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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

       

       

       

       

       

       75화. 룬 사용자 ( 2 )

       

       

       

       

       

       데모닉은 한스를 한 대장간으로 인도했다. 성도 키비타스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대장간이다.

       솜씨 좋기로 유명한 명장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왔고, 그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 것은 보지도 않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

       

       

       타캉ㅡ! 타캉ㅡ! 타캉ㅡ!

       

       ‘무슨 열기가…’

       

       

       대장간의 주변에 들어서기만 했는데도 얼굴을 덮쳐오는 열기에 한스가 흠칫 놀랐다. 한껏 가열된 공기가 코를 찌르며 폐를 익혀가는 듯했다.

       데모닉조차 뜨거운 열기에 미간을 찌푸렸다.

       

       공기조차 지글지글 타오르고, 폐를 익혀버리는 듯한 열기.

       왜인지 익숙한 경험이다.

       마치 한번 겪어본 듯한…

       

       

       ‘성지에서 봤던 대장간의 열기가 이랬지.’

       

       

       데모닉은 발걸음을 멈추어 섰다.

       팔라딘인 그는 신성력으로 몸을 보호할 수 있다지만, 신성력을 다루지 못하는 한스는 열기에 큰 고통을 느낄 것이다.

       

       주머니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낸 데모닉이 한스에게 내밀었다.

       

       

       “대장간 주변의 열기가 보통이 아니군요. 견디기 힘드시다면 이걸로 코를 막으시면 됩니다.”

       

       “예? 아아, 괜찮습니다. 견딜만한 수준인데요?”

       

       “… 그렇습니까?”

       

       

       데모닉의 한쪽 눈썹이 까딱 올라갔다. 보아하니 한순간의 치기나 고집은 아닌 것 같고…

       정말로 버틸만한 모양이다.

       

       신께서 점지하셨다더니, 과연 숨겨둔 한 수는 있는 모양.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혹여나 힘드시면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아이고, 예. 저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데모닉과 한스는 시끄러운 철 소리로 가득한 대장간에 들어섰다.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망치질 소리가 대장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타캉ㅡ! 타캉ㅡ! 타캉ㅡ!

       

       

       저 불길 앞에 한 사내가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사내를 잡아먹을 것처럼 거대하게 타오르며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는 불꽃.

       하지만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망치질을 반복하고 있었다.

       

       흘러내린 땀에 온몸이 젖어내리고, 가쁜 숨을 내쉬고 있지만 망치질은 멈추지 않는다.

       뜨거운 불길에 피부가 조금씩 타올라도, 뜨거운 열기에 폐가 익어가도.

       망치질은 계속되어야 한다.

       

       

       자신을 고행에 몰아붙이는 고승과도 같은 모습.

       

       데모닉과 한스는 애덤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기백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떠오름이었다.

       

       

       카캉ㅡ! 카캉ㅡ! 카캉ㅡ!

       

       

       이윽고 망치질이 점차 빨라진다. 허공에 흩날리는 애덤의 땀방울이 비처럼 흘러내린다.

       애덤의 눈동자는 이글거리는 쇳덩이만을 비췄다. 어쩌면 그는 불꽃 그 자체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후… 후우ㅡ”

       

       

       그렇게 영겁 같은 순간이 지나고, 영원히 타오를 것 같았던 불꽃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이윽고 애덤의 망치도 멈춰섰다. 불길이 사그라들자, 대장간의 공기도 빠르게 식어갔다.

       

       데모닉과 한스도 그제야 발을 옮길 수 있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애덤이 뒤돌아봤다.

       

       

       “후ㅡ 그쪽은 누구요? 손님이라면 저쪽 가게 밖에 있는 얼간이들한테 가보쇼. 난 오늘 장사 안하니까.”

       

       

       퉁명스럽게 말하며 손을 휘휘 젓는 애덤. 데모닉이 정중하게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애덤 공, 저는 팔라딘 데모닉입니다. 애덤 공이 말씀하신 한스 님과 함께 왔습니다.”

       

       “오? 그럼 그쪽이 한스요?”

       

       “예? 아, 그렇습니다…?”

       

       

       한스가 얼떨결에 대답하자, 애덤이 밝게 웃으며 한스의 손을 붙잡았다.

       억센 손아귀 힘에 딸려간 한스의 손. 마치 거칠고 두터운 가죽 장갑을 붙잡은 듯했다.

