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5

       “다들 내일부터 기말고사지? 헤헤헤! 다들 힘내! 점수 낮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갸아아아아악!!”

        “중간고사 망한 친구들은 조심해. 이번에도 망하면 학사 경고 들어간다?”

       “크으윽!”

         

       

       게이트를 넘어 이 세상을 침공했던 악마들은 모조리 박멸되었다. 그 중 둘은 아예 제국 측으로 전향까지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달라지는 건 없다. 여전히 씰스톤이 없는 곳에선 게이트가 생성된다.

       그리고 그 아가리가 열리면 이제까지 그러했듯 수많은 몬스터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악마들이 넘어오지 못하는 것뿐이다. 조금씩이라도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이 재앙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 이능력자들의 의무는 현재진행형이다. 그에 따라 미래의 이능력자들을 길러내는 요람 또한 오늘도 수많은 비명들이 생산되고 있다.

         

       

       “아니, 대체 왜! 어째서! 우리는 몬스터랑만 잘 싸우면 되는 거 아니야?! 왜 수학부터 시작해서 공학, 정치학, 역사학, 제국법, 문학, 제국어, 시문까지 전부 시험을 봐야 하는 건데!”

        “비명 좀 그만 지르고 얼른 시험공부나 하시지?”

        “내가 계속 시끄럽게 굴면 누가 와서 대신 해주지 않을까?”

        “계속 비명을 지르다가 당장 네 머리통에 불벼락이 떨어질 것 같은데.”

       

         

       요람 곳곳에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비명들. 주로 시험에 대한 통곡이 대부분이다.

       그 광경들을 바라보며 데우스는 새삼 악마들이 나타난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었다.

         

       이런 말을 하기 좀 부끄럽지만, 사실 자신도 공부와는 그리 친하지가 않았다.

       특히나 몇몇 과목과는 아예 담을 쌓았다. 그 시간에 체육관 가서 운동하는 게 더 편했다.

       오죽하면 공부를 할 바에 영감탱이랑 스파링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했을까.

         

       그나마 중간고사는 요 몇 달 사이에 온갖 사건사고들이 일어난 관계로 없어졌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번 학기는 아예 시험이 없어졌으면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허나 정리가 전부 끝나자 다시금 슬슬 시험 언급이 나왔고 결국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말았다.

       

         

       “에엥? 기말고사 안 보면 어떻게 되냐고?”

       

         

       슬그머니 그런 질문을 던지자 티아마트가 당연한 거 아니냐는 표정을 지었다.

       

         

       “학사경고 받겠지? 중간고사도 건너뛰었는데 기말고사 안 보면 큰일 나!”

       “그, 저는 제국의 영웅인데 말이죠. 시험은 안 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영웅은 공부 따위는 안 한다네, 뭐 이런 말이 있는데 혹시 여기선 적용이 안 되나?

       악마들에게서 제국을 몇 번이나 구했는데. 제국은 마땅히 그 공을 기려서 자신을 시험에게서 구해주어야 하는 법이 아닐까?

         

       이런 논리를 펼치자 티아마트가 깔깔 웃으면서 데우스의 어깨를 두드린다.

       아마도 그녀는 이 남학생이 그냥 시험이 부담스러워서 농담을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마! 이 선생님도 처음엔 그랬는데 결국엔 다 통과했어! 안 어려워! 그냥 달달 외우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악마랑 싸우는 것보다 그게 더 쉽지 않아?”

       “저는 차라리 악마랑 싸우는 게 더 나았던 거 같습니다.”

        “에이. 진짜 그 정도는 아니라니까?!”

       

         

       그 정도 맞다니까요. 선생님이 이해를 못 하셔서 그런 겁니다.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고 있자니 티아마트가 웃음기를 거두고선 다른 말을 해준다.

         

       

       “이론 수업이야 좀 지루하긴 했지? 그래서 시험도 치르기 싫었고. 그러면 이론 시험은 중간만 해. 나머지 점수는 실전으로 채우면 되잖아. 어차피 데우스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고!”

