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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

       뉴라이프 신문사 건물 안쪽에서, 일행은 마지막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베네트는 지도에서 두 포인트를 짚어냈습니다.

       

       “이 마법진은 중심축이 두 개로 보인다. 은의 황혼 교단 건물과⋯⋯ 운석이 떨어진 곳. 두 장소에서 의식이 진행되겠지.”

       

       “중심축이 두 개면 좀 더 안정적인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둘 다 박살 내야 돼?”

       

       “아니, 아나 그렇지 않을 거다. 대개의 경우, 마법진에서 중심축을 늘리는 행위는 불안정성과 위력을 동시에 올린다. 둘 중 하나의 중심축만 방해해도 그들의 의식은 실패로 만들 수 있을 테지.”

       

       그렇기 때문에.

       

       “병력을 분산 배치 해뒀을 거라고 생각한다. 양쪽에.”

       

       [그렇다면 한쪽에는 교주가 있겠네요.]

       

       “그래, 그리고 나머지 한 곳에도⋯⋯ 의식을 이끄는 핵심 인물이 존재하겠고.”

       

       타라는 주먹을 꽉 쥐고 흔들었습니다. 은의 황혼 교단과의 전투가 완전히 코 앞이었으므로. 드디어 제대로 된 복수의 때가 온 겁니다.

       

       “둘 중 하나만 골라서 박살 내도 된다는 거지?”

       

       [저희가 어디를 공격해야 할까요?]

       

       “내 생각엔⋯⋯ 교단 건물을 타격하는 쪽이 나아 보이는군.”

       

       베네트는 자신이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에 대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반대쪽 축으로 예상되는 장소, 운석 구덩이에는 마땅한 장애물이 없다. 그리고 너희들도 알다시피, 저들의 마법은 극단적인 공격형이지. 패링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일부 대응이 가능하다지만, 탁 트인 평지에서는⋯⋯.”

       

       “사방에서 날아오면 못 막겠네.”

       

       “그래. 장애물 없는 평지는 수가 많은 쪽이 유리한 법이다. 우리가 소수이니, 좁고 장애물이 많은 전장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해.”

       

       “일리가 있는 것 같은데⋯⋯.”

       

       타라가 솔깃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리자, 니오레가 테이블 위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고, 지도에 글을 끄적였습니다.

       

       [저는 반대로 생각해요.]

       

       “반대?”

       

       [장애물 없는 평지는 반대로 대량살상마법을 사용하기 좋으니까요. 광신도들은 방어 능력이 부족하니까, 오히려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을 거예요.]

       

       타라가 주먹으로 지도 위, 교단 건물이 그려진 곳을 콩 때렸습니다.

       

       “⋯⋯니오레, 건물째로 날려버리면 되잖아? 그런 마법이 있다면 단번에 날릴 수 있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 아니야?”

       

       [도시에 마법진까지 설치해 두는 적들이에요. 자신들의 본거지에 방어 시설을 갖추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어요. 대응책이 있지 않을까요?]

       

       “준비된 마법사가 강하다. 마법전의 철칙이지. 일리가 있군. 하지만 그건, 우리가 대량살상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틈틈이 공부하면서 얻은 주문이 있어요. 먼 우주의 화염의 신의 힘을 빌려오는 주문이고, 위력과 범위는 대단히 넓어요.]

       

       베네트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온갖 마법과 함정이 설치되어 있을지 모르는 교단 건물을 공략하자고 생각한 이유는, 평야에서 많은 적들과 싸우는 것이 보다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대량살상마법이 준비되어 있다면 운석 구덩이를 노려봐도 괜찮을 것이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었습니다.

       

       “써도 괜찮은 주문이 맞나?”

       

       “아.”

       

       “그만한 위력의 주문을 쓰려면, 코피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만.”

       

       [⋯⋯놀라지 말고 읽어주실래요?]

       

       니오레는 두 손을 가슴께에 모으고 심호흡을 잠깐 했습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일렁이는 어떤⋯⋯ 감정이. 타라는 낯이 익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저, 여신님을 만난 것 같아요.]

       

       타라의 표정이 확 찌푸려졌습니다.

       

       “여신?”

       

       [네, 금발의 여신님이셨어요. 이목구비가 흐릿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분께서는 이 행성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다고 해요. 악신에 의해서 패배해 봉인 당한 상태지만⋯⋯ 이렇게나마 저희를 돕고 싶다면서. 여기요.]

