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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

   덜컹거리는 마차 안.

   크라슈는 자신의 앞에서 황당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무장공주를 보고 있었다.

     

   “……너 제정신이냐? 내 본명을 아는 걸 보니까 세계 침식자는 맞는 모양인데. 어느 놈이야? 어느 겁대가리 없는 미친 새끼가 발하임 껍데기를 쓰고, 나랑 전쟁 치를 생각을 하냐. 너 나한테 무기 뺏긴 놈이냐?”

     

   무기를 전신에 둘둘 두르고 있는 무기에 미친 여자.

     

   하지만 그 무기 하나하나의 성능을 곱씹는다면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쉽게 알 수 있었다.

   특히, 그녀의 가장 주 무기인 십삼 마장은 위험한 것들이 많아 그게 꺼내지는 순간 크라슈도 생환을 장담할 수 없었다.

     

   ‘새삼 저 꼴로 어떻게 민첩하게 움직이나 싶지만.’

     

   그녀가 싸우는 것을 직접 본 적 있는 크라슈는 혀를 찼다.

   지금이야 공간의 제약이 있기에 전부 몸에 들고 있는 모양이지만, 바깥이라면 그녀의 전투 방식은 또다시 달라질 테니까.

     

   “잔말이 많네.”

     

   그러니 크라슈는 길게 싸워줄 생각 없었다.

     

   어차피 세계 침식자라고 오해하고 있는 마당.

   강하게 나간다.

     

   “우뢰성을 포기하고 꺼지기나 해.”

   “허어?”

     

   무장공주가 기막힌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가 섣부르게 공격 못했다.

     

   신중을 가하는 타고난 성격이 반영된 탓이다.

     

   ‘이 녀석 뭔가 있는 것처럼 군단 말이지.’

     

   그 증거로 무장공주의 한쪽 눈은 게슴츠레 떠졌다.

   세계 침식자들은 저마다 하나 같이 특이한 이능을 지닌 놈들이 대부분이다.

     

   조금 전 흑염은 조금 따갑긴 했지만, 대응 못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이능을 지니고 있다면 솔직히 귀찮아질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다.

     

   특히 가장 의심스러운 점은 다름이 아니라 크라슈에게서 느껴지는 세계 침식의 힘이었다.

     

   미약하다.

   느껴지는 힘이 미약해도 너무 미약했다.

     

   ‘혹은.’

     

   자신이 그가 지닌 세계 침식의 힘을 전부 파악 못할 정도로 잘 숨기고 있다던가.

     

   ‘차라리, 마장중에 하나를 꺼낼까.’

     

   속전속결로 끝낼 방법이 그녀의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아냐.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 수를 먼저 보여서 좋을 건 없지. 확인하고 나서도 안 늦어.’

     

   게다가 크라슈가 발하임이라는 점도 거슬렸다.

   발록과는 연관되는 건 절대 사양이었다.

     

   하여튼 세상은 싫은 것투성이다.

   자신은 그저 아이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삶을 꿈꿀 뿐인데 말이다.

     

   그러니 그녀는 등에 있는 도끼를 뽑았다.

   그 삶을 위해서는 우뢰성이라는 새로운 아이를 반드시 들여야만 했다.

     

   “나한테 그런 말을 지껄이는 걸 보니, 겁대가리 없는 건 알겠네.”

     

   그러니 그녀는 결정을 내렸다.

   우선, 상대의 수를 낱낱이 다 파헤치겠다고 말이다.

     

   그런 무장공주를 보며 크라슈는 겉으로는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한 채 속으로 숨을 내쉬었다.

     

   ‘허세가 먹혀들었군.’

     

   저쪽이 무턱대고, 자신을 죽이겠다고 달려든다면 크라슈도 방법이 없다.

   무장공주와 자신의 수준 차이는 명백하니까.

     

   그리고 그 말은 크라슈가 무장공주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8층이 지닌 특성.’

     

   크라슈는 덜컹거리며 바깥 풍경이 열심히 지나가고 있는 창문을 힐끗 보았다.

     

   ‘그걸 충족시킨다면.’

     

   무장공주도 별수 없다.

     

   지금부터는 사실상 순전히 자신의 버티기에 달려 있었다.

