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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

       76. 검은 성자를 찬양하여라(2)

       

       

       “그러니까… 다들 어제부터 카론 추기경과 연락이 닿질 않았다는 겁니까?”

       

       도미닉은 당황하며 그리 물었다.

       

       모두 모여서 대신전으로 향하던 와중.

       카론 추기경이 계속 그의 연락을 받지 않았던 것이 조금 신경쓰여서 한 번 던져본 질문.

       

       허나 돌아온 대답이 무척이나 묘했다.

       이 중에 한 명도 카론 추기경과 연락했다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게 말이 되나?’

       

       도미닉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은 건 어느 정도 이해했다.

       

       어째서인지 카론 추기경은 그에게 거리를 두고 있는 데다가. 안 그래도 검은 송곳니 건으로 처리할 일이 많을 테니까.

       

       하지만 여기 있는 전원의 연락을 무시했다고?

       

       여기 있는 인원만 스무 명이 넘어가는데. 그건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일하던 지인과도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격무로 바빠서 그런 것이라 여겼지만…….”

       

       그런데 설상가상 이런 이야기까지 나온다.

       

       카론 추기경뿐만 아니라, 지인 또한 연락을 받지 않았다는 어느 대주교의 말.

       

       웅성거림이 조금씩 커져 간다.

       이상을 감지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대신전에 있는 이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있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심지어 응급 신호까지 사용해 보아도 모두가 묵묵부답이었다.

       

       분위기가 점점 어수선해져 간다.

       무언가 괴상한 일이 일어났음을, 모두가 어느 정도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누군가가 먼저 입을 열어 말했다.

       

       “설마 검은 송곳니가…….”

       

       아마 이 자리의 모두가 하고 있었을, 하지만 차마 입밖으로는 내뱉지 못했을 생각.

       

       모두가 입에 담기 꺼려했던 화제가 도마 위에 올라왔다. 자연스레 도미닉 자신을 포함한 모두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정말로 카론 추기경님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단 말인가?’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도미닉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그건 조금 말이 되지 않았다.

       

       카론 추기경은 천재 중의 천재다.

       신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도미닉은 망설임 없이 그 사람의 이름을 거론할 터였다.

       

       카론 추기경의 성흔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이야기 아니던가.

       

       죽지만 않았다면 그 어떤 이도 살릴 수 있다고 알려진 규격외의 은총.

       

       현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취를 감추신 교황 성하께서도 그렇게 강대한 성흔은 보유하지 못하셨다.

       

       거기에 그 신성력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도저히 한 사람이 가진 신성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힘.

       

       조금 바보같지만, 도미닉은 카론 추기경을 볼 때마다 마치 수백 명의 신자들이 뭉쳐 있는 것 같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대체 얼마나 신앙심이 깊기에 그런 성과를 얻을 수 있었을지. 그로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상대가 하루아침에 살해당했다고?

       대신전에 있던 모든 이들이 몰살당하여 연락을 받지 못하는 거라고?

       

       그건 너무나도 허황된 추측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입밖으로 꺼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도미닉 자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걷고 있을 뿐이었다.

       

       검은 송곳니.

       그 이름이 가진 무게 때문이다.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났을 리 없다. 

       그리 단언하기에는 검은 송곳니라는 이름이 가진 힘이 너무나도 막강했으니까.

       

       그렇게 한참 동안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것은…….

       

       “……이, 이건!”

       

       누군가의 한마디였다.

       순식간에 남자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린다. 목을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도미닉 추기경은 그 남자에게 어째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묻지 않았다.

       

       물을 필요가 없었다.

       

       성황청에서 다섯 번째로 강하다 평가받는 실력자.

       

       그런 그가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었으니까.

       

       저 멀리 보이는 대신전.

       그곳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을.

       

       그 끝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신성력을.

       

       무언가의 실험이 실패한 건가? 

       성유물에 이상이 생겨서 여태까지 연락이 끊겼던 걸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저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있는 게 하나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해야 할 일만큼은 명백했다.

       

       지금 이 상황.

       그들이 취해야 할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빠르게 대신전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피로 얼룩진 소녀를 자애롭게 안아들고 있는, 백발의 사내의 모습이었다.

       

       *****

       

       자연스레 두통이 밀려온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 사람들이 대체 왜 여기서 나오는 건데?’

       

       억까에도 정도라는 것이 있다.

       내 눈앞에 비친 것이 마침 이곳을 산책하고 있던 시민이었다면 차라리 납득이라도 했으리라.

       

       그런데 저 사람들이 입고 있는 건 사제복이다.

       심지어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것이 직급도 다들 높아보인다.

       

       그런데 대체 왜 저 사람들이, 하필이면 지금 이 순간에 내 앞에 나타났단 말인가.

       

       ‘성황청 사람들은 루시 그놈이 다 죽인 거 아니었어?’

