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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3

    <753 – 아무도 모르게(11)>

     

    교수들의 고블린 대마법사 만들기 프로젝트는 훈련을 받는 고블린들에게는 재앙일 뿐이었다.

     

    “고작 집 몇 채 태운다고 화속성 마나퍼즐이 생기면 화염마법사들은 진즉에 방화광이 되었겠지, 왜 화산구덩이까지 찾아가겠냐!”

    “미친인간이화산을터뜨린다고브!!”

    “너무무섭다제발살려달라고브!!”

    “시끄럽다. 입 다물고 화산이 터지는 광경을 목격해. 화산분출과 동시에 퍼지는 세상에 충만하게 확산되는 화속성 마나를 느끼란 말이다!”

    “끼에에에엑!!! 미친인간이나라가망하는모습을보라고협박한다고브!!!”

    “눈이, 눈이감기지않는다고브으으!!”

     

    멀쩡한 산에 분화구를 만들어서 화산을 폭파시키는 미친 광경을 실시간으로 두 눈 뜨고 지켜봐야만 하는 고블린들!

     

    “고작 도랑에서 물 좀 마신다고 수속성 마나퍼즐이 생기면 청색마탑은 뭣 하러 심해탐사에 자원하겠냐? 어설픈 녀석들. 수련은 이렇게 하는 거다.”

    “바다가진노했다고브!!”

    “육지가물에점긴다고브!!!”

    “마그마는 닿으면 죽지만 쓰나미는 실드만 똑바로 치면 안 죽어. 정신줄 놓지 말고 물의 힘을 봐라. 어떻게 지상을 초토화하는지, 단단한 구조물을 무너뜨리는지, 수속성의 위대함을 보란 말이다!”

    “논밭흔적도없이사라졌다고브!!”

    “가을농사좆망했다고브!!!”

     

    쓰나미에 쓸려나가는 촌락과 침수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경작지를 허망한 눈으로 바라보며 대성통곡하는 고블린들!

     

    “이놈들은 마나퍼즐도 뭣도 없는데 어쩌지?”

    “대충 아무 데나 버리고 와. 자질 있는 놈들만 모아다가 가르치기도 급한데 어느 세월에 없는 재능을 미개함의 벽을 뚫어서 키워?”

    “하긴.”

     

    재능 없는 고블린들은 재해수련법을 시행하는 재해구역 너머로 거주지를 잃고 맨몸으로 내팽개쳐지니, 졸지에 늘어나는 집 잃고 고향 잃은 떠돌이 고블린들!

     

    교수들에게도 이 참상에 대해 할 말은 있었다.

    그들이 싸이코패스라서 이유도 없이 그냥 재밌어서 이러는 건 아니었다.

     

    “우리가 이계에서 가망도 없이 수백 년씩 썩다간 중간계에선 잠깐의 시간이 지난 사이에 아카데미 교수 전력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효과를 봐야겠군.”

    “그 이전에 중간계와의 차원계 거리를 좁혀야 한다. 탈출수단을 브론즈 교수에게 전부 털려서 이대로는 탈출에 요구되는 자원이 너무 많이 필요해.”

    “디트하르트 교수. 뭔가 방법이 없겠는가?”

    “있습니다. 차원계의 코스트 자체를 줄여서 내부에서 쉽게 차원계를 중간계에 가까워지도록 만들면 차원 간 거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차원이동에 요구되는 자원도 줄어들겠죠.”

    “오오! 그 코스트는 어떻게 줄이는 건가?”

    “행성 크기의 감소.”

    “그걸 우리가 어떻게 해?”

    “행성 내 생명체의 감소.”

    “음. 할만한데?”

    “행성 내 문명레벨 총합의 감소.”

    “진짜 할만한데?”

    “부작용으로 차원간 거리가 가까워져 시간비율이 1 대 1로 수렴하겠지만 어차피 빨리 뜨면 그만 아닙니까. 이딴 세계에서 계속 살 것도 아닌데.”

    “그야 당연하지!”

     

    기술개발이 이루어지면 문명레벨은 오르겠지만, 그거야 발전하는 특구지역 외의 다른 고블린 왕국을 모조리 멸망시키면 되는 문제 아니겠는가.