   초장부터 이런 거물급이랑 붙을 생각은 없었지만 어쩌겠는가.

     

   싸워야 한다면 싸울 수밖에 없다.

     

   스윽-

     

   그 순간 무장공주 쪽에서 먼저 움직임이 시작됐다.

   내디딘 발걸음과 함께 제일 먼저 뻗어 나온 것은 도끼.

     

   도살견 때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도끼술이 크라슈를 급습했다.

     

   ‘발화.’

     

   크라슈는 도끼의 정체를 눈치챔과 함께 맞서지 않고 즉시, 물러섰다.

     

   콰앙!

     

   그러자 들려온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마차 안을 가득 채웠다.

   발화의 효과는 폭발과 연기.

     

   간단한 효과지만 폐쇄된 마차 안에서 연기는 시야를 가리는데 탁월했다.

   그러는 시야 연기 사이로 은색의 장신구 없는 도 한 자루가 혼자서 불쑥 연기를 뚫고 튀어나왔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도, 별주도.’

     

   크라슈는 거기에 대응하는 대신 고개를 틀어 아슬하게 검을 피했다.

   그리고 별주도와 동시에 날아든 창을 받아쳤다.

     

   채엥!

     

   “흐응?”

     

   연기 사이로 창을 내질렀던 무장공주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마치, 자신의 공격을 예측이라도 하는 양 크라슈가 반응했기 때문이다.

     

   “너 이상한 걸 쓰네.”

     

   은색의 검 한 자루는 연기 사이를 종횡무진한 채 그녀의 허리춤에 달려 있던 텅 빈 검집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내 무기에 관해 얼추 아는 모양이고.”

     

   그야, 그렇겠지.

     

   ‘네가 죽고 나서 네 무기를 죄다 회수해 분류한 놈이 나니까.’

     

   잡일 담당의 운명이었다.

   그러니 크라슈는 대답 대신 제 육감을 열었다.

     

   “썅, 기분 나쁘게 말이야.”

     

   그 순간 그녀의 창이 마구잡이로 내찔러지기 시작했다.

     

   창에 담긴 주홍빛의 오러는 크라슈를 죽이기 위해 살벌하게 이빨을 드러냈다.

   그러니 크라슈는 제 육감에 기반해 예측에 가까운 둔검을 악착같이 펼쳤다.

     

   그때마다 흑염의 불꽃이 주위에 튀며 서서히 옮겨붙었다.

     

   팔이 저릿하다.

   분명 월음지체 덕에 상시로 가능한 멸화침식 통해 악착같이 육체의 가동률을 높이고 있는데도 따라가기 벅찰 지경이었다.

     

   하지만 막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무장공주는 지금 크라슈의 정체를 긴가민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가 자신이 약자임을 확신하기 전에 크라슈는 조금이라도 밀어붙여야 했다.

     

   카강!

     

   그 순간 크라슈가 검면을 창의 봉대와 마주했다.

   그러곤 그 즉시, 봉대를 타고 내려가며 무장공주를 향해 검날을 내질렀다.

     

   “하!”

     

   짧게 소리친 무장공주의 목소리와 함께 무장공주가 즉시 창을 놓으며 허리춤으로 손을 옮겼다.

   그리고 순식간에 뽑혀 나온 두 개의 단검이 교차하며 크라슈의 검과 맞부딪쳤다.

     

   화륵!

     

   그에 따라 튀어나온 흑염이 넘실거리며 주위에 흩날렸다.

   하지만 무장공주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크라슈의 흑염은 무장공주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한다.

   그녀도 그 사실을 잘 알기에 그대로 양팔에 힘을 불어넣었다.

     

   까득, 챙강!

     

   그 순간 무장공주의 팔이 뻗어짐과 함께 단검에 전해진 힘으로 크라슈의 검이 허공에 부웅 떠올랐다.

   크라슈가 검을 놓칠 뻔했을 정도로 무장공주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크라슈의 검이 공중에 뜬 찰나를 놓치지 않고, 무장공주가 즉시 쌍수 단검을 독사 같이 내질러왔다.

     

   노리는 것은 크라슈의 목.

