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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

       “지이잉~.”

         

       파스텔은 토너먼트 조 추첨이 이루어질 대기실로 걸어가며 똑똑한 표정을 지었다.

         

       “명탐정 파스텔과 복수 좋아 파스텔이 머리를 맞댄 결과 알아챘어요.”

         

       아무도 없는 전방을 삿대질했다.

         

       “카를로 교수님이 수상하다! 교내에 스파이가 있다면 카를로 교수님밖에 없다!”

         

       그런 것이었던 것이었다.

         

       허억.

         

       어마어마한 배신감.

         

       『저번에도 말했다만 하늘섬은 최전방이고 아카데미 교수직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야. 내가 지하실에 다시 갇혀 있는 동안 강산이 한차례 변해 제국의 현황을 잘 모르긴 해도 기조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을 거다.』

         

       파스텔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사실 악마님이 틀렸다! 이거죠!”

       『이유를 대봐라.』

         

       이유, 근거.

         

       “바보바보 파스텔은 대답 못 할 거 같죠? 하지만 대답할 수 있어요! 왜냐면 이건 교단과 관련된 일이고 전 지금 매우 진지하게 판단 중이거든요.”

         

       파스텔은 똑똑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저번에 말했듯이 카를로 교수님은 일 처리를 너무 이상하게 했어요. 물론 따로 보면 그렇게까지 이상한 건 아니었지만 모아 보면 이상해요!”

         

       사람 없는 복도를 되돌아보고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학생을 위한 학생회 제도를 폐지하려고 했고요. 마석 각성제를 암묵적으로 허용해 교단의 침입을 용이하게 했고요. 하수도 차단을 제때 안 해서 암살과 테러를 조장했어요.”

         

       맞아맞아.

         

       “각각 예산 절약, 실적 향상, 행정 원칙이라는 타당한 이유를 대고 일을 처리해서 딱히 이상하진 않았지만 사람이 너무 일관적이잖아요.”

         

       우연이 계속되면 필연.

         

       『그럴 수도 있겠다만 제국이 아카데미 교수도 제대로 선별 못 할 만큼 타락했을진 의문이군.』

         

       잉.

         

       악마님 머릿속 제국은 무슨 모습이길래.

         

       이것이 나이 차가 만드는 세대 간극?

         

       으아.

         

       나이 차가 너무 커어.

         

       『내 생각엔 그 교수가 수상해 보이는 건, 단지 너무 무능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앉은 자리가 능력을 대변해 주는 건 아니니.』

         

       조상 세대 악마가 무슨 말을 하든 반박하려던 반항아 파스텔은 벙쪘다.

         

       『본래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자는 자신보다 못한 이만을 가르치느라 세상 또한 그와 같이 모자랄 것이라 오판하기 쉽지. 그 교수는 겸손을 버리고 높은 자리에 앉았다가 무능을 만천하에 선보였을 뿐이다.』

         

       완전 심한 말.

         

       카를로 교수님이 듣고도 이게 자신을 옹호하는 발언이 맞나 귀를 의심할 발언.

         

       아무리 그래도 정말 스파이인지 아직 모르는 교수님이 실시간 모독당하는 광경에 파스텔은 양심이 콕콕 찔렸다.

         

       악마님 완전 악마 같아.

         

       “말이 심하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흠? 왜 내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 거지? 자신의 전공에 유능한 이가 무관한 분야에도 남들보다 유능할 거라 스스로를 과신하는 일은 수두룩하다.』

         

       파스텔은 고개를 저었다.

         

       “뒷담화는 나빠요.”

         

       맞아맞아.

         

       『아니, 왜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거지.』

         

       악마가 당혹스러워했다.

         

       복도 저편의 대기실 문이 열렸다. 엘리가 상체를 내밀고 복도를 좌우로 살피더니 파스텔은 발견했다.

         

       “파스텔, 빨리 와. 모두 대기 중이야.”

       “앗! 알겠어!”

         

       파스텔은 분홍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려갔다. 대기실에 들어가자 토너먼트 A로 배정된 친구들이 보였다.

         

       멜리사, 앨시어, 레너드, 친구친구 A, 친구친구 B 등등.

         

       다 아는 애들!

