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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

       

       

       

       

       “……자, 잠깐만 이러고 있어도 되지?”

         

         

       이다혜가 나를 힘겹게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허락을 구했다.

         

       나는 그녀의 물음에 침묵한 상태로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아까부터 계속 위태로운 상태여서 조금 걱정됐는데 차라리 지금처럼 내 팔이라도 붙잡고 있는 것이 내 입장에선 마음이 편하다.

         

       굳이 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 문제를 하나 꼽아 보자면.

         

       어…… 음.

         

       그… 여러모로 내 팔에 부드러운 뭔가가 닿고 있긴 한데…….

         

       그녀의 상태를 보아하니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쓰으읍…….

         

       근데 인간적으로 이걸 신경 안 쓸 수가 있나?

       

       내가 무슨 도사도 아니고.

         

       그때 내 머릿속을 잔뜩 어지럽히고 있던 이다혜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히잉…….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택시 탈…….”

         

         

       다만, 이번에도 그녀의 말은 그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다시 한번 버스가 크게 흔들리며 승객들의 몸이 쏠리고, 부딪치면서 곳곳에서 탄식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아저씨! 운전 좀 살살해주세요!

         

         

       누군가는 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할 정도로 현재 버스 안의 상태는 혼잡했다.

         

       물론 내 팔을 붙잡고 있던 이다혜의 요동은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긴 했다.

         

       문제는 버스가 멈춰 설 때마다 뒤쪽 사람들과의 부딪침 때문에 이다혜의 몸이 위태롭게 앞으로 계속 밀리는 것이었다.

         

       사실 저 상태면 내 팔을 붙잡기 이전이랑 후랑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

         

         

       “……쯧.”

         

         

       그것을 보다 못한 나는 서둘러 이다혜의 뒷자리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 그녀의 뒤에 섰다.

         

       그러곤 한쪽 손을 이다혜의 어깨너머로 뻗어 창문 쪽에 있는 기둥을 잡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팔꿈치 아래에 있는 좌석 쪽 손잡이를 잡아 그녀를 최대한 지탱했다.

         

         

       “……?”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리는 이다혜.

         

       나는 그녀의 시선을 회피한 채로 이번 정거장의 명칭을 확인했다.

         

       쓰으읍…….

         

       목적지까지 앞으로 대충 다섯 정거장 남았나…….

         

       꽤나 긴 싸움이 될 것 같았다.

         

         

         

       ***

         

       

         

       조금 전, 서은우의 팔을 붙잡고 있었던 이다혜는 위치를 제대로 잘못 잡았구나 싶었다.

         

       사람들에게 밀려버린 탓에 마땅히 손잡이로 잡을 만한 것도 없었고, 심지어 도로 상황까지 최악이었다.

         

         

       “후…….”

         

         

       이럴 거면 아무리 요금이 많이 나와도 그냥 곱게 택시나 탈 걸…….

         

       옆에 서 있는 서은우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끔찍한 상황을 겪었을 것 같다.

         

       그나저나 확실히 뭔가라도 붙잡고 있으니 안정감 자체가 다르긴 했다.

         

       음…….

         

       물론 이다혜는 알고 있다.

         

       지금 이 정도로 안정감을 느끼는 것에는 옆에 서 있는 남자아이의 세심한 배려 덕분이라는 것을.

         

       버스가 갑자기 멈춰서 거나, 급출발할 때마다 붙잡고 있는 팔에 엄청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상 이 정도면 자신이 균형을 잃지 않도록, 저쪽이 끄집어 당기고 있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옆이나 뒤쪽에서 사람들이 밀어오는 힘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고, 서은우에게는 많이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의지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쯧.”

         

         

       마치 이 상황에 싫증이 난다는 것을 강하게 표현하듯이…….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혀를 찼다.

         

       문뜩 그 소리를 옆에서 직접 들이니 불안한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고, 그것은 현실이 되어갔다.

         

       서은우가 더 이상 팔을 붙잡지 못하도록 자신을 뿌리친 것이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이다혜는 순간 씁쓸한 눈빛을 보였다.

         

       하긴…….

         

       싫증이 안 난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자신 때문에 이런 복잡한 상황을 겪는 것이었고, 지금처럼 팔을 선뜻 내어주는 것도 분명 힘든 일이긴 했다. 심지어 거의 껴안은 상태로 팔을 붙잡고 있었으니 아마 땀도 많이 찼을 것이다.

         

       솔직히 조금 섭섭하긴 했지만, 그가 처한 상황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에 이다혜는 조금만 더 참아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까보다 버스의 흔들림도 견딜만했고, 뒤쪽에서 불가피하게 밀어오는 일도 거의 사라졌으니까.

         

       그래. 이 정도면 편안한 수준…….

         

       잠깐만.

         

       ……편안하다고?

         

       또다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던 아까와는 다르게, 갑자기 왜 이렇게 편안해진 거지?

         

       이다혜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힐끔 쳐다봤고, 곧바로 그 원인을 알게 되었다.

         

       서은우.

         

       그가 어느샌가 자신의 뒤쪽 공간을 비집고 들어와 딱 붙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상태로 양팔을 최대한 쭉 뻗어 벽면의 기둥과 좌석의 손잡이를 강하게 붙잡고 있었다.

