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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

         

       

        ‘또 잃는다고?’

       

        올리비아가 사라진 뒤, 리브가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성직자 중에 리브가가 부모를 여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리브가의 부모가 어떻게 죽었는지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기껏해야 4기사와 교황 성하 정도였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마치 그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

       

        아니, 그 때 그 자리에 있지 않고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사실을.

       

        리브가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다만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분노였다.

       

        ‘…….’

       

        그제서야 깨달았다. 왜 자신이 방금 전 올리비아를 보고 두려움에 떨었는지. 무의식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그날의 공포가 떠오른 탓이리라.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 외의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 곳은 빛의 여신 아이테르가 축복한 땅.

       

        아무리 강대한 악마, 하물며 마계를 지배하는 4대 악마라고 한들, 성역에서 현신하는건 불가능하다.

       

        그 즉시 몸이 불타 소멸하겠지.

       

        하지만 올리비아는 불타지 않았다.

       

        ‘그렇다는 뜻은……’

       

        악마는 올리비아의 정신을 완전히 잠식하지 못했다.

       

        시계를 힐끗 쳐다본 리브가는 입술을 아득 깨물며 교황청으로 향했다.

       

       

        *****

       

       

        [당신은 현재, ‘성녀 리브가’를 관전 중입니다.]

        [남은 관전 횟수 : 4회]

       

        설마 연기를 간파당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리브가는 별 탈 없이 속아 넘어갔다.

       

        식당에 앉았던 그 순간부터 텔레포트로 바깥으로 빠져나오기까지.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목적으로 중간에 한 번 전환한 것을 빼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올리비아의 연기였다. 마나에 대고 맹세하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제 자정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나?’

       

        앞으로 남은 제한 시간은 대략 10여분.

       

        누군가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나름대로 확신을 얻은 사람을 부추키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 성녀? 여기는 어쩐 일이오?

        – 교황 성하. 질문이 있습니다.

       

        왜 교황청으로 가나 했더니, 교황을 만나려고 그랬던 모양이다.

       

        리브가의 얼굴은 확신에 찬 얼굴이었다.

        교황이라면 작금의 의문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올리비아는 지금 상황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질문?”

        “네. 악마……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성서를 읽던 교황이 움찔거렸다. 그는 돋보기를 내려놓고, 리브가를 지긋이 응시했다. 마치 손녀를 보는 할아버지처럼 애뜻한 시선이었다.

       

        “리브가.”

        “네, 교황 성하.”

        “그 말을 하기까지 충분히 많이 고민하고, 또 숙고했다고 믿겠네.” 

       

        리브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전에, 몇 가지만 묻겠네. 혹시 제국의 대마법사가 부추겼는가?”

        “……아닙니다.”

        “그러면 그 자가 성녀에게 뭐라고 말했나?”

        “그것도 아닙니다.” 

       

        교황은 의외라는 얼굴을 했다.

       

        “그러면 순전히 본인의 의지로 이 자리에 나온건가?”

        “……네.”

       

        그 말에 교황의 눈동자가 약간 커졌다.

       

        그는 방금보다 훨씬 진지한 얼굴로 리브가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묻겠네. 정말로 그날의 전말을 알고 싶은가?”

        “네. 그렇습니다.”

       

        교황이 우편에 서있던 성기사에게 말했다.

         

        “요한 경.”

        “예, 교황 성하.”

        “성녀에게 기록지를 건네주시게.”

        “……예.”

         

        요한이 낡은 양피지를 건넸다.

       

        “이건…….”

        “읽어보십시오.” 

       

        리브가는 양피지에 적힌 글씨를 위에서부터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그것은 일종의 보고서였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고, 몇 명이 어떻게 죽었는지.

       

        [사망 142명, 생존 1명]

        -대악마 아스모데우스의 것으로 추정되는 마기를 다량 식별.

        -생존자 1명은 4살의 어린 소녀로, 신변을 확보하여 대성당에서 보호 중.

       

        “거기 나온 어린 소녀가 성녀 자네일세.”

        “…….”

       

        리브가는 말이 없었다. 정확히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먹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으리라.

       

        “이게 전부인가요?”

        “안타깝지만, 그렇네. 요한 경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상황이 끝나있었거든.”

        “저는……어떻게 살아남은건가요?”

       

        교황이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테르님의 가호가 있었지.”

       

        일가친척이 다 죽은 마당에 혼자 살아남은 것이 과연 가호겠냐마는, 리브가는 무의식중에 신성력을 각성하여 살아남을 수 있었다.

       

        대악마가 물러날 정도로 엄청난 신성력을 말이다.

       

        “그러면 그 악마는…….”

        “맞네. 아스모데우스는 토벌하지 못했네.”

        “그러면……언젠가 돌아온다는 말씀이십니까?”

        “맞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네. 이곳은 아이테르 님께서 축복하신 토양이고, 아무리 강한 악마라고 한들 이곳에 침입할…….”

       

        리브가는 교황의 말에 집중할 수 없었다.

       

        입안의 혀가 바싹 탔다.

       

        – 저번처럼 또 잃게 될걸?

       

        머리가 어지러웠다.

       

        “……성녀? 괜찮나?”

        “…….”

       

        리브가의 주먹에서 핏물이 새어나왔다.

        그녀는 살면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어째서, 악마라는 것들은 인간의 감정을 이토록 처참하게 짓밟는가.

       

        “리브가!”

       

        단호한 목소리.

         

        아릿한 혈향. 

       

        리브가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죄송해요. 추태를 보였습니다.”