   단검이 도달하는 순간 크라슈의 목은 순식간에 짓이겨질 것이었다.

     

   “흡!”

     

   그걸 본 크라슈가 검을 쥔 오른팔에 멸화침식을 잠깐 강하게 불어 넣었다.

   그러자 타오른 멸화침식의 힘이 일순간 한계를 뚫고, 크라슈의 팔을 아래로 가속했다.

     

   콰앙!

     

   하지만 크라슈가 내려친 것은 다름 아닌 마차의 바닥이었다.

     

   튀어 오른 흑염의 사이.

   무장공주의 몸은 뱀이 허물을 벗듯 흩어졌다.

     

   ‘멸사의 송곳니.’

     

   쌍수 단검의 정체가 무엇인지 크라슈가 알아차렸다.

   동시에 크라슈는 즉시 오른손에서 검을 놓음과 함께 왼손을 등 뒤로 휘둘렀다.

     

   ‘블랙후드.’

     

   동시에 휘둘러지고 있는 그의 왼손에서 검이 나타났다.

   그러자 등 뒤에서 나타난 무장공주의 멸사의 송곳니와 크라슈의 검이 맞부딪쳤다.

     

   카강!

     

   힘에서 밀리지 않고자 크라슈는 다리에 멸화침식을 더욱 밀어 넣으며 악착같이 버텼다.

     

   그걸 본 무장공주의 눈이 와락 일그러졌다.

   분명 목을 노릴 일격이었는데 너무 손쉽게 막았기 때문이다.

     

   “개놈이!”

     

   무장공주가 즉시 왼쪽 무릎을 쳐올렸다.

     

   후웅!

     

   그 순간 그녀의 허리춤에서 별주도가 또다시 검집을 빠져나왔다.

   그러곤 크라슈를 향해 아까와 같이 혼자서 날아들었다.

     

   힘겨루기를 포기한 크라슈가 무장공주의 힘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휘둘러진 검이 별주도를 받아쳤다.

     

   그러자 받아쳐진 별주도는 아까와 달리 되돌아가지 않고, 다시금 크라슈를 노렸다.

     

   받아치면 오히려 다시 공격해오는 별주도의 특성이었다.

   크라슈가 별주도를 피하려 하자 어느새 멸사의 송곳니를 공중에 던진 무장공주가 발화를 휘두르고 있었다.

     

   양손 도끼답게 범위가 넓은 발화가 횡으로 휘둘러지자 좁은 마차 안은 피할 반경이 거의 없었다.

     

   ‘썩을, 호흡할 틈도 안 주네!’

     

   콰아아아아앙!

     

   발화와 크라슈의 검이 맞부딪치자마자 이어진 폭발과 함께 크라슈가 바닥을 뒹굴었다.

   폭발의 범위에 휘말린 탓인지 눈앞이 한순간 흐릿했다.

     

   그러나 크라슈의 제 육감은 말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또 구르라고.

     

   콰직, 콰아아앙!

     

   크라슈가 바닥을 나뒹군 즉시 발화가 그 자리를 내려치며 폭발했다.

   하지만 무장공주는 거기서 멈출 생각 없었다.

     

   크라슈가 바닥을 구르기 시작하자 이대로 죽여 버리겠다는 듯 계속해서 발화를 내려쳐 왔다.

     

   “그놈 잘 구르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라!”

     

   도발적인 언사를 내뱉은 그녀는 크라슈가 있던 자리에 발화를 바닥에 내려찍음과 함께 손에서 놓았다.

   그러곤 그대로 등에서 대검 한 자루를 뽑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어디 이것도 도망치는지 보자고.”

     

   그걸 본 크라슈의 정신이 번뜩 떠졌다.

   저 망할 여자가.

     

   그 순간 그녀의 대검이 들어 올린 상태로 마차 천장에 닿을 만큼 치솟아 오름과 함께 즉시 크라슈에게 내려쳐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마차의 끝 벽에 닿을 정도로 거대했던 대검이 내려쳐진 그 자리.

   크라슈가 가까스로 검을 들어 올려 대검을 정면에서 받아 내고 있었다.

