려 보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다른 헌터의 상태창을 수없이도 많이 보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아주 희귀하고 특이한 헌터를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포인트가 그렇게나 많다고?’

       

        앞에서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엄청 까무러쳤던 부분이었다.

       

        ‘아니 어떻게 포인트가 1억이 넘어가? 어떻게 그걸 따냈어?’

       

        말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잉여’ 포인트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오류는 아닐 거 아냐?’

        ‘투자를 했는데 그 정도로 남았나?’

        ‘아냐. 분명 E급이었다가 이번 주에 승급했다고 들었어. 그럼 고작 D급이라고.’

        ‘근데 그렇다고 해도, 저 포인트를 다 쏟아 부으면 S급이 되고도 거의 1억 남을 거 같은데?’

        ‘모든 스킬을 다 찍을 수 있는 수준 아닌가?’

       

        백지훈의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아주 놀란 상태였다.

       

        ‘분명 형석 군은 모르는 것 같았고…’

        ‘도대체 뭘까? 이 사람.’

       

        그녀는 자신이 접근할 수 있는 그 모든 데이터를 검색해보았다.

        하지만 전혀 관련이 있는 것은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포인트 뿐만 아니라 특성도 이상해…그게 뭐야…?’

        ‘타인에게 투자를 할 수 있어?’

        ‘투자를 해서 이자라도 돌려받는 식인 건가?’

       

        당연히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기존의 대부분 헌터들의 특성은 공격에 관한 것들이었으니까.

        자신의 특성 정도가 꽤 특이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백지훈의 특성은 완전히 새로운 느낌.

       

        ‘지금까지 이런게 보고가 되지 않은 것도 이상하고.’

        ‘설마 채수현 헌터가 막았나?’

       

        그녀는 슬며시 채수현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박형석과 백지훈에 대해서도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분위기 상 채수현이 백지훈과 뭔가 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둘이 설마 사귀었나? 그래서 백지훈이 채수현에게 투자를 해줬는데… 돌려 받은 건가? 뭘까…?’

        ‘그리고 채수현 헌터는 특성이 뭐 그래? 서큐버스야 뭐야?’

       

        그녀는 꽤 복잡한 표정이었다.

       

        “안되겠다. 이건 나 혼자서는 풀 수 없는 문제야.”

       

        ***

       

        “음… 예지야. 무슨 일이야?”

       

        아주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또 다른 S급 헌터 이하루.

       

        그녀는 해저계의 탑 헌터였다.

        주로 조용히 바다에서만 지내며 매스컴의 조명을 피하는.

        아주 얌전하고 우아한 헌터였다.

       

        “쓰읍. 있잖아. 내가 이상한 게 있어서.”

        “뭔데?”

        “내가 어제 어떤 헌터의 상태창을 봤거든…”

       

        이예지 헌터는 이상하다는 표정과 함께 슬며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음? 그런 헌터가 있어? 아예 처음 듣는 소린데?”

       

        이하루는 갸우뚱 거렸다.

       

        “너도 이상하지? 이거 뭘까?”

        “글쎄…?”

        “근데 이게 채수현 헌터랑도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S급 헌터들 사이에선 채수현이 일종의 화두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에 비해 엄청난 성장속도.

        그리고 그에 비해 감춰진 사생활과 신상.

       

        그러더니 별안간 백호길드의 영입 소식과 함께 S급 1위로 올라섰다.

       

        다들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뭐지…? 혹시 백지훈 헌터가 S급인데 채수현 헌터에게 줬나?”

        “글쎄…?”

       

        두 헌터는 갸우뚱 거리며 고민을 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거 아름이한테 물어보는게 나을 것 같아. 걔는 좀 알 거 같은데.”

        “쓰읍.. 그런가… 근데 하루야. 너도 알잖아… 아름이 입이 방정인거.”

        “그렇긴 한데… 걔가 워낙 정보력에선 뛰어나잖아?”

        “흐으음…”

       

        이예지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일은 굉장히 대단한 일임에 분명했다.

       

        그리고 어차피 언젠가는 공개가 될 수 밖에 없을 테고.

       

        “알겠어. 아름이한테 물어볼게.”

       

        ***

       

        이아름.

       

        거의 모든 S급 헌터와 연락을 하며 친하게 지낸다고 알려진 헌터.

        가히 정보력의 화신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특성은 모든 마물, 던전, 아이템, 특성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검색해볼 수 있는 능력이었다.

        다른 헌터는 기본적인 정보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음… 아름아.”

       

        이예지 헌터는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응. 예지야 오랜만이네. 무슨 일이야?”

       

        고개를 살짝 까딱이며 이아름이 말했다.

        그녀는 오랜 만에 이예지를 만나서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내가 뭐 좀 궁금한 게 있는데. 근데 대신 소문이 나면 안될 것 같거든…?”

        “아하~ 근데?”

        “아무래도 너한테 물어보면 소문이 나지 않을까 해서.”

        “에이~~ 예지야. 나 입 무거워.”

       

        살짝 키득키득 웃으며 이아름이 대답했다.

       

        ‘전.혀.’