       

       니오레는 빛나는 흰색 수정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습니다. 그것은 우윳빛으로 반짝거리고 있었으며, 신비한 힘이 느껴졌습니다. 말하자면 성물인 셈이었습니다.

       

       그 효력은, 주문에 사용되는 코스트를 0에 가깝게 만드는 것. 순수하고도 방대한 마력이 찰랑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베네트의 흑마법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여신이라.

       

       베네트 또한 비몽사몽중에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었습니다. 과연, 그 존재는 여신이라는 말인가. 꿈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이렇게 물질적인 아티팩트까지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신적인 존재가 맞을 터.

       

       “이곳에도 멀쩡한 신이 있었던 건가⋯⋯.”

       

       [패배하신 것 같지만요.]

       

       “그렇다면, 신에게 계시를 받았으녀 성녀인 셈이로군. 니오레. 안 그런가?”

       

       [조금 부끄러운데요⋯⋯.]

       

       니오레가 쑥스럽다는 듯 어깨를 움츠리고 있을 때, 타라는 굉장히 안절부절못하며 눈동자를 떨었습니다. 이세계의 여신이 자신이 아니라 니오레를 골랐다는 점이, 불안을 부추겨서.

       

       한참을 꼼지락대다가, 타라는 소심하게 운을 떼었습니다.

       

       “⋯⋯저기, 있잖아 베네트.”

       

       “뭐지?”

       

       “혹시, 내가 쓸모가 없어진다면 어떨 것 같아?”

       

       “이미 집안일에서는 쓸모가 없었다만.”

       

       타라는 발끈해서 베네트의 팔뚝을 챱챱 때렸습니다. 베네트는 잠깐 뜸을 들인 뒤에, 그녀에게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괜히 해 본 말은 아닌 것 같아서.

       

       “무슨 의미로 한 말이냐?”

       

       “아니, 그냥. 별일 아니고⋯⋯ 그냥 말해본 거야.”

       

       “세상에서 가장 설득력 없는 그냥이로군. 타라,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얌전히──”

       

       쿠당탕!

       

       문을 박차고 기자 샐리가 들어왔습니다.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듯이 외쳤습니다.

       

       “저, 저 미친, 미친 새끼들이 뭘 하고 있는지 좀 보세요!”

       

       “당장 가지.”

       

       일행은 무장을 챙겨서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그곳에는 고성능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망원경은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는 대신, 이번에는 도시의 사람들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렌즈 너머로 들여다보이는 세상은 한 편의 지옥도였습니다.

       

       기나긴 행렬. 사람들이 어디론가 나란히 걷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걸을 뿐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표정을 살피면 몽롱하게 풀어져 있어, 제대로 생각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몽롱한 표정의 사람들 사이에 간간이 보이는. 멀쩡한 사람들이 어우러지자. 꺼림칙하고도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 가족이 보였습니다.

       

       아버지와 어린 딸, 그리고 어머니는 나란히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단란한 가정의 나들이일 뿐이었습니다만.

       

       몽롱한 표정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양쪽에서 단단히 손이 붙잡힌 딸의 표정은. 세상이 무너질 듯한 공포에 질려 있었습니다. 딸은 비명을 지르고, 바둥거렸지만. 성인 두 사람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습니다.

       

       여자친구를 끌고 가는 남자, 늙은 할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이동하는 여고생 등. 최면에 걸린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강제로 이끌고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행렬의 끝.

       

       운석이 충돌해 만들어진 구덩이 속으로, 사람들을 하나둘 던져넣고 있는 광신도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먼저 들어간 사람은, 나중에 들어간 사람의 무게에 눌려 죽었습니다.

       

       그렇게 다 함께 으스러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끔찍하군.”

       

       “구해야 해!”

       

       [⋯⋯네, 구해야 돼요. 그렇죠.]

       

       “비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만한 수의 산제물을 바치면⋯⋯ 적들이 어느 정도의 힘을 얻게 될지 상상도 안 가는군. 도덕 이전에, 우리의 목적을 이루려면 저 짓거리를 막아야 한다.”

       

       일행은 황급히 출정을 준비했습니다.

       

       타라는 입술을 꾹 깨물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신성력의 잔량을 확인했습니다.

       

       어젯밤, 신성력의 회복 속도는 0이 되었습니다.

       

       몸에 남은 신성력을 모두 사용하고 나면, 타라는 옷 가게 아가씨로 돌아가게 됩니다. 아무런 능력도 없는. 성녀로서 거머쥔 부와 명예, 우러름받는 사회적인 위치도 잃어버릴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꾹 참고, 신성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성녀로서의 삶을 연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리저리 농땡이를 부리며 사실을 감춘다면, 족히 10년 동안은.