        “그냥 악마들 퇴치한 걸로 점수 채워주면 빠르지 않을까요.”

        “히히히! 되겠니?! 다른 건 몰라도 시험에 있어선 예외가 있을 수 없어!”

         

       

       이렇게 된다면 결국 꼼짝없이 시험 공부를 해야 한다는 소리가 된다.

       대충 찍고 나올 수는 없고, 그렇다면 최소한 기본적인 부분은 봐야 한다.

       결국 데우스는 수업 교재들을 들고서 (그의 손에 들어가니 수첩처럼 보였다.) 멀리서 구경만 하던 도서관으로 가게 되었다.

       

       이미 안쪽은 기말고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표정을 보니 모두가 똑같은 반응이다.

       시험 죽어. 시험 싫어. 시험 날에 세상 멸망 안 하나? 아. 아아! 공부하기 더럽게 싫다! 등등.

         

       

       “후우.”

       

         

       아, 운동하고 싶다. 아. 몬스터 잡고 싶다. 아아! 그냥 악마랑 싸우고 싶다!

       끓어오르는 피를 겨우 다독거리며 데우스가 막 의자를 쥐고 당기려는 순간이었다.

         

       ―우지직!

         

       

       “….”

       

         

       힘을 너무 세게 준 것 같다. 시험공부에 대해서 인내심을 쓰느라 정작 힘 조절을 잊었다.

       덕분에 원목으로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진 의자가 순식간에 나무 부스러기가 되어선 바닥을 뒹굴고 말았다.

         

       이거 가지고 또 뭐라 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주변을 살펴본다. 한데 기말고사가 코앞이라서 그런지 누구도 놀라거나 관심을 쏟지 않는다.

       다만 모두가 교재에 고개를 처박고서 ‘시험 죽어라. 시험 죽어라. 히힛!’ 하고만 있다.

         

       

       ‘다행이네. 오자마자 쫓겨나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역시 공부는 몸에 해로운 존재다. 바깥에 나가서 구르고 땀 흘리는 게 백배는 유용하다.

       몬스터랑 싸워야 할 텐데 왜 시험과 싸우고 있어야 하는 건가. 참으로 답답해지는 현실을 잊기 위해서 일단 책을 펼치고 다시 접히면 안 되니 힘을 주는―

         

       ―콰득!

         

       

       “…?”

         

       

       좋지 않은 소리에 슬쩍 책을 들어본다. 원목 책상에 쩍! 하고 금이 간 게 보인다.

       그나마 책상이 반으로 갈리진 않았는데 잘못하면 정말로 그리 되게 생겼다.

         

       

       “음.”

       

         

       역시 공부는 하지 말라는 건가. 데우스는 바로 몸을 돌려선 도서관을 나섰다.

       그리고 잠시 후, 결국 버티지 못한 책상이 우지끈! 소리를 내며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

       

         

       “죠죠. 나 요즘 너무 힘들다.”

         

       

       ―냥

         

       

       “차라리 악마들이랑 싸우는 게 낫지, 이건 진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냐앙

         

       죠죠가 한심스럽다는 듯 데우스를 바라본다. 그 모습이 마치 ‘진짜 사람은 악마랑 싸우는 걸 못 하지 않을까?’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렇게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이내 그루밍을 시작한다. 아주 여유로운 몸짓으로 말이다.

         

       

       “나쁜 놈. 들어주는 척도 안 하는 거냐.”

         

       

       내가 얼마나 잘 챙겨줬는데. 이제부터 하루 츄르 배급량을 줄여야겠군. 라고 생각하던 찰나 뒤에서 들린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본다.

         

       

       “아. 데우스.”

        “어서 와, 유리시아. 시험공부는 잘돼?”

        “어… 으응. 나쁘지는 않은 거 같아. 열심히 해야 하니까.”

       “좋겠네. 난 도대체 공부랑은 친해지지가 않아서.”

        “내, 내가 도와줄까?”

         

       

       도와준다고 해서 뭐가 될 것 같지가 않다. 당장 유리시아 본인도 바쁠 것이다.