       

       

       “으하하하! 반갑구만! 나는 애덤이요! 드디어 나의 첫 사명을 다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고 설레는구먼! 아하하핫!”

       

       “아윽! 소, 손!! 아악!!”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그 뭐냐, 우선 무기는 가져왔겠지?”

       

       

       살짝 부어오른 손을 매만지던 한스가 얼떨떨하게 허리춤에서 롱소드를 꺼내서 애덤에게 건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의 한스.

       

       롱소드를 받아든 애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매서운 눈빛이 롱소드의 이곳저곳을 훑어봤다.

       그리고 결론 내렸다.

       

       

       “… 당신, 검을 별로 안 썼구먼? 아니 애초에 이 검에 피를 묻힌 적이 없어.”

        

       “그, 그걸 어떻게…?”

       

       “척 보면 다 보이는 거지. 당신 손바닥도 그렇고, 검사의 손이 아니야.”

       

       

       애덤의 지적에 한스는 저도 모르게 손을 가렸다. 애덤의 말이 정확했다.

       그는 풋내기 모험가였고, 검을 제대로 잡아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당신, 뭘 죽인 적도 없구먼? 뭔가를 죽인 적도 없고, 죽일 용기도 없어.”

       

       “그건…”

       

       

       애덤의 말에 한스의 어깨가 크게 움찔했다.

       

       

       “나야 뭐, 신께서 명하신 대로 따를 뿐이지만. 당신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게 하나 있을 거요.”

       

       

       애덤은 롱소드를 모루에 올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검을 잡고 살면, 선택해야 하는 때가 오기 마련이지. 내가 죽든가, 상대를 죽이든가. 그게 나쁜 건 아니요. 한번 죽이기 시작하면, 두 번째는 괜찮고 세 번째는 쉽거든.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는 거요.”

       

       

       사그라들었던 불꽃이 다시금 크게 일어나고, 애덤은 맨손으로 롱소드를 잡고 불길에 달구기 시작했다.

       

       

       “당신이 과연 뭘 위해 검을 들었는지, 그걸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법이요.”

       

       그걸 잊으면ㅡ

       

       “얼마 안 가서 죽기 마련이거든.”

       

        

       어느새 벌겋게 달아오른 롱소드를 꺼낸 애덤. 이윽고 망치와 끌을 꺼내 들었다.

       

       

       “신께서는 당신에게 ‘용기의 룬’를 내리셨지. 부디 신께서 당신에게 준 ‘용기의 룬’ 처럼, 당신이 용감한 자가 되길 바라는 바요.”

       

       

       애덤의 망치가 천천히 올라간다.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은 애덤.

       손가락으로 롱소드를 더듬다가, 끌을 한 곳에 대고는 잠시 멈추어 섰다. 그 모습 그대로 얼어붙었다고 착각할 정도로, 잔잔한 미동조차 없었다.

       

       그리고 번개처럼 롱소드를 내리쳤다.

       

       

       까앙ㅡ!

       

       

       강철과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까앙ㅡ!

       

       

       

       방금 전의 궤적을 그대로 반복하며 망치가 휘둘러진다.

       그리고 한 번 더.

       

       

       까앙ㅡ!

       

       

       망치가 반복적이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끌을 내리쳤다. 아무리 휘두르고, 베어도 흠집 하나 나지 않던 신의 무기가 점차 속살을 보이기 시작한다.

       애덤의 손이 이끄는 대로, 조금씩 그 모양이 새겨진다.

       

       

       “저건…”

       

       “음…”

       

       

       한스와 데모닉은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에 평생을 바치고, 혼신을 다하는 이의 모습은 얼마나 숭고한가.

       지금 애덤의 모습은 숭고하다 못해 성스러워 보일 지경이었다.

       

       타오르는 불길, 그리고 멈추지 않는 망치.

       

       대장간의 불길은 엿새의 밤 동안, 쉬지 않고 타올랐다.

       

       일곱 번째 태양이 떠오르고, 마침내 애덤의 망치질이 멈췄다.

       

       

       “… 받으쇼.”

       

       

       애덤은 그의 영혼을 태워 가며 작업한 듯, 며칠 동안 기력이 많이 쇠한 모습이었다. 눈 밑에 거뭇하게 내려앉은 그림자가 애덤의 고생을 짐작하게 했다.

