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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2

        

         

       길고 긴 중화의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영웅들이 있었던가.

       동이(東夷), 서융(戎狄), 남만(南蠻), 북적(北狄), 감히 중화의 영토를 탐하고, 결국에는 그들을 짓밟고 탄압하였던 그 수많은 오랑캐! 그 오랑캐들과 기꺼이 싸우기를 선택하며 칼과 창을 들어 올린 협객(俠客)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거리의 부랑자라 할지라도 마음의 칼을 가다듬으면 능히 협객이 될 자격이 있나니.

       다만 그 영웅들 가운데에서도 살아남아 제 기치를 세우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지라.

       그 넓고 사람 많은 중화에서도 마침내 제 뜻을 이룬 영웅을 이룬 이들을 찾기가 그토록 힘든 것이 바로 세상의 이치였다.

         

       중화의 사람들은 제 뜻을 세상에 바로 세운 영웅을 보고 일컫기를 천명을 거머쥔 자라 하였으니.

         

       그리하여 영웅은 난세에 출몰하는 것이다.

       난세만큼 협객과 영웅이 많이 나타나는 때는 없기에.

       그렇게 많은 영웅 중에서도 오직 극소수만이 살아남아 기나긴 역사에 적힐 자격을 거머쥐기에.

       그렇기에 그들은 영웅이요, 천명을 거머쥔 이들이니.

         

       하지만 이러한 생각도 옛것.

       타도(打倒)하고 타파(打破)해야 할 구태(舊態)에 불과한 것이다.

         

       세상이 어지러우면 영웅이 나타나 세상을 바로 세운다?

       천명을 거머쥔 자가 나타나 그들이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냉철한 눈으로 따져보면 낙관론도 이런 낙관론이 없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서양의 종교와 비교해서 무슨 큰 차이가 있단 말인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구원을 기다리느라 현세의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인민의 아편과도 같은 그것과 대관절 무엇이 차이가 있냐는 말이다.

         

       물론 그 힘은 안다.

       괜히 아편이라는 말이 붙은 것이 아니라는 듯, 종교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초월종의 존재가 전면으로 드러나고 세상의 종교가 대격변을 겪은 지금조차도 종교는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문화부터 시작해서 인류라는 종 자체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류의 또 하나의 구성요소였으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합리적인 이성으로 맹목적인 믿음을 거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의심 없는 신앙, 이성을 배척한 믿음.

       그 모든 것은 미개하였던 옛날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말하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중국 정부는.

       중국공산당은 중화의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그 믿음조차도 합리적인 방식으로 깨뜨리고 통제하기 위해 힘을 쏟아붓기 시작하였다.

         

       ‘영웅’이라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는 인재가 자연적으로 튀어나오기를 기다리는 대신에, 그들을 빠르게 찾아서 활용하려 한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중국에 사람이 어지간히 많은가?

       심지어 사람을 낳아놓고 신고를 안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요, 심지어는 최근까지 고립된 지형에서 저들끼리 살아가느라 문명과 수백 년 동안이나 접촉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아직도 자신들이 속한 나라가 청나라인 줄 알고, 황제가 존재하는 줄 알고 있었다면 믿어지는가?

       그러한 이들이 무려 20년 전에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한 상황이니 어찌 그 수많은 이들 중에서 영웅을 제대로 찾을 수 있으리라 장담을 할 수 있겠는가.

       제 나라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놀랍게도 중국공산당은 그 상식을 깨부수는 추진력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공산당은 불가능해 보이는 이 도전에 기꺼이 참여하였고, 그 넓은 땅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을 전부 파악하고 통제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는 중국이 다시 날아오르기 위해 도광양회(韜光養晦)를 하는 그 와중에도 말이다!

       국력을 기르기 위한 예산조차도 따로 빼가면서, 국력을 올리는 시기조차도 늦추면서 그러한 일을 추진한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은 성과를 이뤘다.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인구수를 낮추기 위해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인 ‘계획생육정책(计划生育政策)’을 추진하며 한 명 이상의 아이를 갖지 못하도록 통제했으며, CCTV 등의 감시 장치 기술을 연구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였다.

       온갖 회유책과 처벌을 통해 호적에 등록되지 않은 ‘흑호(黑戶)’들이 호적을 갖도록 만들고, 아이들을 전부 학교에 보내게 해서 그들을 호적에 등록하고 통제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게 중국공산당은 불가능해 보이는 그 난제를 하나둘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통제와 감시는 점차 강해졌다.

         

       그들이 통제할 수 있을 수준이 되자 중국공산당은 중국 내부의 단체들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종교 단체부터 시작해서 등산 모임까지- 일정 숫자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거나 교류하는 모든 단체를 말이다.

       그 단체들에는 중국공산당의 눈과 귀가 들어갔으며, 조금이라도 통제가 어렵거나 감시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철저한 탄압과 처벌을 행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종교 단체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끌려가서 고문받거나 신비해지기까지 했으니, 중국공산당이 이 일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으리라.

