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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

        

       *** ***

         

       ‘으으으…’

         

       그 무렵 막이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 마혈과 아혈이 제압된 채 방치된 상황.

         

       ‘이놈의 주둥아리가 방정이지. 방정이야!’

         

       다리로 포를 뜨네 어쩌네 했던 것을 생각하면 막이는 자신의 주둥아리를 손바닥으로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괴물같은 고수가 은인으로 깍듯이 대하는 사람에게 그런 망발을 지껄였으니..!

         

       혹여나 천운이 따라 다른 산적들이 좋게 풀려난다고 해도 막이 자신은 무사하지 못하리라.

         

       저벅. 저벅.

         

       그런 와중 바깥에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탁. 타다닥!

         

       혈도가 짚어지는 느낌과 함께 막이의 몸에 자유가 돌아왔다. 막이가 흠칫하며 고개를 들어보니 검강을 눈 앞에 드러웠던 면사 쓴 여인이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내공과 아혈을 봉해 놨으니 허튼 짓은 하지 말도록.”

         

       막이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으로 방정을 떨어놓은 것이 있으니 최대한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살길이었다.

         

       다섯 명의 산적을 다 깨운 여일예는 산적들을 이끌고 다시 독의의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어르신. 데리고 왔습니다.”

         

       “오냐.”

         

       ‘윽..!’

         

       막이는 갑작스러운 압력에 다리가 풀렸다. 비단 막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독의가 자신의 내공을 일으켜 다섯 명의 산적을 일거에 압박한 것이었다. 고작해야 일류 수준이었던 산적들은 독의가 주는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쯧. 그 잠깐을 못 참고 사고를 일으키다니…”

         

       독의의 중얼거림에 산적들은 억울해졌다. 무려 한달. 한 달이나 산채에 갇혀 있게 한 장본인이 인내심을 비난하다니!

         

       ‘한 달이나 직업활동을 안 했으면 오래 참은거 아니냐고.’

         

       아혈이 봉해져 있어서 억울함을 토로하지 못하는 것이 참 답답했다. 물론 아혈이 봉해져 있지 않았더라도 절대 입 밖으로 불만을 내는 일은 없었겠지만.

         

       “콜록, 콜록..!”

         

       “아니, 자네! 위중한 사람이 바깥으로는 왜 나왔는가.”

         

       “크흡. 심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막이는 눈을 크게 떴다. 자신에게 비도를 던진 남자. 그 남자가 고작해야 반나절 만에 중환자가 되어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도 파랬으며 무엇보다 전신에 피 묻은 붕대를 감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왜 저 사람은 중환자가 되어 있는 거지?’

         

       막이는 직감적으로 상황이 이상함을 느꼈다. 경지는 이류였지만 그 몸은 일류인 막이를 쫓아올 만큼 튼튼했던 남자가 갑자기 하루만에 중환자가 되었다고..?

         

       그러나 막이의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독의의 몸에서 갑작스럽게 살기가 뿜어졌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병이 있어 나를 찾아온 사람에게 무리를 시키고 상처까지 입히다니. 당장이라도 네놈들을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다만…”

         

       산적들이 독의의 살기에 몸을 떨었다. 그럼에도 산적들의 얼굴에는 일망의 희망이 깃들었다.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다만…? 그 다음에는 어째 희망적인 말이 뒤따를 것 같았다.

         

       “이런 열악한 곳에서는 증상이 중한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없으니 3일 내로 떠날 것이다. 네놈들을 살려 산채로 돌려 보내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으니 첫째로는 산채에 내 말을 전해 내가 떠날 때까지 산적 놈들의 코빼기도 보이지 않도록 해라.”

         

       산적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독의가 3일 뒤에 떠난다고? 그렇다면야 3일간 활동을 할 이유가 없었다.

         

       “둘째로는 짐과 환자를 운송할 수단이 필요하니 수레든 마차든 내 떠나는 시일까지 가져다 놓도록.”

         

       이번 조건 역시 산채에 있는 간부들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이었기에 또 산적들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막이 역시 호천안의 상태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의구심 같은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콜록, 콜록…독의님 청이 하나 있습니다.”

         

       “음? 뭔가.”

         

       “아무래도…구제불능의 악인이 있는 것, 콜록, 같아 마음에 걸립니다.”

         

       막이의 얼굴이 호천안 만큼이나 창백해졌다.

         

       “아니, 무슨 소린가?”

         

       “저자 말입니다.”

         

       호천안의 힘없는 손가락질에 독의, 여일예, 흑묘의 시선은 물론이고 동료 산적들의 시선까지 막이를 바라보았다. 막이는 본능적으로 도리질을 쳤다.