       

       그러나, 그런 것들을 잃어버리는 건. 전혀 아쉽지 않았습니다.

       

       불안은, 있었습니다. 가족마저 잃어버리며 얻은 것이, 손 틈 사이로 흘러 나간다는 상실감. 성녀가 아니게 된 자신에게 닥칠 여러 일들에 대한 공포.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녀가 염려하는 것은.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베네트는 여동생을 위해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타라는, 가족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을 절절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입장을 비춰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타라는, 자신은 가족을 구하는 데 실패했으니. 너무 늦어버렸으니까.

       

       그렇다면 적어도 베네트는. 베네트만큼은⋯⋯.

       

       

       일행은 금세 무장을 마치고 출발했습니다.

       

       ===============================================================

       

       구덩이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에 섞여서 걸었습니다.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 몸을 숨기면서. 다행히도 정체가 발각당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니오레가 시전한 인식 저해 마법이 제대로 먹힌 것일지도.

       

       망원경 너머로 바라보는 세상에는 소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가까이에, 그들의 행렬에 몸을 담그고 나자. 지옥도의 처절함은 선명하게 와닿았습니다. 

       

       “엄마, 아빠, 정신 좀 차려봐, 제발⋯⋯!!”

       

       “할머니, 왜 이 쪽으로 가시는 거예요. 우리 제발 돌아가요. 네?”

       

       자신의 의지를 잃어버린 채로, 사람들은 죽음을 향해 걷고 있었습니다. 

       

       “⋯⋯⋯⋯.”

       

       베네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밤하늘의 별들은 자신의 반짝임을 뽐내며, 지상의 절규를 관람하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부풀어 올랐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밤하늘의 별자리가 기괴하고 난잡하게 섞여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별빛이 이어져 누군가의 노려보는 눈이 되고, 목 잘린 아이가 되고, 거꾸로 매달린 광대가 되었습니다. 

       

       미쳐가는 밤하늘은 악신 강림의 전조일 터.

       

       운석 구덩이에 일행이 가까이 다가가자, 의식을 준비하는 광신도들이 보였습니다. 이들은 사람들과 가까이 엉겨 붙어 있어서, 대량 살상 주문을 사용하면 무고한 사람들도 태워지게 될 것이었습니다.

       

       “⋯⋯이건.”

       

       [쓸게요.]

       

       “⋯⋯뭐?!”

       

       [주문, 쓸게요. 저 사람들은⋯⋯ 휘말려서 죽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니오레가 담담하게 화이트보드에 적어 내리는 내용에, 베네트와 타라의 눈이 떨렸습니다. 타라는 당황으로 몸을 떨다가, 죽음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둘러보고, 다시 니오레를 마주했습니다.

       

       “너, 그게 무슨, 이 많은 사람을 다 죽이겠다는 거야?”

       

       [네. 그래도 전부는 아니에요. 범위에 휘말리는 절반이 죽는 대신, 아직 구덩이에 몸을 던지지 않은 절반은 살 테니까.]

       

       절반을 살리기 위해, 절반을 끊어 내는 판단.

       

       “다시 생각해 봐, 이런 건 너답지 않아⋯⋯!”

       

       [하지만 타라, 제가 저답게 굴었을 때⋯⋯ 한 명도 놓치지 않고 구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셨잖아요. 사실 타라도, 저를 원망하고 있지 않았나요?]

       

       “⋯⋯뭐?”

       

       니오레의 눈동자가 음울하게 가라앉았습니다.

       

       [만약 제가 기자님을 구하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생각, 해 본 적 없나요?]

       

       “⋯⋯⋯⋯.”

       

       [그래서 저는, 포기하려고 해요. 타라. 덜 소중한 것들을 위해서, 더 소중한 것들을 잃고 싶지 않아요. 괴롭지 않은 건, 아니지만⋯⋯.]

       

       니오레는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주먹이 새하얗게 변하고,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어 피가 주르륵 흘렀습니다. 양심의 삼각형이 회전하며 마음을 찢어놓고 있더라도, 이를 악물고. 

       

       [해야만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타라도, 민간인 몇 명보다는⋯⋯ 은의 황혼 교단을 더 죽이고 싶지 않나요?]

       

       “⋯⋯⋯⋯.”

       

       타라는 니오레의 본성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사람을 돕기를 좋아했으며, 자신과 관련 없는 일에도 뛰어들 정도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그녀가 내린 결단은. 무고한 이들의 희생을 감수하자고 말하는 건. 정말로 힘들게 내린 결단일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라는 그녀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타박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베네트가 말했습니다.