         

       토너먼트 여러 개 만들고 성적순으로 나눠 비슷한 애들끼리 붙게 한지라 토너먼트 A에는 최상위권만 모였다.

         

       파스텔은 양손을 흔들었다.

         

       “안녕 친구들! 나 기다렸어? 나 기다렸지! 기다리고 기다리던 파스텔이 왔어!”

         

       공작 영애 앨시어를 혼자 열중하며 노려보던 멜리사가 반색했다.

         

       “아, 파스텔. 오는 길에 무슨 곤란이라도 있었나요?”

         

       파스텔은 상큼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냥 늦게 왔어! 지각쟁이야!”

         

       하지만 권력자 파스텔이라 혼나지 않네요~!

         

       야호!

         

       “다들 나 보고 싶었지? 미안해!”

         

       파스텔은 양 손바닥을 맞대고 살포시 사과했다.

         

       죄 많은 인기인이여.

         

       흐윽.

         

       “야! 아무도 안 보고 싶었으니까 어서 조 편성이나 해.”

         

       테이블에 발을 걸치고 앉은 레너드가 단상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대장놀이에 열중 중인지 친구친구들이 부하처럼 서 있었다.

         

       “나를 아무도 안 보고 싶어 했다고?”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그러다 혼자 빵 터져서 웃었다.

         

       “아하하! 레너드! 그런다고 내 마음속 친구 순위가 바뀌진 않아! 그런 식으로 관심을 유도하면 네 순위만 떨어진다구.”

         

       방금 20위권 밖으로 떨어졌음!

         

       “뭐?!”

         

       레너드의 입이 벌어졌다. 굉장히 어이없어하더니 부하를 돌아봤다.

         

       “쟤는 왜 항상 저렇게 짜증 나게 말하는 거냐?”

         

       부하가 고심하더니 대답했다.

         

       “대장, 강한 부정은 긍정이래.”

         

       다른 부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들이?!”

         

       드잡이질이 이어졌다.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우와악! 친구들아! 날 두고 싸우지 마아!”

         

       약간 울상으로 팔을 휘저었다.

         

       “하극상이 즐거운 건 이해되지마안! 자꾸 날 두고 싸우면 너희 모두 친구 이하가 된다구! 정말이야!”

         

       엘리가 광경을 흘겨보며 다가왔다.

         

       “남자애들이란.”

         

       검은 머리카락을 귓바퀴 뒤로 쓸어 넘기더니 종이 상자를 건네줬다.

         

       “쟤네는 싸우라 하고 조 추첨이나 하자.”

         

       오잉.

         

       완전 시크.

         

       파스텔은 벙찐 얼굴로 엘리를 보다가 싸우는 광경을 돌아봤다. 그리고 종이 상자를 내려보며 고심했다.

         

       상큼하게 웃었다.

         

       “응! 그럴까!”

         

       단상으로 걸어갔다. 뻘쭘하게 대기하던 더스틴이 자리를 피해줬다.

         

       “다들 알고 있지?”

         

       단상 뒤편의 토너먼트 대진표를 가리켰다. 사람 이름이 비었는데 이제 뽑을 거다.

         

       “한 사람씩 나와서 뽑는 거야!”

         

       파스텔은 친구들을 내려보다가 한쪽 구석에 혼자 조용히 앉아 있던 은발 소녀를 가리켰다.

         

       “먼저 앨시어부터! 어서 나와! 도근두근 조 편성이야!”

         

       앨시어가 약간 난감해했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머뭇거리다가 말해왔다.

         

       “기권할게.”

         

       오잉.

         

       파스텔은 당혹스러웠다.

         

       다음 경지인 준기사급이 어떤지 안전하게 붙어보려고 개최한 토너먼트인데 정작 네가 빠지면……?

         

       당황당황이야~.

         

       “왜 기권하려는 거야?”

         

       파스텔은 토너먼트 안내지를 허둥지둥 들었다. 보상 항목을 콕콕 가리켰다.

         

       “벨라몬트 공작가니까 순위 상금은 필요 없다고 해도, 봐봐! 학기 보고서 제출에 가산점 부여가 있어! 이거 받으면 2학기 보고서 준비는 널널하게 해도 돼!”

         

       완전 좋음!

         

       앨시어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잉.

         

       토너먼트 안내지를 내렸다.

         

       “왜 기권하려는 거야?”