         

       “소저가 저를 돕기 위해 나타날 때, 온 힘을 다 쥐어 짜 던진 비도에 다리 부상을 입은 저자가 무어라 하셨는지 아십니까?”

         

       막이는 더욱더 거세게 도리질을 쳤다. 독의의 기운에 완전히 제압된 상태라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이 한이었다.

         

       “자신의 다리에 상처를 입혔으니 제 허벅지를 백 번 포를 떠 개 먹이로 주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군요.”

         

       사삭.

         

       동료 산적들이 재빠르게 막이와 거리를 벌렸다.

         

       막이가 목이 부서져라 도리질을 쳐댔지만 사실 동료 산적들 역시 막이의 외침을 들었다. 어찌나 크고 우렁차게 소리를 쳤는지! 흑묘에게 마혈이 제압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던 동료 산적들의 귀까지 들어왔었던 것.

         

       막이는 도움을 청하고자 동료들을 바라보았지만 동료들은 이미 멀찌감치 떨어진 채 혐오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게 좀 작작 좀 하지.’

         

       ‘내 평소에 저 놈이 일 낼 줄 알았다.’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을 입에 담아?’

         

       따위의 눈빛을 보내는 동료들을 보며 막이는 눈에 불똥이 튀었다.

         

       “저저, 저 눈을 보십시오. 사람 여럿 잡아 죽인 놈입니다.”

         

       막이가 재빨리 울상을 지었다. 어떻게든 무고해 보이는 눈물을 쥐어 짜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슬픈 생각에 몰입하려는 찰나였다.

         

       “저 역시 똑똑히 들었습니다.”

         

       여일예의 추가 증언에 막이는 절망에 빠졌다.

         

       “그래, 자네들의 말을 듣자니 정말 악독한 놈이구만. 그래서 어쩌자는건가?”

         

       “저런 자를 다시 산채로 올려보내면 또 무고한 목숨이 얼마나 희생될지 알 수 없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콜록, 어차피 어르신의 짐정리를 도울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하니 데리고 있으며 갱생을 시켜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막이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막이는 호천안의 눈빛에서 독사와 같은 집요함을 느꼈다. 필시 허벅지를 가지고 포를 뜬다는 말에 앙심을 품었음이 분명했다.

         

       ‘이 자식들아, 살려줘!’

         

       동료 산적들 역시 살짝 거부감을 느낀 듯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솥밥을 먹던 식구인데 이대로 남기고 가기에는 영 뒷맛이…

         

       “그러고보니 산채 동료들 중에서 고문전문가들이 많다고도 했었지요. 어쩌면 저들 역시 그냥 보내주지 않은 것이…”

         

       산적들은 막이를 향해 살기 어린 시선을 보냈다.

         

       “콜록, 콜록. 사이가 나빠 보이는 것을 보니 고문전문가들은 아닌 모양이군요.”

         

       “에잉..자네 말을 들으니 한 명만 살려 보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만.”

         

       스릉.

         

       여일예가 검을 뽑아 들으며 말했다.

         

       “나머지 녀석들은 그냥 베어 버릴까요?”

         

       “아닐세. 환자를 치료하는동안 피를 보면 부정을 타. 나머지 넷은 보내주고 이놈은 한동안 잡일꾼으로 부려 먹고 경과를 보도록 하세.”

         

       하루에 몇 번이나 천당과 지옥을 오간 산적 네 명의 아혈이 풀렸다.

         

       “감사, 감사합니다요! 독의님! 절대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손 씻고 착하게 살겠습니다요!”

         

       “독의님의 자비로움을 대대손손 전하겠습니다!”

         

       “개가 똥을 끊고 말지..! 내 요구사항이나 산채에 똑바로 전하게! 그리고…자네들 중에서 ‘고문 전문가’가 있는 건 아니겠지?”

         

       산적들이 정색했다.

         

       “막이 저 새끼는 저희 산채에서도 음침하고 악독하기로 소문난 놈입니다!”

         

       “캬약, 퉤. 저런 벼락 맞아 죽을 놈 같으니라고! 아무리 산적이라도 도의가 있지 사람의 몸을 가지고 포를 떠?”

         

       “내가 아까는 아혈이 봉인당해 말을 못했는데! 글쎄 내가 쓰러져 있던 도중에 저놈이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니까!”

         

       “그게 정말인가?! 이런 육시를 할 놈! 너는 개왕채의 산적 자격이 없다!”

         

       “갈!”

         

       독의의 호통에 산적들은 순식간에 꽁무니를 말았다.

         

       “독의님의 요구사항은 제가 목숨을 걸고 산채에 전하겠습니다!”