         

       그렇게 단체를 손에 넣은 후에는 더 쉬웠다.

       수많은 단체에 있는 눈과 귀가, 자발적으로 충성하고자 하는 이들의 제보가 그들을 몇 겹으로 옭아매었으니까.

       ‘사람 셋이 모여 말하면 반드시 공산당의 귀에 들어간다.’라는 말이 생길 정도이니 과연 그들의 통제는 성공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거기에 더해 안면인식 기술이나 목소리 분석 기술 등의 일종의 특이점이 등장하게 된 후 이들의 통제는 더더욱 강해졌으니, 이제는 그들의 통제와 감시는 일상과도 같은 것이 되었다. 수많은 중국 인민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불안해하는 이들도 그것을 거스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불가능에 가까운 위업을 성공시켰음에도 중국공산당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수많은 인구수를 기반으로 한 밭에서 ‘재능 있는 이들’이라는 작물들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그들을 손에 넣는 것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딱 그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영웅’이라 불릴만한 존재가 없다.

         

       학문에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이능에 재능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정치에 재능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는 초월종에게 사랑받는 계약자도 나타났다.

         

       모든 분야에 걸쳐서.

       심지어는 그 희귀하다는 계약자까지도 나타났는데.

         

       딱 거기까지.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존재는 찾을 수가 없었다.

         

       눈이 너무 높은 것인가?

       불가능한 수준의 기준을 잡아서 그런 것인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눈을 낮춘다면 그게 무슨 영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기준을 불가능한 것이라고 한다면 과거 불가능해 보이는 이들을 해낸 이들은 그저 허구 맹랑한 존재란 말인가?

         

       천명이란 그런 것이다.

       천명을 거머쥔 영웅이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천명을 담을만한 그릇은 보이지 않으니.

         

       그리하여 중국공산당은 결정하였다.

         

       천명을 담을 그릇을 찾아낼 수 없다면, 그 그릇을 직접 빚어내겠노라고.

       이 드넓은 땅에서 좋은 것들만 긁어모아 완벽한 그릇을 빚어내 보겠노라고.

         

       대기만성 계획.

       칭하기를 ‘대기만성굴기(大器晩成崛起)’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굴기도 쉬운 것이 아니었다.

       재능 있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완벽한 유전자를 가진 것은 아니었고, 재능 있는 이들끼리 결합한다고 할지라도 그 결과물이 꼭 좋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유전자의 우성과 열성만으로 구분해서 결과물을 완벽히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했고, 수없이 많은 변수는 결과물을 짐작하는 것조차도 힘들게 하였으니까.

         

       재능 있는 이들을 접붙여서 좋은 결과물을 기대한다….

       이것이 저잣거리에 널려있는 복권과 대관절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중국공산당은 이 원시적인 방법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더 완벽한 통제를 원했고, 더 근본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을 원했다.

       그리하여 이들은 유전자에 손을 대기 시작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중국 곳곳에 ‘국영 생명과학 연구소’가 세워지게 된 이유였다.

         

       어떤 연구소에서는 유전자 그 자체를 연구했다.

       어떤 연구소에서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했다.

       어떤 연구소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연구했다.

       어떤 연구소에서는 유전자 복제 기술을 연구했다.

       어떤 연구소에서는 사람의 유전자를 동물에게 주입해서 돌연변이를 만드는 기술을 연구했다.

       어떤 연구소에서는 가축이 사람의 장기를 갖고 태어나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어떤 연구소에서는 유전자를 일부러 변이시켜 인위적으로 암을 발생시키는 기술을 연구했다.

       어떤 연구소에서는 조개나 개, 햄스터 등에서 발견한 전염성 암(Contagious cancer)을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그리고 어떠한 연구소에서는, 수집할 가치가 있는 ‘인재’들의 유전자를 철저하게 분석하기도 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들이 있는 연구소였다.

         

       “현재 대부분의 이능 특성화 학교에서는 데이터와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의 유전자가 순조롭게 수집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예. ‘설비’를 설치하지 못한 곳들도 많고, 몇몇 이능 특성화 학교에서는 특별한 인재들을 격리해서 따로 관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설비가 파괴되고 우리와 연이 있는 이들이 모조리 사라진 곳도 있기도 합니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요. 설비가 파괴되고, 꽌시(关系)가 모조리 사라졌다고요?”

         

       “예. 안타깝지만….”

         

       “그게 어디입니까?”

         

       그리고 이 연구소는 세계 각국에서 인재들의 데이터와 유전자를 분석하는 연구를 하는 만큼 첩보기관과 친한 곳이기도 했다. 친하다고는 해도 다른 연구소에 비해서 첩보기관과 더 친밀할 뿐이었지만….

         

       “한국입니다.”

         

       …이들이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곧 첩보기관 역시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란 이야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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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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