       

       미처 처리하지 못한 잔당이라도 남아 있던 건가? 아니면 죽은 놈들이 부른 지원병이 이제야 도착한 거라든지.

       

       [변화가 10초 이후에 이루어집니다. 변화 시의 통증 완화를 위해, 잠시 사용자의 감각을 차단합니다.]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한데. 상태창은 이때다 싶어서 내 안구까지 공격했다.

       

       언제나 그렇듯 갑작스레 나타난 푸른 메시지 창이 번쩍거리며 내 눈건강을 해치더니, 내 심기를 제대로 긁어놓고선 사라졌다.

       

       자연스레 욕지거리가 내 목끝까지 올라왔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나는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그것을 참아 내었다. 

       

       이 지랄맞은 알림이 왜 또 울린 건지는 지금 신경써야 할 일이 아니었다.

       

       그런 데에 낭비할 시간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사용해야 했으니까.

       

       ‘지금 당장 지원군을 부르면…….’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시엘이나 리엔을 호출하는 방법이었다. 아직 시엘이 준 부적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걸 찢으면 언제든 두 사람을 호출하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저놈들이 쓰는 힘이 하필 우리 애들이랑 상극이란 것이다.

       

       한쪽은 마왕이 되다 만 애고, 한쪽은 악마랑 계약한 애다.

       

       그런 상성 차이에 저 인원수까지 생각하면 승리를 완전히 장담하기가 어려웠다. 

       

       이긴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감수해야 할 터였고. 그건 절대로 좋은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택해야 할 가장 좋은 계책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전투를 벌이지 않고 이 자리를 떠난다.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의 결말이었다.

       

       ‘…그런데 그걸 대체 어떻게 하냐고!’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내가 무슨 책사도 아니고. 

       

       적과 대치하고 있는 이 상황에 재빨리 기막힌 계책을 떠올린단 말인가.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계획이라고 해봐야 허접하다 못해 한심한 것밖에 없었다.

       

       소설이나 만화에서 자주 나오는 것처럼, 살기 같은 거라도 써서 저놈들을 무력화시킨다는 허황된 아이디어.

       

       그런 걸 지금 이 상황에서 써먹을 수도 없는 노릇…….

       

       ‘…잠깐만.’

       

       그거 진짜 불가능한 건가?

       

       물론 살기로 저 사람들을 제압하는 일 따윈 불가능하겠지만.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는 정도라면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었다.

       

       저쪽이 아예 공격할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의 강자로 위장하는 것이다. 

       

       저 사람들이라고 해도 분명 제 목숨은 소중하게 여길 것이다. 

       

       싸우게 되면 이쪽이 일방적으로 유린당해 죽을 거다, 상대에게 그런 확신이 들게 하면 분쟁은 확실히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도 어느 정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지금 상황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자.

       저 사람들은 십중팔구 성황청 소속이다.

       

       그리고 지금 내 뒤에는 엄청난 대학살극이 펼쳐져 있다.

       

       그렇다면, 저 사람들은 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건 고민할 필요조차 없이 알 수 있었다.

       

       검은 송곳니의 단장이다.

       성황청을 무너트리겠다고 선포한 검은 송곳니의 단장이 이런 학살을 저질렀다.

       

       분명 저들은 이 상황을 그리 판단했으리라.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다.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사실상 검은 송곳니 단장 사칭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눈앞에 모인 수많은 성직자들.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

       허나, 내 표정에 동요 따위는 없었다.

       

       나는 무표정하게, 세상 모든 것에 통달한 얼굴로 그들을 마주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한 남자가 내게 물었다.

       

       “다,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대체 어째서일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의 시선이 조금 이상했다.

       

       내 눈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내 등 뒤에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시선.

       

       하지만… 내 등 뒤에 대체 뭐가 있겠는가.

       나는 시답잖은 생각 따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입을 열어 남자의 질문에 답했다.

       

       “그런 건, 나보다 너희들이 더 잘 알고 있을 테지.”

       

       내 작전이 잘 먹힌 것인지 사람들이 얼굴이 창백해진다. 무척이나 좋은 신호.

       

       “나는 언제나 너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너희들의 추악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기세를 몰아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심각한 표정. 

       낮게 내리깐 목소리로 나는 선언했다.

       

       “내가, 너희들을 심판하러 왔다.”

       

       검은 송곳니 단장의 이름으로 너희들에게 처벌을 내리러 왔다고.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내 머릿속이 의문으로 가득찼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

       

       그 반응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류의 것이었으니 말이다.

       

       ‘…저 새끼들은 왜 쳐울고 있는 거지?’

       

       뜬금없이 나한테 기도는 또 왜 하고 있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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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How did you create a dark organization? 어쩌다 흑막 조직 만들어버림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game spoilers turned out to be fake. The characters I gathered thinking they were heroes are actually all villains. In other words,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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