         

       “독의님께서는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막이는 간절히 동료 산적들을 바라보았지만 산적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어디…그래. 자네만 남았군.”

         

       막이는 고개를 숙인 채 생각했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기회를 보자. 언젠가 도망칠 기회가 있을 터. 그 전까지는 어떻게든 순종적인 모습을 보여서 빈틈을 만들자.

         

       막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점혈이 풀렸다.

         

       “어르신! 절 죽여 주십시오!”

         

       “허허. 사과해야 대상은 내가 아닐 텐데.”

         

       “대협! 미안합니다! 그때는 내 잠시 고통에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내 깊이 반성하고 있었습니다!”

         

       독의는 허허 웃었다.

         

       ‘거 참 머리 하나는 기똥차게 돌아가는군.’

         

       호천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부짖는 연기를 하고 있는 막이를 보면서 호천안의 심계에 감탄했다.

         

       무인은 모든 일을 무공으로 해결하려고 든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는 소리가 있다. 접합부가 맞지 않으면 다시 빼 내서 정확히 집어 넣는 것이 순리이지만 손에 망치가 들려 있다면? 대부분 접합부를 두들겨 강제로 집어넣는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접합부가 충격에 그대로 박살날지도 모르지만 그냥 때려버리는 경우가 대부분.

         

       평생을 무공을 수련했고 무공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익숙한 무림인들은 일단 칼부터 뽑고 보는 것이 기본이다.

         

       ‘머리 회전보다는 발상이 참 신선해.’

         

       풍영대주가 괜히 서찰에 그런 말을 적어 낸 것이 아니다 싶었다.

         

       계책을 짜 내는 머리도 좋긴 하지만 정말 독의를 감탄하게 하는 부분은 기오막측한 상상력이었다. 독의의 팔십 평생 이런 발상을 떠올리는 자는 처음이었다.

         

       “그래, 반성하고 계십니까?”

         

       “물론, 물론입니다 대협! 아이고! 대협! 산채에서 여우같은 마누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며칠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제 마누라에게 집적거릴 산적 놈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제발 대협 사정을 봐 주십시오!”

         

       “시끄러운 놈이로구나.”

         

       독의가 다시 막이의 마혈을 짚었다.

         

       “자네가 이 산적을 갱생하고자 했으니 자네 역시 책임이 있지 않겠나? 동의하나.”

         

       “쿨럭, 물론입니다. 어르신.”

         

       “좋네. 손가락을 내게.”

         

       막이는 불안함 가득한 표정으로 독의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에는 미친 듯이 꿈틀거리고 있는 벌레가 있었다. 붉은 등껍질이며 보라색 반점이며 누가 봐도 위험해 보이는 절지류 벌레!

         

       ‘저, 저 벌레로 뭘 하려고..!’

         

       막이의 뇌리에 각종 괴담이 떠올랐다. 독술사들이 부린다는 끔찍한 고독에 대한 소문들을! 뇌를 파고들어서 사람의 이지를 조종하는 고독,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뱃속에서 깨어나 장기를 갉아먹는다는 고독…사람 몸에 집어 넣으면 내공을 다 빨아먹고 종국에는 배를 찢고 나온다는 고독까지!

         

       독의가 호천안의 손가락을 찔러 피 한방울을 뽐아내 고독에게 묻혔다. 피를 머금은 고독이 더욱더 결렬하게 꿈틀거렸다. 막이의 눈에는 그 꿈틀거림이 그야말로 지옥에서 현신한 악마의 환호성처럼 들렸다.

         

       타탁!

         

       독의가 혈도를 집자 막이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막이가 그나마 움직이는 눈동자를 필사적으로 굴려가며 독의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독의는 태연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허허허. 이 녀석은 딱 봐도 알겠지만 무척이나 위험한 녀석이야. 혈극뇌갑고라는 녀석으로 여섯 시진마다 해약을 먹여 진정시키지 않으면 뱃속에서 깨어나 사람의 뇌를 갉아먹지. 뇌까지 일직선으로 모든 신체기관을 갉아먹으며 전진하니 아마 불교에서 전해지는 팔대지옥에 못지않는 고통을 맛 보게 될 게야.”

         

       그런 끔찍한 것을 사람 입에 집어 넣는다고! 막이는 그대로 눈을 까뒤집고 기절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었다.

         

       독의가 고를 목구멍으로 집어넣고 다시 혈도를 타동하자 절로 식도가 꿀렁거리며 고를 받아들였다. 막이는 당장이라도 헛구역질을 하고 싶었지만 이미 혈도를 집혀 신체의 자유는 빼앗긴지 오래였다.

         

       독의는 막이의 눈 앞에서 자루를 호천안에게 건넸다.