       해서 정중하게 거절하고서 다시 열심히 그루밍을 하고 있는 죠죠를 바라본다.

         

       

       “맞아. 데우스. 그러고 보니! 하도 일이 많아서 이제 말하는 건데!”

        “응?”

        “죠죠 있잖아. 그, 물 엄청 싫어하던데?”

       

         

       어어? 얘가? 물을 왜 싫어해? 데우스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유리시아도 덩달아 당황한다.

         

       

       “목욕 시키려고 하니까 막 엄청 난리를 치면서 탈출하려고 했어. 몇 번 잡아보긴 했는데 너무 저항이 심해서… 이러다가 정말 다칠 것 같아서 겨우 물수건으로 닦아주기만 했어.”

       “정말로? 아니. 내가 목욕 시켜줄 때는 세상 얌전한 고양이였는데?”

         

       

       ―냐앙

       

       둘의 대화를 이해하기라도 한 것인지, 죠죠가 짧은 울음과 함께 마저 그루밍을 마친다.

         

       

       “뭐… 아무튼, 고생했어. 죠죠 씻기는 것도 그렇고. 요 근래 열심히 하는 것도 그렇고.”

       “더 열심히 할게! 그러니까 나도 이제 데우스가 봐주면 안 되는 거야? 정말 열심히 했어!”

       “안 그래도 루시엘 선배랑 회장님 볼 때 너도 같이 불러서 확인할 생각이야. 걱정하지 마.”

         

       

       아직 유리시아에게는 동아리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았다. 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부분을 알려주자 그녀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이거였다.

         

       

       “그러면 언제 가?”

       

         

       얼마 전만 해도 굉장히 두려움이 심했던 그녀인데. 뭔가 좀 많이 변했다.

       하여 이유를 물으니 유리시아는 당연한 거 아니냐는 대답과 함께 말을 이었다.

         

       

       “데우스가 그랬잖아.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이겨내는 거라고. 그러니까 난 계속 이겨낼 거야. 나를 믿어주신 어머니와, 또 나를 믿어주는 데우스를 위해서. 이겨내고, 이겨내고. 또 이겨내서 마침내는 데우스처럼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엄청난 훈련을 겪는 것도. 몬스터와 싸우는 것도. 게이트를 넘어 지옥에 가는 것까지도.

       모든 게 그저 그 과정에 불과하다고. 자신의 동경이 목표가 되었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자신은 지금보다 더 달라질 준비가 되었다고. 유리시아는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그리 말했다.

         

       심히 바람직한 모습에 데우스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냐아아앙

         

       그 광경에 옆에 가만히 앉아있던 죠죠가 조금은 묘한 울음소리를 낸다.

       만약 고양이 언어 번역기 앱이 있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역시 인간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대체 뭐 어디가 좋다고 저러는 거야!

       

         

       *

         

       

       “데우스 님.”

       

         

       기말고사 며칠 전. 갑작스레 자비스가 데우스를 불러냈다.

       그는 한 눈에 봐도 무언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 가득했다.

       

         

       “뭐야, 갑자기.”

        “실은 말입니다. 아스타로트를 살려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하는 의미로 제가 준비한 선물이 있습니다.”

        “난 뇌물 받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들어보시면 다를 겁니다. 무조건 그럴 겁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개인적으로 불러내기까지 한 걸까.

       팔짱까지 끼며 무언가 위압적인 분위기를 내던 데우스였으나.

       

         

       “어.”

         

       

       다음 나온 말에 바로 그 기세는 사라지고 말았다.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고?”

        “예. 제가 말을 잘 해두어서, 데우스 님이 이곳 요람의 모든 실전 훈련 시험을 총괄하는 것으로 하여 이론 시험은 딱 평균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

       

         

       가만히 자비스를 바라보던 데우스는 저도 모르게 이렇게 묻고 말았다.

       혹시 이마에 보석 하나 붙여볼 생각은 없냐고.

         

       

       

    다음화 보기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