       

        교황이 딱하다는 얼굴을 했다. 결국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얼굴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네. 대주교에게는 내가 말해놓을테니, 오늘 하루는 그냥 쉬게나.”

       

        리브가는 교황의 호의를 거절하지 못했다. 지금 상태로는 제대로 된 미사를 드릴 수 없다는 건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알았기 때문이다. 

       

        감정을 다스릴 시간이 필요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리브가는 곧바로 대성당으로 향했다. 신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다는 듯, 물도 마시지 않고 몇 시간을 내리 기도했다.

       

        “성녀님, 곧 자정입니다.”

        “……얼마나 남았나요?”

        “10분 정도 남았습니다.”

         

        리브가는 그제서야 일어났다.

        순식간에 초췌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고, 사제들이 안타까운 얼굴을 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이제 주무시려고요?”

       

        리브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달빛이 나뭇잎에 가려, 순간 그녀의 얼굴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잠깐 산책 좀 하려고요.”

       

          

        ***** 

       

         

        리브가는 올리비아와 몇 달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지금처럼 따랐다는 말은 아니다.

       

        성녀라는 직책을 하루 이틀 맡았던 것도 아닌데, 콩고물을 노리고 찾아온 사람이 어디 한 둘이었겠나.

       

        당연히, 처음에는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자, 올리비아에게 조금씩 관심이 생겼다.

       

        자신보다 이른 시간에 나와 빈민들을 구제하는데, 눈길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사제가 아니라 마법사라는 사실에 놀랐고, 평마법사가 아닌 대마법사라는 사실을 듣고 다시 한 번 놀랐다.

       

        로브를 벗은 모습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정말로 미의 화신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다만 그 때는 올리비아의 얼굴을 비춘 것이 햇빛이었고, 지금은 달빛이었다.

       

        올리비아가 말했다.

       

        “안 늦었네?”

        “당장 언니 몸에서 나오세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내 몸에서 내가 어떻게 나가니?”

         

        [‘성녀 리브가’가 ‘거짓 간파’를 사용중입니다.]

        – 당신의 말은, ‘거짓’입니다.

       

        올리비아가 싱긋 웃었다.

       

        역시, 이 정도 했으면 그 능력을 사용할 것 같았다.

       

        “……당장 나가요.”

        “못 나가겠다면?” 

       

        리브가는 말하는 대신 양손 끝에 새하얀 불꽃을 퍼뜨렸다.

       

        악을 불태우는 성화(聖火).

       

        리브가의 눈동자는 단호했다.

       

        그건 결심을 내린 사람의 얼굴이었다. 설령 올리비아가 조금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속에 숨어든 악마를 죽이고야 말겠다는.

       

        하지만 올리비아는 조금도 두렵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리브가.”

        “그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세요.”

        “싫으면 뭐라고 부를까? 꼬마 성녀? 쓰읍, 이건 어감이 별론데. 그러면……동생?”

       

        츠츠츠츠츳!

       

        일순 불꽃의 크기가 배로 늘어났다.

       

        리브가는 명백히 동요하고 있었다.

       

       아이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것은 분명 악마나 할 법한 발상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살아남으려면 이 방법 뿐이었으니.

       

        도로 웃음기를 머금은 올리비아가 갑자기 리브가를 향해 성큼 걸어갔다. 그리고는 그대로 양손을 붙들었다.

       

        “큭……!’

       

        리브가는 다급히 그 손을 뿌리치며 물러났지만, 불꽃은 순식간에 올리비아의 전신에 옮겨붙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성화는 올리비아를 태우지 못했다.

       

        “이걸론 날 못 죽여.”

       

        대수롭지 않다는 듯 불꽃을 털어내는 올리비아의 모습에 리브가의 동공이 떨렸다.

       

        성화가 아무렇지 않을 정도라니. 도대체 격이 얼마나 높단 말인가.

       

        “두려워하고 있구나, 꼬마야.”

        “크윽…….”

        “그렇게 두려워해서야, 이 아이를 내게서 지킬 수 있겠니?”

       

        날카로운 얼음 송곳들이 올리비아의 뒤편에서 나타났다. 올리비아는 개중 하나를 집어든 다음, 그대로 제 팔을 내리그었다.

       

        촤르륵.

       

        핏물이 사정없이 흘러내렸다.

       

        “제안을 하나 할게. 물론 거부해도 좋아. 하지만……그러면 이 아이는 죽겠지.”

       

        리브가는 이를 악물었다.

       

        선택권은 없었다.

       

        “……원하는 게 뭐죠?”

       

        그 말에, 올리비아가 사이하게 웃었다.

       

        “내 존재를 아무도 모르게 해주렴. 물론 이 몸의 주인을 포함해서 말이야.”

       

        리브가가 남몰래 침을 삼켰다.

       

        방금 발언으로 확신했다.

       

        저 악마놈은 아직 올리비아의 정신을 완전히 침식하지 못한 것이다.

       

       “그게 전부인가요?”

       “그래.”

        “제가 당신을 어떻게 믿죠?”

       “믿지마. 그래봤자 너만 손해니까. 최선을 다해서 날 소멸시킬 계획을 짜든, 뭘 하든 네 마음대로 하라고. 단, 다른 사람들은 모르게 말이야.”

       “…….”

       

       리브가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올리비아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올리비아는 힐끔, 상태창을 살폈다.

       

       [남은 시간 : 00분 05초]

       

       아슬아슬했다.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기억해. 이건 시합이야. 네가 구할지, 아니면 내가 먹을지.”

       

       다음 순간, 올리비아가 리브가의 품으로 쓰러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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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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