       롱소드를 건네는 애덤의 손이 살짝 떨려왔다. 한스는 조심스럽게 검을 받았다. 

       

       

       “이게…”

       

       

       한스의 눈동자가 거칠게 떨렸다. 옅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한스의 검.

       검신의 가장 밑에, 타오르는 용암처럼 밝은 빛을 내뿜는 글자가 새겨졌다.

       

       단 한 글자에 불과하다. 뜻도, 발음도 알 수 없는 신비한 문자. 

       한스는 홀린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게 바로 용기의 룬.”

       

       

       그 글자의 의미는 용기.

       불굴과 고난에 꺾이지 않는 마음.

       

       

       

       

       

       ************

       

       

       

       

       

       《모험가, 한스. ‘낡은 롱소드’에 ‘용기의 룬’을 각인하시겠습니까? Y/N?》

       

       

       사탕을 좋아하는 우리 한스. ‘룬ㅡ각인’이 어떤 시스템인지 네가 한번 실험을 해줘야겠다.

       ‘Yes’를 선택하자, 화면이 대장간으로 바뀌었다. 불 앞에서 누군가 망치를 들고 뚱땅거린다.

       

       점차 화면이 가까워지며 그 모습이 또렷하게 보인다. 임시 일꾼으로 일하다가 집에 돌아간 애덤이다.

       잠시 기다리자, 대장간에 한스가 나타났다. 여전히 얼굴 부분은 흐릿하게 뭉개져서 보이지만, 머리 위에 이름이 둥둥 떠다녀서 구분은 가능하다.

       

       이윽고, 애덤이 한스의 롱소드에 ‘룬ㅡ각인’을 시작하는데…

       

       

       “아니, 또 6시간이나 걸려?”

        

       

       시간을 보자마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새로 만드는 무기에 룬을 새겨도 6시간, 이미 있는 무기에 룬을 새겨도 6시간. 

       이러면 ‘룬ㅡ각인’을 쓰라고 만든 건지 의심부터 된다.

       

       

       “개발자는 이 게임 만들고 한 번도 안 해봤나?”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 이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는 겜알못이 분명하다.

       그렇게 투덜거리다가 문뜩 떠오른 생각.

       

       

       “… 상점에 룬 패키지가 있으려나?”

       

       

       화면 한구석에서 반짝이는 상점 아이콘이 나를 유혹한다. 눈 딱 감고, 패키지 하나만 사면 괜찮지 않을까?

       지금도 요긴하게 쓰는 ‘즉시 완공 패키지’처럼 혜자인 상품이 있지 않을까? 돈을 조금만 쓰면 6시간이나 기다릴 필요가 없을텐데, 이걸 참아?

       

       

       “아냐, 아냐. 정신 차려. 언제까지 흑우처럼 살거야.”

       

       

       마음을 덮쳐오는 미혹을 떨쳐내기 위해 머리를 탈탈 흔들었다. 너무 격하게 머리를 흔들었는지, 조금 떨어진 자리에 있는 과장님이 흠칫하며 나를 쳐다봤다.

       어색하게 눈인사를 보내며 애써 태연한 척한다. 

       

       

       “한스는 6시간 동안 저기에 처박혀있어야 되는 건가?”

       

       

       대장간을 비추는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대장간은 더 이상 아무런 터치가 안 됐고, 화면 위에 나타난 타이머가 천천히 줄어들고 있었다.

       한번 무기 강화하는데 6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 시킨다고?

       

       

       “애매한데.”

       

       

       일단 무기 성능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확인해야지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

       결국 모든 건 한스에게 달렸다.

       

       

       “룬이 얼마나 강화해주려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6시간을 기다렸다.

       딱 퇴근하고서 집에서 확인하면 되겠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지각…!! 죄송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3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이에에에엑!!! 300코인?! 난데 300코인?! 아히에에엑!!! 이 막중한 코인에 담긴 과분한 사랑은!!! 소중하게 보관하다가 가끔 꺼내서 보겠습니다!! 도토리를 땅에 묻어두는 다람쥐와 같은 심정으로!!! 항상 감사하고!!! 사랑!! 합!!! 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의 두 번째 정기후원!!!! 끼에에에에엑!!! 알림이 안 오는 바람에 지금 봤습니다!!!! 으아아아악!!!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이 정기후원금도 아끼는 마음으로 땅에 묻어두고,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언제나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끼에에엥엑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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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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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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