       “그야.”

         

       앨시어는 쏠린 시선들이 살짝 부담스러운지 머뭇거렸다. 그러다 민망해하며 말을 꺼냈다.

         

       “어차피 내가 우승할 테니까.”

         

       오잉.

         

       “좋은 기회를 뺏는 건 미안하고, 애초에 여긴 내가 끼어서는 안 되는 수준이니까.”

         

       수준.

         

       “너희 수준에 방해되려고 입학한 건 아니라서, 나는 예외로 하고 너희끼리 즐기면 될 거 같아.”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파스텔은 입이 헤 벌어졌다.

         

       “뭐냐.”

         

       부하의 멱살을 잡던 레너드가 손을 놓았다. 사나운 시선이 앨시어를 노려봤다.

         

       “싸우자는 거냐? 어?!”

         

       앨시어가 난감해했다.

         

       “아니, 기권할게.”

       “그게 그 소리잖아!”

         

       레너드가 테이블을 쾅 쳤다. 소음이 실내를 채우자 험악한 분위기로 뒤덮였다.

         

       지켜보던 멜리사가 입을 가리고 몰래 한숨을 작게 쉬더니 입을 열었다.

         

       “벨라몬트, 동급생에게 예의를 갖추세요. 여긴 당신이 나고 자란 북부가 아니에요.”

         

       레너드를 보며 곤란해하던 앨시어가 살짝 반색했다.

         

       “네 말대로야. 얼마 전까지 북부에 있던 감각이 남아 있어서 너희 수준에 맞추기 어려워.”

         

       멜리사가 살포시 미소 지었다. 그리고 잠시 말없이 앨시어를 응시했다.

         

       “날 선 현장감을 누르기 어렵다면 제가 상대해 드릴까요? 토너먼트에서요. 저라면 충분한 상대겠죠?”

         

       앨시어가 다시 난감해했다.

         

       “마법사를 좁은 대련장에서 손쉽게 상대하는 건 딱히 하고 싶지 않아. 너는 대마법사도 아니고.”

         

       멜리사가 속눈썹을 바들 떨었다. 벨라몬트 기숙사에서 했던 티파티 때처럼 논쟁을 주고받고 싶지만 공적 공간이라 참는 모습이었다.

         

       흐에.

         

       파스텔은 입을 벙긋거렸다.

         

       준기사급 완전 오만해.

         

       앨시어가 응시했다.

         

       “하여튼 그래서 기권할게. 너희끼리 놀아.”

         

       흐에에.

         

       파스텔은 시선을 마주 보다가 단상의 깃펜을 잡았다. 토너먼트 안내지의 규정 항목에 추가로 글자를 적어갔다.

         

       슥슥 슥슥.

         

       “그거 무리!”

         

       토너먼트 안내지 2.0을 들었다.

         

       어째 방금 써져 잉크도 안 마른 듯한 규정 항목을 당당히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토너먼트 당일에 기권하는 건 불가능해! 그건 성실히 준비하던 학생들의 마음을 배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야!”

         

       어쨌든 붙어보고 싶은 파스텔은 뻔뻔하게 선언했다.

         

       이것이 권력!

         

       야호~!

         

       권력 사랑해~!

         

       앨시어가 벙찐 얼굴로 바라봤다.

         

       “그게 뭐야.”

         

       레너드가 책상을 치며 크게 웃었다.

         

       “꼴 좋다! 꼴 좋아!”

         

       레너드의 손가락이 앨시어를 가리켰다.

         

       “이게 우리 아카데미지! 어떠냐! 이러고도 너희 수준이라고 깎아내릴 수 있을까?!”

         

       오잉.

         

       레너드, 아까는 인기인 파스텔이 짜증 난다느니 했으면서 그렇게 태도를 바꾸다니.

         

       대장놀이가 취미인 것과 다르게 완전 간신배 같은 태도잖아.

         

       그러면, 그러면……!

         

       파스텔은 권력 뿜뿜한 표정이 됐다.

         

       완전 즐거워!

         

       간신배가 더 생겼으면 좋겠어!

         

       에헴!

         

       “아.”

         

       붉어진 멜리사가 살포시 얼굴을 가렸다.

         

       “이런 수준이라니…….”

         

       매우 창피해하는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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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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