       

        이예지는 아주 단호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영원히 미궁으로 놔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뭐 어차피 언젠간 알려지지 않을까.’

       

        그녀는 이아름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런 특성이 있는데 이거 알아?”

        “으음??”

       

        이아름은 이야기를 듣고는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신 자신의 상태창을 이것저것 만져보면서 검색을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혀 관련된 것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없는데? 그런 내용 없어. 아예 없다고.”

       

        갸우뚱 거렸다.

       

        “없어…?”

        “우웅… 없어. 없어. 너가 잘못 본 거 아냐?”

        “아닌데…진짜로 그랬거든.”

       

        이예지는 아주 단호한 표정이었다.

        분명 수차례 다시 확인했으니까.

       

        “다시 그 사람을 만나서 확인 해봐야 되나…”

        “그 사람이 누군데?”

        “아 그건 말할 수 없어. 아무래도 개인 신상이기도 하니까.”

        “에이~ 말해줘~”

        “아냐. 그건 안될 것 같아.”

        “힝.”

       

        이예지와 이아름은 백지훈에 대한 특성을 열심히 떠들었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름이가 모르면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분명히 그랬다.

        헌터계의 모든 정보는 이아름으로부터 나오고 있었으니까.

       

        “근데 예지야.”

        “응.”

        “너는 그걸 왜 알아보고 다니는 건데?”

       

        이예지는 살짝 당황했다.

       

        “아.. 아니. 그냥 음. 특이한 특성이라서?”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아 그런가. 뭐 특이하긴 하네. 근데 그 사람에게 투자받을 수 있으면 개 대박 아냐?”

        “으응. 그렇지…”

       

        이예지는 일부의 정보만 말을 한 상태였다.

       

        “너도 투자받으려고?”

        “아.. 아니. 그건 아니고.”

       

        이예지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투자라기 보단… 상태이상을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아서…’

       

        S급 헌터들의 고질병.

        그녀들을 괴롭히는 상태이상들.

        분명 그걸 백지훈이 제거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근데~ 그럼 그 사람~ 막~ 다른 S급들의 상태이상을 제거해줄 수 있는 거 아닐까?”

       

        정보력의 화신이었던 이아름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어?”

       

        더 당황한 이예지.

       

        “그… 그런가?”

        “그렇지 않아? 이거 포인트 투자할 수 있는 거면…”

       

        이아름은 탁탁 자신의 상태창으로 무언가를 검색해보는 중이었다.

       

        “내가 최근에 알게된 게 S급들이 걸리는 상태이상들이 스텟이 마이너스 된 거랑 같은 개념이더라고? 그럼 스텟을 올리면 해소되는 거 아닐까?”

        “흠. 그런가?”

        “만약에 그런 사람이 진짜로 있으면 S급들에게는 완전 대박 소식이지.”

       

        이아름은 살짝 들뜬 느낌이었다.

       

        ***

       

        ‘흐음… 타인의 상태창을 볼 수 있으면서 투자를 해줄 수 있다라…’

       

        이예지와 헤어진 뒤 이아름의 머리는 상당히 복잡해진 상황이었다.

        그녀가 꽤 오랫동안 연구를 하며 골머리를 싸매온 부분.

       

        ‘S급들의 상태이상.’

       

        본인 의사가 없다해도 반 강제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연구였다.

        아무래도 국가와 각종 연구소들도 이아름에게 문의를 해왔으니까.

       

        – 저도 모르겠어요.

        – 뭘까요?

        – 쓰읍.. 제 상태창으로는 검색해봐도 나오지 않아요.

       

        그녀를 오랜기간 동안 괴롭혔던 문제.

        어쩌면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흠 뭘까. 그 사람? 누구길래? 아무래도 예지는 알려주지 않을 테고…”

       

        이아름은 몰래 나서기로 했다.

        이 문제는 숨겨야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

       

        “박사님. 혹시 이런 특성에 대해 들어보셨어요?”

       

        이예지는 헌터 연구소 사람들과 꽤 심오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다들 관심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주제.

       

        “으응? 그런 사람이 있다고? 완전 처음 들어보는데?”

       

        조금씩 조금씩 백지훈의 특성에 대한 얘기가 알음알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흠. 안되겠어. 도저히 못 참겠어.”

       

        이예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자신이 아는 모든 헌터에게 문의를 해보았지만 다들 금시초문.

        하지만 분명했다.

       

        자신이 봤던 정보로는 이 고통과 괴로움을 백지훈이 해결해줄 수 있었으니까.

       

        ‘좀… 도와달라고 해야할 것 같아.’

       

        지금까지 언제나 남을 돕기만 했던 이예지.

        처음으로 백지훈에게 손을 내밀어 보기로 했다.

       

        ‘하… 친한 사이도 아니고, 염치도 좀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나도 도와줬으니까… 거절하지는 않겠지?’

       

        꽤 고심을 한 끝에 백지훈에게 다가서보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그녀는 물건을 이것저것 챙겨서는 박형석에게 연락을 했다.

       

        “저기… 형석 씨… 제가 부탁이 있는데요. 그 백지훈 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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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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