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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

       “자, 이것으로 관객 여러분의 현장 투표는 마감하겠습니다! 그리고…, 방금 멋진 무대들을 마친 주인공들을 모시겠습니다! 1팀 그리고 2팀! 나와주세요!”

         

       “와아아아아아-!!”

         

       관객들의 현장 투표가 끝나고 우리는 결과 판정과 인터뷰를 위해 무대로 나갔다.

         

       1차 팀 경연 때는 대기실에서 결과를 지켜 보았기에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 앞으로 나서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일까.

         

       “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우리를 부르짖는 팬들의 애탄 함성을 바로 앞에서 목도하고…, 나는 긴장하여 조금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앞서 무대를 선보였던 1팀부터 팬들 여러분께 인사를 해주세요!”

         

       이에 나는 한시우의 진행에 쭈뼛쭈뼛하며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1팀 리더 하예린입니다.”

         

       아이돌이라기엔 너무 경직된데다 귀염성도 없는 인사였다.

         

       하지만….

         

       “와아아아아아아-!!”

         

       “너무 예뻐-!!!!”

         

       “사랑해 하예린-!!!!”

         

       곧이어 나를 부르짖는 팬들의 함성은 그야말로 촬영장을 떠나가게 하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 이름을 불러 주었던 적이 있던가.

         

       …단연코 없다.

         

       그래서일까.

         

       나는 다른 팀원들이 팬들께 인사할 때까지 얼떨떨하게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멍한 표정을 짓는 사이 모든 팀원들이 인사를 끝내고 개인 인터뷰로 넘어갔다.

         

       “예린 양.”

         

       “아…, 넵.”

         

       “오늘 스트로베리 필터의 <메지컬 러브☆>를 다크한 이미지로 재해석한 무대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완성도 높은 무대를 뽑아내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힘들지는 않았나요?”

         

       “아….”

         

       힘들지 않았냐는 한시우의 말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마이크를 잡았다.

         

       “…솔직히 엄청 힘들었습니다. 한 시간을 줘도 그간의 고생을 다 말하기 어려울 거예요.”

         

       “……네?”

         

       “밥 먹을 시간도 없고 잠 잘 시간도 부족하고…, 아주 죽는 줄 알았어요.”

         

       내 대답에 한시우가 순간 벙찐 표정을 지었다.

         

       나는 지금…, 아주 솔직하게 내 마음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중이었다.

         

       “아…, 하하. 예린 양. 아주 많이 힘들었나 보네요.”

         

       “네, 힘들었습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어요. 그런데….”

         

       이때까지 말하는 동안 나는 특유의 무표정과 함께 멍한 표정이 함께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렇게 팬들 여러분을 직접 보니까.”

         

       “…….”

         

       “…하나도 피곤하지 않아요.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입꼬리가 올라온 게 느껴질 정도로 나는 활짝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미소와 함께 마이크를 내려놓는 동시에….

         

       “꺄아아아아아악-!!”

         

       “하예린-!!”

         

       “허엉, 내가 더 고마워-!!!”

         

       “사랑해, 하예린-!”

         

       “와아아아악-!!”

         

       “크흐응…!!”

         

       여태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하예린-!! 하예린-!!”

         

       “하예린!!!!”

         

       그렇게 나를 향한 연호 때문에 한시우가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나는 그 틈을 타 목이 터져라 나를 부르는 팬들한테 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게 기폭제가 되어 함성은 더욱 커졌고.

         

       그때 나한나가 슬쩍 내게 다가오더니 나한테만 들리게 귀에 속삭였다.

         

       “…언니, 팬들 조련 잘하시네요.”

         

       “조련? 무슨 소리야, 그게?”

         

       “아아…, 모르고 한 거구나. 천상 여우네요, 아주.”

         

       나한나는 그렇게 뜻 모를 소리만 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나한나가 자리로 돌아가고 30초 정도 지난 후에야 한시우의 목소리가 겨우 들릴 정도로 상황이 진정되었다.

         

       한시우는 지금 상황이 그리 낯설지 않다는 듯 하하 웃으며 능숙하게 진행을 이었다.

         

       “하하, 팬분들을 향한 예린 양의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네요. 자! 그러면 다음 참가자 인터뷰 이어 가 볼까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쳐서 그런지 나머지 팀원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훈훈한 분위기로 인터뷰를 마쳤다.

         

       “지금까지 1팀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 이제 그러면 2팀의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대망의 2팀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먼저 2팀 여러분 팬분들께 인사 한번씩 해주시죠!”

         

       2팀은…, 전체적으로 무대를 망쳐서 그런가.

         

       개개인이 팬들에게 인사할 때마다 우리 1팀보다 함성이 적었다.

         

       하지만….

         

       “안녕하세요, 팬 여러분. 2팀의 유 설입니다!”

         

       “와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악-!!”

         

       “유 설-!!!”

         

       유 설이 인사할 때는 거의 나와 준할 정도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런 유 설을 보는 서유진의 표정은….

         

       째릿.

         

       …역시 좋지 못했다.

         

       ‘…유진아.’