     

   부들부들-

     

   동시에 떨리고 있는 그의 팔은 그가 이 대검을 박아내는데 얼마나 무리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자유자재로 크기와 무게를 늘렸다가 줄이는 대검, 막무대검.

   그리고 그 특성답게 크라슈는 금방이라도 검과 함께 짓눌려 터져 버릴 것 같은 무게를 느꼈다.

     

   방금전도 그렇고, 멸화침식의 두 번째 단계는 최대한 아껴두려고 했지만.

   여기서 밀려나면 무장공주가 눈치챈다.

     

   ‘옘병, 허세 떨기도 힘드네.’

     

   크라슈는 이대로 짓눌리기 전에 즉시 멸화침식을 끌어 올렸다.

     

   카강!

     

   달구어진 육체에서 치솟은 힘의 폭이 너무 컸던 탓에 무장공주도 일순간 반응 못했을 때.

   크라슈가 밀어 넣은 힘으로 막무대검이 아주 짧게 공중에 띄워졌다.

     

   그 틈 사이.

   크라슈는 올려치기 자세에서 멸화침식의 불꽃을 모조리 묵검에 불어 넣었다.

     

   화르륵!

     

   어느 때 보다 거센 불길이 치솟은 그 순간.

     

   “흡!”

     

   당긴 숨과 함께 크라슈가 즉시 검을 아래로 내려그었다.

     

   그 순간 반월 형태의 불길이 무장공주를 덮쳐왔다.

   그녀도 이건 그냥 받아 내면 안 된다 판단했는지 즉시 막무대검을 놓음과 함께 팔목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팔목에서 치솟아 오른 기묘한 모양의 사슬이 방패처럼 그녀의 앞에 휘감겼다.

     

   콰아아아아앙!

     

   터져 나온 폭음과 흑염의 일렁임 속.

     

   크라슈는 멸화침식의 여파로 후들거리는 두 팔을 느꼈다.

   동시에 입에서 흘러나오는 연기는 무척이나 뜨거워 목 안을 태우는 것 같았다.

     

   땀이 뚝뚝 흐른다.

   고작해야 이 짧은 공방 속에서 벌써 죽음을 몇 번이고 경험한 크라슈는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딱 한 번이라도 실수했다면 크라슈는 지금쯤 주검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눈인형.’

     

   그러니 크라슈는 눈인형을 끌어 올려 강제로 긴장된 감정을 억눌렀다.

     

   그 대신 최대한 여유로운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자신은 지금 비장의 수를 숨긴 세계 침식자로 느껴져야만 하니까.

     

   그러자 그 앞에 촤르르륵하고 사슬을 팔로 되돌린 무장공주가 눈을 일그러트렸다.

     

   “힘을 숨겼다. 이거지.”

     

   방금전 공격이 크라슈가 전력을 슬쩍 보인 거라고 판단한 그녀는 씨익하니 웃었다.

     

   “그런데 그 정도로는 나 어떻게 못 해.”

     

   숨을 몰아쉰 크라슈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실소를 흘리기 시작했다.

     

   “뭐야, 새끼가 뭘 쳐 웃어.”

     

   기분 나쁜 감정을 숨기지 않는 그녀를 보며 묵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튼튼함의 대명사답게 묵검은 그런 공격을 받아 내고도 여전히 새까만 그 모습을 유지했다.

     

   크림슨가든에게 이런 검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전해줘야겠다.

     

   타득, 타닥-

     

   크라슈의 두 눈이 마차 여기저기에 옮겨붙어 열심히 불태우고 있는 흑염을 살폈다.

     

   앞으로 대략 5분.

     

   “슈아 델피아, 아니, 나비야.”

     

   크라슈는 그녀의 멸칭을 부르며 비웃음을 거닐었다.

     

   “발정기냐? 그만 애옹거려.”

     

   꿈틀-

     

   제대로 열이 한껏 뻗친 그녀의 귀와 꼬리가 번뜩 섰다.

     

   “씨발 새끼가!”

   

   

   

   

     

   그런 무장공주를 바라보며 크라슈는 붉게 달아오른 두 눈을 흑염 속에서 빛내었다.

   달리는 마차 위에서 고양이를 떨어트려 줄 생각을 잔뜩 머금은 채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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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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