    인간도 아닌 고블린 따위, 몇천만을 넘어서 억 단위의 대량살상을 저질러도 양심의 가책은 없다.

    해충구제를 하면 뿌듯함을 느끼지, 마음이 아프고 죄책감에 손발을 떨 사람은 사람의 탈을 쓴 곤충이라고 생각하는 교수들이었다.

     

    “그럼 어차피 차원이동에 필요한 보조마법사를 육성해야 하는데, 이참에 문명레벨도 줄이고 생명체 수도 줄일 겸, 자연재해 좀 일으키는 것이 어떤가?”

     

    파괴영역의 소유자, 교수 아가레스의 제안에 분쇄영역의 소유자, 파이몬이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아아. 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어요. 중간계에선 지켜야 할 국제법이 많아서 깔짝깔짝 소규모 재난사태를 실습으로 펼치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대놓고 자연재해를 저질러도 괜찮다니. 교수가 되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생산학부 교수 바퓰라 또한 군침을 흘리며 음흉한 웃음과 함께 손을 꼼지락거렸다.

     

    “요즘은 이종족하고 전쟁도 없어서 댐을 터뜨려서 십만대군을 수몰할 기회도 없었지.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

     

    마법학부 교수 벨레드도 그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며 몹시 공감하였다.

     

    “하하하, 마법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하지. 저 미개한 녀석들 좀 죽여서 내 경지가 오를 수 있으면 더 좋은 일 아니냐고. 교장도 아카데미를 짓기 전에는 실컷 깽판 쳐서 강해져 놓고는 우리는 그러지 못하게 막는 이중적인 잣대가 참 아니꼬웠지.”

     

    처음부터 재해를 일으키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으나, 재해를 일으키면 중간계 복귀도 앞당길 수 있고 겸사겸사 경지상승에도 도움이 된다.

    단점이라고 해봐야 고블린이 조금 죽는 거?

    아니, 그걸 단점이라고 할 수도 없지.

    오히려 장점이다.

    백익무해한 계획!

    브레이크를 밟아줄 상식인 포지션의 브론즈 교수에게 통수를 맞았으니, 교수들은 더욱 브레이크를 밟는 일 없이 신나게 질주했다.

    고블린월드에는 죽음과 파괴를 부르는 악마계의 인간들에 대한 소문이 만연해졌다.

     

    “하늘을올려다보면안된다고브.”

    “왜그러냐고브?”

    “마나로만든별을인지하면그대로납치하는미친마법사가있다고브.”

     

    하늘을 올려다보아서는 안 되는 삶.

     

    “지상에집을짓지마라고브.”

    “그러다지진이나면땅밑에서어쩌냐고브.”

    “지진은부족하나만죽지만인간은나라를절멸한다고브.”

     

    지상에 거주해서는 안 되는 삶.

     

    “애기야울지마라고브.”

    “으앙배고파고브! 지상엔먹을것도많은데나가지도못하고너무억울해고브!”

    “저건인간들이우리를유혹하는함정작물이다고브. 먹으려고손대면잡혀가서기억을축출당하고지하소굴이발각된다고브.”

     

    먹이를 보고도 채집해서는 안 되는 삶.

     

    지옥이다.

    세상을 멸망시킬 악마가 있다면 저들이 틀림없다.

    고블린들이 꿈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인간들이 고블린의 생존을 보장하는 유일한 구역, <고블린행정특구>뿐이었다.

     

    “고블린 행정특구는 뛰어난 기술력과 마법적 재능을 지닌 고블린들이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에 전념하는 고블린들의 이주신청을 받는다.”

    “자격이 있는 자, 무너져 가는 부락과 난민들을 버리고 특구로 올라오라. 너희가 재능을 꽃피우며 성공할 방법은 특구지역에서 살아가는 길 외에는 없다.”

     

    고블린들은 대성통곡하며 부족장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리거나 눈물을 꾹 참고 떠나보냈다.

    타고난 재능이 곧 권력으로 직결되는 고블린 사회의 풍조 상, 특구지역이 요구하는 인재는 모두 작게는 한 부족부터 크게는 나라를 책임지는 자였다.

    후자는 결사항쟁을 부르짖다가 나라가 멸망하며 죽었으나, 사방팔방 뿔뿔이 흩어진 부족장들은 짊어진 책임의 무게도 훨씬 가벼웠다.