       

       “모두를 구하자는 의견도, 반절을 희생하면서 반을 확실히 구하자는 의견도. 멈춰서서 있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면 모두를 구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싶군.”

       

       [⋯⋯위험이 늘어날 텐데요?]

       

       “부족한 부분은 내가 어떻게든 채워보겠다. 그도 그럴 게.”

       

       억지로 마음을 내리누르며, 많은 사람의 희생 끝에 승리를 따내고 나면. 마음에 커다란 흉터가 남을 테니까. 베네트는 두 사람이 그런 일을 겪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그런 속내는 숨기고, 베네트는 진심 일부가 섞인 뻔한 말을 입에 담았습니다.

       

       “사람을⋯⋯ 더 살릴 수 있는 쪽이 좋지 않나.”

       

       “안 어울리는 말을 하네, 흑마법사.”

       

       “⋯⋯⋯⋯.”

       

       타라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그래, 그러면 있지. 나, 아마 이번 전투가 끝나면. 신성력을 더 이상 못 쓰게 될 거야.”

       

       “⋯⋯그게 무슨 소리냐.”

       

       “몰라, 그날 이후로 점점 줄어들더니. 공급이 뚝 끊겼어. 어쩌면⋯⋯ 더이상 내가 여신을 믿지 않게 됐나 봐. 그래서 힘을 거둬갔는지도.”

       

       베네트는 타라의 신성 마법 사용 횟수가 극단적으로 낮아진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불안의 이유도. 그녀는 성녀의 자격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타라는 애써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래도 몇 번 정도는 싸울 분량이 있고⋯⋯ 그리고, 지금 모든 걸 쏟아낸다면 말이야. 모두를 구하면서도 싸울 수 있어.”

       

       “⋯⋯⋯⋯.”

       

       “판단은 네게 맡겨도 될까? 베네트. 마지막 신성력⋯⋯. 사람을 구하는 데 쓸 건지, 우리를 구하는 데 쓸 건지.”

       

       베네트는 잠깐 침묵하다가, 타라의 정수리 위에 손을 올렸습니다.

       

       “아, 왜.”

       

       “미리 말해줘서 고맙다.”

       

       “⋯⋯너무 늦은 거지.”

       

       쓱쓱. 가볍게 쓰다듬는 손길에는, 위로의 뜻을 담았습니다. 가진 힘을 하루아침에 잃게 된다면 그 상실의 충격은 거대할 터. 이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없는 말주변을 긁어모아서라도 위로를 해 줬을 것이나.

       

       바쁜 상황이기에, 베네트는 행동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사람을 구하는 쪽으로 부탁한다. 오히려 그게 더 싸우기 편할 것 같더군.”

       

       “응, 알았어.”

       

       “속전속결로 끝낸다. 의식을 조율하는 건⋯⋯ 저 단상 위의 사람으로 보인다. 녀석을 죽여 떨어뜨리고, 이탈한다.”

       

       베네트는 운석 구덩이 근처에서 광신도들을 손가락으로 지휘하는 이를 노려보았습니다. 후드를 깊게 눌러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체형이 묘하게 익숙했습니다.

       

       “좋아, 그러면 마지막으로⋯⋯ 성녀다운 짓을 해 보고 갈까?”

       

       “신성력을 잃으면, 마력 다루는 법 개인 과외를 해 주지. 다시 쌓는 건 좀 더 쉬울 거다.”

       

       [⋯⋯⋯⋯.]

       

       베네트는 롱소드를 뽑아 들고, 타라는 성표를 꺼내며, 니오레는 마도서를 펼쳐 들었습니다. 

       

       인간의 비명, 내려다보는 별, 누군가가 깔려 죽는 소리와, 광신도들의 열락 섞인 울음, 그런 온갖 추악하고 어두운 탁류 속을 헤집고 거슬러 올라가는 세 사람.

       

       각각의 의지는 다른 색으로 물들어 있었으나, 그것은 분명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일행이 접근하자, 후드를 눌러쓴 자는 단상 위에서 내려다보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재회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여러분, 다시 뵙네요.”

       

       “⋯⋯역시, 아브라함을 번제한 것은. 너냐.”

       

       “모든 것은 위대하신 분을 위해서.”

       

       그녀가 후드를 벗자, 그 아래에는 이사악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 되게⋯⋯ 춥네요⋯⋯.
    내일 또 봐요, 마이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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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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