         

       “혈극뇌갑고는 일반적으로 1년 정도 사람의 몸에서 살아 있을 수 있네. 그때까지 혈극뇌갑고를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자네의 신선한 피를 묻힌 해독환 뿐일세. 해독환이야 시중에 판매되는 것을 사용해도 문제는 없으나 반드시 그날 뽑은 피를 묻힌 해독환을 먹어야 하지.”

         

       막이는 멍한 눈으로 자루를 받아드는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결국 도망친다고 해 봐야 이튿날 극한의 고통을 느끼다 죽는다는 소리였다.

         

       *** ***

         

       막여부를 기다리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조금의 연출만 더한다면 더 빠르게 소환이 가능할 것 같아 작전을 수립했다.

         

       막여부가 돌아올 수밖에 없게 계획을 수립했다.

         

       독의는 어쨌든 의원. 증세가 심각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산을 떠난다는 행동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었다. 이걸 모든 산채의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으니 막여부는 돌아오고 싶지 않아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독의가 겁이 나서 채주가 도망친 상황이니 어디 산채의 산적들이 채주를 곱게 볼 리가 있겠는가? 아무튼 독의가 공식적으로 3일 뒤에 떠난다는 말을 했으니 안전은 보장된 셈.

         

       막여부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식을 접하자마자 최대한 빨리 달려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증세가 심각한 환자가 있어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 역할에 적합한 것이 바로 나였다. 그런데 내가 실제 환자가 아니고 어제까지만 해도 산길을 펄펄 날아다니며 비도를 뿌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막이라는 산적이었다.

         

       다른 산적들은 그야말로 나와 잠깐 마주쳤을 뿐이니 병이 있거나 건강이 안 좋았는데 무리했구나 수준으로 넘길 수 있었지만, 나와 산길을 함께 뛰어다닌 막이는 갑자기 중환자로 돌변한 내 상태에 의구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니 막이를 산채로 돌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막이를 붙잡아놓기에 딱 좋은 핑계가 있었으니 그건 막이가 내뱉은 포 뜨기 발언!

         

       ‘뭐? 다리를 포를 떠?’

         

       산적들마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손절을 치게 만드는 극악무도한 발언! 그야말로 사필귀정! 막이의 포 뜨기 발언은 막이만 남겨 놓기에 딱 좋은 핑계였다.

         

       뭐…사실 막이의 포 뜨기 같은 발언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진지 오래였다. 잡혈의 원인분석에 일류로의 경지상승에 여일예의 건에…

         

       굵직한 건들이 팡팡 터지는데 저런 잡졸의 시시콜콜한 원한까지 머리에 담아둘 여력이 없었다고 할 수 있었지.

         

       그러나 정의는 살아 숨쉬는 것.

         

       이렇게 자연스러운 복수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은 정말 정의가 살아있다는 말 외에 어떤 미사여구가 필요할까.

         

       혈극뇌갑고.

         

       혈극뇌갑고 같은 편리한 고독이 있을 리 있겠는가. 아니 비슷한 효과를 내는 고독이 있다 치더라도 고작 일류의 산적에게 쓸 정도로 흔한 고독은 아니겠지.

         

       그냥 독의에게 벌레를 잡아다가 위험한 색깔로 염색해달라고 부탁한 것뿐이었다. 피? 해독? 그냥 내가 막이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고.

         

       그러나 미친 듯이 꿈틀거리는 위험한 색상의 벌레를 무려 ‘독의’가 혈극뇌갑고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소개하며 목구멍에 집어 넣는다면? 그것도 열두 시간마다 해독제를 먹지 않으면 지옥의 고통을 거치다가 사망한다고 하는데 배를 쨀 수 있는 자가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뭐 1년간 충실히 내 수발을 들며 살아야지. 남의 다리를 포 뜨려고 했던 것에 비하면 아주 값싼 대가였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막이에게도 다른 사람 다리를 포 뜨겠다는 인성을 교정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1년간 뼈저리게 노예로 부림 당하면서, 아니 갱생의 교화 노동을 거치다보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참된 뉘우침을 깨닫고 올바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터였다.

         

       이거 풀어줄 때 돈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앞으로 1년간 잘 지내 봅시다. 하하하하하하!”

         

       죽어버린 막이의 눈을 보면서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노예 ON

    요새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지 무릎이 쑤시더군요.

    저 스스로도 그냥은 운동을 할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바.

    동기부여 겸 포켓몬고를 깔았습니다.

    그랬는데 오잉? 집안에서 잡히는 포켓스탑이 있지 뭡니까?

    짜잔! 그래서 저는 방구석에 2분마다 몬스터볼을 수급하는 방구석 트레이너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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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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