         

       서유진의 표정을 볼 때마다 나는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는 지금 우리끼리 촬영할 때랑은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 제작진이 서유진에게 호의적이었기에 숱한 위기를 넘길 수 있긴 했지만…, 지금은 일반 대중이 수백 명이나 넘게 있지 않은가.

         

       ‘…여기서 말실수하면 한 번에 훅 갈 수도 있어.’

         

       이에 나는 부디 서유진이 표정 관리 좀 하길 바랐다.

         

       그래도 다행히 서유진은 지금 이곳에 사람들이 많다는 걸 의식했는지 화를 꾹꾹 눌러 담는 듯 눈을 감고 고요한 얼굴을 했다.

         

       ‘…그래, 차라리 저게 낫다.’

         

       누가 봐도 무언가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대놓고 화난 표정을 짓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그렇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는 것과 같은 심정과 함께 2팀의 개인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개인 인터뷰의 시작은 2팀의 리더이자 센터였던 서유진이 아니라 유 설부터 시작했다.

         

       “유 설 참가자. 2차 팀 경연이 진행되는 동안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걸로 아는데 지금은 어떠신가요?”

         

       “아아아아….”

         

       한시우가 유 설의 몸 상태를 묻자 이를 몰랐던 관객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유 설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팬들을 향해 한 번 힘없는 미소를 지은 후 대답했다.

         

       “…가벼운 몸살이었습니다. 괜한 걱정 끼쳐들어서 죄송합니다. 무엇보다….”

         

       슥-.

         

       유 설의 시선이 2팀의 다른 팀원들 쪽으로 향했다.

         

       “저 때문에 괜히 피해를 입은 것 같은 저희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아니야-!!”

         

       “괜찮아-!!!”

         

       유 설이 처연한 목소리로 팀원들을 향해 사과하자 관객석 쪽에서 또다시 괜찮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긴 제 3자의 입장에서 볼 때 딱히 유 설에게 잘못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픈데도 혼자서 훌륭한 퀄리티의 퍼포먼스를 보인 유 설이 대단해 보이고 다른 2팀의 팀원들은 아픈 사람보다도 무대를 못한 부족한 실력을 가진 것처럼 보일 터.

         

       유 설은 그중에서 리더이자 센터를 맡았던 서유진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특히 리더랑 센터를 동시에 맡았던 유진이는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유진이에게 제일 미안하다는 말이 하고 싶네요. 그리고….”

         

       서유진을 향한 짧은 사과가 끝나고 유 설의 시선이 팬들 쪽으로 향해졌다.

         

       그리고 유 설은 이내 감동이 가득 담긴 얼굴로 울먹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무대가 많이 부족했음에도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아아아아-!!”

         

       가수는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팬들은 괜찮다며 소리를 지른다.

         

       그야말로 감동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역시 프로다.’

         

       그 망했던 무대를 통해 이렇게 훈훈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니.

         

       제 3자의 입장에서는 그저 감탄만이 나오는 인터뷰였다.

         

       그런데 이 인터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가 있었나보다.

         

       “자, 그러면 다음 분으로 인터뷰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유진 참가자.”

         

       “…네.”

         

       “리더이자 센터로서 이번 2차 팀 경연을 마친 소감이 어떠신지요.”

         

       “…후우.”

         

       서유진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길고도 긴 한숨을 내쉬었다.

         

       웅성웅성.

         

       훈훈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쏟아 내려진 한숨에 참가자들은 물론 관객들도 웅성대기 시작했다.

         

       이제 서로 꽤 얼굴을 봐서 그런가.

         

       나는 지금 서유진이 무척이나 열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마….’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지금 여기서 화가 난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는 건 아니겠….

         

       그리고 서유진은 한다면 하는 여자애였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운 무대였습니다.”

         

       “…….”

         

       그 말을 한 순간부터 분위기가 싸해지긴 했지만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무대가 아쉬웠다는 것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충분히 수습 가능한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다음이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설 언니한테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유진 참가자.”

         

       “이렇게나 잘할 수 있었으면서…, 설 언니는 아프다는 핑계로 연습에도 잘 참여하지 않았어요…! 경연에서 혼자 돋보이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게 분명해요!”

         

       “…….”

         

       그러지 말라고 백 번도 넘게 빌었지만 결국 서유진은 자기 마음에 있는 말을 모두 입 밖으로 꺼냈다.

         

       물론 서유진 입장에서 억울했을 것이다.

         

       진실을 규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에 늘 자기만의 왕국에서 살았던 서유진은 자기가 가장 억울한 타이밍에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을 꺼낸 것일 거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위의 사람들이 이번에도 자신의 말에 집중해 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겠지.

         

       하지만 이곳은 서유진보다 다른 사람 편을 더 들어 주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고….

         

       “…….”

         

       “…….”

         

       서유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수백 명이 모인 세트장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침묵이 찾아왔다.

         

       “……어?”

         

       서유진은 사람들이 싸한 반응을 보이자 전혀 생각지 못했다는 듯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마치 백치미와도 같은 서유진의 표정이…, 이보다 더 안타까울 수 없었다.

       

       평생 누군가의 눈치를 본 적 없이 살았던 그녀는 오늘 이 순간을 평생 동안 후회할 게 분명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편은 12시간 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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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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