     

    “성공해서우리부족부흥시킨다고브.”

    “먹을거많이사온다고브.”

     

    책임감이 있더라도 고블린월드를 멸망으로 몰아넣는 거악들에게 고개를 숙일 이유도 있다.

    이 땅에서 안전하게 부족민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협력하고 자원을 할당받으며 생존을 허락받을 수밖에 없다.

    많은 고블린이 그랬다.

    그것이 대세이자 흐름이기에.

    허나 시대가 가혹할수록 그 흐름에 거역하는 자는 더욱 밝게 빛나고 위대해지는 법.

     

    [눈 뜨고 못 볼 참상이구나.]

     

    인간들의 오만한 행보가 한 신의 노여움을 샀다.

    하찮고 탐욕스러운 기존의 고블린이라면 얼마나 죽어나가든 어떤 신도 관심을 지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고블린은 달랐다.

    작은 돌탑을 쌓아 기도를 올릴 줄 알았다.

    무의식중에 쌓은 포인트를 탐욕스러운 일상에 소모하는 대신, 기도를 통해 신에게 바칠 줄 알았다.

    피지배종의 팔다리를 찢으며 악귀처럼 웃으며 살육을 학습하고 자라나며 피지배종학대범이 되는 대신, 머리를 어루만지고 사료를 왕창 쏟아부으며 피지배종확대범이 되었다.

    피지배종의 손가락을 잘라 실로 꿰어 목걸이로 만드는 대신, 이쁜 돌멩이나 보석을 실로 꿰어 목걸이로 만들었다.

    작고 귀여운 소인종이 되어버린 녹색인간들의 눈물어린 읍소와 신앙의 곳간에 모인 꼬질꼬질한 손때와 피땀이 묻은 포인트의 탑은 신의 마음을 움직였다.

     

    [너희를 구할 유일신의 대리인이 이 땅에 강림할지어다.]

     

    눈부신 섬광이 세계를 뒤덮었다.

    그날, 모든 교수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분노했다.

     

    “신의 권능!”

    “너희 미개한 원시마나사용자들의 신앙을 아카데미에서 펼치는 것을 오래도록 묵인하였거늘, 감히 주제도 모르고 우리와 척을 지려고 드느냐!”

    “너희가 천상의 신이라면 우리는 지상의 신이다. 현인신이나 반신이 아니라도 능히 신과 버금 없는 강함을 지닌 우리에게 소귀들의 저항 따윈 무의미함을 알려주지.”

    “찾아라. 이 땅 어딘가에 신의 권능을 하사받은 소귀가 태어났다!”

    “덩치가 큰 변종은 발견 즉시 모조리 사살해라!”

     

    종족값이 높은 변종고블린은 뛰어난 신체기능에 힘입어 몸이 커지기 마련이다.

    특수한 마력기관을 지녔다면 해당기관의 발달을 위해 몸집이 커질 수밖에 없다.

    몸이 큰 변종을 죽이면 신의 권능을 하사받은 고블린 사도 또한 자연스럽게 처치할 수 있다.

     

    추측 자체는 옳았다.

    허나 잘못된 시도였다.

     

    문제는 이 땅에 오크노디의 조언을 듬뿍 받고 제작된 마나제어술의 극의와 마나연단법의 신체압축을 처음부터 이루고 태어난 변종이 있다는 사실이었으니.

     

    ━━━

    [고블린챔피언 – 종의 최강자]

    [하이고블린 – 종족값 1000 돌파변종]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의 사도 – 신의 사도]

    [선택받은 징벌자 – 운명의 적을 지닌 자]

    [선천적 완성자 – 선천적 마나제어와 마나연공, 마나연단의 달성자]

    ━━━

     

    지저 깊숙한 토굴, 어느 마법사도 꿰뚫어 볼 수 없는 마력단층 아래에서 애기고블린이 눈을 떴다.

     

    [고블린월드에 용사가 탄생했습니다.]

    [용사가 <기프트 아카데미 교수들>이 운명이 점지한 자신의 숙적임을 자각합니다.]

     

    오크노디와 티토소가, 친구들이 힘을 합쳐 만든 모든 걸 쏟아부은 걸작은 SSS급 용사 고블린으로 개떡상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악한 교수들이 만들어낸 용사고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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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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