         

       사실상 이 정도면 자신을 감싸 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덜컹-!

         

         

       그때 버스가 흔들리며, 버스 안에 서 있던 승객들이 크게 요동친다.

         

       하지만 자신을 지탱해주고 있던 서은우 덕분에 이번에는 그 영향이 오지 않았고, 가만 보니 아까부터 뒤쪽에서 밀어오던 충격도 그가 든든하게 막아주고 있었다.

         

         

       “…….”

         

         

       이다혜는 문뜩 자신을 감싸고 있는 그의 팔 상태가 눈에 들어왔다.

         

       어찌나 힘을 강하게 주고 있는지 손목과 전완근 쪽의 핏줄과 힘줄이 선명히 드러나 있을 정도였다.

         

       아까의 섭섭한 눈빛은 이젠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이다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서은우 쪽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자신과 시선을 마주해 주지 않는다.

         

       지금 자신을 지탱해주고 있는 이 상냥한 행동이 별거 아니라는 듯, 마치 당연하다는 것처럼……

         

       최대한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먼 산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덜컹-!

         

         

       또다시 버스가 크게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그는 표정을 찡그렸고, 팔에 떨림은 더욱 커져만 갔다.

         

       다만, 그럼에도 자신을 지탱해주고 있는 두 팔을 절대 거둘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아마 앞으로 남은 다섯 정거장 동안 계속 이 상태지 않을까…….

         

       그렇기에 이다혜는 이제 더 이상 서은우 쪽을 바라보지 않고, 그저 정면만을 바라보기로 했다.

         

       자신의 얼굴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단번에 그에게 들킬 것 같아서…….

         

       혹시라도 자신의 얼굴이 버스의 창문에 비춰, 뒤쪽에 있는 남자아이에게 보일까 봐 얼른 고개도 숙였다.

         

       그렇게…….

         

       버스에 내리기 전까지 그들 사이에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 어색한 침묵 속에서 이다혜는 맞닿은 피부를 의식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신경이 귀에 집중되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다혜의 귀에는 버스가 덜컹거리며 크게 흔들리는 소리와 사람들의 탄식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지금은 오직 뒤쪽에서 들려오는 서은우의 숨소리와…….

         

         

       두근-

         

         

       어째서인지 거칠게 뛰고 있는 자신의 심장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그녀는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오늘 택시를 안 탄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물론 그가 이 생각을 듣는다면 헛웃음을 내뱉겠지만.

         

         

       “그래서 그날 별일 없었냐?”

         

         

       순식간에 연극을 봤던 주말이 지나가고, 등굣길을 함께 걷고 있던 차무식이 싱긋 웃으며 서은우에게 물었다.

         

       딱 봐도 놀릴 생각으로 가득 차 보였던 얼굴이었기에 서은우는 대충 대답했다.

         

       

        “있긴 했지. 아마 그날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전완근 운동을 한 날이 아니었을까.”

       “음…… 그래?”

         

         

       서은우의 대답에 뭔가 의아한 반응을 보이는 차무식.

         

       하지만 진심으로 차무식이 기대할 정도의 별일은 없었다.

         

       그냥 혼잡한 버스 속에서 잠깐의 해프닝이 있었을 뿐, 그 이후로는 평소처럼 평범했다.

         

         

       “근데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무슨 뜻인데?”

         

         

       의미를 알 수 없는 차무식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서은우.

         

       이윽고, 차무식은 친구의 의문에 답을 내려줄 문자를 하나 전송했다.

         

         

       “이거 커뮤니티 게시물 아니냐?”

       “맞아. 근데 거기에 주말 동안 엄청 핫한 소식이 하나 있더라고. 들어가 보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걸?”

         

         

       서은우는 차무식의 말을 따라 일단 그 주소를 클릭했고, 그곳에 게시된 글의 내용을 읽고 순식간에 눈이 커졌다.

         

         

       [속보!!! 이거 이다혜 아닌가요?]

       

         

       누가 봐도 어그로가 끌리기 쉬운 제목.

         

       그곳에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금발 여인의 사진이 함께 게시되어 있었다.

         

       이건 분명 연극을 보러 갔을 때의 이다혜의 복장.

         

       당연히 여기까지였다면, 서은우가 저렇게까지 놀라지도 않았을 거다.

         

       문제는 사진의 배경이 혼잡한 버스의 안이라는 점과 금발의 여인이 어떤 남성과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일까나.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남성의 얼굴이 모자이크로 처리되어 있었고, 팔짱을 끼고 있는 것도 각도 덕분에 착시현상처럼 보였다.

         

       어쨌든 그날 현장에 있었던 서은우라면 그 남성이 누구인지 모를 리가 없었고, 그것은 함께 연극을 보러 갔던 차무식에게도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그렇기에 차무식은 친구를 놀릴 생각에 싱글벙글 이어서 입을 열었다.

         

         

       “서은우 씨. JYB 측은 아직 별 말이 없던데 저한테만 진실 된 해명을 부탁드립니다. 이다혜 씨랑 진짜로 팔짱 끼셨나요?”

       “…….”

         

         

       서은우는 차무식의 물음에 침묵했다.

         

       그리고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그 감촉(?)에 대한 대가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시바.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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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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